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주 한동대 교수리만사태 때 사고를 친 것은 미국이다. 그런데 그 부작용은 신흥국에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한 이후 시중에 풀린 자금은 아시아로 건너 와 핫머니가 되었고, 미국이 통화정책을 바꿀 때마다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외환보유고에 달러를 더 쌓아야 한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즉 신흥국 정부가 지출 대신 저축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또한 미국의 무역장벽으로 인해 신흥국 국민들도 불안감을 느끼며 소비대신 저축을 선택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대규모 세금 감면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축이 증가한다는 소식이다. 세계적으로 소비를 늘려 줄 수 있는 곳은 세계 인구의 60%를 차지하고, 중산층이 두터워지고 있는 아시아인데 달러가 기축통화라는 이유로 이곳에 불안감이 조성되어 소비 대신 저축이 증가하고 있다. 그 결과 세계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된다는 불만이 일고 있다.브레튼 우즈(Bretton Woods) 협정은 1971년 깨졌다. 그럼에도 달러는 그 때의 힘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현재 미국은 세계 교역의 10%, 세계 GDP의 15%를 차지하는데 불과하지만 50%이상의 교역과 세계 증권 발행량의 2/3 이상이 달러로 이루어지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최근 영란은행장인 마크 카니는 달러가 단일 기축통화라는 사실이 주는 역기능을 비판했다. 미국이 불안해질수록 다른 나라들이 더 달러를 사야 하는 역설을 꼬집었다. 그는 세계교역 비중을 기준으로 한 바스켓 통화를 제안했다. 그것도 디지털 통화로 하자고 한다. 그는 내년 1월로 영란은행을 떠나 IMF내 집행임원으로 내정될 확률이 높다. 즉 점점 달러에 도전하는 세력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미국은 달러 패권을 고집하겠지만 결국 수출해야 먹고 살게 된 스스로를 인정할 것이다. 트럼프가 수출을 위해 달러 약세를 원한다고 해서 생뚱맞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엘리자베스 워렌을 비롯한 민주당의 차기 대선 주자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그 동안 여러 나라들의 물건을 사주던 미국의 전후 세대(baby boomer)가 늙어 더 이상 구매력을 유지할 수 없으니 이제는 미국도 남의 나라에 물건을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미국의 물건을 사 줄 수 있는 곳은 아시아다. 미국은 청정에너지인 천연가스를 비롯해 사물인터넷 시대의 기초소재인 IT부품을 팔 수 있다. 그럴수록 미국도 서서히 아시아 패권을 인정할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아시아에서 내수시장이 큰 중국의 위안화 자산에 투자해 볼 수 있다.그런데 미국이 그렇게 생각을 바꾸기 전에 커다란 갈등을 만들 수도 있다. 군사력을 활용할 수 있다. 이것이 증시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주가지수는 10년을 주기로 두 배 올랐다가 위기가 발생하며 반 토막 나서 제자리로 오는 경우가 자주 발견된다. 미국이 만드는 갈등이 시장에 쇼크를 주며 코스피를 전고점인 2600의 절반인 1300근처로 끌고 내려갈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당장은 안전자산인 달러에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2019-09-03
김학주 한동대 교수최근 주가 하락을 둘러싸고 경기침체가 오는 것 아니냐는 공포감이 조성되고 있다. 장단기금리차가 다시 역전될 조짐을 보이자 그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경기침체는 이미 도래했다고 판단된다. 과거와 형태만 다를 뿐이다. 과거 성장기 때 침체가 오는 경로는 성장을 낙관해서 설비투자가 지나치게 이뤄진데 따른 공급과잉이며, 그 설비가 부실화되면 거기에 돈을 빌려준 은행이 부실해진다. 은행은 경제 시스템의 신경이므로 이것이 마비되면 쇼크에 빠진다.그렇게 부작용이 화끈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만성적 침체에 시달린다. 민간 소비 및 투자가 위축되므로 정부가 빚을 내서 대신 투자하는 국면이다. 즉 민간 부채가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 부채로 넘어가 부실이 터지지 않는 것이다. 그 결과 증시에 충격이 발생해도 오래가지 않고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만성적 침체가 근본적으로 사라지려면 노인계층이 줄어들고, 인구구조가 젊게 바뀌어야 한다. 관건은 그때까지 다음 세대에게 얼마나 많은 빚을 안기느냐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 후에도 누적 부채로 인해 회복이 더딜 것이므로 저성장 저금리 시대는 매우 오래갈 것이고,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이렇게 참을 수 없이 낮은 수익률의 시대에 채권과 주식 사이의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해외 인프라 펀드나 부동산 투자신탁회사(REIT)를 이용해 볼 필요가 있다.이들 상품의 장점은 첫째, 세계적으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증가하므로 인프라 수요가 안정 성장한다는 것이다. 둘째, 인프라나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단일 프로젝트이므로 추가 투자가 필요 없는 바, 벌어들인 이익의 대부분이 배당된다. 즉 배당성향이 높다. 요즘에는 실물의 증권화로 인해 유동성이 좋은 인프라 펀드나 REIT 상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심지어 다양한 인프라를 섞어 놓은 것도 있다.특히 인프라에 관심이 생기는 이유는 민간투자가 위축되어 정부가 빚을 내어 대신 투자하는 규모가 커질텐데 그 빚은 다음 세대가 갚아야 한다. 따라서 정부도 다음 세대에 유리한 분야에 투자를 할 수 밖에 없다. 즉 친환경이나 경제의 효율성 개선을 위한 인프라에 투자가 집중될 것이다.대표적인 예로 친환경을 위한 송전 인프라, 5G보급 관련 통신 인프라 등이 있다. 특히 미국같이 광활한 지역에는 기지국 역할을 하는 전파 송수신탑을 통신사에 임대하는 서비스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아메리칸 타워, 크라운 캐슬 등이 대표적 업체이며 장기적으로 3%대의 연간 배당수익률을 기대해 볼 수 있다.한편 셰일가스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어 이를 실어 나르기 위한 파이프 수요도 증가할 것이고, 인구노령화로 인한 병원 및 의료시설에도 투자가 집중될 것이다. 결국 이런 인프라 사업이 확대되며 시중 자금이 관련 펀드로 몰릴 것으로 보인다.일각에서는 메트로폴리탄이 더 확대될 것으로 예측하여 도로나 공항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판단하지만 5G 기반의 원격화상통신 기술이 발달할수록 도시는 점점 더 작아질 것이다. 이것이 스마트한 것 아닌가?
2019-08-27
김학주한동대 교수원화의 가치 하락이 심상치 않다. 한국인으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자원이 부족해서 수입 의존도가 높은 가운데 석유를 포함한 해외 원자재를 비싸게 사다 써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해외 여행도 부담스러워진다.많은 이들이 지금의 원화가치 하락을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 따른 여파로 생각한다. 그런 부분이 분명히 있기는 하다. 그렇다면 이런 갈등이 가까운 장래에 해소될 수 있을까?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는 9월 1일부터 실시 예정되었던 3천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해 일부는 12월 15일로 연기시켰고, 일부 제외된 품목도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내년 말 대선을 앞두고 이제부터는 ‘끝내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즉 성과를 챙기기 위해 더 이상의 갈등보다는 타협의 수순에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다.과연 그럴까? 그 동안 트럼프가 중국과의 갈등 유발을 통해 얻은 성과를 계산해 볼 때 내년 대선에서 민주당 경쟁자들에 뒤쳐지는 그의 지지율을 뒤집기는 턱 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대선까지 중국과 대결구도를 유지하며 포퓰리즘에 의존하는 편이 트럼프에게 유리해 보인다. 그리고 그런 트럼프를 민주당이 비난하지 못한다. 고된 삶을 사는 미국인들이 불평할 수 있는 창구를 포퓰리즘이 만들어주고 있는데 거기에 잘못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국가간 교역에 차질이 생기는 한 한국기업이 해외에서 달러를 벌어 오기는 힘든 상황이 된다.그런데 원화가치 하락에는 이런 갈등보다 더 근본적 요인이 있다. 세계적으로 경제 저성장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환율을 결정하는 요인이 해당국의 성장 잠재력보다는 “현재의 상태를 얼마나 버티고 유지할 수 있느냐?”, 즉 지속성(sustainability)으로 평가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한 국가의 지속성을 평가하기 위해 보유 자원을 본다. 예를 들어 천연자원, 인적자원, 모아 놓은 유보 자산, 일본처럼 다른 나라의 자산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등이다. 한국은 뭐가 있을까? 달러를 벌어 올 수 있는 인적자원뿐 아닐까? 문제는 저성장 속에서 한국의 젊은이들이 일해야 할 동기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 주위를 돌아보면 펀드 매니저들 가운데 똑똑한 많은 젊은 친구들이 집으로 갔다. 자발적으로 회사를 그만 둔 것이다. “예전처럼 펀드가 성장하는 것도 아닌데 무슨 의욕이 있겠는가?” 또는 “왜 남의 자산을 운용해 줘야 하는가? 내 자산을 굴려도 밥벌이가 되는데… 차라리 삶의 질을 찾겠다”는 대답을 한다.과거 성장하던 시절 한국의 잘 교육된 인적자원은 꿈을 갖고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저성장 환경이 그들을 무력하게 만들어 버렸다. 더 이상 한국은 신나지 않는 동네가 되어 간다. 그래서 한국을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내국인 외국인 가릴 것 없다. 이것이 원화가치 하락의 근본 요인이다.과거 원화가치 하락의 수혜주가 뭐냐고 물어보면 얼른 수출주를 연상했다. 그러나 이제는 저성장 기조 속에서 그런 성장을 위한 도구보다는 차라리 해외자산을 직접 본다. 또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이익의 안정성을 높게 평가한다. 따라서 원화절하의 진정한 수혜주를 배당지급능력이 있는 해외 필수소비재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콘텐츠 업체들이다. 또한 친환경을 포함하는 사회책임 펀드, 즉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관련주도 대안으로 제기된다.심지어 술, 담배, 도박, 마약 등 중독성이 주는 이익의 안정성까지 탐을 내는 펀드가 늘어 날 정도다. 이런 죄악과 관련된 주식(Sin Stock)을 과거 공익펀드에서 모두 팔았었는데 이제 다시 사고 있다. 그 만큼 투자자들은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확실한 것에 굶주려 있고,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이런 환경에서 불리하다.
