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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한국에 배당주는 살아 있는가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세계적으로 금리가 제로수준을 넘어 마이너스 영역을 넘보고 있다. 이제는 돈을 맡겨도 이자 대신 보관료를 받을 태세이다. 이런 가운데 자연스럽게 배당에 관심이 간다.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이나 현금을 사내에 많이 쌓아 놓은 기업들은 어려운 저성장 국면에도 연 2~4%의 후한 배당수익률을 안겨줄 수 있다.기업들은 투자기회가 많지 않아 잉여현금이 남는 편이다. 이 돈으로 주주들에게 배당지급을 늘리거나 자사주를 매입 소각하여 주주들의 부를 높여 줄 수도 있다. 지난해 배당은 세계적으로 9.9% 늘어난 것으로 보고된다. 그러나 배당주 펀드 성과는 좋지 못했다. 왜냐하면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 소각 펀드가 훨씬 더 인기 있었기 때문이다. 즉 자산가격 거품이 생길 때 자사주를 사면 그에 상응하는 매도세가 제한되어 주가 상승효과가 증폭된다는 것이다.그런데 올 들어 자사주 매입소각 펀드에서 배당주 펀드로 관심이 이동되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미국이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는 시늉을 했기 때문이다. 사실이라면 기업들은 오히려 주식을 발행해서 이자부담이 커질 부채를 갚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둘째, 배당주는 기본적으로 영업과 현금흐름이 안정적인 방어주다. 그렇지 못해 주가가 하락하면 배당수익률이 의미 없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완연한 저성장이 확인된 상태에서 이런 안전 주식에 대한 선호도가 커졌다.배당은 기업의 미래를 가늠하는 신호로도 쓰인다. 즉 웬만하면 배당을 줄이지 않기 때문에 배당을 올릴 경우 미래에 대한 자신감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반면 최근 미국 정유회사들의 배당수익률이 주가급락으로 인해 9%에 이르는 경우도 있는데 지속되기보다는 배당이 급락할 가능성이 높은 바, 조심해야 한다.한편 정부는 기업이 잉여현금을 종업원 임금 인상, 주주 배당, 국내 투자에 쓰지 않고 사내에 쌓아 두면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했다. 이런 기업소득 환류세제의 성과를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측정하여 2017년에 부과한다. 올해가 측정 마지막 해이므로 배당성향이 높아질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소극적이다.한국은 배당에 인색하기로 유명하다. 이익에서 배당지급이 차지하는 비중인 배당성향이 20% 미만이다. 선진국의 40% 수준에 비해 턱없이 낮다. 한국의 상장 기업들은 그동안 창업주 또는 2세에 의해 운영되어 왔다. 많은 대주주들이 기업이 자신들 것이고, 그 안의 현금이 필요하면 배당보다 비자금을 만들어 빼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관행을 막기 위해 정부가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고육지책으로 들고 나왔을 때 그 반응을 얻으려고 사내유보 현금이 많은 몇몇 기업을 인터뷰했다. 대답은 충격적이었다.“회계상 이익을 줄이면 되지 않겠습니까? 한국 회계사들은 보수적이라면 다 좋아합니다. 또 현 정권이 2017년이면 물러나는데 그 이후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 않습니까?”정부의 시책에 신경을 쓴 쪽은 상속 때문에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재벌들 뿐이었다. 이런 기업지배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한국의 주가는 본질가치에 비해 할인되어 왔다. 그러나 경영진이 창업 3세 이후로 넘어가면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가 비자금 수사를 철저히 하는 한 상속세 50%가 지배력을 크게 약화시키고, 순환출자도 점차 끊어질 것이기 때문이다.성장이 두드러진 기업은 배당을 늘릴 필요 없다. 오히려 그것이 독이 된다. 성장을 위해 재투자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한국의 기업들이 성숙기에 접어든 지금 기업가치를 올릴 수 있는 길은 합리적이고 투명한 배당원칙이다. 한국에서는 KTG, SKT, 한국전력이 대표적인 배당주로 꼽혀왔다. 이제는 음식료를 포함한 안정적 내수주들이 가세하여 배당성향을 높이고 좋은 투자기회를 제공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6-02-29

