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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만리 보리밭

등록일 2012-11-02 20:53 게재일 2012-11-0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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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세 미
불혹의 언덕에서 바라본 그였네

반듯하고 당당한 그를 보며

늘어져 있던 나의 미세한 세포들

흐르는 수액소리 들을 수 있었네

정갈한 고랑 사이 무심히 서 있는 그를

가만히 흔들어 보았네

손가락 사이 베어 오는 통증까지도

나를 사정없이 뒷덜미 잡고 흔들어 버렸네

제 무게 못 이겨 그는

바다 속 온몸 던지고 싶은지

푸른 얼굴 한결 빛나고 있었네

마른하늘 향해 팔 벌린 채

붉은 노을은 사랑 한다고

말하고 있었네

보리누름이라는 말이 있다. 보리가 누렇게 익어갈 즈음이라는 말인데, 올해도 지역의 문인들이 호미곶 보리언덕엘 다녀왔다. 쓸쓸한 변경 구만리에 가면 차가운 바람과 추위를 건너온, 그래서 더 당당한, 푸르게 엎드린 보리들의 낮은 어깨들을 만날 수 있다. 세찬 겨울 바람 언덕에 꼿꼿이 서서 차디찬 해풍을 견딘 그들의 견고한 보행 앞에 서면 한없이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아름다운 비상을 꿈꾸는 그들 앞에서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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