가을날빈손에 받아 든 작은 꽃씨 한 알그 숱한 잎이며 꽃이며찬란히 빛깔이 사라진 다음오직 한 알의 작은 꽃씨 속에 모여든 가을빛나는 여름의 오후핏빛 꽃들의 몸부림이여뜨거운 노을의 입김이 여물어하나의 무게로 만져지는 것일까비애의 껍질을 모아 불태워 버리면갑자기 뜰이 넓어 가는 가을날내 마음 어느 깊이에서도고이 여물어 가는 빛나는 외로움오늘은 한 알의 꽃씨를 골라기인 기다림의 창변에화려한 어젯날의 대화를 묻는다화려하게 자신을 발산했던 꽃들이 시들어 떨어지고 나면 작은 꽃씨들이 남는다. 빛나는 청춘의 시간들과 아름다운 순간들이 스러지고 이제는 쓸쓸히 외로움에 드는 시간이다. 꽃씨 속에는 그런 청춘의 시간들과 달고 아름다웠던, 혹은 쓰리고 아팠던 모든 기록들이 짱짱하게 들어있으리라.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꽃씨 같은 성숙한 사람들을 본다.시인
2012-11-16
옅은 해거름바람도 잠이 드는 호숫가마음 한 자락 붙들어 메고안개꽃 서린 언덕을 오르노라면어느새 산 그림자 다가와야윈 눈동자 들여다 본다사랑하는 사람 갖지 말라던애타는 마음 헤아리기나 하듯그러나사랑도 사람의 일이라가슴에 담아둔 서러움이불타 오르기도 전에이상도 해라깃들 자리 찾는 산새놀라 달아나네해거름 노을이 퍼지면 귀소(歸巢)하는 새떼를 본다. 그리운 곳으로 고개도 마음도 돌려지는 것이 본능이지만, 가슴에 사랑을 담은 사람은 그 절절한 그리움 때문에 애타기도 하고 가슴 졸인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거룩한 일인가. 사랑은 가슴 깊은 곳에서 치고 오르는 어떤 서러움 같은 것이 목 매이게 하기도 하고, 불면에 들게하기도 한다. 인간이기 때문이다. 거룩한 본능이 아닐까.시인
2012-11-15
주여, 죄를 짓기 좋은 계절이 왔나이다날로 짧아지는저 발기부전의 햇볕을 이어서죄를 도모하게 하소서난로를 쬐게 하기 위해 손을 만드시고동동 구르게 하기 위해 발을 만드셨듯이따뜻한 위로를 만들기 위해 불행한 이웃들을더욱더 불행하게 하소서당신이 당신을 위해죄를 짓는 것처럼우리가 우리를 위해 지은빛나는 죄들이 흐려지기 전에 새로운 죄를짓게 하소서 이 비옥한 시간에영원히 용서받을 수 없는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고 겨울로 가는 길목인 늦가을에 시인은 반어적인 발상과 발언을 통해 시대를 향한 통열한 채찍을 들고 있다. 따뜻한 위로를 받아야할 불쌍한 이웃들을 지나쳐버리고 관심밖에 두는 비정한 우리 시대를 향해 야유하고, 온갖 부조리와 불화로 죄를 짓고도 태연히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아무렇지 않은 듯 돌아가는 세상을 향해 비웃고 있는 시인 정신이 날카롭고 새롭다.시인
2012-11-14
마른 갈대 곁에서 내 청춘에 대하여 고별한다가을 강물 곁에서 내 청춘에 대하여 고별한다뒤돌아보면 걸어온 길 눈부시게 먼데빈 들판 너머 길게 걸리는 청춘의 지평선그 너머 붉게 울먹이는 만경산 섬처럼 떠오른다출렁이며 출렁이며 참 멀리 노 저어온 인생노 저어갈 생을 위하여 아픈 청춘을 보낸다잘 가라, 훨씬 더 여위었어야 되었을 내 청춘아름다웠던 시간들, 청춘의 시간들을 흘러보내는 마음이 참 쓸쓸하기 이를데 없다.푸르고 뜨거웠던 열정의 세월을 건너온 것은 바로 청춘이라는 엔진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중년의 나이를 넘어서며 뒤돌아보는 청춘의 시간들이 아쉽고 또 아쉬운 것이다. 아득한 세월 그 속에는 누구나 아름다운, 눈부시게 푸르른 청춘의 시간들이 있었다.시인
