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비와 고용이 예상을 하회했다. 독일도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옐런 미국 연준 의장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증시가 너무 유동성에만 의존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저금리는 만병통치약인가? 그 부작용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첫째, 저축이 증가하며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그동안 금리가 낮아지면서 가계부채 부담이 큰 미국인들은 가처분 소득이 늘어 소비를 늘려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저금리가 만성화됨을 깨닫고 노후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즉 지금 낮아진 금리를 감안하면 저축을 더 늘려야 노후를 대비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둘째, 어쩔 수 없이 위험자산을 늘려야 한다. 보험사처럼 위험에 대한 인내력이 낮은 기관들조차 지금의 저금리를 견딜 수 없어 자산운용업에 뛰어들고 있다. 나중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위험이 싫은 투자자들은 더 안전자산으로 피하며 신용등급이 높은 채권의 수익률은 더 낮아지고 있다.
한편 위험자산을 더 늘려야 하는 기관투자자들은 위험 노출분을 관리하기 위해 투자 포트폴리오 내 자산을 다변화해야 한다. 최근 대체투자자산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좋은 이유가 장기적으로 의도된 수익률을 얻는 원칙 덕분에 운용자의 실수를 방지하는 부분도 있지만 수급적으로도 주식, 채권과 같은 재래식 자산에서 다변화 차원의 대체투자 자산으로 유동성이 몰리는 요인도 있다.
셋째, 생산성이 하락한다. 이로 인한 물가상승이 우려된다. 초저금리로 인해 구조조정에 실패하고 있다. 즉 산업 내 강자는 분명히 경쟁자를 제거했다고 생각했는데 저금리로 인해 죽지 않는 것이다. 아이야코카는 “기업의 도산은 자본주의의 건전한 카타르시스”라고 묘사했다. 경쟁자를 제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들은 R&D의욕을 상실하고 있다. 기업의 R&D 투자는 6년내 최저로 하락했다.
R&D 투자를 떨어뜨리는 요인은 또 한가지 있다. 지금은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어 어느 쪽으로 R&D를 해야 할지 방향을 잃은 상태이다. 과도기에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이로 인해 생긴 생산성 하락은 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리만사태 이후 세계경제는 지속적으로 금리를 낮추며 부실들을 숨기고 자산가격 거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제 그 부작용들이 나타나며 증시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있을까? 즉 비용상승 인플레가 나타나며 미국이 어쩔 수 없이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 야기될 것인가?
우선 미국의 최저 임금이 지금의 시간당 7.25불에서 추진 중인 10.1불로 오르는 경우를 감안해야 한다. 인건비는 물가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또한 앞서 언급한 대로 생산성이 하락할수록 물가가 오르게 되어 있다. 한편 미국에서 트럼프 같은 이기주의자의 지지율이 오르는 것을 보면 미국도 먹고 살기 힘든 모양이다. 미국이 계속해서 중국 등 신흥시장으로부터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경우 미국은 인플레, 신흥시장은 디플레 현상이 심화될 것이고, 이러한 불균형이 증시를 붕괴시킬 수 있는 근본적 요인이 될 수 있다. 리만사태 이후 세계경제가 안정을 되찾은 결정적 이유는 국가들 간의 정책공조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최근 미국의 소비가 위축되는 것이 불안하다. 미국이 건강해야 중국에서 일자리를 덜 빼앗을 것이다. 독일도 불안하다. 제조업 중심의 독일이 중국성장 둔화 등 2차산업의 침체의 영향을 받고 있다. 독일이 건강해야 그리스를 지켜줄 수 있을텐데 걱정이다.
설령 세계경제가 회복돼도 주가는 오히려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그로 인한 기업실적 개선 폭보다 시장에서 자금이 빠지는 속도가 더 빠를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빚잔치 중이고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할 날이 올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