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워렌버핏은 최근 애플 주식을 981만주 샀다고 발표했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는 기술주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는 통제할 수 없는 변수를 혐오한다. 그의 입맛을 표현하자면 첫째, 제품의 수명주기에 있어 도입기,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 쇠퇴기에 들어선 기업 가운데 구조조정이 일단락되었고, 진입장벽이 높아 경쟁이 없는 것들을 선호한다. 둘째, 업계 1위 브랜드와 함께 내부에 남이 모방할 수 없는 핵심경쟁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가 삼성전자가 아닌 애플을 산 이유이다. 셋째, 잔존가치가 높아야 한다. 즉 오랜 영업을 통해 사내에 유보된 가치가 많아야 한다. 넷째, 이런 기업들 가운데 싼 것들을 주워 담는다. 즉, 성장에 대한 프레미엄이 빠진 늙은 주식들을 좋아한다.2011년에 그는 IBM에 투자했다. 그 당시 기술주라면 차라리 화끈한 성장이 있는 애플에 투자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질문이 있었다. 그는 “IBM의 주가 하락 위험이 덜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애플, 구글의 주가 상승을 이해할 수 없다”고 폄하했었다. 그는 알 수 없는 성장에 프리미엄을 지불하지 않는다. 그래서 IBM이 늙을 때까지 기다린 모양이다. 이런 독특한 취향을 대부분의 시장참여자는 싫어한다. 김 빠진 사이다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칼 아이칸은 최근 애플 주식을 모두 팔아 치웠다고 발표했다. 워렌버핏은 이렇게 독특한 영역에서 다른 이들과 경쟁 없이 그가 좋아하는 주식을 싸게 즐긴다.애플이 워렌버핏의 선택을 받았다는 것은 기술주가 늙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세계경제의 성장을 이끌 것인가? 양적완화를 통해 부실을 숨기고 있는 이유는 신성장동력이 나타나 쓰러진 세계경제를 구원할 것이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인데 그 희망이 사라진다면 미국의 통화정책도 효과를 잃어버릴 수 있다. 즉, 돈이 자산에서 이탈하며 자산가격 거품이 붕괴될 수도 있다.여기서 기술주들이 왜 늙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첫째, 인구의 고령화를 들 수 있다. 스마트한 서비스가 소개될 때 먼저 반응하는 측은 젊은 층(early adapter)이다. 그 서비스가 확산되려면 노인들에게 보급되어야 한다. 그러나 노인들은 조용히 살고 싶다. 그리고 살아온 이력 때문에 고정관념도 있다. 이런 노인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다.둘째, 과도기에 겪는 진통(crisis)이다. 기업이든, 산업이든, 기술이든 도입 후 한번의 성장이 있은 후 2차 성장을 앞두고 진통이 있다. 기술적인 장벽이나 만일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의 마련 등이다. 예를 들어 태양광 패널에 전도체로 은(silver)이 쓰이는데 지금은 패널 한 장당 120~150mg이 소모된다. 이 정도에 머물면 태양광 시장은 열리지 않는다. 잉크 젯(ink-jet) 분사 방식을 쓰면 10~-20mg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하는데 문제는 시간이다. 또한 빅데이터(big data)는 사람을 편리하게 하지만 사생활(privacy)를 어디까지 공개해야 할지 그 기준을 정하는데도 시간이 필요하다.바이오텍의 경우 초기에 시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이것이 인류의 미래라고 생각되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 그러나 주가는 조정 국면에 있다. 바이오텍이 우리들에게 소개될 때 누적되어 있던 기술들이 한꺼번에 알려졌었다. 투자자들은 계속 그 속도로 새로운 기술들이 소개될 줄 알았지만 그것은 오해였다. 있었던 기술이 알려졌을 뿐 그 속도로 신기술이 개발되는 것은 불가능하다.인류는 급작스러운 공허함에 빠져들고 있다. 신성장동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과대평가한 것 같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시간을 벌 수 있을까? 경제는 살기 위해 적응해 가는 유기체이다. 어려움이 클수록 규제 개혁이 과감해지거나 신기술 개발에 적극성을 보일 것이다. 문제는 꼭 어려움을 겪은 후 그런 노력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일단 비 옷을 준비하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2016-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