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권 숙
깎아지른 바람의 탑신들을 오르고
풍경음 층층이 매단 비의 전에 드는 일
끝끝내 못 건네고 흘바닥에 적어두었던
그리운 말 한마디 즈믄 해를 외오곰 살아
빈 절터 풀꽃더미로 저리 빛나고 있으니
빈 절터에 피어오른 제비꽃을 보고 곡진하고 절절한 삶의 모양에 대해 넌지시 말 걸고 있다. 절집의 추녀 끝에서 수많은 세월에 바람에 흔들리며 울어온 풍경의 소리와 바람과 함께 천년을 외롭게 건너와서 비로소 한 무리의 풀꽃으로 피어오르는 제비꽃. 거기에 스민 질기고 질긴 생명의 한 끝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이 깊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