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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낳는 새

등록일 2013-06-03 00:04 게재일 2013-06-0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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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하
찌르레기 한 마리 날아와

나무에게 키스했을 때

나무는 새의 입 속에

산수유 열매를 넣어주었습니다

달콤한 과육의 시절이 끝나고

어느 날 허공를 날던 새는

최후의 추락을 맞이하였습니다

바람이, 떨어진 새의 육신을 거두어 가는 동안

그의 몸 안에 남아 있던 산수유 씨앗들은

싹을 띄워 잎새 무성한 나무가 되었습니다

나무는 그렇듯

새가 낳은 자식이기도 한 것입니다

새떼가 날아갑니다

울창한 숲의 내세가 날아갑니다

우주, 아름다운 생명의 순환에 대해 쓴 작품이다. 우주 속의 모든 존재들은 끝임없이 서로 섞이면서 무한에 가까운 흐름 위에서 유기적인 관계에 얽혀있는 것이다. 산수유 씨앗을 찍어먹은 새가 떨어져 죽고 그 산수유 씨앗이 싹을 띄워 잎새 무성한 나무가 되고 숲을 이루는 것이 그 한 예로 시인은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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