2019-08-19
김학주 한동대 교수미국은 3천억달러에 이르는 중국산 제품에 대해 다시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산 제품이 비싸지게 되는 셈인데 중국 정부는 통화가치를 마지노선이라고 여겼던 달러당 7위안이 넘도록 절하시키며 수출제품 가격을 다시 낮추려고 한다.중국정부는 미국에 대한 보복으로 당장 미국국채를 팔기보다 위안화 가치 절하를 선택했다.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2016년처럼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며 중국 본토의 자금을 빼 가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이 금리인상 능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사실 미국 기업들 가운데 신용등급이 투자적격의 최하단인 BBB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구경제 한계기업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고, 이들이 정크(junk)수준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미국정부는 금리를 인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다.특히 미국은 그동안 자국의 금리 인상을 통해 중국 위안화를 절하시키는 게임은 해봤지만 중국정부가 위안화를 절하시켰을 때 미국 스스로가 달러를 절하시켜 위안화 절하를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은 없다. 그래서 트럼프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정해 놓고 관세뿐 아니라 자금조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재(sanction)로 넘어가려 한다.시장에서는 미국이 어떤 새로운 제재를 내 놓을지 모르는 불확실성 때문에 주가가 폭락했다. 하필 그 때가 월요일이라 1987년 10월 19일에 있었던 블랙먼데이를 연상시켰다. 그런데 상황은 그 때와 비슷하다. 미중 갈등이 주가 폭락에 불을 붙인 것은 맞지만 그 파괴력은 컴퓨터 프로그램 매수세를 비롯한 쏠림 현상이 만든 주가 거품의 붕괴였다. 특히 리만사태 이후 각국 정부는 투자은행들의 위험관리를 위해 그들의 고유계정을 줄이도록 규제해 왔다. 즉 지금처럼 단기 매물이 출회될 때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것을 받아줄 수 있는 기관들(market maker)의 자금 규모가 줄어 변동성이 더 확대되는 부분이 있다.트럼프는 겉으로 무역적자에 대한 불만을 쏟아 낸다. 그러나 핑계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이 당장 여럿 있기 때문이다. 갈등의 내막은 패권 다툼이고, 따라서 단기적으로 싸움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미국도 시간이 갈수록 골치 아파지는 문제가 있어 다툼을 계속하기 어려울 것이다.대표적인 문제가 셰일(shale) 유전이다. 그 동안 셰일 가스 덕분에 미국은 에너지 패권을 유지하고 고용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그랬던 셰일 유전들이 애물단지가 될지도 모른다. 셰일 유전의 손익분기점은 유가가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기준 배럴당 50달러선으로 알려져 있으나 운영비가 제외된 수치이므로 이를 포함하면 60달러로 추정된다. 현재 WTI는 55달러 근방이므로 많은 셰일 유전들이 손익분기에 도달하지 못하고 저금리 덕분에 좀비처럼 생존해 있다.셰일 광산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채굴생산성은 둔화되고 있고, 환경 부담만 가중될 것 같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내 셰일 가스를 운송하는 파이프가 빠르게 확충되어 셰일 가스의 공급과잉도 우려된다. 현재 파이프로 운송할 수 있는 셰일 에너지의 양은 하루 220만 배럴인데 2020년까지 640만 배럴, 2021년까지 790만 배럴로 공급능력이 급증할 예정이다. 특히 셰일 가스는 경질유인데 그것을 가져다 쓰는 정유업체는 중질유와 경질유의 균형을 요구하는 바, 셰일 가스의 수요가 제한된다.결국 이런 셰일 가스의 공급 과잉분을 누가 사 주어야 하는데 다행히도 대기오염으로 몸살을 하는 중국은 석탄을 청정에너지인 천연가스로 바꿀 의향이 있다. 지금은 미중 패권 다툼으로 인해 미-중간 셰일 에너지 교역이 막혀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미국 셰일 유전의 공급과잉이 심각해질 것이므로 미국이 중국에 셰일 에너지를 수출하며 타협할 것으로 보인다.
2019-08-13
김학주 한동대 교수세계적으로 투자수익을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저금리로 인해 헤지펀드들이 자금을 조달하기 쉬운 환경이다. 즉 약간의 취약성만 보여도 헤지펀드의 공격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데 지금은 한국의 약점이 드러나는 국면이라서 걱정된다.먼저 세계교역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수출의존적인 독일, 일본, 한국 등이 취약한 것은 당연하다. 만일 트럼프가 중국을 KO시킬 수 있다면 미-중 갈등은 쉽게 끝나고 이들 국가의 고통도 덜해질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중국의 지난 2분기 GDP성장률은 전년비 6.2%를 기록했다.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감안할 때 나쁘지 않은 숫자다. 특히 2분기 말로 갈수록 중국의 회복속도가 빨랐다고 한다. 트럼프가 중국을 두들기고 있지만 중국이 버티고 있다. 괜히 중국의 내구력만 입증시켜 준 셈이다. 여기서 트럼프가 꼬리를 내릴 수 없다. 더 강한 약을 쓸 수 있다는 것이고, 그 피해는 수출의존도가 큰 나라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한국으로 넘어 올 수 있다.또한 한국 산업의 두 기둥인 반도체, 자동차가 흔들린다. 원화가치가 절하되면 이를 가격경쟁력으로 활용하며 더 많은 달러를 벌어 들이던 건강한 수출기업들 때문에 헤지펀드들이 감히 한국을 공격하지 못했는데 이제 그 기능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자동차의 경우 세계 최대인 중국시장이 의외로 위축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의 자동차 보급과정을 감안할 때 중국 자동차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고, 그래서 모두가 중국에서 설비증설에 공격적이었다. 그러나 중국 내 부의 불균형으로 인해 1선 도시의 자동차 보급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자동차 수요가 급격히 둔화됐고, 도로 등 자동차 인프라의 더딘 보급, 그리고 예상보다 심각했던 대기오염이 수요를 제한했다. 그 결과 중국이 급작스러운 공급과잉으로 접어 들었다. 사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미국, 유럽처럼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수익성이 높았는데 그 시장이 위축된다는 것이 더 고통스럽다. 반도체는 아직 성장과정이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헤지펀드들도 중국정부가 삼성전자를 추격하여 흔들어 놓기 전까지는 한국을 관망하는 분위기였는데 의외로 한일 통상마찰로 인해 삼성전자가 한국을 떠나야 한다면 서둘러 공격해 볼만하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한편 한국은 인구도 가장 빨리 노령화되는 국가 중 하나다. 즉 향후 건강보험 재정지출이 급증할 것이다. 또한 연기금의 자산이 과대평가되고, 부채가 과소평가된 부분도 정부재정으로 충당해야 한다. 특히 한국에는 통일이라는 이벤트가 있다. 예전에 한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은 통일되면 달러당 3천원 갑니까?”라고 물은 적 있다. 통일비용을 염두에 둔 것이다.이런 한국의 구조적 문제들이 시간이 갈수록 더 나올 수 밖에 없으니 헤지펀드 입장에서는 시간을 끌더라도 승산이 높을 수 있기 때문에 편한 마음으로 한국을 공격할 수 있다. 만일 헤지펀드가 한국자산을 팔거나 원화를 공격해서 절하시키면 원자재 수입비중이 높은 한국은 수입물가가 상승해 서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진다. 정부가 이를 좌시할 수 없으므로 재정으로 그 부담을 흡수하게 될텐데 이는 또 다른 원화가치 하락 요인이므로 헤지펀드 입장에서는 해 볼만한 게임이 될 수 있다.2016년 초 소로스는 중국 위안화를 공매도하며 공격했다. 부채위주의 기형적 성장이 지속될 수 없고, 그 결과는 참담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실패했다. 그 이유는 중국의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지금 빚이 있어도 성장을 지속하면 갚고도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헤지펀드의 공격에서 벗어나려면 성장이 살아 있어야 한다.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젊은 벤처기업들을 지속적으로 탄생시킬 수 있는 인프라와 규정을 시급히 갖춰야 하고, 이들의 성장을 해외 투자자들에게 알려야 한다.
