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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기도

등록일 2012-11-14 21:00 게재일 2012-11-1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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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남 호
주여, 죄를 짓기 좋은 계절이 왔나이다

날로 짧아지는

저 발기부전의 햇볕을 이어서

죄를 도모하게 하소서

난로를 쬐게 하기 위해 손을 만드시고

동동 구르게 하기 위해 발을 만드셨듯이

따뜻한 위로를 만들기 위해 불행한 이웃들을

더욱더 불행하게 하소서

당신이 당신을 위해

죄를 짓는 것처럼

우리가 우리를 위해 지은

빛나는 죄들이 흐려지기 전에 새로운 죄를

짓게 하소서 이 비옥한 시간에

영원히 용서받을 수 없는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고 겨울로 가는 길목인 늦가을에 시인은 반어적인 발상과 발언을 통해 시대를 향한 통열한 채찍을 들고 있다. 따뜻한 위로를 받아야할 불쌍한 이웃들을 지나쳐버리고 관심밖에 두는 비정한 우리 시대를 향해 야유하고, 온갖 부조리와 불화로 죄를 짓고도 태연히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아무렇지 않은 듯 돌아가는 세상을 향해 비웃고 있는 시인 정신이 날카롭고 새롭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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