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에서 나올 때부터 눈썹이 유난히 희었다는 노자(子)는여백에서 왔다가 여백으로 돌아간 여백의 백성이다.그의 긴 여행 중에 가방을 하나 분실했는데, 그것이 바로 후세에전해진 노자이다.시인은 여백에서 왔다가 여백으로 돌아간 노자를 흠모하고 존경하고 있다. 그가 분실로 잘못하다 남기고 간 것이 노자의`도덕경`이라는 표현은 참 재밌는 표현이다. 인간이란 채우고 가짐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 그러나 꼭 그런것만은 아니다. 비우고 버리고 내려놓음으로 행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시인은 노자의 삶이 그랬듯이 `무욕`, `무심`의 삶을 기리고 그 가치를 우리에게 건내고 있다.시인
2013-06-13
바람을 만지고속이 빈 갈대는돈을 모으며 기다립니다진창을 딛고발이 빠진 갈대는운명을 탓하며 흔들립니다세월이 흘러머리가 빠진 갈대는세상을 원하며 운다갈 때가 되어도가지 못하고늪가에 꽉 박아서있는 갈대인생살이를 갈대의 삶에 비유한 시이다. 험악한 세월을 가난과 시련 속에 시달리며 살아온 조선족의 슬픔이 떠오르는 작품이다. 쉽게 흔들리는 갈대의 속성보다는 타성에 의해 고난 받고 통제받을 수밖에 없는 슬픔이, 민족적 수난의 일단이 비치는 아픈 서정의 시이다.시인
2013-06-12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흔히 죽음을 직면한 사람이 겪는 심리적 변화는 부정 - 분노 - 좌절 - 체념 - 수용이라고들 한다. 시인은 죽음을 긍정적인 화해와 자연스런 승화의 시간으로 받아들이면서 초월의 심정을 밝혀주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죽음과 화해한 사람만이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죽음을 긍정하고 초월하는 성숙한 자세가 잔잔한 감동을 거느리고 있다.시인
2013-06-11
늦겨울 눈 오는 날날은 푸근하고 눈은 부드러워새살인 듯 덮인 숲 속으로남녀 발자국 한 쌍이 올라가더니골짜기에 온통 입김을 풀어놓으며밤나무에 기대서 그 짓을 하는 바람에예년보다 빨리 온 올 봄 그 밤나무는여러 날 피울 꽃을 얼떨결에한나절에 다 피워놓고 서 있었습니다이 시를 읽으면서 도덕과 법과 제도와 관습을 초월한 자유인의 상상력을 만날 수 있다.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사랑으로 만나 두 존재의 교감 속에 있다는 걸 느낄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비록 비유와 상징과 상상의 장면이긴해도 우리를 재미와 웃음과 미학의 세계로 이끌어 주는 흥미로운 시가 아닐 수 없다.시인
2013-06-10
초등학교 3학년 때 나는 열두살이었는데요우리 이쁜 여선생님을너무나 좋아해서요손톱도 그분같이 늘 깨끗이 깍고공부도 첫째를 노려서 하고그러면서 산에가선 산 돌을 주워다가국화밭에 놓아두곤날마다 물을 주어 길렀어요유년시절 선생님을 짝사랑했던 시인의 고백은 참 아름다운 에피소드가 아닐 수 없다. 산에서 주워온 그 산돌을 지금도 날마다 물을 주어 기르고 있다는 표현은 미소를 머금게하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나 미당의 이 시는 모티브가 선생님에 대한 짝사랑이지만 그 선생님은 바로 그가 평생을 헌신해 왔던 문학이며 그 문학에 대한 열정이다. 평생을 물주어 길러온 그 산돌은 바로 그가 혼신의 열정을 바쳐 써온 문학작품인 것이다.시인
2013-06-07
저 강도 비좁은 강바닥이 아픈지 신음을 한다심장 놓인 아래가 무겁다한다강 섶 돌덩이같이 굳은 살점을지나는 짐 꾸러미들이 철썩철썩 치면더러는 물결이 일고 더러는 비명이 들린다여위고 긴 몸뚱이 나와 같아서삐꺽거리는 뼈마디가 우리와 같아서저 강도 노을에 흐를 때는 그리움에 운다괴로움 긴 동아줄에 일일이 이어늘 버리고 떠나는 사랑을 하나씩 하나씩제 몸의 추억 속에 떨어뜨린다이 시에서 `강`의 이미지는 흔히 지속성, 역사성 같은 속성을 넘어서고 있다. `신음`, `굳은 살점`, `비명` 등의 시어에서 발견되듯이 강의 이미지는 고통의 의미로 읽혀진다. 곧 고통들이 누적된 삶을 표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네 인간의 몸도 저 강물처럼 흐르는 것이어서 여러 겹의 고통의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있지 않을까. 우리네 삶도 저 강처럼 수많은 고통의 추억들을 품고 묵묵히 흘러가고 있는 것이리라.시인