金을 살만한 시기인가?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사람들은 금을 좋아한다. 희소성 때문에 믿을 수 있는 가치저장 수단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금 가격은 고공행진을 벌였다. 새로운 태양으로 떠오르는 중국이 자국 화폐의 가치를 보증하기 위해 금을 더 살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특히 중국인들은 금을 좋아하므로 그들의 부가 쌓일수록 금에 대한 저축이 늘어날 것이라는 희망도 함께 있었다.그러던 금 가격이 2011년 온스당 1천700불을 정점으로 급락했다.그 이유는 첫째, 미국발 통화의 양적완화(QE)였다. 리만사태 이후 미국 연준(Fed)은 3차례에 걸쳐 3조달러의 돈을 풀었다. 윤전기를 돌려 달러를 찍어 낸 것이다. 그 때부터 달러가 그냥 종이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역사적으로 금의 최대 수요자는 유럽 중앙은행들이었다. 이들 통화의 가치를 보증하기 위해 금을 샀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 이어 유럽과 일본 등 주요국들이 양적완화에 가세하며 그럴 필요가 없음을 알게 되었다. 즉 화폐는 국가의 신용으로 발행되는 무이자 국채 정도로 인식되었다. 금의 가장 큰 수요에 대해 의심이 생기기 시작했던 것이다. 심지어는 헤게머니를 얻기 위해 위안화의 위상을 높여야 했던 중국조차도 외환보유고에서 금의 비중을 줄였다. 이는 충격적이었다.둘째, 금가격에 붙어 있던 조작된 거품이 제거되기도 했다. 금속은 주로 런던금속거래소(LME)를 통해 거래되는데 LME가 금의 출고시 인도기간을 늘리면서 매도를 방해하여 2011년경 가격 거품을 키웠던 부분이 있었다. 금속의 소비자였던 중국은 여기에 불만이 있었다. LME는 2012년 홍콩거래소에 인수되며 이런 관행을 멈췄다.추락하던 금 가격이 올 들어 반등의 움직임을 보인다. 다시 찾아 온 디플레 공포 때문이다. 1973년 이후 금 가격 상승률을 보면 금리가 하락하는 경기침체기에 월평균 1.4%로 평상시 월 0.4%보다 월등히 높았다.얼마전 미국 연준은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검토했다. 도대체 각국 정부가 얼마나 금리를 더 내리고, 돈을 풀어야 경기가 살아난다는 말인가. 이렇게 낮은 금리 하에서 금융기관들은 부실해질 수 밖에 없다. 비즈니스 모델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금융기관의 부실까지 떠 안겠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미국의 재정에 대해 의심이 생길 수 밖에 없고 달러가치가 흔들릴 수 있다. 이렇게 비관적인 경우 자금이 갈 곳은 금이다.또한 금융기관이 부실해질수록 예금보호가 잘 될지 의문이다. 저성장 속에서 부의 재분배가 중요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즉 정부가 부자들의 돈을 빼앗아야 하는데 그 일환으로 예금보호를 하지 않는 경우가 세계적으로 많아지고 있다. 결국 부자들은 부를 보호하기 위해 예금보다 금을 선택하게 될 수 있다.지금은 금 투자에 괜찮은 시기라고 판단된다. 적어도 투기가 아닌 헤지(hedge)차원에서 바람직하다. 그 이유는 첫째, 신경제가 얼마나 빨리 구경제를 대체하며 회복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만일 가까운 장래에 디플레를 해소하지 못해 달러예금이 마이너스 금리로 빠지고 달러가치가 의심받을 경우 금가격만 오를 것이다. 이 때 세계 경제는 비참할 것이다. 그 확률이 높다고 단언할 수는 없으나 일단 발생하면 금 가격은 폭등한다는 점에 유의하라. 둘째, 금 가격이 생산원가 근방이라는 점도 가격 하락 위험을 제한하고 있다. 석유처럼 얕은 층의 금은 고갈되고, 심층에서 채굴된 금에 의해 원가가 상승한 것이다. 셋째, 한국인의 경우 앞으로 닥칠 원화약세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즉 금은 달러로 거래되는데 달러가 설령 약세로 가더라도 원화보다는 강할 것이라는 점이다.

