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채 민
누구의 머리에 공손히 꽃혀본 적 있던가
한 아름 다발이 되어
뼈가 시리도록 그리운 창가에 닿아본 적 있던가
그림자 길어지는 유월의 풀숲에서
초록의 향기로 날아본 적 없지만
허리가 꺾이는 초조와 불안을 알지 못하는
평화로운 그들만의 세상
젊어야만 피는 것이 아니라고
예뻐야만 꽃이 아니라고
하늘을 향해
옹골지게 주먹질을 하고 있는 꽃
누구에게 예쁘고 향기로운 꽃으로 안겨보지도, 뼈가 시리도록 그리운 창가에 닿아 본 적도 없는 파꽃을 바라보면서 시인은 사람을 생각하고 있다. 옹골차게 주먹질을 하고 있는 꽃, 평화로운 그들만의 세상을 바라보면서 이 땅에 모양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떠올리고 있다. 비록 향기롭지도 예쁘지도 않지만 무리지어 꽃을 피우는 파꽃처럼 당당하게 최선을 다해 저들의 길을 가는 사람들의 그윽한 향기와 삶의 은근한 아름다움을 읽어내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