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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얼거리는 중년

등록일 2013-05-23 00:25 게재일 2013-05-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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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일 근
비가 오려는지 뱀이 중얼거리며 풀숲으로 사라진다. 아내는 내가 중얼거린다고 불만이다. 失業 이후 나는 한 번도 또박또박 말하지 못한다. 그냥 중얼거린다. 중얼중얼 거리는 사이 몸에 푸른 비늘 솟고 피는 점점 차가워진다. 중얼중얼 거리는 사이 하늘의 일과 땅의 일을 몸이 먼저 알고 중얼거린다. 입보다 몸이 먼저 중얼거린다. 나는 중얼거리며 지천명으로 기어가고 있다. 내 기어간 자리에 말라버린 혀가 뱀 허물처럼 남는다.

오십 줄에 드는 시인의 삶에 대한 성찰이 느껴지는 시이다. 시인이 느끼는 삶의 무게, 세월의 무게가 무겁다. 중얼거리는 일도 일이지만 필자도 자주 방향 감각을 잃고 그저 어슬렁거릴 때가 많아졌다. 뭐라고 꼭히 규정지을 수 없는 상실감과 허전함으로 우리는 나이 들면서 중얼거리거나 어슬렁거리고 있다. 세월이 지나가는 우리 몸의 우리 마음의 흔적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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