2013-06-05
내 인생이 남들과 같지 않다고 생각됐던 때의 외딴길로 밀려나 있다는 낭패감그러나 내 인생도 남들과 다르지 않다는 안도감을 느끼게 되었을 때이윽고 그 남다르지 않은 인생들이남다르지 않게 어우러져가는 큰길에 줄지어 서서이 늘비함을 따라 가야 할 뿐슬며시 도망나갈 외딴길이 없다는 낭패감대로와 오솔길 사이에서 갈등을 느낄 때가 있다. 남들과 같아지고 싶다는 마음과 남들과는 달라지고 싶다는 두 마음이 우리에게 있기 때문은 아닐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인생의 길은 어디에도 있으나 또한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또한 인생의 길은 어디에도 없는 것 같으나 어디에도 있는 것이다. 이것이 인생이다. 대로는 대로대로 오솔길은 오솔길대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닐까.시인
2013-06-04
찌르레기 한 마리 날아와나무에게 키스했을 때나무는 새의 입 속에산수유 열매를 넣어주었습니다달콤한 과육의 시절이 끝나고어느 날 허공를 날던 새는최후의 추락을 맞이하였습니다바람이, 떨어진 새의 육신을 거두어 가는 동안그의 몸 안에 남아 있던 산수유 씨앗들은싹을 띄워 잎새 무성한 나무가 되었습니다나무는 그렇듯새가 낳은 자식이기도 한 것입니다새떼가 날아갑니다울창한 숲의 내세가 날아갑니다우주, 아름다운 생명의 순환에 대해 쓴 작품이다. 우주 속의 모든 존재들은 끝임없이 서로 섞이면서 무한에 가까운 흐름 위에서 유기적인 관계에 얽혀있는 것이다. 산수유 씨앗을 찍어먹은 새가 떨어져 죽고 그 산수유 씨앗이 싹을 띄워 잎새 무성한 나무가 되고 숲을 이루는 것이 그 한 예로 시인은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시인
2013-06-03
개나리꽃이 진다. 개나리꽃을 잉태한 봄은 총력을 기울여 개나리꽃을 떨어뜨린다. 꽃이 지는 것은 꽃의 환멸 때문이다. 가장 완벽한 동의가 환멸이기 때문이다. 가장 완벽한 동의의 옷을 입고 푸른 잎들이 그 자리에 태어난다꽃이 지는 것을 꽃의 환멸로 바라보는 시안이 재밌다. 환멸의 시간을 지나고 성숙한 예지의 시간을 맞이하여 삶을 살아갈 수 있을 때, 죽음의 본능인 꽃의 낙화까지도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죽음의 본능인 꽃의 낙화를 삶의 본능인 꽃의 개화보다 더 아름다운 것으로 바라보는 시인의 인식이 깊고 그윽하다.시인
2013-05-30
미친 여자는 비둘기들이똥을 싸놓은 월남 이상재 선생 동상 앞에서맨발로 머리를 빗고 있다순찰 중인 전경이 뭐라고 주의를 준다그러나 그녀는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마친내 전경은 호루라기를 빽, 하고불어댄다. 호루라기 소리에비둘기들이 일제히 튀어오른다하지만 잠자는 천사는 끄덕도 하지 않고천천히 거닐고 있는 늙은 천사들 역시아무도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시의 일부분 인용) …서울의 종묘 공원에 모여 있는 이 천사들은 우리 시대가 만들어 놓은 노숙자들이다. 비둘기들과 어울린 그 모습들이 평화롭기 짝이 없다. 그런데 그 평화는, 곧 겨울이 올 것이고 전경(戰警)들이 간섭하고 귀찮게 할 것이 뻔한 불안하고 위태로운 평화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고 무관심으로 참견하지 않는 현대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쓸쓸한 소외의 현장이다.시인
2013-05-29