2019-08-05
김학주 한동대 교수일본이 한국 반도체 업체에 소재 공급을 제한하겠다고 위협한 이후 이를 모면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생산설비를 미국으로 이전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됐다. 일본이 미국에 있는 설비에 대해 제재하기는 불가능하다. 일본경제가 미국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이다.그런데 아베가 그런 시나리오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6월말 트럼프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미국 이전을 희망한다고 언급했었다. 한편 일본은 중국에 있는 한국의 반도체 생산라인에도 소재 공급을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싫으면 피난처인 미국으로 가라는 이야기인가? 아베가 확실히 트럼프를 밀어주는 모습이다. 물론 그는 대가를 바란다. 미국의 통상마찰을 피해 보자는 것이다.이는 정치가 경제에 간섭하기 시작한 증거로 볼 수 있다. 즉 이런 사태가 앞으로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가 저성장에 돌입하여 먹이가 줄어들면 사람들도 동물의 본성을 갖는다. 약육강식이다. 이는 분명히 한국에게 불리하다.만일 한국의 반도체 업체들이 통상마찰을 피해 미국으로 설비를 이전하면 비용 상승은 우려할만한 수준이다. 반도체의 경우 수요처, 즉 전자제품 조립업체, 그리고 부품공급 인프라가 모두 아시아에 몰려 있다. 미국으로 생산설비를 이전할 경우 품질관리를 위해 부품공급 인프라를 미국으로 옮겨야 하고, 생산된 제품을 미국에서 다시 아시아로 운반해야 한다.2000년대 중반 현대차가 미국, 중국에 생산설비를 만들었을 때 부품 인프라까지 현지에 구축했었다. 그런데 당시 자동차는 미국, 중국 시장을 확장하는 차원이었으므로 이런 투자가 정당화됐지만 반도체는 비용만 늘어나는 꼴이다. 반도체처럼 기복이 큰 산업의 경우 불황기에 이런 비용상승 요인은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다. 반도체 설비를 미국으로 이전하면 원화약세는 가속화될 것이다. 반도체가 우리나라 수출 가운데 20%를 넘게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 증시에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해외투자자들이 우리나라에서 탈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으로 갈 수 없다면 적어도 아베나 트럼프가 싫어하는 한국, 중국 이외의 지역으로 생산설비를 옮겨야 한다. 베트남이 떠오르고 있다. 따라서 베트남 투자는 고려할만하다.정부는 이 기회에 반도체 소재를 국산화하자고 설득한다. 반도체 소재는 같은 재료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고, 공정마다 적용방법도 다르다. 즉 다품종 소량 생산이고, 여기에는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노하우(know how)가 숨어 있다. 한국 반도체 업체들은 그 동안 일본의 노하우를 싸게 이용했던 셈이다.그렇다고 국산화가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문제는 시간이다. 소재를 개발하는데 3∼4년 걸리고, 그 품질을 인증하는데 1∼2년 소요됨을 감안할 때 우리가 자체 개발한 소재를 안심하고 쓰려면 4∼6년을 기다려야 한다.위험한 것은 그 기간 안에 반도체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반도체 산업의 대표적 특징이 RD 및 설비 투자 부담이 매우 크고, 변동비가 작다는 것이다. 즉 판매량을 한 단위 높일 때 추가적으로 늘어나는 이익의 규모가 급증한다. 따라서 수요가 늘어날 때 설비투자를 공격적으로 하여 그 수요를 따라갈 수 있으면 엄청난 돈을 벌게 되고, 그 돈으로 다음 세대의 기술을 선도할 수 있게 된다. 과거 삼성전자가 일본의 반도체를 넘어 선 것도 같은 방법이었다.만일 향후 4∼5년간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가 온다면 미국 마이크론과 같은 경쟁업체가 공격적인 투자를 해서 주도권을 한국 업체로부터 빼앗아 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그 기간 동안 설비를 늘려도 소재 부족으로 늘어나는 수요를 대응할 수 없다. 즉 일본이 우리 경쟁력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것이 불안하면 미국으로 가야 한다.
2019-07-30
김학주 한동대 교수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금지가 단순히 아베의 반한 감정이라면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뒤에 일본의 전략적인 계산이 숨어 있다면 한국경제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일각에서는 아베가 반한감정을 자극하여 참의원 선거에 이용하려는 술책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베는 일본 내에서 아베노믹스를 통해 일본기업들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혁신의 발판, 즉 르네상스의 기틀을 만들었다는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굳이 반한 감정을 자극하여 극우세력을 결집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특히 이런 식의 보복은 일본 반도체 부품업체들에게도 타격을 준다. ‘경제 동물’이라고까지 별명이 붙을 정도로 계산적인, 그리고 용의주도한 일본이 이런 대응을 한다는 것이 매우 낯선 상황이다. 그렇다면 일본의 무역 제재 뒤에 뭔가 숨은 것이 있지 않을까?일본의 최대 고민은 미국의 자동차 수입 관세다. 일본경제가 현재 자동차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기 때문에 미국 정부로부터 일본 차에 수입관세가 부과되면 일본경제는 치명타를 맞을 수 있다. 일본 내 자동차 생산에 직접 종사하는 종업원 규모가 83만명 정도로 알려지지만 자동차 수리, 보수, 마케팅, 금융까지 포함하면 500만명이 넘는다.1985년 9월 플라자 합의는 일본의 엔저에 따른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를 시정하기 위한 강제 엔고 조치다. 그런데 당시 미국의 무역적자를 특히 키웠던 것이 자동차였으므로 그 후 일본의 자동차 업계는 충격을 받았다. 그럼에도 일본이 흔들리지 않았던 이유는 훨씬 더 큰 전자산업이 있었기 때문인데 지금은 IT의 주도권을 한국에 뺏긴 상황에서 자동차 관세는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결국 일본은 자동차 산업을 지키기 위해 미국에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것을 한국의 반도체 업체들이 내도록 하려는 것일까? 반도체 소재나 장비의 경우 세계적으로 독과점적인 것이 여럿 있고, 그 가운데 일본이 주도하는 분야도 있다. 예를 들어 이번에 제재 품목에 포함됐던 감광액(photo resist)이 공급되지 않으면 차세대 노광장비(EUV)를 쓰기 어려워 삼성전자가 야심 차게 준비하던 비메모리 분야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또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 소재 가운데 일본업체가 독점하는 것들도 있다.만일 일본이 삼성전자를 힘들게 하면 당장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러지가 메모리 부문에서 반사이익을 받고, 또 인텔과 같은 미국의 비메모리 업체들이 삼성전자 같은 미래의 경쟁자를 제거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과거 마이크론은 일본의 엘피다를 인수했었다. 그러나 마이크론 내 일본 지분은 없다. 즉 일본이 전략적으로 삼성전자 대신 마이크론을 밀어준다면 미국 제재를 피하기 위한 방편일 것이다.이런 생각이 “트럼프와 합의된 것인지, 아니면 아베가 알아서 기어보는 것인지” 불확실하다. 일본의 무역제재가 왜 하필이면 G20회담 직후에 나왔을까? 물론 단순한 아베의 반한 감정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물론 여기에는 일본 소재 업체들의 희생도 따른다. 반도체 부품의 소비자들이 삼성전자처럼 독과점 지위에 있으므로 납품선을 돌리기가 어렵다. 중국 업체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일본의 소재 및 장비 구입을 원하지만 트럼프가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마이크론이 설비를 충분히 확장할 때까지 일본 기업들도 기다리며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은 정부 말을 잘 듣는다. 일본 정부가 “일본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그렇게 하자”고 설득하면 일본 반도체 소재 기업들이 따를 가능성이 높다.세계경제가 저성장으로 돌입하며 먹이가 줄어드는 가운데 힘이 약한 나라로 피해가 넘어오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든다. 성장기에는 모두가 너그럽지만 이제는 누가 하나 사라져 주면 나머지가 행복해지는 시대가 되어가는 것 같아 씁쓸하다.
2019-07-23
김학주 한동대 교수강남 아파트 가격이 들썩거리자 정부는 다시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참여정부는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의도와 반대였다. 그 당시 한국의 전후세대들이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에 걸쳐 있어 주택수요가 뜨거웠기 때문이다. 반면 분양에 의욕을 잃은 건설업자들이 주택공급을 줄여 주택가격이 상승했고, 이로 인해 서민들이 오히려 피해를 봤다.지금은 한국의 전후세대들이 은퇴하고 있다. 이제 거주비를 절감하고 의료비를 비롯해 여생의 생계비를 충당해야 하는 노인들이 증가하는 것이다. 즉 주택의 실수요는 꺾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금융투자 수단으로서의 주택 수요가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1%대 중반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채권 수익률이 연 평균 1.76%까지 하락했다고 한다. 참을 수 없이 낮은 수익률이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모든 자산가격에 거품이 있을 만큼 비싸다는 이야기다. 주택이라고 예외일 리는 없다.은퇴하는 인구가 증가할수록 월급 대신 정기적인 보상을 해주는 투자수단이 더욱 필요하다. 그런 자산 가격에 프리미엄이 생긴다. 그런데 이제 한국의 소비자들도 ‘월세’에 익숙해진다. 특히 집값이 상승해서 주택을 소유의 개념에서 이용 목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진다. 결국 주택을 투자목적으로 구입하면 ‘월세’라는 정기적인 수입이 생긴다. ‘역모기지론’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택이 매력적인 투자수단이 되어 간다.특히 비싼 고급 주택 수요는 더 증가한다. 예전에 경제가 고성장하던 시절에는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바빴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은퇴인구가 많아질수록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진다. 경제적 여건이 되는 한 좋은 집에 살고 싶다. 한편 최근 분양되는 아파트들을 보면 ‘살아보고 싶을 정도로’ 스마트한 기능들이 많다. 결국 전반적으로는 한국에서 주택 수요가 꺾였지만 고급 아파트에는 프리미엄이 붙는 주택의 양극화가 나타날만한 환경이다.이런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가 효과적일까? 건설사들의 국내 아파트 분양에서의 세전이익률은 10%로 추산된다. 물론 강남권 아파트는 더 높을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얼마나 가격을 낮출 수 있을까? 건설사들의 경우 고정비 부담(leverage)이 낮기는 하지만 없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서 아파트 가격을 1% 깎는다고 할 때 이들의 수익성은 1%보다 훨씬 더 훼손될 수 있다. 당연히 건설사들의 주택공급 의욕이 쉽게 꺾일 수 있다. 반면 2000년대 중반과 이유는 다르지만 강남 등 월세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지역의 주택 수요는 강하다. 과거처럼 정부의 의도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강남 집값을 잡으려면 토지공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집을 투자수단으로 삼지 못하게 해야 한다. 1가구 다주택을 금지하고, 정부만이 소비자에게 낮은 월세로 임대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 이 경우 투자수단으로서의 가격 거품이 빠질 수 있다.그러나 싱가포르처럼 처음부터 그렇게 했으면 모를까 지금 그러려면 엄청난 혼란이 따른다. 평생 벌어서 강남에 집 한 채 산 사람도 있고, 다른 자산을 팔아서 주택을 구입한 분들도 있다. 특히 주택시장에서 자금이 빠진다면 어디로 갈까? 국내 금융자산을 더 비싸게 만들 수 있는데 이것도 서민들이 여생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 또한 주택이탈 자금이 해외로 빠져 나가면 원화가치가 떨어져 수입물가가 상승하는데 이는 서민들의 삶의 질을 훼손할 수 있다.자금을 강남 부동산에서 지방으로 유도하려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훌륭한 신성장기업들이 지방 도시에 많이 생겨야 한다. 그 쪽으로 사람들이 모이며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다. 왜 근본 대책을 도외시하고 편법을 쓰는가?
