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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물인터넷의 시대가 열릴 것인가

▲ 김학주 한동대 교수 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소프트뱅크의 손정의씨는 IOT(사물인터넷) 시장을 겨냥해 영국의 ARM 인수를 결정했다. ARM은 컴퓨터를 구동하는 소프트웨어(application processor)의 기본 틀(architecture)을 개발한다. 데스크톱(desk-top) PC같이 운영체계가 무거운 컴퓨터가 대세였던 시절에는 인텔이 마이크로소프트와 힘을 합해 이 부문을 지배했으나 모바일 환경으로 넘어오면서 배터리에 의존해야 하는 저전력 솔루션(solution)이 필요해졌고, 여기서 경쟁력이 있는 ARM이 주도권을 넘겨 받았다.사물인터넷의 핵심개념도 기계장치들 사이의 교신(connectivity)이고, 고립된 기계장치일수록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등 배터리 기반의 저전력에 의존해야 하는 환경이므로 ARM의 가치를 높게 볼 수 있다.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사물인터넷의 시대가 언제 열릴지 모르는데 인수가격으로 2016년 ARM 순이익의 60배를 지불한 것은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 비판한다. 소프트뱅크는 2013년 미국의 통신사 `스프린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부채가 125조원까지 불어 났다. 스프린트 인수도 사물인터넷 시대 도래시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 서비스 할 수 있는 수단(vehicle)을 마련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스프린트는 아직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그러나 이번 딜(deal)은 해 볼만 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브렉시트 이후 파운드가 절하된 만큼 파운드로 거래되는 ARM지분을 싸게 살 수 있었다. 또 지금의 초저금리가 지속되는 상황하에서 버틸 수 있다. 만일 금리가 상승하면 부채로 인한 부담이 구체화되겠지만 손정의씨는 “향후 금리가 오르는 상황이 생긴다면 사물인터넷 같은 신성장 산업이 본격화되어 발생하는 인플레의 경우 외에는 없을 것이므로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물론 비용상승인플레 등 그가 가정하지 않은 일들이 발생할 수도 있겠지만 인류가 사물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되고, 그래야 저성장에서 탈피할 수 있다는 직관은 합리적으로 보인다.단, 손정의씨가 고민할만한 사실은 사물인터넷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편리해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서비스 제공자가 돈벌 수 있는 기회는 기대 이하일 가능성이다. 예를 들어 지금 ARM이 휴대폰에 공급하는 칩(chip)은 다기능이므로 상대적으로 고가이나 사물인터넷에 공급되는 칩은 단기능이므로 부가가치가 낮을 수 있다는 것이다.현재 사물인터넷 보급의 걸림돌은 사이버 보안 문제이다. 개인들의 빅데이터를 얻기 위한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해킹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해커들이 기계장치들을 털어버리면 속수무책이다.그러나 `블록체인`이라는 사이버 보안을 위한 신기술이 이미 나와 있다. 즉 해킹을 해도 개개인 정보가 뿔뿔이 흩어져 있어 별 내용을 얻지 못한다. 그 밖에 블록체인의 장점을 소개하면 소비자들의 금융거래 수수료를 낮출 수 있고, 금융기관들은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는 등 여러가지 매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의 보급이 느린 이유가 기득권의 감추고 싶은 정보가 낱낱이 드러나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이유들이 사치라고 느껴질 만큼 세계경제는 성장이 떨어지고 있다.차가 다니지 않는 도로에는 가로등이 저절로 꺼지고, 신호등은 차와 사람들의 교통량을 감안해 최적으로 점멸되며, 서로 교신하며 달리는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세상을 손정의는 꿈꿀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자동차 판매량은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즉 사물인터넷은 그 자체로 성장을 선사하지는 않는다. 이제부터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고통이 시작돼야 하고, 이를 위해 규제 완화, 새로운 법규 제정이 필요한데 미국, 우리나라 모두 대선을 앞두고 레임덕(lame duck)에 빠져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2016-07-25

잠복된 위험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브렉시트 이후 최대의 수혜자는 힐러리 클린턴이다. 트럼프의 이기주의가 뭇매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대세는 상생이다. 인체에 병원균이 침입했을 때 면역력이 극대화되는 것처럼 브렉시트 이후 세계경제는 살기 위해 스스로의 방어 수단을 끌어올리고 있다. 즉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일사불란하게 통화 및 재정정책에 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공조 속에 위험자산 가격도 안도 랠리(rally)를 보이고 있다.미국의 한반도 사드(THAAD) 배치는 군사외교적으로 예민한 문제이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즈 등 세계 주요 경제지에 미미하게 다뤄졌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군사외교적 갈등이 경제로 번지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지금 세계경제가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으므로 경제적인 화풀이는 `사치`라는 것이다.이런 가운데 미국의 6월 비농업 고용은 5월의 충격을 딛고 28만7천명을 기록하며 서프라이즈를 보였다. 이런 호재가 증시 반등을 돕고 있다. 사실 비농업 고용은 전수조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변동성이 크다.보수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비농업 고용이 3개월 후에 전수조사가 완료되므로 3개월 이동평균을 봐야 한다고 말한다. 이 수치가 2015년 22만명, 2016년 1분기 20만명, 2분기 15만명이므로 감소 추세라고 주장한다. 반면 낙관적인 사람들은 어쨌든 5월 1만1천명의 쇼크는 지났고, 그 이유가 에너지 부문에서의 회복이므로 다음 달 수치도 적어도 15만명 이상의 편안한 상태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북미의 쉐일가스 유전은 쉽게 가동을 멈췄다가 재개할 수 있는데 지난 수개월간 유가가 반등했으므로 이 설비들이 재가동되며 고용도 회복됐을 것이라는 추측이다.그런데 미국의 고용이 견고하더라도 기업들 실적은 감소하는 추세이다. 미국의 대규모 다국적 기업들의 해외 실적이 실망스럽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도 생산성이 하락하고 영업이익률이 떨어진다. 최근 미국 금융기관의 실적 개선은 원자재 가격 반등에 따른 관련 파생상품 가격 회복의 뒤늦은 반영일 뿐이다. 이제는 미국의 수요 회복이 나머지 국가들을 구원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미국도 많이 늙었다.결국 저성장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잠복해 있는 가운데 자산가격 거품을 만들어 이를 숨기는 과정이 되풀이 되고 있다.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가격이 동시에 상승하는 것 자체가 거품의 증거이다. 이제는 투자자들도 이런 분위기에 익숙해지며 긴장의 끈을 놓고 있다. 그러나 거품이 꺼지는 그날은 도적같이 이를 것이다.한국에서 잠복된 위험의 예를 찾아보자. 우리나라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를 하회하기 시작했다. 10년후에는 한국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져 한국의 성장이 미국을 하회할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예전에는 해외 달러자산 투자를 위한 환 헤지(hedge)시 한국 금리가 미국 금리보다 높은 만큼 선이자(carry)를 받았다. 3년전에는 1.5%~2.0%, 작년에는 0.5%~1.0%정도였으나 이제는 금리차가 없어지며 선이자도 소멸됐다.그러다 보니 한국의 보험회사 등 금융기관들의 해외 채권투자가 위축됐고, 그들은 국내국고채 투자에 집중한다. 그럴수록 국내 채권금리가 떨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원하는 금리를 얻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장기채를 사게 된다. 그런데 장기채는 시중금리가 조금만 상승해도 채권가격이 급락한다.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는 기관은 적다. 즉 가격변동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또 시가평가로 인해 금융기관의 자본이 잠식될 수도 있다.이렇게 잠복된 위험 때문에 주식 같은 위험자산이 안도 랠리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서도 안전자산 가격이 크게 밀리지 않는다. 오히려 동반 상승한다. 그렇다고 이들 자산 가격이 상승세를 타지는 못한다. 제한된 범위 안에서 방향성을 가질 수 없어 출렁일 뿐이다. 그렇다면 안전자산이 더 나은 선택 아닌가.

2016-07-18

석유에서 전기로의 이동 가속화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전기는 수력, 원자력으로 만든다. 모자라면 천연가스를 쓴다. 반면 석유는 자동차를 포함한 운송수단의 연료로 주로 사용되며 화학소재를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각국 정부는 전기차의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자동차 연비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사실 현존하는 기술로 충족하기 어려운 것들도 있다. 이런 규제를 모두 충족시키다가는 채산성을 맞추기 어려운 차종도 있다. 만들지 말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연비 조작 사고도 생긴다.각국 정부가 이렇게 전기차로의 이동을 서두르는 이유가 있다. 첫째, 자율주행차는 정밀제어가 가능한 전기차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소유보다는 공유`가 대세가 되어 가는 가운데 서민들이 자동차 유지비를 절감할 수 있는 자동차 공유경제를 만들려면 전기차가 꼭 필요하다.둘째, 두말할 필요도 없이 온실가스 배출의 축소를 위함이다. 과거 겨울철에 영국을 가도 골프를 칠 수 있었다. 시베리아 수준의 위도지만 난류 덕분에 따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의 겨울처럼 골프장 그린이 얼어 있는 경우가 빈번하다. 폭설이 오는 때도 있다. 그 이유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아 담수가 바다로 흘러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바닷물이 싱거워지면 해류의 순환이 약해지고, 그 결과 난류가 북쪽까지 올라오지 않아 추워지는 지역이 많아진다는 것이다.전기로의 이동에 각국 정부가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 생산 단가 하락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즉 전기가 풍부해지는 것이다. 태양광의 경우 발전단가가 석탄발전 수준인 1KWH 당 7달러 수준으로 하락한 지역들이 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모듈의 합리화가 눈에 띈다. 즉 태양광 패널을 효과적인 구조로 설계, 조합해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또 소재도 폴리실리콘에서 순도가 높은 모노실리콘으로 넘어오면서 생산성이 개선되었다. 그 결과 100%의 태양광이 전기로 전환되는 비율이 과거 15%에서 지금은 20%로 개선됐고 25%를 향해 달려 가고 있다. 또그 동안 공급과잉을 만들 정도로 확충됐던 신재생에너지 인프라도 생산 단가 하락에 도움을 주고 있다.이런 움직임에 투자해 볼만한 수혜 산업을 생각해 보자. 첫째, 전기를 많이 사용할수록 송전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미국의 송전회사들을 주목해 볼 만하다. 한국은 한전이 송전을 독점하고 있지만 미국은 전력공급망이 민영화돼 있다. 특히 이들은 과점 상태에 있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 원화절하를 고민하는 한국 투자자들에게 미국주식은 답이 될 수 있다.둘째, 전기차 또는 자율주행차 관련산업이다. 그런데 이들의 핵심 부가가치인 자율주행 인공지능 알고리즘이나 2차전지는 개발자인 구글, 에플, 테슬라 등이 차지하려 들 것이다. 그렇다면 자동차 경량화에 관심을 갖자. 전기차의 한계 중 하나는 출력이 약하다는 것이고 이를 극복하려면 차체를 가볍게 해야 한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 연구되어 왔지만 플라스틱은 열에 약하다는 한계 때문에 제대로 적용되지 못했다. 그러나 전기차는 내연기관보다 열이 훨씬 덜 발생되므로 이제는 폭 넓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셋째, 최근 은값 상승세도 안전자산 선호 외에 태양광 수요 회복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은(silver)은 태양광의 전도체로 사용되며 패널 하나당 120-140mg이 소요된다. 사실 잉크젯(ink jet) 등 신기술로 인해 단위당 은 소모량이 감소할 줄 알았지만 그 부분의 기술 개선은 답보 상태인 반면 다른 쪽에서 원가 절감이 이뤄지며 태양광 수요가 열리고 있다. 덕분에 은 수요가 증가한다.석유는 운송수단에서의 에너지 주도권을 전기에게 양보할 것이고, 화학소재에서도 천연가스의 도전을 받고 있다. 문제는 한국의 산업이 아직도 화학, 정유, 조선 등 석유중심으로 수직계열화 돼 있다는 것이다. 전기로 급하게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상황에서의 대처가 필요하다.

