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현 종
날은 푸근하고 눈은 부드러워
새살인 듯 덮인 숲 속으로
남녀 발자국 한 쌍이 올라가더니
골짜기에 온통 입김을 풀어놓으며
밤나무에 기대서 그 짓을 하는 바람에
예년보다 빨리 온 올 봄 그 밤나무는
여러 날 피울 꽃을 얼떨결에
한나절에 다 피워놓고 서 있었습니다
이 시를 읽으면서 도덕과 법과 제도와 관습을 초월한 자유인의 상상력을 만날 수 있다.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사랑으로 만나 두 존재의 교감 속에 있다는 걸 느낄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비록 비유와 상징과 상상의 장면이긴해도 우리를 재미와 웃음과 미학의 세계로 이끌어 주는 흥미로운 시가 아닐 수 없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