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수 환
목월 흉상(胸像)이 앉아 있다
죽음을 기념하면
죽음이 죽지 않는다
단풍잎이 빨갛게 익었다
조금 이따가 떨어질 듯
그것 보고 그것 보고
찡,
불국사는 불국사를 떠밀고
있는 듯
토함산에 오르는 석굴로 초입에 불국사가 있고 한 굽이 돌아 올라가면 목월동리 문학관이 있다. 신라 천년의 그윽함이 묻어나는 산 자락에 단풍이 붉다. 이 땅이 진정한 평화와 자비의 세상이 되기를 바라면서 불국사를 세운 신라사람들이나 불과 몇 십년 전에 사람 살만한 세상을 꿈꾸며 불후의 명작들을 세상을 향해 건넷던 목월이나 동리의 마음이나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가을이 깊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