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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씨

등록일 2012-11-16 20:51 게재일 2012-11-1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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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병 란
가을날

빈손에 받아 든 작은 꽃씨 한 알

그 숱한 잎이며 꽃이며

찬란히 빛깔이 사라진 다음

오직 한 알의 작은 꽃씨 속에 모여든 가을

빛나는 여름의 오후

핏빛 꽃들의 몸부림이여

뜨거운 노을의 입김이 여물어

하나의 무게로 만져지는 것일까

비애의 껍질을 모아 불태워 버리면

갑자기 뜰이 넓어 가는 가을날

내 마음 어느 깊이에서도

고이 여물어 가는 빛나는 외로움

오늘은 한 알의 꽃씨를 골라

기인 기다림의 창변에

화려한 어젯날의 대화를 묻는다

화려하게 자신을 발산했던 꽃들이 시들어 떨어지고 나면 작은 꽃씨들이 남는다. 빛나는 청춘의 시간들과 아름다운 순간들이 스러지고 이제는 쓸쓸히 외로움에 드는 시간이다. 꽃씨 속에는 그런 청춘의 시간들과 달고 아름다웠던, 혹은 쓰리고 아팠던 모든 기록들이 짱짱하게 들어있으리라.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꽃씨 같은 성숙한 사람들을 본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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