2019-07-15
김학주 한동대 교수‘Made in China 2025’는 중국이 첨단 기술에서 미국을 추격하기 위한 전략이지만 1차 목표는 삼성전자다. 일본 정부가 최근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를 비롯한 IT 부품 및 장비의 한국 수출을 금지할 수 있다고 위협하지만 일본 기업들은 마케팅 중심이므로 구매업체를 기술로 위협할 수 있는 형편은 못 된다. 지금 삼성전자의 상대는 일본이 아니라 중국정부다.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얼마큼 비상식적인 지원을 통해 삼성전자를 괴롭힐지 우려된다.중국은 우선 반도체보다 디스플레이에 집중하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디스플레이는 미국과 직접 경쟁하지 않는다. 반도체의 경우 미국에 ‘마이크론’이라는 업체가 자리잡고 있지만 디스플레이는 통상마찰의 우려가 없다는 이야기다. 둘째, 화웨이, 샤오미, 오포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양적으로는 이미 삼성, 애플과 경쟁하는 수준으로 성장했으므로 이들에 대한 패널 납품 수요를 자체적으로 확보한 상태다. 셋째, 반도체는 미세화 기술이 넘기 어려운 진입장벽이지만 디스플레이의 대면적화 기술은 시행착오를 거쳐 해결할 수 있는 만큼 후발주자들이 쉽게 따라 잡을 수 있는 산업이기 때문이다.2018년부터 2022년까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을 받고 있는 OLED 수요는 3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생산능력은 중국의 집중투자로 인해 두 배로 늘어날 것이다. 자연이 공급과잉이 생길 수 밖에 없고, 수익성도 기대 이하일 것이다. 삼성SDI가 현재 플렉서블(flexible) OLED의 95%를 생산하지만 2022년경 점유율이 32%로 하락할 전망이다. 특히 중국정부의 민간기업에 대한 지원은 상상을 초월한다. 주 정부가 민간기업과 합작을 한다. 즉 중국정부가 삼성전자의 직접적인 경쟁 상대방이 된다는 것이다. 사업 초기 손실을 정부가 감내할 수 있고 다양한 보조금을 통해 현지 업체를 키울 수 있다. 중국 화웨이가 이미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마당에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과거 삼성전자가 정부와 경쟁했던 사례가 떠오른다. 삼성전자는 높은 생산성을 바탕으로 반도체 가격을 내리며 일본 엘피다를 압박했다. 결국 엘피다가 적자로 돌아서자 일본 정부가 일본 은행들을 불러 이야기했다. “일본의 기간산업인 반도체의 엘피다가 힘들어하고 있으니 지원 부탁드립니다”라고 요청하자 은행들은 말없이 돈을 놓고 갔다고 한다. 삼성전자가 엘피다와 싸운 것이 아니라 일본 정부와 싸운 셈이다. 그 모습을 보면서 반도체 산업이 ‘지저분하다’고 느꼈는데 중국 정부는 더 지저분할 수 있다.최근 일본정부는 IT부품 및 소재의 수출대상에서 한국을 제외시키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일본은 물건을 사 주는 나라가 아니라 파는 나라다. 따라서 기술 이전에 관대하다. 이번에 제재한 품목들도 이미 한국에 합작사를 설립하여 기술 이전을 한 상태다. 그 동안 우리가 현지화를 서두르지 않았던 이유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생산공정이 예민하여 갑작스런 소재 변경을 꺼렸기 때문이다. 일본이 정말 소재를 공급하지 않는다면 국산화가 빨라질 뿐이다. 그러나 단기적인 생산차질은 불가피하다. 기업 실적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생산공정이 예민한 만큼 소재를 대체하는데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생산량은 줄 수 있으나 판매단가가 올라서 부정적인 부분이 상쇄될 수 있다고 주장하나 잘못된 판단이다. 석유의 경우 수요가 비탄력적이라서 감산을 하면 가격이 오를 수 있으나 IT제품은 그렇지 않다. 정부가 역사와 외교를 분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무튼 이렇게 디스플레이 생산능력이 늘어날 때는 소재나 장비 수요가 급증하게 되어 있다. OLED의 소재인 유기물질의 경우 미국의 유니버설 디스플레이(Universal Display)가 세계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2019-07-09
김학주 한동대 교수마이너스 금리의 국채가 늘고 있다. 과거에는 일본 및 독일 국채수익률이 마이너스에서 맴돌았는데 이제는 프랑스, 스웨덴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 만큼 석유기반의 구경제는 빠르게 위축되고 있고, 그 안에서 미국의 ‘밥그릇 싸움’도 우리를 걱정스럽게 한다. 해법은 빨리 산업구조를 신성장 분야로 바꾸는 것인데 한국은 제대로 길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라서 안타깝다.먼저 내년부터는 파리기후협약이 발효되며 친환경 움직임이 빨라질 것이고, 2차전지 수요도 크게 늘어 날 전망이다. 그런데 한국의 2차전지 부품업체들은 최근 실적이 악화되었다. 그 이유는 중국 전지업체들과의 경쟁 때문이다.사실 중국정부는 현지 업체들에 대한 보조금을 중단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한국업체들이 경쟁하기 유리한 환경이 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다른 결과가 나왔다.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줄였다는 사실은 “낮은 제품단가에 생존 가능한 업체들로 구조조정 되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중국의 2차전지 업체들의 가격경쟁력 배경을 보면 첫째, 모든 부품을 100% 중국에서 조달하기 때문이다. 2차전지 핵심소재인 희귀금속의 경우 중국이 가장 풍부하니까 접근이 용이하다. 또 2차전지 제조 공정이 은근히 노동집약적이라서 중국이 인건비 경쟁력을 볼 수 있다. 둘째, 중국 정부의 도움이다. 그 동안 엄청난 보조금을 통해 인프라를 구축해줬고, 해외업체들에게 기술상납을 종용하여 현지업체들이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었다. 셋째, 중국의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신성장 산업으로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2011년경 중국 중심의 경제성장이 기대되며 건설중장비를 만드는 한국의 두산인프라코어가 각광받았었다. 그런데 중국의 싸니(SANY)가 두산을 능가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귀를 의심했었다. 그런데 중국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싸니로 입사한다는 설명을 듣고 두산인프라코어 주식을 모두 팔았던 기억이 난다.과거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국가들이 모두 1인당 GDP 3만불 이상의 국가들이었다. 오로지 한국만 2만불대에서 제대로 된 자동차를 만들 수 있어서 가격경쟁력을 주도하며 시장점유율 확대할 수 있었다. 그런데 1인당 GDP가 1만불도 안 되는 중국이 침투하여 자리를 잡은 산업이라면 더 이상 볼 것 없지 않을까? 2차전지도 그 가운데 하나가 되는 것 같다. 내년부터 2차전지 수요가 늘어나겠지만 중국 업체들과 경쟁하지 않을 해법(solution)을 갖고 있는 글로벌 기업에 투자하는 편이 옳아 보인다.한편 친환경과 더불어 신성장의 또 다른 축은 바이오 산업이다. 그러나 한국의 바이오는 ‘인보사’ 사태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그 동안 너무 장밋빛으로만 접근하여 주가에도 거품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가장 높은 프레미엄을 받는 바이오 업체들은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곳들이다. 만일 이런 새로운 시도들이 성과를 보이면 기존 치료법은 대체가 되는 셈이다. 즉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기존 바이오 업체들은 신약의 가치평가를 할 때 출시 이후 특허가 유지되는 10여년 시장을 독과점하는 것으로 가정했기 때문에 그 이후에 나올 대체 치료법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새로운 치료법 가운데 이미 오랜 기간 연구된 것들도 있다. 즉 10여년이 보장되지 않을 수도 있다.지금 세계 바이오 산업은 새로운 치료법에 주목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 바이오 업체 가운데는 이렇게 신기술을 주도하는 곳이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주가가 할인되어야 하는데 한국 내 투자가능 바이오 기업들의 희소성 때문에 오히려 프레미엄을 받고 있는 바, 이것이 거품의 증거다.결국 한국의 신성장 산업은 중국에 치이고, 신기술에 대체될 수 있는 처지에 있다. 사회정의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한국의 신성장 관련 스타트업을 돌봐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
2019-07-01
