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성 선
쇠기러기 몇 마리
쓸쓸히 비켜 날아가는 찬 산
내가 누구인지
지나가는 새에게 묻지 않는다
너와 내가 이곳에서 그냥
서로 바라보는 것이 신비다
저문 문에 오른
나뭇가지 그림자에게
잔을 들어 술을 권한다
내 너만큼 여위어지면
너의 땅으로 돌아가리라
쓸쓸히 삶의 마감을 예감해 가는 시인의 가슴속이 텅 비어 있다. 무욕의 한 생애를 살다간 태백준령의 시인은 그의 많은 시에서 발견되듯이 청빈과 절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질적 가치에 얽매인 산아래서 아옹다옹 살아가는 우리들을 향해 비우며 비우며 살아가라고 툭 던져주는 울림이 큰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