2016-07-11

사람들은 얼마나 이타적일 수 있을까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브렉시트 충격 속에 휩싸였던 증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안정을 되찾았다. 찻잔 속의 태풍처럼 지나가는 모습이다. 우선 매도 물량이 크지 않았다. 리만사태처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면 그 불확실성에서 빠져 나오려는 매도 물량이 쏟아지고, 이로 인해 자산가격이 급락하면 돈을 빌려 자산을 샀던 사람들 가운데 증거금 부족(margin call)으로 매도를 해야 하는 2차 충격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이번 브렉시트는 잔류와 탈퇴가 박빙이었으므로 탈퇴 쇼크에 대비했던 투자자들이 많았고, 그 결과 2차 충격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특히 아시아 증시는 타격을 덜 받았다. 그 이유는 첫째, 아시아 자산은 현지 투자자 비중이 높다. 따라서 진원지였던 유럽의 금융기관 매도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둘째, 브렉시트로 인해 미국의 금리인상은 물 건너갔다. 즉 아시아 증시의 최대 위협 요인이 사라진 것이다.셋째, 유동성이 떨어지는 아시아 자산의 매물부담이 오히려 적을 수 있다. 즉 이런 위기때는 일단 유동성이 높은 자산부터 매도하는 경향이 있다.콕스 의원의 살해 사건에도 영국 국민들은 탈퇴를 선택했다. 그만큼 견디기 힘든 현실이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탈퇴를 결정하자마자 당장 스스로 해결해야 할 경제적 부담들이 제기되고 있고, 영란은행이 양적완화를 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영국인들조차 “탈퇴가 잘 한 결정인가” 다시 생각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다음 총리가 브렉시트 결과를 뒤집을 묘안을 찾을 것이라는 소문까지 흘러 나온다. 정말 없었던 일이 될 수 있을까?그러나 브렉시트는 갑자기 생긴 돌발 행동이 아니다. 즉 `지역간 이기주의`라는 추세의 연장선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은 이기적으로 중국에서 일자리를 뺏어 왔다. 미국은 건강해질 수 있지만 중국은 더 어려워진다. 누가 중국에게 투자할까? 서로가 균형을 이룰 때 서로 믿고 투자할 수 있고 자금도 순환된다. 지금의 문제는 이기적인 생각들로 인해 시장이 분열되고, 이로 인한 교역 및 투자의 감소(de-leveraging)는 그 자체가 저성장을 의미한다는 것이다.미국은 시장의 균열을 막기 위해 일단 참았다. 균열은 끝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국 연준 금리 선물 (Fed Fund Rates Futures)에 반영된 올해 내 미국의 금리 인상 확률은 브렉시트 이전 50%에서 15%로 낮아졌다. 심지어 추가 양적완화 이야기까지 흘러나온다. 과연 미국이 이웃들을 위해 얼마나 오랫동안 인내할 수 있을까?지금은 생존을 위해 결속력이 유지되고 있다. 반면 이기주의의 근원은 인구 노령화로 인한 저성장을 점점 더 감당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인구 노령화의 표본인 일본의 경우 65세 이상의 인구가 1/4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당연히 경제활동인구가 부족해지고, 이를 여성들이 메워야 한다. 그 결과 출산율이 떨어지고 인구 노령화가 심화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갖는다. 문제는 이런 인구 노령화가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국까지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지금의 결속력을 깰 수 있는 근원은 살아 있다.리만사태 이후 세계 도처에 나타났던 부실을 중앙은행들이 성공적으로 잠재울 수 있었던 힘도 `공조`였는데 시장에 균열이 생기면 어려워진다. 특히 `마이너스 금리`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결과가 유럽, 일본에서 확인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금리를 추가 인하할 수 있는 부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즉 중앙은행들이 쓸 수 있는 대책도 상당히 고갈된 상태이다.시장의 균열을 이유 있는 추세로 본다면 시간이 갈수록 이를 막아낼 수있는 대안이 사라질 것이다. 최근 시장이 정상을 되찾으며 폭락했던 위험자산의 안도랠리가 있었지만 그럴수록 길게 보며 안전자산을 확보해 가는 투자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

2016-07-04

브렉시트, 그 이후…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영국 국민들은 EU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세계가 쇼크를 받고 있다. 사실 영국은 EU내 다른 국가들에 비해 경제가 건강한 편이다. 실업률도 5%대, GDP성장률도 연 2%대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왜 세계는 이토록 떨어야 하는가? 결국 세계경제가 흔들리는 이유가 영국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경제 시스템에 대한 우려이다.80년대 이후 “큰 것이 아름답다”는 기류가 형성됐다. 수요가 증가하는 시기였으므로 70년대 닉슨쇼크, 오일쇼크처럼 시장 기능에 차질만 만들지 않으면 된다는 입장이었다. 즉 시장을 크게 통합하면 보이지 않는 손이 일을 해서 소비자들이 양질의 제품을 싸게 살 수 있고, 이런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최선이라는 자유주의가 득세했다.그런데 부작용이 생기기 시작했다. 기업들도 조직을 대형화하면서 효율화를 추구했고 그만큼 원가경쟁력을 얻었는데 그 과정에서 “큰 것이 망하지 않더라”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좀 방만해지거나 무모한 투자를 해도 무너지지 않으면서 대마불사(too big to fail)라는 역기능이 생겼다.이제 큰 조직이 깨지기 시작하면 규모에서 오는 효율성은 소멸된다. 즉 원가가 상승하고 비용상승 인플레가 나타나기 때문에 정부는 금리를 올려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된다. 또한 대마불사 밑에 숨어 있던 기업들의 부실 및 도산 위험이 드러나게 된다. 이 모두가 자산가격 거품을 터뜨리는 요인이 된다.더 큰 문제는 금융기관들이 취약해져 있어 작은 충격에도 세계경제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시대의 위험은 금융기관의 도산 위기라고 해도 좋다. 세계경기 침체를 해소하기 위해 금리를 낮췄는데 그 독(poison)은 금융기관으로 번졌다. 즉 장단기 금리차를 먹고 사는 금융기관들인데 그 먹이가 없어지고 심지어 금리가 마이너스로 들어가며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최근 독일의 10년물 국채금리조차 마이너스로 들어갔다. 보험사처럼 위험에 대한 인내력이 약한 곳은 국채를 살수밖에 없다. 그런데 장기 국채 금리까지 마이너스로 간다면 사실상 영업이 어렵다. 그래서 아직 금리가 플러스인 장기 국채를 선취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그 결과 30년물, 50년물, 심지어 100년물까지 매수세가 몰리며 가격이 오른다. 즉 이들의 금리도 제로(zero)를 향해 추락 중이다.경제도 살기 위해 적응해가는 유기체이다. 각국 정부는 시스템을 깨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말이다. EU도 영국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더 들어주며 타협을 시도할 것이다.그러나 문제의 본질을 들여다 보자. “곶간에서 인심 난다”는 속담이 있다. 상대적으로 형편이 괜찮은 영국이 EU를 이탈해 살 길을 찾아보고, 미국조차 트럼프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등 이기주의가 팽배해진 이유는 오랜 경기 침체에 지쳤기 때문이다. 이제는 신흥시장의 인구조차 늙었고, 이로 인한 침체는 구조적이다. 이런 가운데 큰 시장이 주는 혜택은 별 위안이 안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향해 떠나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기존 시스템에 불만을 토로하는 세력들도 점점 늘고 있다.규모는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새로운 것을 만들려면 기존의 틀을 깨야 한다. 브렉시트가 그 서막이었다고 회상할 날이 올 것이다. 단, 그 과도기의 충격은 피할 수 없다. 그럴수록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는 강해진다.한편 궁극적인 해법은 신성장동력의 발견이다. 그것은 인간의 머리 속에 있다. 살기 어려울수록 비상한 창의적 생각들이 나타난다. 기존의 규제들이 이들을 가로막고 있으나 문제가 심각해질수록 규제는 빠르게 해소될 수밖에 없다. 현재 규제에 눌려 창의성이 사업화되지 못하는 대표적인 업종은 유전자와 금융플랫폼이다.