김학주 한동대 교수이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있을 G20정상회담을 앞두고 시진핑은 북한을 방문했다. 중국은 트럼프를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일단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그의 눈치를 살필 필요가 있다.트럼프 입장에서 내년 말 대선 경쟁후보인 민주당 바이든에게 크게 열세를 보이는 것이 고민이다. 그는 분위기 반전을 위해 중국으로부터 선물을 기대하고 있고, 북한의 핵폐기가 그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물론 바이든과의 격차가 너무 크면 더 큰 선물을 위해 좀 더 기다려 볼 수 있겠지만 트럼프에게 선물이 급한 것은 사실이다.중국은 언젠가 북한을 중국 중심의 경제권으로 끌어 들여야 한다. 어차피 투자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북한도 중국 성장모델을 따를 수 밖에 없다. 시스템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 투자에 있어 한국도 자유로울 수 없다. 북한이 의도 했든, 안 했든 핵미사일이 미-중 갈등 해결 국면에서 보상을 받을 것 같다.이런 상황에서 남북경협주가 조명을 받을 수 있으나 민간주도의 거래가 아니라면 그 실익을 장담할 수 없다. 원화가치도 미-중 화해무드로 인해 단기적으로 안정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북한 투자부담으로 인한 절하 압력이 훨씬 클 것이다. 우리가 북한에 ‘돈 버는 방법’ 대신에 돈을 퍼주기 시작하면 재정은 쉽게 고갈된다. 가뜩이나 인구가 빠르게 노령화되는 국면에서 의료보장 비용이 급증하고,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며 기업 부실을 처리해야 하는 공적자금 지원이 늘어날 것임을 감안할 때 한국의 정부재정 악화가 우려된다.트럼프는 답례 선물을 준비한 것 같다. 화웨이 제재를 점차 완화하는 것이다. 사실 트럼프가 그 동안 엄포를 놓았던 3000억불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한 25% 관세는 그 자신도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는 세계경제 시스템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럼프도 그 적용 시기를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화웨이 제재를 선택했던 것으로 보인다. 만일 북한 핵폐기를 포함해 중국의 선물이 충분하다면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완화되며 세계 기술주들의 회복세가 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갈등의 근본적 원인이 패권 다툼에 있으므로 트럼프는 좀 더 공세를 이어갈 확률도 있다. 이 경우 중국 화폐 가치가 달러당 7위안을 넘으며 세계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 2016년에도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인해 중국에서 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7위안을 넘어가기 직전까지 몰렸었다. 그 당시 중국 인민은행이 외환보유고 달러자산을 3%가량 팔며 위안화 가치를 방어하려 했지만 소용 없었다.그런데 위안화 가치는 그 후 저절로 안정됐다. 미국 스스로가 가파른 금리인상을 못 견뎠기 때문이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는 힐러리를 이길 수 없었지만 예상을 뒤집고 승리한 이유는 민주당이 구조적인 저성장 기조를 읽지 못하고 금리를 빠르게 올려 경기가 급격히 냉각됐기 때문이다. 이런 패착으로 인해 직업을 잃고 실의에 빠진 젊은이들이 마약, 알코올에 중독되어 일찍 죽는 사태가 심각했다. 트럼프는 이 문제를 해소하겠다며 지지층을 늘려 나갔었다.금리로는 중국을 흔들 수 없음이 확인된 바, 트럼프는 좀 더 직접적인 공격법인 관세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의 보복에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고, 또한 무역분쟁 속에 미국경제도 멍이 들기 때문에 트럼프 입장에서는 라이벌인 바이든에게 경제 실패라는 약점을 제공할 수 있다.결국 일시적으로 달러당 7위안이 넘어갈 수 있지만 오래지 않아 위안화가 안정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미국 공격을 버티면 중국 위안화의 위상은 더 강화될 수 있다. 즉 위안화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 저점매수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
2019-06-24
김학주한동대 교수증시 투자자들은 지난 10년간 인플레를 두려워했다. 인플레가 오면 서민들의 삶이 피폐해지므로 정부는 시중에 풀린 자금이 회수될 수 밖에 없고, 증시 주변 자금들도 마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늑대는 오지 않았다. 죽었기 때문이다.최근 일본에서는 몇 십 년 만에 생필품 가격이 인상됐다. 노동력이 부족하여 인건비를 올려줄 수 밖에 없었고, 이를 충당하기 위해 제품가격을 올린 것이다. 그러나 물가 상승은 좌절됐다. 왜냐하면 가격이 오르자 물건이 안 팔려 슈퍼마켓에서 어쩔 수 없이 가격을 할인했기 때문이다. 세계 전체적으로 소비심리는 극도로 악화되어 물가가 오르면 사람들이 쉽게 소비를 포기하는 환경이 되어 버렸다. 늙었기 때문이다.문제는 인건비처럼 물가상승 요인이 발생해도 실제 물건 가격은 오르지 않지만 기업들의 수익성이 훼손된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미-중 무역갈등을 비롯해 세계 전역에서 교역을 지양하고, 각자 도생의 길로 가면 국가간 비교우위가 사라지고 생산성이 떨어진다. 쉽게 말해 싼 중국제품을 미국인들이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이 경우 비용상승 요인이 발생하지만 기업은 제품 가격을 올릴 수 없으므로 수익성이 악화된다. 정부가 아무리 시중에 자금을 공급해도 기업 실적이 악화되면 주가는 하락할 수 밖에 없다. 즉 트럼프가 지금 예민한 곳을 건드리고 있는 것이다.그러므로 증시의 새로운 저승사자는 생산성 하락이다. 이것이 기업을 질식시키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세계 세계경제가 저성장으로 가는 대신 본능적으로 비용을 절감하려는 몸부림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빅데이터(big data)를 활용한 공유경제 플랫폼, 또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솔루션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움직임으로 인해 생산성이 개선되면 비용상승 인플레 압력이 약해지고, 그 만큼 정부는 많은 양의 자금을 증시에 남겨둘 수 있다.그런데 최근 이들 플랫폼과 제도권과의 갈등이 첨예하다. 즉 규제로 인해 이들 플랫폼들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시장의 우려가 많다. 최근 후쿠오카에서 열렸던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향후 재정지출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하고 그 과정에서 정부 빚이 증가할 수 밖에 없으므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세수에 대해 주로 논의했다. 그 가운데 데이터에 대한 과세가 쟁점이었다. 즉 데이터에 부가가치가 형성되는 과정을 정의하고, 해당 데이터가 제공된 곳에 세금을 매기자는 내용이었다.그러나 데이터 자체에 세금을 부과하면 이중과세다. 플랫폼 업체들의 이익에도 법인세를 부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접적인 과세는 아닐 것이다. 또한 빅데이터 플랫폼에서 지속적으로 세금을 거두려면 관련 규정을 만들어 사업을 구체화시켜 주어야 한다. 따라서 이들의 생산성 개선 활동이 시장의 우려만큼 방해받지는 않을 것 같다.그 결과 인플레 압력이 최소화되었고, 정부가 편하게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따라서 증시의 복원력도 강해졌다. 그러나 이는 시장이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인위적인 정책 때문임을 명심하자. 과거 미국이 경쟁력 있었던 이유는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즉시 시장원리가 작동하여 빠르게 정상화시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은행이 망하면 예금자들이 손실을 떠 안고 끝낸다. 환부만 얼른 도려낸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민간의 부실을 공공 부채로 떠 넘기며 상처를 숨기고 있다.정부가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세계경제 시스템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 부분의 실패를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부실이 전염된다는 것이다. 인구의 구조가 바뀌거나 새로운 성장동력이 나타날 때까지 이렇게 버티자는 것이고, 그 결과 시장은 평온해 보인다. 그러나 숨겼던 부실이 가끔씩 드러날 수 있으므로 그 때마다 증시를 피하는 훈련은 필요해 보인다.