2016-02-22

리만사태의 재판(再版)?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2008년 리만브라더스가 도산했다. 리만이 대표로 망했을 뿐 당시 세계 금융기관들의 부실은 비슷했다. 사람들은 은행이 안전하다고 믿는다. 평소에는 그렇다. 은행들은 신뢰를 위해 위험관리를 철저히 하고, 그래서 보수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같이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닥칠 때 쉽게 무너진다. 은행들의 자기자본은 전체 자산의 십분의 일에 불과하다. 즉 자산이 10%만 부실해져도 자본이 잠식되어 도산하고 만다. 그러면 금융 기능이 마비되고, 세계경제는 멈춘다. 악순환의 고리로 접어드는 것이다.리만사태는 부동산 버블 붕괴에서 비롯됐다. 세계적인 투자은행들은 솟아 오르는 부동산 가격에 환호했다. 너무 장사가 잘되다 보니 목적물이 없는 부동산 관련 사기 금융상품도 팔았다. 돈 벌이에 급한 나머지 판매상품의 신뢰성을 검증하는 절차도 잊어버릴 정도였다.지금 금융기관에 부실을 안겨 주는 요인은 원자재 관련 자산 가격 하락이다. 2012년경 중국발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시작되던 당시 한 에피소드가 기억난다. 홍콩에 갔을 때 펀드매니저들은 몽골의 1인당 국민소득이 1년내 3만$에 도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몽골은 석탄광산이 풍부하고, 노천탄광이기 때문에 아무 곳이나 불도우저로 밀면 광산이 된다고 했다. 하루가 다르게 뛰는 석탄가격을 보며 그들은 그렇게 예상했고, 몽골 여성과 결혼하고 싶어하는 이들도 있었다. 지금은 후회하겠지만 말이다. 채굴설비 투자가 시작되면 3년 이상 지속된다. 즉 무모한 광산투자가 마무리된 것은 작년 초로 추정되고, 그 이후 공급과잉의 몸살을 앓게 됐으니 부실은 이제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리만사태나 지금이나 사태를 촉발시킨 도화선은 다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같다. 돈을 살포해서 생긴 자산가격 거품의 붕괴이다. 거품을 만든 이유는 디플레를 막기 위함이고, 디플레는 인류가 지난 15년간 할 일을 안하고 자산가격 거품에 취해 과소비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인류의 노령화로 인해 세계경제 저성장이 불가피해졌다. 그 시기에 인터넷이 보급되어 인류는 정보를 신속히 얻을 수 있고, 스마트해질 수 있었다. 지금 화두가 되고 있는 창조경제는 그 때 시작되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었어야 했다. 그러나 그린스펀은 돈을 풀어 자산가격 거품을 만들었고, 사람들은 자신이 정말 부자가 된 줄 착각해서 과소비했다.늦은 만큼 부지런히 신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그 규모가 구경제의 몰락을 의미있게 상쇄할 때 근본적인 문제가 치유될 것이다. 그 때까지 부실은 거품을 만들어서 감추어야 한다. 여기서 궁금증은 미국 연준이 방향을 틀어 금리를 내린다고 할 때 자산거품이 다시 생기겠냐는 것이다. 돈의 속성은 기생을 닮았다. 더 이상 얻을 것이 없으면 빠져 나온다. 투자자들은 이미 자산가격 거품이 극대화되었음을 경험했으므로 더 얻을 것이 희박하다고 판단할 것이다.반면 그 반대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금융자산을 처분하더라도 어디로 갈 것인가? 현금을 쥐고 있느니 약간의 수익률만 있으면 그 곳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불행하게도 위험이 없는 채권의 수익률은 거의 사라져 현금과 다름 없게 되었다. 이제 기다릴 것은 위험이 진정되는 것이다. 지금 발생하고 있는 부실 규모가 어느 정도 측정이 되고, 그 치유책이 구체화될 때 돈은 빠르게 위험자산 쪽으로 환류될 것이다. 2009년 리만사태 때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후자 쪽의 확률이 높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부실이 통제되려면 적지 않은 기간이 필요한 것 같다. 통제되지 않는 위험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것은 무모하다. 주식을 갖고 있는 투자자라면 투자규모 만큼 주가지수 인버스 ETF를 사서 시장의 변동 위험을 제거하고, 보유주식의 수익률이 시장 지수 수익률을 상회하는 부분만 취하는 전략을 당분간 권하고 싶다.