2016-06-27

유통업의 진화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노래가 있다. 비디오가 보급되면서 노래 잘하는 가수가 설 자리를 잃는다는 내용이다. 패러다임(paradigm)이 바뀌는 국면마다 이 노래가 생각난다. 유통업에서 온라인(on-line)이 오프라인(off-line)을 대체하고 있다.미국에서 월마트가 아마존에게 유통시장 점유율을 빼앗긴 것이 이러한 변화의 대표적인 예이다. 월마트는 오프라인에서 기득권을 포기할 수 없어 온라인으로의 이동에 소극적이었지만 대세를 거스를 수 없어 온라인 사업에 뛰어들었다.그러나 아마존 온라인 쇼핑몰은 제품 구입시 물건을 집까지 택배로 배달해 주는 반면 월마트의 경우 오프라인 점포까지 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래서 월마트도 최근 아마존이나 구글의 온라인 쇼핑몰처럼 우버(Uber) 등과 제휴하여 택배를 약속했다. 과연 월마트는 이런 비용을 지불하고 온라인에서 아마존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 왜냐하면 온라인 쇼핑몰을 찾을 때 소비자들은 먼저 자신이 구입하고 싶은 물건을 검색한다. 아마존을 통해서 검색하는데 그 안에 쇼핑몰이 있으니 바로 가면 되는 것이다. 구글도 이런 이점을 이용한다.한국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은 먼저 네이버를 통해 검색하고 11번가나 G마켓으로 간다. 언젠가 G마켓이 네이버를 통해 오는 통로를 차단한 적이 있다. 그 결과는 11번가 점유율의 상승이었다. 즉 네이버 검색이 온라인 트래픽(traffic)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향후 네이버는 자체적인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어 이런 지배력을 극대화할 것이다.온라인이 망가뜨린 또 하나의 사업은 홈쇼핑이다. 백화점의 경우 신규 출점을 해서라도 성장을 도모할 수 있지만 홈쇼핑은 TV방영시간을 더 늘릴 수도 없고, 채널을 늘리려 해도 규제, 허가 산업이므로 불가능하여 온라인 쇼핑몰의 저가 공세를 극복할 대안이 부족했다. 동남아 등 해외시장에서 국내 인기 품목을 소개하며 활로를 찾을 수 있겠다고도 생각했지만 한국과의 구매력 차이로 인해 아직 지지부진하다.특히 홈쇼핑도 저가를 표방했지만 판매시간이 제한적이므로 단위 시간당 매출을 올려야 했고, 그 결과 단위 구매량이 컸다. 즉 객단가는 낮지만 쓸데없이 많이 사게 되어 버리거나 이웃에게 나눠주는 경우도 흔해 불평이 많았다. 이를 온라인 쇼핑몰이 깨끗하게 해결해 준 것이다.이렇게 대세가 된 온라인 쇼핑몰들은 행복한가? 한국의 온라인 쇼핑몰들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해외에서도 치열한 경쟁 속에 수익성이 내려간다. 즉 생활이 편해지고 스마트해질수록 혜택은 소비자에게로만 돌아가고 기업들은 말라 간다. 온라인 업체들이 제살 깎아 먹는 경쟁을 하는 이유는 소비자들의 빅데이터(big data)를 모아 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 줄 수 있는 서비스를 언젠가는 할 수 있고, 그것만이 돈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결국 먼저 소비자를 기쁘게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한 곳만 살고 나머지는 사라지는 싸움이 될 것이다. 이것이 효율화된 스마트 사회의 한 단면이다.한편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물건을 싸게 사기 위해 할인점이나 아웃렛을 찾았다. 그러나 이제는 싸게 사기 보다는 편하게 사고 싶다. 많이 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네 편의점을 찾는다. 인구노령화로 인한 저성장이 바꿔 놓은 장면이다.특히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면서 편의점에서 파는 간편식이 인기다. 사실 한국은 저렴한 대중음식점이 발달해 있고 낮은 인건비 덕분에 배달도 잘 되어 이런 편의점 간편식이 일본처럼 자리잡을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그러나 이미 전국적으로 인기가 검증된 제품을 바탕으로 대중에 접근했다. 어쩌면 편의점이 가장 먼저 소비자들의 빅데이터를 이용하여 그들만의 PL(Private Label) 상품을 내 놓는 등 수요를 창조하는 선봉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2016-06-20

한국의 드라마 콘텐츠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사랑이 뭐길래`, `아들과 딸`, `대장금` 등 한국을 대표하는 드라마들을 떠올릴 수 있다. 한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피폐해진 민중의 정서를 달래준 것들이다. 한류드라마가 중국에서 어떻게 그런 흥행을 기록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지치고 고독한 군중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스킬(skill)이라 대답하고 싶다. 한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드라마가 없었다면 민중은 더 많이 분노하고 폭동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중국 정부는 산업화 속에서 지쳐가는 군중을 달래야 한다. 이 부분에서 한국은 중국의 선배다.그런데 한국의 드라마 제작업체들은 변변한 이익을 내지 못했다. 그 이유는 제작비용이 엄청나서 실패시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자금조달이 어려워 대형 방송국의 하청업체로 일 하다가 홀대 받기가 일쑤였다. 유능했던 드라마 프로듀서인 김종학씨의 자살 배경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그런데 지금은 자금조달이 훨씬 수월해졌다. 그 결과 더 많은 드라마 제작 경험을 갖게 되고 흥행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PPL(Product Placement) 광고가 드라마 제작사들의 이익에 큰 보탬이 되기 시작했다. 드라마 제작사 NEW가 제작한 `태양의 후예`의 실적 기여도가 2분기에 드러날 예정인데 PPL광고가 큰 몫을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TV를 보다 광고가 나오면 채널을 돌리게 된다. 강요받는 것 같아 스트레스가 된다. 반면 인기있는 드라마 속에 녹아있는 PPL은 저항감이 없다. 광고주들도 거부감이 있는 기존 미디어 광고에서 서서히 PPL등 시청자들이 원하는 광고쪽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특히 VOD (Video On Demand)를 통해 드라마를 두고두고 시청하게 되면서 PPL광고도 반복 효과를 거둘 수 있다.한편 인구의 노령화가 심해지며 빈곤의 문제가 커진다. 노후를 대비하려고 더 많은 저축을 한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펀드에 편입된 자산(AUM) 규모는 성장이 크게 둔화되고 있다. 이제는 너무 늙어 펀드 환매를 통해 생계비를 얻어 써야 하는 규모가 커지기 때문이다. 효율적인 신경제가 뜨고 있지만 이는 비효율적인 구경제의 시설과 고용을 먼저 밟는다. 결국 인류는 비용을 절감해야 하며 그 해법으로 등장한 것이 공유경제(Sharing economy)이다.음악 콘텐츠의 경우 다운로드(download) 받는, 즉 음원을 사는 애플의 i-Tunes는 위축되는 반면 듣고 싶을 때 저가의 비용을 내고 스트리밍(streaming) 받는 Spotify가 성장했다. 이제 대세는 소유에서 공유로 옮아간다.드라마 콘텐츠도 Netflix처럼 스트리밍이 대세이다. 그러려면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해야 한다. 그래서 애플은 타임워너(Time Warner) 인수에 관심을 보인다. 그런데 스트리밍 서비스는 저가이므로 인구가 많은 쪽이 절대적으로 큰 시장이다. 아시아는 세계 전체인구의 60%를 차지하고 있고, 여기서 한국 드라마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점에서 Netflix도 한국 드라마 콘텐츠의 가치를 높게 볼 것이다.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으로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음원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인 유튜브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Netflix라는 세계적인 드라마 플랫폼이 뜨고 있으며 이는 한국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퍼져나갈 수 있는 창구를 제공할 것이다. 또한 Netflix도 중국시장에 진출하기 전에 드라마 콘텐츠를 한국에서 제작해 품질을 검증 받고 싶어하는 눈치다.그러나 한국의 드라마 콘텐츠 제작업체들은 기업지배구조가 투명하지 못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즉 주주들의 부에 반하는 행동을 언제든 할 수 있다는 의심을 받는다. 일각에서는 “누가 딴따라 아니랄까봐….”하는 비난도 쏟아낸다. 한국의 드라마가 세계 속에 우뚝 서려면 가장 기본적인 부분부터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