2019-06-17
김학주 한동대 교수현대자동차는 수소 연료전지 개발에 향후 10년간 7.6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2차전지(배터리) 전기차 개발에 늦었으므로 수소전지로 판을 바꾸겠다는 생각이라면 오산이다. 길게 보고 천천히 개발하는 것은 바람직하다.향후 20년 안에 전기차가 석유차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내년부터는 전기차의 보급이 빨라질 것이다. 그것은 세계 자동차 업체들의 신차개발 계획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가 대세였는데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도 경쟁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까?수소 연료전지차도 성장 잠재력을 부인할 수 없다. 그 근거는 첫째, 연료를 태우지 않으므로 그 만큼 열 손실이 없고, 친환경이다. 또 지구상에 널린 것이 수소다. 둘째, 2차전지가 갖고 있는 고민에서 자유롭다. 즉 리튬, 코발트, 니켈 같은 희귀금속을 소재로 쓰지 않는다. 그리고 1회 충전시 300마일(480km) 달릴 수 있으므로 석유차에 버금간다. 1회 충전 시간도 5분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그러나 단기적으로 수소 연료전지차의 보급이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동차는 고용 연관 효과가 어떤 산업보다 커 정치적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만일 당장 수소전지차가 보급된다면 그 동안 천문학적인 자금 투자를 했던 배터리 전기차 기술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무용지물이 될 수 있으므로 기득권에게 반갑지 않을 것이다. 또한 수소전지차 기술을 갖고 있는 업체는 도요타, 혼다, 현대차, 벤츠 정도에 불과하므로 수소전지차가 성능 및 경제성 측면에서 배터리 전기차를 압도하지 않는 한 당장 주류가 될 수는 없다.안타깝게도 수소 연료전지는 아직 한계가 여럿 있다. 먼저 수소를 추출하는 방법 중 현재 95%를 차지하는 것은 천연가스의 메탄과 수증기를 섞어 개질(reforming)하는 방법인데 메탄은 온실가스를 유발하는 주범이다. 즉 친환경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또 수소를 만들었어도 사용처까지 운송해서 저장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수소저장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운송, 보관비용이 훨씬 많이 소요된다. 차량 디자인에 있어서도 불리하다. 승용차에 수소탱크를 달고 다닐 경우 탱크의 부피가 만만치 않다. 그 만큼 차량 내 공간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혹시 중국이 판도를 뒤집어 줄 수 있을까? 만일 중국이 에너지의 패권을 석유에서 전기로 바꾸기 위해 의도적으로 전국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하면 수소자동차의 매력이 생기고, 석유차를 대체할 수도 있다. 판매대수 기준으로 중국은 세계 자동차 수요의 30%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그러나 중국 시장만 보고 자동차를 개발할 수 있을까? 신차개발에는 엄청난 연구비용이 소요되며, 특히 새로운 형태의 엔진을 장착할 경우 개발비용은 더 커지는데 그러기에는 30%의 시장이 너무 작아 보인다. 설령 중국이 수소 인프라에 투자를 한다 하더라도 중국이 일본업체들의 선진 기술을 따라 잡은 후에 하지 않을까?한편 수소를 얻기 위해 물을 전기 분해하는 방법도 있다. 중국 일부 지역은 그 동안 신재생 발전에 너무 많은 투자를 한 결과 2차전지가 부족해서 전기를 그냥 흘려버린다. 이런 경우 남는 전기로 수소를 만들고, 이를 전기가 필요한 지역으로 옮겨 발전을 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 중국은 신재생 발전을 통해 전기 생산을 늘리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전기가 부족하다. 아직 발전의 70%를 석탄에 의존한다.당분간 수소 연료전지는 트럭이나 기차와 같이 수소탱크를 장착하는데 공간적 부담이 없고, 큰 힘이 필요한 운송수단 위주의 틈새시장에서 사용될 전망이다. 그러므로 수소전지가 2차전지의 수요성장세를 가로막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2019-06-10
김학주한동대 교수역사학자들은 ‘일본’ 이야기만 나와도 예민해진다. 그런데 한국을 대표하는 전자와 자동차 기술을 일본에 머리 숙여 배웠다. 그 고달팠던 과정을 역사학자들은 모를 것이다. 오늘날 삼성전자는 일본업체들을 제쳤다. 현대차의 품질은 도요타에 뒤지지 않게 됐다. 이것이 제대로 된 복수 아닐까?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우리 민족은 남들에게 못할 짓 안 했을까? 정도의 차이는 있다고 해도 말이다. 사람은 모두가 그렇게 부족한 존재다. 그 사실을 인정했으면 좋겠다. 역사는 학자가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후손들이 객관적으로 평가해 줄 것이다. 어쩌면 그럴 필요도 없이 ‘민족’이라는 개념이 모호해질지도 모르겠다.최근 페이스북은 달러와 1:1로 교환할 수 디지털 현금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플랫폼 안에서 온라인 쇼핑을 제도권 화폐로도 할 수 있는데 굳이 자체적인 가상화폐를 쓰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환위험이나 거래수수료 없이 글로벌 고객들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 즉 사업을 세계적 규모로 키우는데 용이하다는 것이다.둘째, 생태계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즉 플랫폼이 먹이사슬의 가장 위에 군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체적인 통화 덕분에 많은 소비자들을 모아 빅데이터를 얻을수록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실시간으로 가장 잘 알 수 있으므로 모든 주문이 여기서 생성된다. 지금의 제조업체나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그 밑으로 들어가서 주문을 받게 된다. 즉 플랫폼의 시녀가 된다는 것이다.셋째, 화폐의 가치는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상승한다. 1970년대 금 본위제가 깨진 이후 화폐의 가치를 금으로 완벽히 보증하지 않는다. 달러도 그냥 ‘종이’고 정부가 보증해 편하게 쓸 수 있는 ‘무이자 국채’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인터넷 플랫폼이 커져 디지털현금이 더 많이, 그리고 편하게 사용될수록 그 가상화폐의 가치는 상승할 것이고, 그럴수록 생태계의 매력도가 높아져 더 크게 발전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넷째, 결제를 위해 돈이 저장돼 있으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금융 및 투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중국 알리페이는 ‘위어바오’라는 결제대기 자금을 활용한 단기 금융상퓸을 출시했는데, 이 뿐 아니라 플랫폼 생태계 안에 매력적인 스타트업(start-up) 등 괜찮은 투자대상이 많아질수록 본격적인 투자를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 수 있다.트럼프가 가장 두려워하는 인물은 시진핑이 아니라 아마존의 대표인 제프 베조스(Jeff Bezos)다. 그 생각은 시진핑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경제 먹이사슬의 가장 위에 군림할 인터넷 플랫폼은 속성상 독과점이 불가피하다. 특히 동질화된 서비스로 수렴할 것이므로 거대업체간 MA의 가능성도 높다. 이렇게 플랫폼이 대형화되면 정부 말을 듣지 않는다. 대항할만한 힘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제도권이 인터넷 플랫폼 업체들을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심하게 규제하며 성장을 방해하고 있지만 민심은 제도권을 떠나고 있다.제도권의 탑 다운(top down) 방식의 규제는 이미 실망스러운 결과와 함께 한계를 드러냈다. 화폐는 경제의 혈액과 같은 것인데 민간경제를 대표하는 플랫폼이 자체적인 화폐를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 곳에 보내어 경제 구석구석으로 산소를 배달할 수 있다면 플랫폼은 더욱 대형화될 것이다.궁극적으로 세계경제는 몇 개의 유력한 플랫폼 생태계로 구분될 것이다. 그리고 환율이란 그 생태계들의 자체적인 화폐 가치의 경쟁비율을 의미할 것 같다. 국가란 함께 오래 살아 온 사람들의 관습과 문화, 질서를 정의하는 조직 정도로만 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세상은 이렇게 진화하고 있는데 포퓰리즘에 빠져있는 세계 정치인들이나 민족에 집착하는 역사학자들의 주장은 순진한 푸념처럼 들린다. 우리는 지구 이웃 아닌가?
2019-06-03
김학주 한동대 교수미-중간 무역전쟁이 치열하다. 과연 통화전쟁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중국은 그 동안 미국 수출로부터 얻은 달러로 미국국채를 샀다. 2019년 3월 현재 미국국채 가운데 17.3%를 보유하고 있다. 그 덕분에 미국은 구매력을 갖고, 통화패권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미국이 중국 물건을 사지 않겠다면 중국은 보유하고 있는 미국국채를 팔아 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대부분의 시장참여자들은 “팔 수 없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 이유는 첫째, 중국의 달러부채가 많아 불안하다는 것이다. 만일 중국 외화보유고에서 달러 자산이 줄면 해외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느껴 중국에서 일제히 탈출할 수 있다는 우려다.둘째, 중국이 팔아도 미국국채는 끄떡없을 것이라는 기대다. 세계적으로 미국국채와 경쟁하는 채권은 독일국채와 일본국채 정도인데 이들의 금리는 거의 영(zero)에 가깝다. 여기에 비하면 2%대의 미국국채는 매력적이므로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팔아도 이를 받아줄 매수주체는 충분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결국 중국은 매력적인 자산만 뺏기는 꼴이 된다는 논리다.그런데 시장은 미국국채가 팔렸을 때 미국이 받을 수 있는 충격, 그리고 중국 금융시장의 성장 속도를 과소평가하는 것 같다. 먼저 중국이 미국국채를 집중적으로 팔 것임이 시장에 알려지면 매수 주체들은 일단 채권가격이 충분히 떨어질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적어도 그 기간만큼은 미국의 국채금리가 상승할텐데 이를 견디지 못하는 구경제 한계기업들이 미국에 많다. 예를 들어 Ford의 신용등급이 투자적격의 최하단인 BBB고, GM은 이미 투기(junk) 등급인 BB로 추락했다.또한 미국인들은 빚을 내서 소비하는 사람들이 많다. 소비에 있어 저금리는 절대적으로 도움이 된다. 주택모기지 대출, 자동차 할부 금융, 학자금 대출 등 모든 시중 금리의 기준은 국채 금리이므로 미국국채 금리가 상승할 때 미국 소비는 쇼크에 빠질 것이다.한편 중국 금융시장의 성장도 예상보다 빠를 것이다. 글로벌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락(Blackrock)의 대표인 래리 핑크(Larry Fink)는 중국이 은퇴인구 난(retirement crisis)에 빠졌다고 이야기했다. 즉 은퇴한 중국인들은 평생 모은 자산을 금융자산에 투자하여 여생을 살아야 하는데 시중에 금융투자수단이 턱 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글로벌 선진 금융기관들에게 중국 진출은 엄청난 기회이고, 모두들 중국으로 달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중국 정부도 이 문제를 직시하고, 인정한다. 그래서 금융시장 개방 의지를 갖고 있다. 2017년말 중국 정부는 해외 자산운용사의 중국 내 합작 지분 비중을 51%까지 확대했다. 그리고 2021년 100%까지 허용할 계획이다. 중국의 금융시장이 커질수록 내성도 강해질 것이다.시장이 생각하는 대로 미국 국채를 받아줄 만한 주체가 충분하다면 시진핑 입장에서는 미국 국채를 팔아 볼만하다. 사실 중국의 우려는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를 매도할 때 가격을 밑으로 밀면서 팔아야 하는 부담이다.중국이 미국국채를 팔고 나간다는 것은 다시 사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누가 중국의 보유비중(17.3%)을 대신할 수 있을까? 시장 참여자들은 수급이 깨졌다고 생각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중국의 미국국채 매도에 따른 충격은 시장이 지금 낙관하는 것보다 훨씬 클 수 있다. 만일 미국 중앙은행이 지금처럼 달러를 발행해서 중국이 파는 미국국채를 사면 될까? 그 순간이 미국 패권의 마지막 날이 될 것이다.지금은 미국정부가 화웨이를 뚜렷한 근거 없이 규제하는 등 중국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그런데 중국이 쉽게 항복하지 않고, 미국이 당황하기 시작하면 그것이 중국으로 패권이 넘어가기 시작하는 기점이 될 것이다.