2012-11-13
당신은 나를 놓아주지 않습니다캄캄하게 눈이 먼 나를 벌판에 내던져놓고천지간의 눈보라로 퍼붓는 당신,내 몸이 하얗게 얼어붙을 때당신이 밟고 다닌 길도지렁이처럼 토막나는 걸 보았습니다나는 제 탯줄을 먹는 짐승처럼 밤새 그걸 삼켰습니다당신은 나를 버리고 나서도끝끝내 나를 버려두지 않습니다인연의 질긴 끈은 살아서든 죽어서든, 아니 다시 태어나서든 결코 끊어지지 않는 것이다. 비록 어떤 연유로 헤어지든, 죽음으로 이별하든 한 번 맺은 사랑의 인연은 시인의 말처럼 끝끝내 나를 버려두지 않는 것이다. 사랑, 인연의 질긴 힘 때문이다.시인
2012-11-12
된장잠자리 날개 어디에라도 실려서 온단 말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저것들, 어찌 이리도 얇고 미미할 수 있단 말인가 그 가볍고 미미한 것들, 아니면 목백일홍 꽃잎 구져지고 짜부라진 사이사이를 통과하기라도 하여 그 뜨거운 맛을 누가 이리도 기막히게 식혀서 우리들 앞에 살랑, 내놓는단 말인가맞다. 된장잠자리의 얇고 투명한 날개 사이에서 일기도하고 목백일홍 구겨지고 짜부라진 꽃잎 사이사이에서 이는 찬바람은 분명 뜨거운 것이다. 그 미미한 바람의 근원을 찾는 시인의 마음은 이렇듯 순수하고 깨끗한 것이다.시인
2012-11-09
무표정을 읽기란 서늘하지만 위험한 일몇 번씩 마음의 필름 갈아 끼우는 사이노인은 먹일 낚아채듯 신문을 거둬간다잠 덜 깬 지하철은 터널 속을 구불대는데가슴 열어젖히듯 역광 속에 문이 열리고바람은 속을 감춘 채 밀려난 듯 들이친다아무런 내색도 않고 다가와 앉는 여자낯선 우리가 이처럼 다정할 수 있다니!눈 감고 웃자란 열망 몰래 뜯어 먹는다무표정과 낯선 우리. 단절되거나 아예 연결된 적도 없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상징하는 말이 아닐까. 일상의 공간인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군살들이 의미없이 마주하고 헤어져간다. 그렇다고 적대적인 관계도 아닌 파편화된 인간관계들이 우습게도 그려지고 있다. 아무 내색도 않고 다가와 앉는 여자, 낯선 우리가 이처럼 다정할 수 있다니 라고 말하는 시인은 익명성의 친밀함을 말하고 있지만 사람 사이의 황량한 거리와 공간을 본다.시인
2012-11-08
마른 몸뚱이가 고단한 기침으로 꿈틀거렸다밤새워 뒤척거린 통증 위에달라붙은 검불이매운 바람에 흔들리고정점으로 추락하는내 아이와 파랑새지난밤 아픔이 손금까지 파고들어꼬깃꼬깃 접혀진 근육서러운 날의 아침찬란한 거리에밀려드는 사람들의 아우성난 저들 속에서 떠도는 섬 하나아직도 허다하다. 사람들 속에 떠도는 외로운 섬, 섬들…. 자본의 시대가 만든 아픔을 우리는 삶의 군데군데에서 마주친다. 그리운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날들은 점점 멀어지고 바람 이는 한뎃잠을 자며 그들이 느끼는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리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빚이요 숙제가 아닐까.시인