2016-06-13

토끼장세와 대안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미국 연준이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증시가 약했었다. 또 여름에는 원래 약세장이라는 이야기도 더해졌다. 1973년 이후 SP500의 연평균 수익률은 10%가량인 반면 5~9월 평균 수익률은 제로에 가깝다. 또 미국이 중국에 가장 적대적인 베트남과 가까워지며 중국을 자극하는 것도 불안했다.그런데 금새 분위기가 바뀌었다. 유로 재무장관들과 IMF가 만나 그리스 채무 재조정에 합의하는 모습이다. IMF를 통해 미국의 의중을 읽을 수 있다. 미국이 시스템을 흔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즉 금리를 올려도 눈치를 보아 가며 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중국과의 갈등도 외교차원에 국한될 것이라는 기대도 생긴다. 경제는 경제대로 풀어간다는 것이다. 한편 영국이 EU탈퇴를 놓고 국민투표를 하는데 투표일(6월 23일)이 다가올수록 사전 의견 조사에서 잔류 의사가 탈퇴하자는 쪽보다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 안도 랠리를 불러왔다.빈번하게 증시의 방향이 바뀌는 모습을 토끼장세(bunny market)이라고 부른다. 글로벌 매크로 헤지펀드들은 2014년말까지는 거시경제 변수를 놓고 베팅(betting)을 했을 때 그 추세가 한 달은 지속됐는데 이제는 일주일만에 바뀐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성장의 기회가 사라지고 점점 더 정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세계 주식형 펀드들의 포트폴리오 내 평균 현금보유율이 5.5%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이는 2011년 미국이 공화당의 반대로 부채한도를 올리지 못해 디폴트 우려가 생겼을 때보다, 그리고 그리스의 유로 탈퇴 우려가 고조됐을 때보다 높은 수준이다. 주식에 투자하라고 준 돈을 현금으로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성장하는 주식을 찾을 수 없음을 의미한다.미국조차도 생산성이 30년만에 둔화되었다. 선진국은 모든 것이 개발됐고, 경제가 정체됐으므로 생산성이 개선되는 만큼 성장할 수 있는데 그 여력을 얻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트럼프는 설비를 해체해서 블루 칼라의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주자고 호소한다(anti-establishment). 그가 예상 외의 지지를 얻는 것을 보면 미국도 성장보다는 분배 쪽에 무게중심을 두는 모습이다.문제는 토끼장세가 역사적으로 오랜 강세장의 종료, 또는 약세장의 시작 전에 나타났던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즉 불길한 징조이므로 투자자들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이렇게 오락가락 하는 증시에서도 화끈하지는 않지만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하는 자산들이 있다. 귀금속과 배당주이다. 앞으로 성장 또는 부가가치할 기회가 줄어든다면 과거에 벌어 놓은 돈이 더 커 보일 것이다. 현금을 많이 벌어 쌓아 놓고 배당으로 나눠줄 수 있는 기업에 관심이 커질 수 밖에 없다.한편 그 동안의 엄청난 양적완화를 감안하면 기업부도 우려로 인한 신용 스프레드(credit spread)가 훨씬 더 줄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은 투자자들이 아직 신용위험을 걱정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 결과 귀금속과 같은 안전자산, 신용등급이 높은 채권, 그리고 배당주처럼 채권 같은 주식에 더욱 관심이 가는 추세이다.만일 미국이 조금이라도 금리를 인상하면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가 더욱 증폭될 것이다. 이때 기업은 신용등급을 개선하기 위해 잉여자금으로, 또는 사들였던 자사주를 팔아 부채를 상환하려 할 것이다. 이로 인해 그동안 인기가 있었던 자사주 매입 소각 펀드는 초라해질 수 있다. 반면 배당성향은 함부로 내릴 수 없기 때문에 배당주 펀드의 인기는 지속될 것이다.시간이 갈수록 기대 수익은 떨어지고 투자위험만 증가하는 모습이다. 그 결과 점점 투자자들이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서 이탈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정치인들은 얼마나 오랫동안 달래며 자산가격 버블을 유지할 수 있을까?

2016-05-30

기술주도 늙었는가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워렌버핏은 최근 애플 주식을 981만주 샀다고 발표했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는 기술주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는 통제할 수 없는 변수를 혐오한다. 그의 입맛을 표현하자면 첫째, 제품의 수명주기에 있어 도입기,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 쇠퇴기에 들어선 기업 가운데 구조조정이 일단락되었고, 진입장벽이 높아 경쟁이 없는 것들을 선호한다. 둘째, 업계 1위 브랜드와 함께 내부에 남이 모방할 수 없는 핵심경쟁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가 삼성전자가 아닌 애플을 산 이유이다. 셋째, 잔존가치가 높아야 한다. 즉 오랜 영업을 통해 사내에 유보된 가치가 많아야 한다. 넷째, 이런 기업들 가운데 싼 것들을 주워 담는다. 즉, 성장에 대한 프레미엄이 빠진 늙은 주식들을 좋아한다.2011년에 그는 IBM에 투자했다. 그 당시 기술주라면 차라리 화끈한 성장이 있는 애플에 투자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질문이 있었다. 그는 “IBM의 주가 하락 위험이 덜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애플, 구글의 주가 상승을 이해할 수 없다”고 폄하했었다. 그는 알 수 없는 성장에 프리미엄을 지불하지 않는다. 그래서 IBM이 늙을 때까지 기다린 모양이다. 이런 독특한 취향을 대부분의 시장참여자는 싫어한다. 김 빠진 사이다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칼 아이칸은 최근 애플 주식을 모두 팔아 치웠다고 발표했다. 워렌버핏은 이렇게 독특한 영역에서 다른 이들과 경쟁 없이 그가 좋아하는 주식을 싸게 즐긴다.애플이 워렌버핏의 선택을 받았다는 것은 기술주가 늙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세계경제의 성장을 이끌 것인가? 양적완화를 통해 부실을 숨기고 있는 이유는 신성장동력이 나타나 쓰러진 세계경제를 구원할 것이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인데 그 희망이 사라진다면 미국의 통화정책도 효과를 잃어버릴 수 있다. 즉, 돈이 자산에서 이탈하며 자산가격 거품이 붕괴될 수도 있다.여기서 기술주들이 왜 늙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첫째, 인구의 고령화를 들 수 있다. 스마트한 서비스가 소개될 때 먼저 반응하는 측은 젊은 층(early adapter)이다. 그 서비스가 확산되려면 노인들에게 보급되어야 한다. 그러나 노인들은 조용히 살고 싶다. 그리고 살아온 이력 때문에 고정관념도 있다. 이런 노인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다.둘째, 과도기에 겪는 진통(crisis)이다. 기업이든, 산업이든, 기술이든 도입 후 한번의 성장이 있은 후 2차 성장을 앞두고 진통이 있다. 기술적인 장벽이나 만일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의 마련 등이다. 예를 들어 태양광 패널에 전도체로 은(silver)이 쓰이는데 지금은 패널 한 장당 120~150mg이 소모된다. 이 정도에 머물면 태양광 시장은 열리지 않는다. 잉크 젯(ink-jet) 분사 방식을 쓰면 10~-20mg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하는데 문제는 시간이다. 또한 빅데이터(big data)는 사람을 편리하게 하지만 사생활(privacy)를 어디까지 공개해야 할지 그 기준을 정하는데도 시간이 필요하다.바이오텍의 경우 초기에 시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이것이 인류의 미래라고 생각되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 그러나 주가는 조정 국면에 있다. 바이오텍이 우리들에게 소개될 때 누적되어 있던 기술들이 한꺼번에 알려졌었다. 투자자들은 계속 그 속도로 새로운 기술들이 소개될 줄 알았지만 그것은 오해였다. 있었던 기술이 알려졌을 뿐 그 속도로 신기술이 개발되는 것은 불가능하다.인류는 급작스러운 공허함에 빠져들고 있다. 신성장동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과대평가한 것 같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시간을 벌 수 있을까? 경제는 살기 위해 적응해 가는 유기체이다. 어려움이 클수록 규제 개혁이 과감해지거나 신기술 개발에 적극성을 보일 것이다. 문제는 꼭 어려움을 겪은 후 그런 노력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일단 비 옷을 준비하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2016-05-23

저금리의 역기능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미국의 소비와 고용이 예상을 하회했다. 독일도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옐런 미국 연준 의장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증시가 너무 유동성에만 의존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저금리는 만병통치약인가? 그 부작용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첫째, 저축이 증가하며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그동안 금리가 낮아지면서 가계부채 부담이 큰 미국인들은 가처분 소득이 늘어 소비를 늘려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저금리가 만성화됨을 깨닫고 노후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즉 지금 낮아진 금리를 감안하면 저축을 더 늘려야 노후를 대비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둘째, 어쩔 수 없이 위험자산을 늘려야 한다. 보험사처럼 위험에 대한 인내력이 낮은 기관들조차 지금의 저금리를 견딜 수 없어 자산운용업에 뛰어들고 있다. 나중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위험이 싫은 투자자들은 더 안전자산으로 피하며 신용등급이 높은 채권의 수익률은 더 낮아지고 있다.한편 위험자산을 더 늘려야 하는 기관투자자들은 위험 노출분을 관리하기 위해 투자 포트폴리오 내 자산을 다변화해야 한다. 최근 대체투자자산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좋은 이유가 장기적으로 의도된 수익률을 얻는 원칙 덕분에 운용자의 실수를 방지하는 부분도 있지만 수급적으로도 주식, 채권과 같은 재래식 자산에서 다변화 차원의 대체투자 자산으로 유동성이 몰리는 요인도 있다.셋째, 생산성이 하락한다. 이로 인한 물가상승이 우려된다. 초저금리로 인해 구조조정에 실패하고 있다. 즉 산업 내 강자는 분명히 경쟁자를 제거했다고 생각했는데 저금리로 인해 죽지 않는 것이다. 아이야코카는 “기업의 도산은 자본주의의 건전한 카타르시스”라고 묘사했다. 경쟁자를 제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들은 RD의욕을 상실하고 있다. 기업의 RD 투자는 6년내 최저로 하락했다.RD 투자를 떨어뜨리는 요인은 또 한가지 있다. 지금은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어 어느 쪽으로 RD를 해야 할지 방향을 잃은 상태이다. 과도기에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이로 인해 생긴 생산성 하락은 물가를 위협하고 있다.리만사태 이후 세계경제는 지속적으로 금리를 낮추며 부실들을 숨기고 자산가격 거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제 그 부작용들이 나타나며 증시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있을까? 즉 비용상승 인플레가 나타나며 미국이 어쩔 수 없이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 야기될 것인가?우선 미국의 최저 임금이 지금의 시간당 7.25불에서 추진 중인 10.1불로 오르는 경우를 감안해야 한다. 인건비는 물가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또한 앞서 언급한 대로 생산성이 하락할수록 물가가 오르게 되어 있다. 한편 미국에서 트럼프 같은 이기주의자의 지지율이 오르는 것을 보면 미국도 먹고 살기 힘든 모양이다. 미국이 계속해서 중국 등 신흥시장으로부터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경우 미국은 인플레, 신흥시장은 디플레 현상이 심화될 것이고, 이러한 불균형이 증시를 붕괴시킬 수 있는 근본적 요인이 될 수 있다. 리만사태 이후 세계경제가 안정을 되찾은 결정적 이유는 국가들 간의 정책공조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최근 미국의 소비가 위축되는 것이 불안하다. 미국이 건강해야 중국에서 일자리를 덜 빼앗을 것이다. 독일도 불안하다. 제조업 중심의 독일이 중국성장 둔화 등 2차산업의 침체의 영향을 받고 있다. 독일이 건강해야 그리스를 지켜줄 수 있을텐데 걱정이다.설령 세계경제가 회복돼도 주가는 오히려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그로 인한 기업실적 개선 폭보다 시장에서 자금이 빠지는 속도가 더 빠를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빚잔치 중이고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할 날이 올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16-05-16