2019-05-28
김학주 한동대 교수원화가치 하락세가 예사롭지 않다. 5월이 모건스탠리 신흥국 지수에서 한국 주식을 팔고 중국 본토주식을 사는 시기라서 수급상의 요인도 있지만 좀 더 구조적인 이유를 찾아보자.중국은 신경제의 핵심분야인 환경과 데이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관련 핵심기술을 얻은 과정이 이색적이다. 즉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엄청난 보조금을 투입해 신재생 에너지 기술을 확보했다. 또 빠르게 노령화되어 가는 인구의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건강관련 데이터를 수집했다. 고난이 기술을 선물한 셈이다.중국은 주요 11개 지역에서 태양광 및 풍력 발전이 석탄발전보다 경제성을 갖기 시작했다. 사실 중국 정부는 2023년경 이런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4년 먼저 실현됐다. 그렇다면 석탄과 석유관련 설비 및 가치 사슬은 예상보다 일찍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또한 중국은 2021년까지 전기차 생산이 늘어 석유차가 소멸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의 최대 전기차 생산업체인 BYD는 이미 생산능력을 2018년 수준의 5배로 늘리고 있다. 그들은 “루비콘 강을 건넜다”고 이야기한다. 중국이 움직이면 어떤 경제라도 만들어진다. 그 만큼 규모가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 수요가 줄어들면 OPEC을 비롯한 자원보유국들은 공급을 줄이는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동맹(cartel)이 강해진다. 그 결과 수요가 줄어듦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오히려 상승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다.쉐일(shale) 유전을 보유한 미국도 중국이 에너지의 중심을 석유에서 전기로 돌리는 것에 기분이 상한다. 하지만 어차피 석유의 수요가 줄어든다면 미국입장에서 남의 점유율을 뺏는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중동을 건드린다고 생각한다. 이란이 목표물이다. 중동에서 긴장이 고조되면 석유 생산 및 운송의 채널이 막히게 되고, 그 만큼 미국이 쉐일오일을 더 많이 팔 수 있다. 석유관련 부가가치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중국의 신경제에서의 약진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조시킨다. 그리고 먹이가 부족해질수록 짐승들은 사나워진다. 세계경제가 저성장으로 갈수록 이기주의가 팽배해지고, 지금처럼 무역갈등이 나타난 후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기 쉬운 환경이다. 한반도가 지정학적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는 지역임을 감안할 때 원화가치에 부정적일 것이다.한편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으로 시끄럽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은 미국에 팔지 못하는 물건을 다른 나라에 팔아야 한다. 즉 단기적으로 위안화를 절하시켜 중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인 뒤 이웃나라의 점유율을 뺏겠다는 계산이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중국과 직접 경쟁하는 제품들이 많다. 결국 미국의 관세 압박이 우리나라에 전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위안화는 중국 수출이 회복되며 다시 안정될 수 있지만 한국은 수출에서의 경쟁력을 잃으며 원화가치 절하 추세가 고착화될 수 있다.중국이 전기차를 보급하면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위협을 받을 것이다. 이처럼 중국이 만드는 신경제로 인해 아직 구경제 산업구조에 머물러 있는 한국이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이번 달 미국 중앙은행은 한국을 환율조작국에서 제외시킬 것 같다. 물론 우리가 미국 현지생산화를 많이 진행했고, 미국으로부터 에너지 수입을 늘려 미국에서 얻는 경상흑자가 축소된 부분도 있지만 우리의 수출경쟁력이 미국에게 걱정되지 않을 만큼 약해진 부분도 포함될 것이다.한편 중국의 성장이 지정학적 위험을 만들고, 이로 인해 달러가 강세로 간다. 또 자원보호국의 카르텔이 강해지며 에너지 가격이 동반 강세를 보인다. 이로 인해 달러로 에너지를 수입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수입물가가 상승한다. 이처럼 수출이 줄고 수입물가가 상승하여 원화가치가 하락하는 악순환이 추세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
2019-05-20
김학주 한동대 교수잘 마무리될 듯 보였던 미-중 무역협상이 다시 난항에 빠졌다. 최근 트럼프는 중국에게 협상 마지막 국면에서 “다른 이야기를 한다”며 화를 내고 관세 폭탄을 투하했다. 겉으로는 무역갈등처럼 보이지만 속내는 패권다툼이다. 미국이 근본적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Made in China 2025’처럼 중국이 첨단분야에서 미국을 따라 잡아 패권을 뒤집는 것이다.중국이 첨단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려면 국내기업에 보조금을 주며 키워야 하고, 미국은 이를 원천봉쇄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에도 이 부분에서 마찰을 빚었다. 미국이 패권을 쉽게 놓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런 서열 싸움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지금은 서로의 힘을 확인하는 과정이다.사실 트럼프의 무역갈등은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훨씬 크다. 일단 세계교역이 줄어든다는 것 자체가 국가간 비교우위가 사라지고, 그 결과 경제활동 및 거래의 기회가 줄어든다. 미국의 녹 슨 제조업 설비(rust belt)가 일부 재가동될 수 있지만 미국인들은 비싼 부품을 써야 한다.그럼에도 미국 민주당은 트럼프가 일으키는 무역갈등을 비난하는데 주저한다. 왜냐하면 이는 서열 싸움이기 때문이다. 경제적 실리를 넘어선 자존심 싸움이라는 것이다. ‘미국우선주의’는 미국인으로 하여금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게 할 수 있는 구호다.그렇다면 미국은 이런 싸움을 통해 확실한 이득을 얻을 수 있을까? 트럼프는 트위터에 “중국은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다”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그러나 그의 말처럼 중국을 쉽게 이길 수 있었으면 싸움은 벌써 끝났다.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이미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중국에서의 영업 악화로 고통을 받고 있다. 애플도 타격을 받았다. 중국에 물건을 수출하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제조설비도 가동률이 떨어지고, 그 결과 미국의 다국적 기업은 유럽에서도 고통을 호소한다.특히 중국의 보복은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 약자이므로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다. 만일 중국이 이판사판으로 가면 중국 내 미국 기업들은 지금보다 훨씬 큰 타격을 받는다. 규제라는 측면에서 중국이 미국보다 한 수 위일 수 있다. 한편 갈등이 조장한 불안심리로 인해 나타난 달러강세도 미국 다국적기업 실적에 부담이 된다.어차피 패권다툼인데 미국은 이런 비용을 치르더라도 중국을 더 몰아붙일 힘이 남아 있을까? 지난 4월 미국의 실업률은 3.6%로 49년래 최저를 기록했다. 미국이 상대적으로 좋아 보인다. 이런 노동력 부족 현상으로 인해 인건비 인상 압력이 나타난다. 지난달 미국의 시간당 임금상승률은 3.2%였다.그럼에도 핵심 소비자 물가지수는 1.6%에 불과했다. 즉 돈을 벌어도 소비 대신 저축을 한다는 이야기다. 노인은 당연하고 젊은이들도 미래에 불안해 하고 있다는 증거다. 고용도 인프라 투자로 인한 건설과 헬스케어 위주로 좋았다. 즉 정부 재정지출의 인위적 힘으로 버티는 셈이다.결국 미-중 패권다툼은 계속되겠지만 어느 쪽의 일방적인 게임은 아닐 것이다. 즉 상대방의 힘을 느끼는 순간 이를 부정할 만큼 맹목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서로를 인정할 것이며, 그 위치에서 다시 힘을 겨룰 것이다. 즉 서로가 치킨게임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므로 이런 정치적 위험만 잘 피하면 오히려 증시에서 큰 돈을 벌 수도 있다.단, 싸움이 거듭되는 과정에서 돌발적 충돌의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이 갑갑해지면 마지막으로 휘두를 수 있는 것은 군사력이다. 중국의 100배의 위력을 과시한다. 그러나 중국을 직접 공격할 수는 없다. 그런 측면에서 북한이 미국의 무력시위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지금 트럼프가 북한에 인내심을 발휘하는 이유는 중국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과의 협상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북한을 공격해서 협상을 그르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2019-05-13
김학주한동대 교수아직 중국의 위안화는 세계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고 통화로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지만 점유율 상승세는 두드러진다. 런던시장에서 파운드보다 위안화 거래가 더 많고, 러시아의 경우 이미 외환보유고의 15%가 위안화다. 시간이 갈수록 위안화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 이유들로 인해 달러의 점유율을 가져 올 것이다.첫째, 석유결제 통화로 위안화가 포함되어 갈 것이다. 산유국들 가운데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를 비롯해 상당 국가들이 미국을 싫어한다. 이들 산유국이 결제통화로 달러뿐 아니라 위안화도 받는다면 세계 중앙은행들은 외환보유고에서 달러를 일부 팔아 위안화를 사야 한다. 그 만큼 위안화 가치가 상승할 것이다.그런데 산유국 기업 가운데 중국에게 파는 석유에 대해서는 이미 위안화로 결제하는 곳이 있다. 그래서 미국은 이란을 제재한다. 이란이 수출하지 못하는 석유를 사우디가 대신 팔 것이다. 즉 미국은 말 잘 듣는 사우디를 챙겨주려는 계산이다.사실 유럽도 달러 단일결제 통화 시스템에 불만을 제기한다. 꼭 비싼 달러를 사서 석유를 구입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싸게 살 수 있는 통화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한편 중국은 세계 최대의 석유 수입국이 됐다. 그만큼 석유 거래에 있어 위안화 결제의 명분이 생길 전망이다.둘째,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다. 다른 나라 물건을 사 줄 수 있어야 ‘큰 형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이것이 ‘패권’이다. 중국의 내수 규모는 이미 미국을 추월했으므로 패권을 잡을 수 있는 자격이 생기고 있다. 1900년대 전반 미국은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후 세계경제 재건과 성장에 필요한 자원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RD)과 설비를 바탕으로 패권을 잡았다. 그러나 이제는 생산보다는 맞춤형 소비가 세계경제를 주도할 것이기 때문에 인구가 많은 아시아 지역으로 패권이 넘어 올 수 밖에 없다.셋째, 중국의 저축 감소로 인해 금융시장 개방이 불가피해지는 것도 위안화 절상 요인이다. 중국은 사회보장이 미흡해서 개인들이 저축을 많이 했다. 그런데 2013년 경제활동인구가 정점을 찍은 이후 저축이 줄고 있다. 이제는 저축했던 돈을 찾아 써야 하는 은퇴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중국의 수출이 감소하는 반면 중국인들의 해외여행은 늘어간다. 이런 요인들로 인해 중국의 경상적자가 커지고 있다. 즉 중국 내부에서 돈이 모자란다는 이야기다.이제는 중국이 물건을 판 대금을 해외로 보내는 나라가 아니라 국내에서 모자라는 돈을 채우기 위해 외국에서 자금을 들여 와야 하는 형편이다. 그러려면 금융시장을 개방해야 한다. 한편 중국 내부에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도 늘어날 것이다. 이렇게 위안화의 사용처가 늘고, 유동성이 증가할수록 통화의 가치는 증가한다.모건스탠리(MSCI)는 신흥국 주가지수에서 중국의 편입비중을 20%까지 높여 갈 계획임을 발표했다. 세계 대표 채권지수(Global Aggregate Index)에서도 중국 채권 비중이 수년 내 20∼25%까지 확대될 전망이다.단, 중국 위안화로의 패권 이동 속도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중국의 금융시장은 아직 분화되지 않은 조직 같다. 지금 개방 의지는 보이지만 미국이 흔들면 다시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미국은 2015년에도 그렇게 흔들었고, 그 당시 중국정부는 증권의 거래를 중지시키는 등 미숙한 태도를 보이며 신뢰를 잃기도 했다. 그러나 떠오르는 태양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중국 위안화의 편의성이 여러 국가들에 의해 체감될수록 위안화로의 통화패권 이동은 순식간에 진행될 수 있다. 미국 달러가 1950년대 기축 통화로 자리를 잡는 모습도 그랬다. 여러분들은 자녀를 위해 투자하지 않는가? 위안화 자산을 공부시키고, 사 주시면 어떨까?