2012-11-07
술은 짝퉁이 좋아사랑도 짝퉁이 좋아취해도 기분만 좋고, 아주 더 취하지는 않고사랑 깊어도 상처 남기지 않는술도 사랑도 짝퉁이 좋아경박한 세태에 대한 시인의 비판 의식이 깔린 작품이다.가짜와 짝퉁이 판을 치는 세상, 그런 것들 때문에 진지한 것 진실한 것이 묻혀버리고 그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비아냥거림에 귀 기울여봄직하다.어디 술 뿐이며 사랑 뿐이겠는가.시인
2012-11-06
큰 눈이 오면발이 묶이면과부의 사랑(舍廊)에서처럼편안함이일편 근심이뒤주 냄새처럼 안겨온다큰 눈이 오면눈이 모든 소란을 다 먹으면설원(雪原)과 고요를 밟고와서 가지 않는 추억이 있다한 치씩 나앉은 사물들 모두제 아버지가 온 듯즐겁고, 희고무겁다온 천지가 하얗게 눈으로 덮인 설원에서 느끼는 시인의 마음은 한 마디로 절대 평화, 평온의 경지가 아닐까. 큰 눈이 내려 온 우주가 고요하게 죽은 것처럼 멈춰져 있는 듯하지만 그 속에는 소복이 쌓인 아름다운 혹은 아픈 추억이 살아 있다. 온 사물이 마치 아버지가 온 듯 즐겁고 희고 무겁게 즐거워하고 있는 것이다.시인
2012-11-05
불혹의 언덕에서 바라본 그였네반듯하고 당당한 그를 보며늘어져 있던 나의 미세한 세포들흐르는 수액소리 들을 수 있었네정갈한 고랑 사이 무심히 서 있는 그를가만히 흔들어 보았네손가락 사이 베어 오는 통증까지도나를 사정없이 뒷덜미 잡고 흔들어 버렸네제 무게 못 이겨 그는바다 속 온몸 던지고 싶은지푸른 얼굴 한결 빛나고 있었네마른하늘 향해 팔 벌린 채붉은 노을은 사랑 한다고말하고 있었네보리누름이라는 말이 있다. 보리가 누렇게 익어갈 즈음이라는 말인데, 올해도 지역의 문인들이 호미곶 보리언덕엘 다녀왔다. 쓸쓸한 변경 구만리에 가면 차가운 바람과 추위를 건너온, 그래서 더 당당한, 푸르게 엎드린 보리들의 낮은 어깨들을 만날 수 있다. 세찬 겨울 바람 언덕에 꼿꼿이 서서 차디찬 해풍을 견딘 그들의 견고한 보행 앞에 서면 한없이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아름다운 비상을 꿈꾸는 그들 앞에서면.시인
2012-11-02
산 위에서 보면학교가 나뭇가지에 달렸어요새장처럼 얽어 놓은 창문에참새 같은 아이들이쏙 쏙얼굴을 내밀지요장난감 같은 교문으로재조잘재조잘떠밀며 날아 나오지요초등학교가 내려다보이는 뒷산에 오른 시인의 눈에 비치는 아름다운 생명 공간으로서의 한 풍경에서 깨끗한 동심과 아름다운 생명들의 발랄한 움직임을 볼 수 있다. 성적 위주의 한 줄 세우기나 학교폭력 같은 안타까운 현실 속에 우리 아이들이 공부하는 곳이 요즘 학교이긴해도 이렇듯 순수하고 아름다운 생명 공간으로서 학교의 정체성은 소중히 간직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시인
2012-11-01
