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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등록일 2012-10-22 20:05 게재일 2012-10-2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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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민 경
돼지는 꿀꿀 죽도 잘 먹습니다. 나는 돼지 치는 집 아이. 날 따르는 돼지에게 매질하고 울며 등교합니다. 피 흘리며 집으로 돌아가는 돼지. 볕 좋은 오후엔 그늘을 몰고 개울에 갑니다. 돼지는 수영 잘하고 우리는 같은 물속에서 온기를 나눕니다. 내 몸의 빈대가 돼지에게 옮고 돼지의 진드기 나에게 오면 우리는 피를 나눠 빨립니다. 돼지 치는 집 아이는 심장을 기릅니다. 구름의 멍청한 눈을 후비고 축축한 코 늘이고 싶지만 반갑게 꽥꽥대는 입이 예뻐 목을 끌어안고 맙니다. 언젠간 조이고 말 겁니다. 맥박이 빨리 뜁니다. 내가 꺾은 회초리가 여러 개. 울타리에 꽂힌 몽둥이 여러 해 자랍니다. 커다란 그늘이 돼지우리에 오고 돼지 치는 집 아인 돼지와 배다릅니다.

돼지 치는 집 막내인 듯한 시인의 추억이 재밌게 그려진 작품이다. 어린 시절 돼지와의 추억을 통해서 비록 생육이 더럽고 지저분한 동물이지만 그들과 나눈 따스한 정을 정겨운 목소리로 그려내고 있다. 자연과 교감하고 정을 나누고 소통하는 인간의 따사로움이 감동적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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