한국판 양적완화, 괜찮은가?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양적완화란 중앙은행이 윤전기를 돌려 화폐를 찍고 시중에 푸는 것이 본래의 의미다. 목적은 풀린 통화량이 자산을 따라 다니며 가격을 올리는 바, 우려하는 디플레를 방어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한국형`이라는 단어가 붙은 것은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발행한 화폐로 부실기업 또는 부실은행을 직접 지원할 수 있다는 단서가 붙었기 때문이다.본래 중앙은행은 통화량 조절의 기능만 있을 뿐 신용위험이 있는 자산에 투자할 수 없다. 그동안 경제에 부실이 생기면 공적자금을 조성해 민간부채를 정부가 흡수해 왔는데 이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번에는 한국은행이 직접 자금을 투입하자는 제안이다. 이렇게 원칙을 벗어난 정부의 제안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의 행동이 참고가 됐을 것이다. 은행 및 기업의 부실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ECB는 오는 6월부터 회사채를 매입하기 시작한다.야당은 이러한 정부의 시도에 비겁하다고 비난한다. 경제정책에 실패했으면 먼저 용서를 구하고, 떳떳하게 공적자금을 조성해야 하는데 편법을 쓴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지금의 부실을 전적으로 현 정부의 탓으로 돌리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경제의 노령화는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다. 김대중 정부가 이를 감지하고 벤처기업을 장려했었다. 불행하게도 그들을 육성하는데 실패했다. 노무현 정부가 한국의 민주를 한 단계 발전시켰을지는 모르지만 그들의 집권 5년이 한국경제에 있어 잃어버린 시간으로 생각된다. 경제성장 모델을 놓고 반성이 필요했는데 그러질 못했고, 그 후에는 잘못된 방향으로 내달려 왔다.잘못을 누구에게 돌리기 이전에 야당에 묻고 싶다. “한국판 양적완화, 해서는 안 되는가?” 안 된다고 이야기하지 못할 것이다. 당장 고통을 현실화했다가는 그들을 지지하는 표가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들은 양적완화의 부작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다.양적완화는 미국, 유럽, 일본에서 있었다. 모두들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고 시간만 버는데 그쳤다. 미국은 양적완화를 통해 시중금리를 낮췄다. 가계부채가 큰 미국인들은 낮은 이자부담 덕에 소비를 늘릴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노후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이런 저금리가 만성적이라면 지금 저축을 더 해야 노후를 대비할 수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그 결과 소비가 실망스러워지고 있다.일본의 양적완화는 엔화절하를 유도하여 아직 경쟁력을 잃지 않은 수출기업이 많은 돈을 벌고 종업원들의 임금을 늘려주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실패였다. 대표적인 예로 유니클로(Uniqlo)는 엔저로 인한 의복 수입 원가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일본 내 옷 값을 올려봤다. 임금소득이 증가했다면 옷 값 상승을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러나 결과는 판매 급감이었다. 유럽은 남유럽 사태 이후 부실과의 전쟁 중이다. 독일의 관용 속에 부실을 흡수하고 있지만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수준이다.결론적으로 양적완화는 문제해결 능력이 없고, 단지 시간벌기이다. 특히 한국경제의 구조가 제조업 중심이므로 자칫 풀린 돈이 생산요소로 흘러들면 비용상승 인플레가 심각해질 수 있는 부작용도 있다. 수출기업 노후화와 함께 평가절하 압력을 받고 있는 원화의 가치도 양적완화로 인해 절하 속도가 가팔라질 수도 있다. 그러면 수입물가는 더욱 빠르게 상승한다. 이 경우 물가상승 부담은 자산을 갖지 못한 서민들에게 돌아온다. 지금은 석유 등 원자재 가격 하락 덕분에 물가 상승 부담이 숨겨져 있으나 양적완화로 인해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악성 인플레가 나타날 수 있다.박근혜 정부는 양적완화를 해서 시간을 벌었을 때 할 일(action plan)은 갖고 있는가? 기능을 회복할 수 없는 부분을 발견해서 과감히 잘라 내고, 신성장동력 관련 규제를 빠르게 풀어 한국 경제에 새 살을 돋게 해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고통스럽지만 지금 고름을 짜는 편이 낫다. 단순히 시간만 번다면 그 만큼 부실이 커지기 때문이다.

2016-05-09

유전자는 의사들의 전유물인가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박근혜 대통령은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의사들의 도움 없이 민간 기관에서 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오는 6월말부터 단계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정부가 이처럼 유전자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질병 예방에 있다. 인구 노령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병이 걸린 후 치료하면 건강보험 재정이 턱없이 부족해진다는 것이다.유전자가 치료의 도구로써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인간의 유전자 지도를 그리는 시퀀싱(sequencing) 비용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 수천만원에 이르던 것이 지난해부터 100만원으로 하락했고, 10만원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기술도 이미 개발된 상태이다. 이제 신생아에게 의무적으로 유전자 지도를 그려줄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미국의 23Me라는 회사는 소비자가 자신의 구강 상피세포를 채취해서 택배로 보내면 유전자를 분석하여 언제, 어떤 병에 걸릴 확률이 얼마일지 알려준다. 이는 다소 고가의 서비스다. 그 외에도 의뢰자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선정해 주고, 체질에 맞는 약품을 추천한다. 사실 우리가 무심코 먹는 약들이 환자 체질에 따라 그 효과가 천차만별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독이 될 수도 있다. 또 유전자를 분석해서 체질에 맞는 운동법과 음식을 고를 수 있고, 임산부의 경우 태아의 기형 여부를 알기 위해 양수를 채취할 필요 없이 산모의 혈액만으로 태아의 건강을 점검할 수 있다.한국에도 이런 서비스를 개발한 민간기업이 있었지만 그동안 국내 활동 허가가 나지 않아 중국 등지에서 영업을 시작했었다. 의사들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반드시 의사를 통해 이뤄지도록 규정해 왔다. 이번에도 진료에 관한 한 유전자 분석은 의사들의 영역이라고 주장한다.과연 그럴까? 우리는 군대에서 적응하지 못해 불행한 사고를 낸 윤 일병과 임 병장을 기억한다. 그들을 꼭 군대에 보내야 했을까? 현대 의학은 그들을 군대에 보내지 말아야 한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그런데 유전자 정보의 데이터 베이스가 커지면서 “이런 형태의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조직 적응력이 극히 부족해서 사고를 낼 확률이 높다”는 통계적 유의성을 얻을 수 있다. 즉 이런 해법은 의학이 아니라 통계의 영역인 것이다.미국에 FDA가 있듯 한국에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있다. 민간업체들의 유전자 분석 서비스에 문제가 있다면 국민보건 안전을 담당하는 기관이 통제할 것이다. 굳이 그 서비스가 의사를 통해야만 한다는 논리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유전자 마커(marker)들의 기능이 알려질수록 유전자를 편집해서 치료하는 방법들이 개발되고 있다. 2013년부터 급물살을 탄 것 같다. 바야흐로 이제 헬스케어의 중심은 유전자다. 이런 가운데 만일 의사들의 기득권 때문에 국내에서 관련 서비스가 지연되고 한국인들이 미국 등 해외기업을 이용할 경우 우리는 유전자 정보에 있어 종속될 가능성도 있다. 즉 해외업체가 한국인 유전자를 먼저 분석하고 관련 특허를 낼 경우 한국인 유전자 정보를 얻기 위해 해외업체에 로열티를 지불하게 될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지금 한국이 농산물 종자를 사 올 때 카길(Cargill)에 로열티를 지불하는 것과 같은 경우다.의사들은 주로 내시경, 영상진단을 통해 암을 진단한다. 그리고 비싼 진료비를 받는다. 그러나 췌장암, 폐암 등 조기 발견이 어려운 암들이 많다. 환자의 혈액 내 유전자 이상유무를 통해 암을 간단하고 저렴하게 진단할 수 있다면 서민들에게 복된 소식일 것이다. 또한 암을 치료한 환자들이 재발 여부를 점검할 때도 편리한 방법이다.박근혜 대통령은 기득권을 가진 의사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용기 있는 싸움이다. 이를 통해 의사들의 밥그릇 크기는 줄겠지만 수많은 젊은이들이 훨씬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것이다.

