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꽃이 진다. 개나리꽃을 잉태한 봄은 총력을 기울여 개나리꽃을 떨어뜨린다. 꽃이 지는 것은 꽃의 환멸 때문이다. 가장 완벽한 동의가 환멸이기 때문이다. 가장 완벽한 동의의 옷을 입고 푸른 잎들이 그 자리에 태어난다
꽃이 지는 것을 꽃의 환멸로 바라보는 시안이 재밌다. 환멸의 시간을 지나고 성숙한 예지의 시간을 맞이하여 삶을 살아갈 수 있을 때, 죽음의 본능인 꽃의 낙화까지도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죽음의 본능인 꽃의 낙화를 삶의 본능인 꽃의 개화보다 더 아름다운 것으로 바라보는 시인의 인식이 깊고 그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