나는 항구라 하였는데 너는 이별이라 하였다나는 물메기와 낙지와 전어를 좋아한다 하였는데너는 폭설과 소주와 수평선을 좋아한다 하였다나는 부캉, 이라 말했는데 너는 부강, 이라 발음했다부캉이든 부강이든 그냥 좋아서 북항.한자로 적어본다 , 北港, 처음에 나는 왠지 北이라는글자에 끌렸다 인생한테 패할 수 있을 것 같았다어디로든지 쾌히 달아날 수 있을 것 같았다어느 북쪽에 있는 항구에서 느끼는 잔잔한 감동이 파동쳐 오는 안도현 시인의 신작이다. 물메기와 낙지와 전어가 있어 좋고, 폭설과 소주와 수평선이 있어 더 좋은 북항. 거친 풍랑과 추위와 싸우다 돌아온 배들을 포근히 안아주는 북항은 마치 삶의 거친 길에서 깨지고 부서지고 상처받은 인생을 따뜻하게 품어주고 치유해주는 그런 곳이 아닐까.시인
2013-05-28
생명이 순수할수록 자주 멍이 들 듯이사람도 순수할수록 꽃처럼 멍이 든다몸속에 쌓아둔 꽃은 무엇으로 못 지운다잘 살아 아프지 않고 꽃 지고 철이 가도못 잊는 세월에는 다친 디엔에이가 있다상처도 깊은 사랑은 찾아가는 힘이 세다생명이 순수할수록 상처가 많다는 시인의 말이 가슴에 꽂히는 아침이다. 사람도 순수한 사람일수록 마음을 잘 다치고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사랑도 그러하리라. 순진무구한 사랑, 진실된 사랑은 쉽게 아픔을 입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시의 마지막에서 시인은 이 시의 골격을 아주 튼실하게 일으켜 세워 놓는 한 구절을 뱉어낸다. `상처도 깊은 사랑은 찾아가는 힘이 세다` 상처가 깊은 사랑은 아픔의 크기 만큼 견고하고 튼실한 힘이 있는 법이다.시인
2013-05-27
독락당(獨堂) 대월루(對月樓)는벼랑꼭대기에 있지만예부터 그리로 오르는 길이 없다누굴까, 저 까마득한 벼랑 끝에 은거하며내려오는 길을 부셔버린 이벼랑꼭대기에 독락당을 짓고 거기서 오롯이 자기 자신의 자존을 지키며 살아가겠다고 한 선인들의 고집과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세속사를 등지고 벼랑 끝이라는 긴장의 자리에 대월루를 짓고 그 어떤 세속사에도 흔들리지 않겠다는 서릿발 같은 느낌을 받는다. 독락당은 실제로 존재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우리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공간이기도 한 것은 아닐까? 그곳은 자존의 공간이고 자유의 공간이기 때문이다.시인
2013-05-24
비가 오려는지 뱀이 중얼거리며 풀숲으로 사라진다. 아내는 내가 중얼거린다고 불만이다. 失業 이후 나는 한 번도 또박또박 말하지 못한다. 그냥 중얼거린다. 중얼중얼 거리는 사이 몸에 푸른 비늘 솟고 피는 점점 차가워진다. 중얼중얼 거리는 사이 하늘의 일과 땅의 일을 몸이 먼저 알고 중얼거린다. 입보다 몸이 먼저 중얼거린다. 나는 중얼거리며 지천명으로 기어가고 있다. 내 기어간 자리에 말라버린 혀가 뱀 허물처럼 남는다.오십 줄에 드는 시인의 삶에 대한 성찰이 느껴지는 시이다. 시인이 느끼는 삶의 무게, 세월의 무게가 무겁다. 중얼거리는 일도 일이지만 필자도 자주 방향 감각을 잃고 그저 어슬렁거릴 때가 많아졌다. 뭐라고 꼭히 규정지을 수 없는 상실감과 허전함으로 우리는 나이 들면서 중얼거리거나 어슬렁거리고 있다. 세월이 지나가는 우리 몸의 우리 마음의 흔적이다.시인
2013-05-23
씨 한 톨이 풀꽃으로 살아 빛나기 위해서는깎아지른 바람의 탑신들을 오르고풍경음 층층이 매단 비의 전에 드는 일끝끝내 못 건네고 흘바닥에 적어두었던그리운 말 한마디 즈믄 해를 외오곰 살아빈 절터 풀꽃더미로 저리 빛나고 있으니빈 절터에 피어오른 제비꽃을 보고 곡진하고 절절한 삶의 모양에 대해 넌지시 말 걸고 있다. 절집의 추녀 끝에서 수많은 세월에 바람에 흔들리며 울어온 풍경의 소리와 바람과 함께 천년을 외롭게 건너와서 비로소 한 무리의 풀꽃으로 피어오르는 제비꽃. 거기에 스민 질기고 질긴 생명의 한 끝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이 깊다.시인
2013-05-22