2016-05-02

한국의 자동차는 괜찮은가?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한국이 신흥시장의 추격에서 가장 늦게 따라잡힐 산업은 자동차라고 생각했었다. 왜냐하면 우리도 배우는 데 많은 고생을 했기 때문이다. 도면을 보여 줘도 이해하지 못할 만큼 자동차는 사람의 경험치가 많이 녹아 있다. 그 어려움에 정주영이라는 젊은 거인의 도전이 열매를 맺어 한국은 1인당 GDP가 3만불에 못 미치는 나라 중 유일하게 차를 제대로 만들 줄 아는 국가가 됐다. 이대로만 가면 우리의 원가경쟁력은 계속 드러날 것이다.그러나 불행하게도 자동차 산업의 판(paradigm)이 바뀌고 있다. 최근 자동차 공유(car sharing)가 대세다. 저성장 속에 소비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경비절감이다. 가계의 가장 큰 부담은 거주비와 자동차 운영비인데 차는 집보다 훨씬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다. 자동차 공유는 차 업계에 치명적이다. 그만큼 자동차 수요의 감소를 예고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자동차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것은 이미 공유 경제가 그들이 거부할 수 없는 대세가 되었음을 의미한다.자동차 공유는 세가지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첫째, 자율주행차다. 차량 내 소프트웨어에 여러 사람의 서비스 사용 일정을 입력하면 차가 알아서 돌아다닌다. 주차비를 고민할 필요도 없다. 구글, 애플이 주도하며 GM, Ford가 가세했다.둘째, 도심 내에서 소형 전기차를 택시 잡듯 쉽게 렌트(rental)하고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할 경우 고속전철을 이용한다. 다른 도시에 진입하면 다시 소형 전기차를 쉽게 빌려 쓸 수 있으니 굳이 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테슬라(Tesla)가 최근 Model3라는 보급형 전기차를 선보였다. 한번 충전에 346km를 갈 수 있다면 도심내 1일 주행은 문제 없을 것이다.셋째, 최근 BMW는 자사 제품을 구입한 사람들과 소통해 이들이 차를 쓰지 않을 때 BMW를 살 형편이 안 되는 젊은이들이 시간제로 이용할 수 있도록 연결시켜 주는 서비스(mobility provider)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제는 BMW조차 기계를 파는 것보다 사람들의 필요를 엮는 플랫폼에 관심을 둔다.이런 가운데 현대차는 아직 품질개선에 집착한다. 욕구불만일까? 1989년 미국에 처음 수출을 했다가 품질불량으로 쫓겨났던 아픈 과거가 있었다. 2005년 NF소나타를 출시한 이후 우리 기술로 엔진을 독자 설계하면서 품질이 급격히 개선됐다. 부는 따라왔다. 그러나 그것이 현대차의 초심을 잃게 한 계기가 된 것 같다.현대차는 `제 값 받기`를 원하며 차 값을 인상했다. 당연히 그럴 자격이 있고 그래야 한다. 그러나 그때부터 겸손을 잃어 버린 것 같다. “우리 제품을 인정하지 않으면 사지 말라”는 식으로 변질된 것처럼 보였다. 현대차를 방문했을 때 접수 방법을 모르자 리셉션에서 잡상인 취급하는 모습을 보며 거만해진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정주영은 배움을 위해 미쓰비시에 고개를 숙였다. 갈급함이 사라진 가운데 무슨 혁신이 있겠는가?정몽구 회장은 성공한 경영인이다. 그의 부친처럼 직관과 추진력으로 2000년대 중반 놀라운 의사결정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지도력이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창조는 카리스마에서 싹트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싹은 창조라는 환경을 필요로 한다.주식은 만기가 없는 증권이라고 가르친다. 틀린 가르침이다. 기업도 죽는다. 사람의 수명처럼 죽는 시기를 모를 뿐, 늙고 죽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죽는 기업들을 많이 본다. 일본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큰 사고 없이 조용히 죽는 것도 현명한 방법일지 모른다. 그러나 자동차는 한국에게 너무 큰 사업이 되어 버렸다. 사람은 죽을 때 자식을 남긴다. 스승의 최고의 덕목은 자신보다 나은 제자를 남기는 것이다. 한국의 자동차도 뭔가 남겨야 하지 않겠는가?

2016-04-25

마이너스 금리 채권을 사는 이유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저금리 기조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제로 금리를 넘어 마이너스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란 예금자가 돈을 맡기고 보관료를 지불하거나 대출자의 빚을 일부 탕감해 줌을 의미한다. 유쾌하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마이너스 금리의 채권을 산다. 그 이유는 세계적으로 정부가 화폐를 발행하여 채권을 사서 채권가격에 거품을 더 만들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즉 채권가격 상승 폭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상회할 것으로 믿는 것이다.각국 정부가 자산가격 거품을 더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부실을 숨겨야 하기 때문이다. 리만사태 이후 미국 금융기관은 보유자산을 폭락한 시가로 평가하지 않았다. 도산을 막기 위함이었다. 그 후 거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최근 중국 정부는 부실기업의 부채를 자본으로 전환하려 한다. 일단 부실을 숨기자는 것이다. 한국형 양적완화의 검토 배경도 집값 하락, 그리고 산업구조 노후화에 따른 가계 및 기업 부실을 대비하기 위함일 것이다. 결국 부실은 숨겨져 있을 뿐 아직 우리 곁에 남아 있다.부실의 근원으로 중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지목된다. 역사적으로 부동산 버블 이후 성장의 축을 소비 중심으로 옮겼던 국가들은 저성장을 경험했다. 이를 중국에 적용해 볼 때 중국의 GDP성장률은 3년내 4%대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윌버로스나 마크 파버는 중국의 전력사용량이나 운송 수요 등을 감안할 때 이미 4%대에 들어왔다고 주장한다.미국 내에도 아직 고민이 있다. 미국의 공적 연금 적자가 3.4조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보도된다. 즉 미국의 정부 부채는 17조 달러가 아니라 20조 달러 이상이라는 이야기다. 적자가 더 커지지 않으려면 연금 지출액 중 지방 정부가 17.5%는 충당해야 하는데 지금은 7.3%에 불과하다. 이 상태로 가면 수년내 디트로이트처럼 파산하는 도시가 잇달아 생길 수도 있다. 이 경우 미국 연방 정부가 연금 적자를 떠안아야 한다.특히 미래 연금 자산 운용수익률을 7~8%로 가정하고 있다. 지난 10년 간 운용수익률 7%대를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말이 안 된다. 이미 저금리로 접어든 가운데 향후 실제 수익률은 2~3%에 불과할 전망이고, 이를 감안하면 적자 규모는 더욱 커진다. 도대체 미국정부의 부채는 얼마란 말인가? 이런 부담을 줄이려면 미국 정부가 자산가격 거품을 더 만들어야 하고, 그 기간 동안 투자자들은 그것을 즐길 수도 있다.그러나 상황이 급변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미국은 중국에서 일자리를 빼앗아 오는 중이다. 예를 들어 미국 US Steel의 Fairfield라는 공장은 고로(blast furnace)로는 경쟁력을 상실했었다. 그런데 전기로로 재탄생했다. 즉 설비를 쉽게 껐다 켤 수 있고, 또 덜 노동집약적이므로 중국과 경쟁해 볼 수 있다. 미국 정부도 중국산 강관에 대해 반덤핑 과세를 부과하며 측면 지원을 한다.이런 이기적인 움직임으로 인해 중국 등 신흥국에서는 디플레, 미국에서는 인플레라는 상반된 모습이 연출될 수 있다. 특히 미국 내에서 고용은 개선될 수 있지만 중국의 비교 우위인 저임금을 포기한 만큼 물가가 올라갈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의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 이 경우 자산가격 거품은 틀림없이 붕괴된다. 결국 미국 정부는 자산가격 거품을 더 만들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상황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 이렇게 가변적인 상황에서는 시장 변동 위험을 헤지(hedge)할 필요가 있다.한편 미국 정부가 자산가격 거품 붕괴를 참지 못해 인플레를 용인할 경우 실물자산을 사야 한다. 그러나 경제는 여전히 부진할 것이다. 경기에 민감하지 않은 실물자산은 금이다. 특히 미국 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달러에 대한 의심이 강해질수록 금 가격은 상승할 것이다.

2016-04-18

약세장에 대처하는 법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반짝 반등하던 증시가 다시 힘을 잃었다. 투자자금은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지금은 시장의 변동성만 클 뿐 상승의 방향성을 가질 수 없다. 세계 도처에 부실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결국 증시는 강세장과 약세장을 반복하는데 한국의 투자자들은 유난히 약세장에 취약해 보인다.미국의 채권투자자들은 3개월만에 금리 인상 기조를 바꾼 연준(Fed)에 불만의 목소리를 높인다. 납득할 논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미국 정부에게는 물가 이외에도 신경 써야 할 여러 골칫거리가 있다. 중국 부실, 금융권 부실, 그리스에 대한 IMF 지원설, 5월 영국의 탈 EU에 대한 찬반투표 등은 도미노가 되어 미국의 뒤통수를 칠 수 있다. 미국 연준마저 이런 위협 아래 종속적일 수 밖에 없다면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이런 환경에서 위험자산에 베팅(betting)하는 것은 무리이므로 일단 안전자산으로 피해 있겠다는 태도다.미국의 헤지펀드들은 백악관에 대해 화를 낸다. 글로벌 제약업체인 화이자와 엘러간은 합병을 시도했지만 무산될 위기이다.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엘러간은 미국에 본사를 둔 화이자를 흡수합병할 계획이었다. 이 경우 화이자의 본사를 아일랜드로 옮겨 절세가 가능하다. 미국 법인세율은 35%인 반면 아일랜드 세율은 12.5%에 불과하다. 미국 정부는 이를 탈세로 간주하고 합병시 미국 내 사업장의 세제혜택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Paulson Co. Third Point 등 헤지펀드들은 이 거래가 성사될 줄 알고 투자했다가 손실을 볼 위기에 처했다. 이 거래를 주선하던 금융기관들도 MA무산시 수천억원에 달하는 수수료 수입을 포기해야 한다. 그들은 “이런 거래가 편법이지만 불법은 아니지 않은가. 이렇게 예측 불가능한 규제를 하면 어떻게 안심하고 경제활동, 투자활동을 할 수 있겠냐”며 항변한다. 그러나 저성장, 그리고 소득불균형에 골머리를 앓는 미국 정부에게 투자기관이나 기업을 돌봐 줄 여유는 없다. 앞으로도 예측할 수 없는 규제 위험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고, 이는 증시 상승에 부담이 될 것이다.약세장으로 반전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소극적으로는 단기적으로 대처하지 않아도 되는 주식을 고르면 된다. 뚜렷한 성장동력을 갖고 있는 종목을 통해 장기적으로 의도된 수익률을 얻는 것이다. 대체투자가 꾸준히 높은 수익률을 내는 이유도 단기 모멘텀 트레이딩을 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의도된 수익률을 추구하기 때문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적극적인 방법으로 시장지수를 공매도(short) 할 수 있다. 즉 증시가 하락하면 보유 주식이 악영향을 받겠지만 시장지수 공매도 포지션에서 시장지수 하락만큼 이득을 얻기 때문에 보유주식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을 상쇄할 수 있게 된다(Short hedge). 결국 투자자가 선택한 주식이 시장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시장수익률을 초과하는 부분만큼 수익을 얻게 되는 구조이다. 시장지수를 공매도할 때는 지수 선물을 사용한다. 작은 포지션으로도 큰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시장이 상승세로 돌아서면 지수선물 공매도 포지션을 제거하면 된다.단, 보유 종목이 코스닥에 속했더라도 코스닥 지수 선물을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코스닥 지수 선물을 공매도의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늘 저평가되어 있고, 지수 선물의 만기 때도 저평가된 상태로 이월되기 때문에 2~3%의 손실을 안고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수 선물을 공매도할 때는 코스닥보다 코스피 지수 선물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약세장이 될 때마다 마음에 드는 주식을 팔았다 다시 채워 넣는 일은 매우 부담스럽다. 자칫 실수로 인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투자자라면 약세장을 노련하게 피해갈 수 있는 방법들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2016-04-11