2019-05-06
김학주한동대 교수버닝썬 사태로 인해 한류 음악(K-pop) 이미지가 실추됐다. 한 외국인 투자자는 “싸이가 외쳤던 강남스타일이 섹스와 마약이었냐?”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는 예고된 사태였다. 어려서부터 연예기획사 골방에서 오직 스타가 되기 위해 고된 훈련을 인내했던 청소년들의 가치관이 세속적일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이로 인해 관련 연예기획사 주가는 폭락했다. 그러나 머지 않아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인간이 어차피 세속적인 본성을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처벌도 소용 없다.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과거에는 자원이 부족해서 경쟁이 치열했고 남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이제는 배부르고, 등 따뜻하니까 예술도 하게 되고, 또 저성장하는 경제 속에서 노력해도 예전처럼 크게 얻을 것도 없으니까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만족하고, 이웃을 돌아보며 살지 않을까?”라는 기대였다. 그러나 완전히 오산이었다.시간이 갈수록 세속적인 것들이 인간의 몸에 누적되는 것 같다. 인구가 많아져 지구가 더러워지고, 그 오염물질과 스트레스는 사람 몸에 질병을 일으키는 나쁜 단백질을 만들고, 심지어 그것이 유전까지 된다는 것이 후성유전학에서 이야기하는 논리다. 또한 정신도 병들어 간다.성경에 등장하는 아담처럼 창조주께서 허락하신 것에 감사하지 못하고 인간은 끊임없이 더 쾌락적인 것을 요구한다. 대마초를 비롯한 마약류를 허용하는 지역이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관련 기업의 주가는 오를지 모르나 그 삯은 사망이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통증이 가중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마약성 진통제를 찾게 된다. 나중에는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한 바이오 해법을 제시하는 산업이 유망해질 것 같다. K-pop뿐 아니라 K-beauty(한국의 화장품)도 한류의 중심에 있다. 그런데 로레알(L’Oreal)을 비롯한 글로벌 명품 브랜드 주가는 오르는 반면 한국 화장품 업체들은 힘을 잃었다. 한때는 중국에서 글로벌 브랜드들이 고객 취향에 맞는 신제품 출시 능력에 관해 한류 화장품 업체들을 벤치마크하려고 노력했었는데 분위기가 역전된 모습니다.명품 화장품이 약진하는 이유를 먼저 전자상거래에서 찾을 수 있다. 로레알의 지난 1분기 전자상거래 매출은 전년비 44% 급증했다. 사실 아마존을 비롯한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그 동안 제조업체들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경쟁을 심화시켰다. 그 등살에 못 이겨 질레트, 네슬레 같은 명품 브랜드조차 가격을 할인하며 팔 정도였는데 화장품은 반대 결과를 보이고 있다. 아마존의 알렉사(Alexa) 같은 쳇봇(chatbot)에게 화장품을 주문하면 로레알 등 명품을 권유한다. 이런 쳇봇들도 일을 해 본 후 화장품에 관한 한 명품 권유가 맞다고 학습된 것이다. 이는 마치 타이어의 경우 한국 제품 가격이 미쉐린 등 명품 브랜드 가격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타이어는 목숨과 직결되므로 명품을 쓰고 싶은 것처럼 사람들이 외모를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 본능이라는 것이다.한편 밀레니얼 세대(Y세대) 젊은이들은 저성장 속에서 큰 기회를 얻기 어려우니까 자신의 삶의 질을 위해 더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명품 수요가 증가한다. 이런 여러 것들이 명품 브랜드를 차별화시키는 요인이다.로레알의 주가 상승의 또 다른 이유는 아시아 판매가 전년비 23.2%나 증가했다는 것인데 이는 화장품 산업 전반적으로 좋은 소식이다. 아시아 여성들은 곱고 흠 없는 피부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즉 기능성 스킨 케어 화장품 수요가 증가하며 부가가치를 확대할 수 있다. 이런 움직임이 더 진전되면 화장품 업체들이 제약, 바이오 분야로도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화장품 업체들의 성장도 아직 끝났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2019-04-30
김학주한동대 교수2000년대 들어 세계적으로 생산시설 및 연구개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있었다. 그래야 고용이 늘고 소비가 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 실패를 시인해야 하는 순간이다. 여러 유인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투자에 의욕을 잃었던 이유는 먼저 이미 시들고 있는 구경제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한편 신경제도 미래 기술의 방향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단계이므로 서둘러 투자하기가 부담스럽다. 또 신경제의 특징은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이다. 독과점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다. 그 결과 오히려 경쟁이 줄고 겹치는 조직이 없어 고용에 부정적이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그 기술의 미완성에서 오는 부작용을 해소할수록 사람들의 직업을 본격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 기계가 완전해질수록 사람들은 덜 필요해질 것이고, 출산의욕도 떨어질 것이다. 인간은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도입했지만 그것이 인구 축소를 고착화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소비를 줄이며 경기 위축을 가속화시킬 수도 있다. 결국 신경제는 편의성은 주지만 성장을 방해하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아무튼 세계경제가 성장이 얼만큼 둔화될 수 있는지 손을 놓고 지켜볼 수 밖에 없는 국면이다. 단, 중국은 이런 역경을 계획경제에서 민간경제, 그리고 시장경제로 전환하며 돌파하려 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의 저돌적인 개방공세가 중국 공산당을 변화시키고 있다. 미국이 중국 물건을 사주지 않는다면 중국은 스스로 소비를 일으켜야 하는데 계획경제로는 역부족임을 실감하고 있다. 이것이 트럼프가 한 일 가운데 유일하게 잘한 일이다. 어쩌면 트럼프가 본의 아니게 중국을 변화시킨 인물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만일 중국이 시장경제에서 성과를 내면 글로벌 유동성이 중국으로 들어가 투자될 수 있다. 최근 증시 반등의 이유를 미국과 중국의 타협 가능성에서 찾고 있는데 오히려 중국의 변화 가능성에서 찾는 이들도 많다.지금의 문제는 전통경제를 고수하고 있는 늙은 유럽에 있다. 최근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유로화를 집중매도하고 있다. 유럽이 흔들리는 이유는 먼저 독일에서 찾을 수 있다. 사실 유로화라는 단일통화가 독일에게는 통화가치 절하 효과를 주기 때문에 유럽지역에서 드물게 제조시설이 발달한 독일은 수출경쟁력을 활용하여 돈을 벌어 와 그 이득을 유로존 회원국들에게 나눠주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글로벌 경제가 저성장으로 돌입하여 제조설비를 갖고 있는 독일이 타격을 받고 있다. 만일 미국의 자동차 관세가 구체화되면 독일은 휘청거릴 수 밖에 없다. 독일에서 얻을 것이 줄어든다면 영국, 그리스, 이탈리아처럼 유로존을 이탈하려는 국가들이 증가할 것이다. 화폐의 가치는 사용주체가 줄어들면 떨어지게 되어 있다. 가상화폐의 가치가 사용자의 증가에 따라 오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있었던 2016년 하반기에도 유로화, 위안화가 약세를 보였는데 지금은 글로벌 저성장의 희생양이 신성장의 활력이 있는 중국보다는 유로존이다. 그런데 문제는 달러의 평가 잣대가 유로화라는 것이다. 즉 유로 약세가 달러 강세를 유발하고 있다.향후 가치가 떨어질 유로를 빌려 달러 자산을 사는 유로 캐리(euro carry) 전략이 유행이다. 과거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자금을 조달하는 엔 케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를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 대상이 유로화로 바뀌어 가는 모습이다.유로화 약세에 따른 달러 강세 영향으로 인해 원화도 간접적으로 약세 압력을 받고 있다. 만일 우리나라 수출업체가 이러한 원화약세를 활용해 달러를 더 벌어 온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아쉽게 한국도 독일과 비슷한 입장이다. 제조설비가 점점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따라서 한국 투자자들은 재산의 일정부분을 달러나 위안화를 비롯한 해외자산으로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2019-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