첫 키스는 차가웠다두 번째에는 배토롬한 입 냄새가 났다사랑에 왈칵 기울어지던 시절불에 닿던, 고차가움과 배토롬한 입 냄새가맑은 얼룩으로 오래오래 남았다누구나 첫 경험의 짜릿함이란 일생 지워지지 않는 맑은 얼룩으로 새겨져있다. 그 황홀함이란 비단 첫 키스의 경우에 국한되지 않는다. 살아가면서 잊지 못할 소중한 첫 만남에서 받은 강렬한 느낌은 생의 중요한 지남차(指南車)가 되어 일생 지워지지않는 흔적이 되어 남기도 한다.시인
2012-10-31
기념관 문전에목월 흉상(胸像)이 앉아 있다죽음을 기념하면죽음이 죽지 않는다단풍잎이 빨갛게 익었다조금 이따가 떨어질 듯그것 보고 그것 보고찡,불국사는 불국사를 떠밀고있는 듯토함산에 오르는 석굴로 초입에 불국사가 있고 한 굽이 돌아 올라가면 목월동리 문학관이 있다. 신라 천년의 그윽함이 묻어나는 산 자락에 단풍이 붉다. 이 땅이 진정한 평화와 자비의 세상이 되기를 바라면서 불국사를 세운 신라사람들이나 불과 몇 십년 전에 사람 살만한 세상을 꿈꾸며 불후의 명작들을 세상을 향해 건넷던 목월이나 동리의 마음이나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가을이 깊다.시인
2012-10-29
20번 지방도 따라솔밭을 지나 숨가쁘게 헉헉대는고개를 넘고, 언덕에 올라서면그리운 그 사람의 뒤를길이 자꾸만 따라가고조는 바다를 베고 누운 우목리보건지소 오렌지색 지붕에 눈길이앉는다 자꾸.우리는 수없이 길을 나선다. 길 위에서 우리의 한 생은 시작하고 마감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하여 그리운 곳으로 자꾸 고개와 마음이 기울어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지금은 신항만 조성으로 원형이 많이 변하고 없어져 버렸지만 조는 바다와 오렌지색 지붕이 엎드린 우목리 가는 길. 이 땅 어딘들 이런 평화경이 없을까마는 우리의 눈이 자꾸 거기에 머무는 것은 시끄럽고 분탕스런 현실에서 찾을 수 없는 평화가 거기에 고여 있기 때문이다.시인
2012-10-26
그의 빈 곳은 화려하다가끔씩 잔잔히 흔들리기도 하면서가득 비어 있다욕망의 바다 끝에서 바람이 오면깃을 여미고 불을 꺼온 시간들 선명하다그는 환한 네거리에마지막 벌레처럼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여기저기 말발굽과 바퀴들이 지나도꿈쩍하지 않고 서 있다그의 빈 곳은 스러지지 않을 것이다빈 곳에는 빈 것들이 흘러들어서로를 비우기 시작하며충만한 빈 곳으로 남을 것이므로우리의 한 생이란 지나간 서사의 기록이 아닐까. 욕망과 열정으로 뜨겁게 일렁거렸던 청춘의 시간들과 성숙과 안정으로 걸어온 생의 중반기와 가을걷이가 끝난 빈 들녘처럼 쓸쓸함이 맴도는 생의 후반부. 이 모두가 돌아보면 촘촘히 기록되어진 서사일 것이다. 지금은 비록 빈 곳으로 남겨졌을지라도 아직은 욕망의 바다에 끝없이 밀려오고 밀려가던 물결소리가 배어있어 충만한 빈 곳으로 남아있는 것이리라.시인
2012-10-25