대체투자에 눈 떠야 할 때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아인슈타인은 정신 이상을 “같은 일을 계속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미국 연준(Fed)은 이번에도 금리 인상을 포기하면서 좀 개선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미국은 정신이상일까?미국만 보면 이제는 시중에 풀린 돈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커졌다. 수익률이 나는 투자처가 드문 가운데 돈이 쓸데 없는 곳에 투자되어 나중에 부실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소비자 물가도 목표치에 근접하고 있다. 이제 금리인상 압력이 구체화되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금리 인상을 보류하는 이유는 세계적으로 부실 자산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한꺼번에 털고 갈 수 없는 규모이다. 신용등급 CCC 미만의 불량채권이 2015년 2천90억달러로 사상 최고를 갱신했다. 또 숨겨진 부실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최근 Credit Swiss는 과거 성장기에 재미를 봤던 은행 고유계정(Proprietary desk)의 파생상품을 제거하고 UBS처럼 소매금융(Private Banking)으로 돌아가려 한다. 그런데 복잡하게 엮여있는 파생상품을 푸는데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만큼 숨겨진 부실이 많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얼마 전 도이치뱅크 사태가 우연이 아니다. 세계 금융기관들이 작은 충격에도 휘청거릴 수 있을 만큼 위험자산을 갖고 있다.이런 부실이 자연스럽게 해소되려면 소비가 증가해야 한다. 그러나 돈을 풀어도 소비가 늘지 않고 저축을 하는 이유는 불안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가장 불안하게 하는 것은 실직이다. 먼저 은퇴인구가 많아지고 있다. 또한 지금의 성장 패턴은 과거와 분명히 다르다.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마찰적 실업이 길어지고 있다.문제의 해결방안은 첫째 사회보장 강화이다. 고성장기에는 경쟁을 시켜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이라면 저성장기에는 소득재분배를 통해 소비자를 안심시켜야 한다. 부자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버는 돈을 빼앗아 서민들에게 나눠주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기업의 탈세를 막아야 한다. 과거 제조설비가 필요 없는 글로벌 IT기업들이 조세피난지역(tax haven)에 본사를 두어 탈세를 했지만 지금은 그들의 실효세율이 두 배로 높아지고 있다.저금리도 부의 재분배로 볼 수 있다. 빚으로 고생하는 분들의 부담을 잉여 자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돕는다고 생각하자. 이런 측면에서 저금리는 당분간 고착화될 것이다. 그 결과 기존 자산의 수익률은 낮을 수 밖에 없다.둘째, 창업이다.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이미 돈이 유망한 신생기업(start-up)들을 키우기 위해 흘러 들고 있다. 글로벌 기관투자가 118곳 중 59%가 향후 재래식 자산 비중을 줄이고 PEF 등 장기적으로 절대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펀드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미국에서는 신규 상장(IPO)하는 기업들이 급격히 줄고 있다. 돈이 풀려 여러가지 자금 조달 방법이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주주보호를 위해 심하게 간섭하는 거래소로 들어갈 필요가 없다. 오히려 좋은 기업은 상장폐지를 통해 기업가치를 올린다. 즉 투자할만한 기업이 거래소 밖에 많아진다. 한편, 한국의 경우 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들은 역량 있는 비상장기업을 발굴하여 인수한 뒤 투자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경제가 성장하던 과거에는 직장만 성실히 다니고, 투자는 남들이 하는 대로 흉내만 내면 실망스럽지 않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따라 할 만한 기존 자산들의 투자수익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인구가 노령화되어 금융소득에 대한 의존도가 오히려 높아진 상황에서 의미 있는 투자수익률을 얻으려면 새롭게 성장하는 기업들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신생기업부터 찾아보자.

2016-04-04

창조를 위해 준비할 것들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미래부와 경기도는 판교에 스타트업 캠퍼스를 열었다. 젊은이들이 마음껏 상상하고, 창의적인 생각들을 구체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그런데 그들은 창조라는 것에 얼마나 익숙할까? 우리의 선배들은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그러나 그것은 창의보다는 도전에 가까웠다. 선배들은 “우리는 일요일에도 일했어”라며 그들의 열정에 자부심을 갖는다. 인간은 그런 놀라운 생산성을 보이기 어렵다. 전쟁 이후에 폐허가 된 조국을 보며 선배들의 눈이 뒤집혔기 때문일 것이다.이제는 한국도 많이 지쳤다. 지난 반세기 모든 역량을 공업과 상업에 집중하며 전력질주를 했다. 그 과정에서 애를 낳아 키울 여유도 부족했다. 그 결과 인구 노령화가 심각하고, 그만큼 디플레 압력에 직면해 있다. 이제는 젊은이들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들은 주입식 교육을 받아 왔다. 여기에 대한 많은 반성이 있었지만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이제 창업이라는 지상과제를 안고 있는 한국경제에 몇 가지 조언을 한다. 첫째, 창조는 작은 조직에서 일어난다. 누구나 창조의 주체는 자신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재벌은 과거 성장기, 즉 물건을 만들면 다 팔리는 시기에 위력을 발휘했던 규모의 경제를 얻는데 효과적인 조직이었다. 세계경제가 저성장으로 들어간 지금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다.한국의 재벌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예전에는 이를 위해 서슴지 않고 소액주주의 부를 희생시켰지만 이제 눈치는 좀 본다. 사실 그들이 비자금을 마련하거나 편법을 쓰지 않는 한 상속세 50%를 감안할 때 경영권 승계는 거의 불가능하다. 세대가 넘어갈수록 더 힘들어질 것이다.이제 재벌이 해야 할 일은 조직을 작게 나누는 것이다. 직능별로 소사장을 만들고, 작은 단위 조직이 성공하면 독립시켜야 한다. 재벌은 창의적인 소그룹을 키울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하는 플랫폼(platform)으로 변모해 가야 한다. 그러면 더 많은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그룹들이 재벌 안으로 들어가려 할 것이고, 재벌의 수명도 연장될 수 있다.둘째,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명문대의 교내 자살률이 높아진다고 들었다. 과거에는 공부만 잘하면 상류계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믿었지만 점점 노력해도 안 된다는 절망감이 자리잡고 있다. 어느새 우리 사회에는 노력보다 `줄`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금수저, 흙수저 타령이 흘러나온다. 1920년대 기나긴 경제불평등이 있은 후에 경제대공황이 온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일제강점기, 그리고 6·25 한국전쟁 이후 나라가 부숴졌지만 함께 파괴된 것은 계급이었다. 종에게 무슨 생산성을 기대하겠는가? 반상이 사라진 이후 한국인들은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의미를 찾았다.셋째, 남에게 귀 기울이는 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 한국인들은 자기 중심적인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창조는 고객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일본을 배울 필요가 있다. 일본 기업들은 철저히 마케팅 중심적이다. 타인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예민하고 거기서 창조의 아이디어를 찾는다.직장 내에서도 남의 견해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과거의 도요타 신화는 서로를 배우고자 하는 문화에서 꽃 피웠다. 사내에 비공식적인 조직들이 많았는데 거기에는 서로 다른 부서의 사람들이, 그리고 지위 고하와 상관없이 참여했다. 그 소모임 속에서 한 생산직 기능공은 RD 임원에게 신차 개발을 배웠다. 그래서 이 기능공은 회사 전체를 이해할 수 있었고, 그가 내 놓는 제안들은 생산기능직 차원의 편협한 것이 아니라 회사 전체를 이해하는 창조적인 것이 될 수 있었다. 이렇게 도요타 안에는 새로운 창의가 계속 샘솟는 소그룹들이 있었고, 그 위에서 핵심 경쟁력을 키웠다.정부가 창조에 시동을 건 것에 만시지탄의 감정이 있지만 용두사미가 되지 않으려면 앞서 지적한 문화와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2016-03-28

