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도 현
나는 항구라 하였는데 너는 이별이라 하였다
나는 물메기와 낙지와 전어를 좋아한다 하였는데
너는 폭설과 소주와 수평선을 좋아한다 하였다
나는 부캉, 이라 말했는데 너는 부강, 이라 발음했다
부캉이든 부강이든 그냥 좋아서 북항.
한자로 적어본다 , 北港, 처음에 나는 왠지 北이라는
글자에 끌렸다 인생한테 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디로든지 쾌히 달아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느 북쪽에 있는 항구에서 느끼는 잔잔한 감동이 파동쳐 오는 안도현 시인의 신작이다. 물메기와 낙지와 전어가 있어 좋고, 폭설과 소주와 수평선이 있어 더 좋은 북항. 거친 풍랑과 추위와 싸우다 돌아온 배들을 포근히 안아주는 북항은 마치 삶의 거친 길에서 깨지고 부서지고 상처받은 인생을 따뜻하게 품어주고 치유해주는 그런 곳이 아닐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