시집을 덮고 하늘을 본다쇠기러기 몇 마리쓸쓸히 비켜 날아가는 찬 산내가 누구인지지나가는 새에게 묻지 않는다너와 내가 이곳에서 그냥서로 바라보는 것이 신비다저문 문에 오른나뭇가지 그림자에게잔을 들어 술을 권한다내 너만큼 여위어지면너의 땅으로 돌아가리라쓸쓸히 삶의 마감을 예감해 가는 시인의 가슴속이 텅 비어 있다. 무욕의 한 생애를 살다간 태백준령의 시인은 그의 많은 시에서 발견되듯이 청빈과 절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질적 가치에 얽매인 산아래서 아옹다옹 살아가는 우리들을 향해 비우며 비우며 살아가라고 툭 던져주는 울림이 큰 작품이 아닐 수 없다.시인
2012-10-24
돼지는 꿀꿀 죽도 잘 먹습니다. 나는 돼지 치는 집 아이. 날 따르는 돼지에게 매질하고 울며 등교합니다. 피 흘리며 집으로 돌아가는 돼지. 볕 좋은 오후엔 그늘을 몰고 개울에 갑니다. 돼지는 수영 잘하고 우리는 같은 물속에서 온기를 나눕니다. 내 몸의 빈대가 돼지에게 옮고 돼지의 진드기 나에게 오면 우리는 피를 나눠 빨립니다. 돼지 치는 집 아이는 심장을 기릅니다. 구름의 멍청한 눈을 후비고 축축한 코 늘이고 싶지만 반갑게 꽥꽥대는 입이 예뻐 목을 끌어안고 맙니다. 언젠간 조이고 말 겁니다. 맥박이 빨리 뜁니다. 내가 꺾은 회초리가 여러 개. 울타리에 꽂힌 몽둥이 여러 해 자랍니다. 커다란 그늘이 돼지우리에 오고 돼지 치는 집 아인 돼지와 배다릅니다.돼지 치는 집 막내인 듯한 시인의 추억이 재밌게 그려진 작품이다. 어린 시절 돼지와의 추억을 통해서 비록 생육이 더럽고 지저분한 동물이지만 그들과 나눈 따스한 정을 정겨운 목소리로 그려내고 있다. 자연과 교감하고 정을 나누고 소통하는 인간의 따사로움이 감동적이다.시인
2012-10-22
적막한 귀 속에도푸른 하늘이 있습니다그 푸른 고요 속을한 마리 나비가 요요히 날아갑니다오늘도내일도절대 평화의 경지는 이 땅 어디에도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들로 삐걱거리고 불화가 일어 갈등하고 상처를 주고받는다. 그러나 시인이 말하는 우리들의 의식, 우리들의 마음속에는 잔잔한 평화의 물결이 흐르고 있다. 그 푸른 고요 속에서 나비도 날고 착하고 선한 마음도 나오고 생명을 사랑하는 정신도 생겨나는 것이다. 진정한 아름다움도 진정한 평화도 이렇듯 숨겨지고 가리워져 있는 것은 아닐까.시인
2012-10-19
누구의 가슴에 뜨겁게 안겨본 적 있던가누구의 머리에 공손히 꽃혀본 적 있던가한 아름 다발이 되어뼈가 시리도록 그리운 창가에 닿아본 적 있던가그림자 길어지는 유월의 풀숲에서초록의 향기로 날아본 적 없지만허리가 꺾이는 초조와 불안을 알지 못하는평화로운 그들만의 세상젊어야만 피는 것이 아니라고예뻐야만 꽃이 아니라고하늘을 향해옹골지게 주먹질을 하고 있는 꽃누구에게 예쁘고 향기로운 꽃으로 안겨보지도, 뼈가 시리도록 그리운 창가에 닿아 본 적도 없는 파꽃을 바라보면서 시인은 사람을 생각하고 있다. 옹골차게 주먹질을 하고 있는 꽃, 평화로운 그들만의 세상을 바라보면서 이 땅에 모양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떠올리고 있다. 비록 향기롭지도 예쁘지도 않지만 무리지어 꽃을 피우는 파꽃처럼 당당하게 최선을 다해 저들의 길을 가는 사람들의 그윽한 향기와 삶의 은근한 아름다움을 읽어내고 있는 것이다.시인
2012-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