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출근길

등록일 2012-11-08 20:57 게재일 2012-11-08 18면
스크랩버튼
권 갑 하
무표정을 읽기란 서늘하지만 위험한 일

몇 번씩 마음의 필름 갈아 끼우는 사이

노인은 먹일 낚아채듯 신문을 거둬간다

잠 덜 깬 지하철은 터널 속을 구불대는데

가슴 열어젖히듯 역광 속에 문이 열리고

바람은 속을 감춘 채 밀려난 듯 들이친다

아무런 내색도 않고 다가와 앉는 여자

낯선 우리가 이처럼 다정할 수 있다니!

눈 감고 웃자란 열망 몰래 뜯어 먹는다

무표정과 낯선 우리. 단절되거나 아예 연결된 적도 없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상징하는 말이 아닐까. 일상의 공간인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군살들이 의미없이 마주하고 헤어져간다. 그렇다고 적대적인 관계도 아닌 파편화된 인간관계들이 우습게도 그려지고 있다. 아무 내색도 않고 다가와 앉는 여자, 낯선 우리가 이처럼 다정할 수 있다니 라고 말하는 시인은 익명성의 친밀함을 말하고 있지만 사람 사이의 황량한 거리와 공간을 본다.

<시인>

김만수의 열린 시세상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