알파고가 남긴 희망과 과제들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한국경제가 디플레 압력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통일이라면 세계경제가 저성장을 해소할 수 있는 탈출구는 `로보틱스`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우리 주위의 사물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똑똑해져 그것들로 교체된다면 새로운 수요가 발생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사물인터넷(IOT)이 현실화되는 것이다.알파고는 이세돌을 물리치면서 위용을 자랑했다. 과연 인공지능은 얼마나 빨리 우리 생활에 녹아들까? 최근에 등장한 인공지능인 딥러닝(deep learning)은 로봇에게 과거의 데이터를 입력해서 로봇 스스로가 학습하고 패턴(pattern)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바둑은 19x19줄 판에서 과거에 있었던 패턴이 미래에도 반복될 수 있으므로 좋은 참고 자료를 로봇에게 제공한다. 그래서 바둑은 로봇이 쉽게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일 것이다.최근에는 자산운용업계에 `로보어드바이저`가 등장했다. 사실 투자에 있어서는 인간이 비이성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로봇이 일정 패턴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미국의 노련한 투자권유자(private banker)들이 그들의 경험을 팔며 높은 자문수수료를 받아왔다.그런데 세계경제가 저성장으로 진입한 이후 동일 자산 내에서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우가 드물다. 즉 하나의 자산, 또는 한 지역을 심도 있게 공부해서 의미있는 수익률을 내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차라리 세계의 다양한 자산에서 발생하는 초과이익(alpha)을 조금씩 뜯어 모으는 것이 효과적이다. 인간이 세계 전체 자산을 커버하는 것은 역부족이므로 로봇에게 부탁하게 됐다. 또한 최근에는 자산 가격을 움직이는 요인이 주로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 변수이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정책 변화에 민감해지고, 여기에 동질적인 기대를 갖게 됐다. 그 결과 로봇이 일하기 편해진 환경이다.한편 최근 골드만삭스는 연금의 자산배분을 담당하는 로보어드바이저 회사(Honest Dollar)를 인수했다. 고객의 제약조건을 파악하고, 투자조건이 계속 변하는 다양한 자산을 관찰해서 고객 포트폴리오에 적절히 반영시키는 작업은 인간보다 지치지 않는 로봇에게 더 어울려 보인다. 한국에서도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가 출시됐는데 여기서의 자산배분에도 로보어드바이저는 효과적일 것이다.반면 인공지능이 당장 자율주행차에 적용되기는 무리다. 알파고는 이세돌에게 한 번 질 수 있지만 자율주행차는 절대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된다. 소프트웨어 오류로 인한 인명 사고시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집단소송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제품을 만드는 업체는 최선의 가능성을 본다. 문제가 생기면 고치면 그만이다. 그러나 자동차는 개발에 앞서 최악의 경우를 검토한다.얼마 전 구글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냈다. 예측하지 못했던 돌발상황 발생시 주위를 관찰하고, 최적화된 판단을 신속하게 내리는데 있어 아직 소프트웨어가 따라오지 못했다. 또한 돌발상황에서 누구를 희생시켜야 하는지 윤리적인 선택도 과제이다. 이런 문제들이 검토되고 법규화되는 데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이다. 자율주행차에 당장 로봇이 들어오기에 앞서 좀 더 정밀제어될 수 있는 디지털화가 선행될 것이다.인공지능은 사람들의 일을 빼앗아 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그러나 인간과 로봇이 할 일을 나눈다고 생각하자. 단순한 기억은 로봇에게 맡기고, 더 많은 일을 로봇에게 시켜 부가가치를 만들면 된다. 빅데이터가 쌓여가며 로봇이 더 많고 정확한 패턴을 알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은 이제부터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문제는 한국 젊은이들의 수학 기피현상이다. 수학이 쉽지 않은 학문이지만 그들의 미래를 찬란하게 바꿔줄 것임을 안다면 이겨낼 것이다. 젊은이들이여. 그대들의 미래는 인공지능에 있다.

2016-03-21

미국 번영 뒤의 그늘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세계에서 잘 나가는 국가는 미국뿐이다. 지난 달 미국의 실업률은 4.9%까지 낮아졌다. 완전고용 수준이다. 그렇다면 민간고용이 한 달에 15만명 정도만 되어도 양호한 수준이다. 그런데 2월 일자리는 24만개 이상 늘었다. 신규 고용이 월 20만명 이상이라는 것은 미국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샘이 있음을 의미한다.대표적인 증거가 미국의 녹슨 공단(rust belt)의 회생이다. 애크런(Akron)은 미국 오하이오 북동부에 위치한 도시이다. 예전에 타이어 생산기지였고, 우리가 잘 아는 굿리치(Goodrich)라는 기업이 있었다. 타이어 생산기지가 아시아로 옮겨 와 문을 닫았었다. 그런데 애크론은 지금 폴리머 생산지대로 거듭났고, 예전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었다.그런데 여기에는 두 가지 그늘이 있다. 첫째, 미국의 고용 호조세가 중국 등 아시아 신흥국가에서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제로섬(zero sum)이라면 그 효과는 반감될 것이다. Beggar thy neighbor라는 말이 있다. 자국은 열심히 경기를 부양해도 그것이 교역상대 이웃국가를 곤경에 빠뜨려 그 부작용이 자국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다.중국은 기업 부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이후 잘못된 부동산 거품이 남긴 상처이다. 2000년대 초반에도 중국의 기업 부실이 심해 은행들의 부실 여신 비중이 30~40%에 육박한 적이 있다. 그 당시 중국 정부가 재정으로 부실을 한꺼번에 처리했었다. 그러나 지금의 부실 규모는 그 시절과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2011년경 차이나 슈퍼 사이클을 지나며 부실은 더욱 커졌을 것이다.많은 이들이 3조달러에 달하는 중국의 외환보유고에 신뢰를 보낸다. 그러나 중국의 국가부채는 GDP의 230%, 즉 25조달러에 이른다. 이 가운데 얼마나 부실화되었을까? 중국 정부가 섣불리 좀비기업의 부실을 정부자산으로 탕감했다가 외환보유고가 고갈되는 조짐을 보이면 핫머니들이 이탈하며 위안화를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신중해야 한다.또한 부실기업을 정리했을 때 실업문제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중국 같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실업을 용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미국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여도 중국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힘들어 하는 한 세계경제의 정상화는 어렵다. 오히려 미국이 먼저 꺾일 것을 두려워해야 할지 모르겠다.둘째, 미국의 고용이 개선됨에도 불구하고 시간당 임금은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 그 이유는 로보틱스 등 생산자동화로 인한 생산성 개선도 있겠지만 최저임금 근처의 수당을 받는 단순 노동직들의 임금 증가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이런 소득불균형이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연방 최저임금을 시간당 10.1달러로 올리자고 주장했지만 공화당 반대로 수포로 돌아갔다. 현재 미국의 최저임금은 2009년에 오른 시간당 7.25달러이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는 시간당 15달러는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미국의 중산층 이상의 임금은 이미 의미있게 올랐다. 만일 최저임금이 상향조정되면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인건비 위주의 비용상승 인플레가 불가피할 것이다. 사실 미국은 이런 인건비 상승 압력을 상쇄하기 위해 원자재 가격을 파격적으로 눌러 왔는지 모른다. 최근의 원자재 가격 반등은 미국 정부를 불안하게 할 것이다.결론적으로 미국의 고용 회복 뒤에는 중국인들, 미국의 저소득층, 그리고 원자재 생산국들의 고통이 숨어 있다. 만일 미국의 최저 임금이 인상되고, 원자재 가격이 반등해서 인플레가 구체화되면 미국 연준은 금리 인상을 참지 못할 것이다. 이것이 중국에 미안한 일이지만 다른 국가를 돌아볼 겨를이 없을 것이다. 금리 인상은 자산가격 거품을 무너뜨리고 빚이 많은 미국인들의 이자비용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다. 그 충격이 임금 인상 효과를 훨씬 능가할 것이다. 그 재앙이 오기 전에 중국의 회복을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6-03-14

굴레를 벗어나려는 몸짓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최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부채가 많은 영국정부는 EU의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그동안 몇 번에 걸쳐 재정지출을 줄여 왔다. 즉, 사회보장과 관련된 지출에 제약을 받으며 내핍을 해 왔던 것이다. 이제는 지쳤을 것이다. 과거 그리스가 추진했던 것처럼 차라리 EU를 떠나 파운드가 절하되더라도 사람답게 살자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특히 금융에 의존하는 영국이 최근 금융시장 위축으로 인해 살림이 더 어려워진 가운데 난민 수용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그런데 더 주목해야 할 동기는 관료적인 EU에서 독립해 새로운 창조 금융을 시도하자는 의도이다. 일종의 르네상스를 추구하는 것이다. EU는 완전히 은행중심의 경제이다. 규제들이 대부분 로비(lobby)에 의해 결정된다. 즉 기득권을 옹호하게 되어 있다. 은행을 보호하고 헤지펀드나 핀테크 등 직접금융을 견제한다. 디젤자동차업체를 보호하고 전기차 개발을 억제한다. 기존 제약업체를 돌봐주고 신생 바이오 업체에게 부담을 안긴다. 영국이 어차피 금융중심이라면 신금융을 만드는데 성가신 EU의 규제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세계가 브렉시트(Brexit)에 대해 걱정하는 이유는 이로 인해 영국관련 자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이를 보유하고 있는 주변 금융기관의 도산 가능성 때문이다. 작은 충격에도 흔들릴 만큼 세계의 금융기관들이 취약한 상태이다. 즉 환자를 수술하고 싶어도 환자의 기초체력이 없다. 또한 1980년대 이후 진행된 세계화(globalization)로 인해 세계경제가 너무 얽혀 있는 것도 구조조정을 방해한다.과거 미국경제가 경쟁력이 있었던 이유는 부실이 생겼을 때 신속히 해소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방 은행이 도산하면 예금자들이 피해를 떠안고 끝난다. 시장원리가 작동해서 정상으로 빠르게 돌아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수 없는 형편이므로 증시도 위쪽으로 방향성을 가질 수 없다.이런 환경에서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지금까지 금리가 낮아지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중위험중수익을 찾아 다녔다. 초저금리를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리가 낮아질 만큼 디플레가 진행된다는 것은 중위험이 아니라 고위험을 의미한다. 그러나 각국 정부가 초저금리를 통해 도산할 기업들에게 이자부담을 없애주면서 도산을 막아 왔다.결국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는 기업들의 도산위험(credit risk)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겠다는 입장이다. 뒤집어 말하면 도산위험이 불거지는 순간 세계 자산가격은 폭락할 것이다. 금리부담은 막아줬지만 만일 원금 상환에 문제가 생기면 쇼크에 빠질 것이다. 대표적인 장치산업을 보유한 아시아 기업들은 향후 4년간 1조달러의 부채가 만기 도래한다. 80% 이상이 달러부채인데 달러강세로 인해 부채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그들이 잘 견딜 수 있을까?마이너스 금리의 의미는 빚을 탕감해준다는 것이다. 당연히 예금자는 여기에 불쾌할 것이다. 지금은 탈출구가 마땅치 않아 머물고 있지만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부를 지키기 위해서 금 등으로 이탈할 것이다. 다행스럽게 그전에 새로운 신성장 돌파구가 생기면 그 쪽으로 쏠릴 것이지만 EU처럼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관료적인 규제들이 얼만큼 빨리 해소될지 모르겠다.각국 정부는 초강수를 쓰며 불안을 잠재워 왔다. 그러나 그들이 쓸 수 있는 카드도 떨어져 간다. 이런 상황에서 살기 위한 몸짓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경제가 부러질지, 아니면 기적처럼 회생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근본적인 질문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당장 저금리를 참지 못해 중위험을 선택하더라도 향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투자기간을 단축시키며 돌다리를 두드리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2016-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