알제리 산골 수도원7명의 수도사와 1명의 의사차가운 총부리 앞에 움츠린 그들생명의 낭떠러지에서부르는 신의 이름은 무엇인가모두들 두려움에 떨 때늙은 의사가 준비한 와인 두 병그리고 울려 퍼지는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죽음을 앞둔 그 순간 왜그는 성가 대신 세속 음악을 틀었을까자비에 보부아 감독이 말했다높은음자리표 딛고 가장 가까이신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그들이오선지 위에서 발견한 건인간이라는 이름의 가장 낮은음자리표`꽃보다 사람이 아름답다`라는 노랫말이 있다. 맞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사람이다. 신에게 바쳐지는 어떤 장엄하고 거룩한 음악이라 할지라도 인간의 아픔과 기쁨, 고뇌와 행복이 스며있는 세속의 음악보다 설득력이랄까 감동이 덜하다 라는 것이 시인의 인식이다. 어떤 예술이라도 인간적인 것이 가장 아름답고 감동적이라는 것에 깊이 동의하고픈 아침이다.시인
2013-05-21
어느 봄날 여수항 선창가보잘 것 없는 내 인생에 술을 퍼 먹이던 주막집남자를 바다에 잃고 술집으로 흘러왔다는 여자가동백나무 아래서 붉은 치마를 벗던 말씀-- 선상님, 동박꽃 지는 것 좀 보이다. 사랑은 뒤로 미루는 것이 아니랑께라십 수년 전여자는 치마를 뒤집어쓰고 파도 속으로 걸어갔다는데해마다 이런 봄날동백나무가 붉은 치마를 벗는다는데짙붉게 타올랐다 뚝 뚝 떨어지는 동백꽃. 시인의 추억 속에 나오는 술청에서 만난 여자의 한 마디가 가슴을 치는 아침이다. 그런지 모른다. 사랑은 뒤로 미루는게 아닌지 모른다. 못 이룬 사랑의 상처와 앙금을 가슴에 품고 투신한 그 여인처럼 이 봄날 저리 짙붉은 울음 덩어리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시인
2013-05-20
저녁밥 빛깔로 입속에 앉힌 묵언그 재속(在俗)의 하안거 며칠지나고양이 걸음에 연꽃 떠받치듯 나선 외출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가슴에 대못이 박혀 돌아왔다숱한 만남들 속에서 많은 말들을 하고 듣기도 하는 것이 우리네 한 생이다. 주고받는 말들에는 관계를 이어주고 발전시켜주는 말들이 있는가 하면 상처를 주고 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말들도 부지기수다. 가끔씩은 묵언의 시간을 가져본다면 어떨까. 말없이 세상을 바라보고 느끼고 상대한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 시는 시인이 묵언의 시간을 가진 뒤 며칠 만의 외출에서 채 한 시간도 안 되어 가슴에 대못이 박혀 돌아왔다는 고백을 할 정도로 아픔을 느꼈다는 솔직한 자기 토로의 시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 말들 속에 살아가고 있다. 말없이 세상을 바라보고 접하는 여유로움이 아쉬운 때다.시인
2013-05-16
매우 고맙습니다당신의 환한 얼굴 보여주시니잔잔한 시냇물도 보이고새로 돋은 연둣빛 풀잎도사월 바람에 우우 물가로 몰려나옵니다은은한 당신의 저고리 같은 마음으로하얗게 물든 싸리꽃도 피겠습니다달의 향내 흩뿌려진 꽃그늘 아래아무래도 오늘밤진달래술 한 잔마저 기울이면저 높은 산, 가슴 어디에보름달 눈부시도록 솟아나겠습니다보름달은 태초부터 지금까지 한 달에 한 번씩 꼭 우리들에게 찾아와 그 평화경을 선사해준다. 시인은 4월의 보름달이 뜨면 그 아래서 봄의 잔치가 펼쳐질 것을 기대하고 확신하고 있다. 그 보름달과 봄의 잔치에 기대어 잠시 상처받고 아픈 마음을 치유하고 달래고 싶어하는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깊이 동감하는 시이다.시인
2013-05-15
제깐엔 가마니 같은 눈을 뜨고도 성에 안 차하는 족족 늦둥이 애한테 통박이다마수걸이에 호되게 구시렁거리는 아범이다봄 햇살에 내놓자 바구미들이 구탱이로 몰렸다겨울 한철에 정미소 기둥이 한쪽 내려앉았다구덩이에서 무를 꺼내나 반 썩어질 양정미소가 제 품을 찾으려면 먼데서 여럿 와야 할 모양이다바구미 등처럼 까맣게 빛나는 봄날 오후의 하리(下里) 정미소봄날의 정미소 풍경을 점묘하듯이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늦둥이 아들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다는 서사가 깔린 이 시는 상당히 희화화돼있어 웃음을 유발시키고 있다. 봄날 정미소의 바쁜 풍경이 한 장의 스넵 사진처럼 펼쳐지는 아름다운 시다.시인
2013-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