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경 미
그 재속(在俗)의 하안거 며칠
지나
고양이 걸음에 연꽃 떠받치듯 나선 외출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가슴에 대못이 박혀 돌아왔다
숱한 만남들 속에서 많은 말들을 하고 듣기도 하는 것이 우리네 한 생이다. 주고받는 말들에는 관계를 이어주고 발전시켜주는 말들이 있는가 하면 상처를 주고 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말들도 부지기수다. 가끔씩은 묵언의 시간을 가져본다면 어떨까. 말없이 세상을 바라보고 느끼고 상대한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 시는 시인이 묵언의 시간을 가진 뒤 며칠 만의 외출에서 채 한 시간도 안 되어 가슴에 대못이 박혀 돌아왔다는 고백을 할 정도로 아픔을 느꼈다는 솔직한 자기 토로의 시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 말들 속에 살아가고 있다. 말없이 세상을 바라보고 접하는 여유로움이 아쉬운 때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