2016-02-15

소로스는 이길 수 있을까?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 에디슨아카데미학부옛말에 “개 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라는 구절이 있다. 조지 소로스가 그런 경우이다. 그는 반공주의자이나 그가 자본시장에서 돈을 버는 모습은 공산주의를 닮았다. 남을 선동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갖고 있다. 그것을 자극하여 비합리적인 행동을 강요하고, 거기서 차익을 얻는다. 물론 그는 자선사업도 많이 하고, 인류 평등을 위해 공헌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결과도 수단이 잘못되면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에서 한 유태인은 전폭적인 지지를 못 얻는 것 같다.소로스는 역외시장에서 중국 위안화를 매도하고 있다. 여기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논리가 있다. 먼저 미국이 중국을 흔들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과거 그들처럼 중국이 아시아 역내에 해군을 주둔시키며 군사력을 확대하려는데 대해 불쾌하다. 그래서 특별한 부작용이 없는 한 금리를 올려 중국의 금융시장을 교란시키려고 한다.최근 일본은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렸다. 지금처럼 디플레 압력이 있을 때 엔화가치는 절상됐었다. 왜냐하면 어차피 제로금리 밑으로 명목금리가 더 내려갈 수 없다면 디플레만큼 채권의 실질이자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명목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려 엔화가치를 절하 추세로 반전시킨 것이다.여기에는 미국의 허락이 필요하다. 그 이유는 일본이 대부분의 물건을 미국에서 팔기 때문이다. 미국은 엔저를 통해 중국의 성장을 사전에 차단하려 한다. 소로스는 자신이 위안화를 공격하여 절하시켜도 중국이 이를 활용하여 수출을 늘리고, 위안화를 방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일본의 견제 속에서 말이다.소로스의 또 다른 베팅 근거는 부가가치가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 미국을 비롯한 선진시장으로 이동한다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창조경제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중국의 저임금 노동력보다는 선진국의 고급노동력의 생산성이 훨씬 높아진다는 점이다. 1980년대부터 2008년 리만사태 이전까지 고 성장기에 선진국들은 신흥국의 저임금 노동력을 이용하고 싶어했다. 리카도(Ricardo)의 비교우위론에 입각해서 말이다. 이를 글로벌화라고 불렀다. 그러나 선진국들이 3D 프린터, 인공지능, 로보틱스 등의 신기술을 앞세워 신흥국의 저임금 노동력을 대체하고 있다. 세계 교역량이 20년만에 처음으로 세계 GDP성장률을 하회한 점은 주목할만하다.최근 소로스에 동조하여 위안화를 매도하는 헤지펀드들이 가세하고 있다. 그러나 의심해볼만한 측면도 있다. 첫째, 미국이 중국을 흔들 수 있는 형편인가? 가계부채 부담이 큰 미국인들이 금리 인상을 예상하며 소비를 줄이고 있다. 올 들어 미국 금융주 주가는 9% 하락했다. 최근 옵션시장 지표들은 금융주들이 향후 3개월간 최악의 경우 28% 추가 하락할 수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둘째, 중국은 아직 청춘이다. 장기적으로 성장여력이 있는 국가이다. 위안화도 시간이 갈수록 위상이 강해질 것이다. 소로스가 90년대 수출기반을 잃고 맥이 풀려 있던 영국의 중앙은행을 공격할 때와는 다르다. 셋째, 위안화 가치 붕괴는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자칫 미국이 싸움을 붙여 신흥국들이 환율전쟁이라는 밥그릇 싸움에 말려들 수 있기 때문이다. 조만간 중국 주도로 G20가 소집되어 대응책을 논의할 것이다.소로스의 공격 속에 중국 정부는 환율 방어에 다시 나섰다. 즉 달러를 시중에 내다 팔고 위안화를 매집한다. 이는 중국 증시의 위안화 유동성 위축을 의미한다. 그 결과 중국 증시는 하락했다. 소로스가 미국을 등에 업고 단기적인 승리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러면 중국 증시는 더 하락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중국 주가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충분히 회복될 수 있는 수준이라면 떨어질수록 조금씩 매수해 보는 것도 투자전략 일 것이다.

2016-02-12

`먹는 것`으로 관심 이동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지난해 음식료 업체들의 주가가 좋았다. 과거 성장기에는 돈을 버는데 모든 관심이 쏠렸지만 은퇴인구가 많아지며 저성장기로 접어들자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로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 음식료 업체들은 이익이 안정적이므로 저성장기에 주가 프리미엄이 더해지는데 이제는 성장관련 이야기조차 여기서 발생하며 주가를 자극하고 있다. 사실 성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선진국에서는 관심사가 먹고 사는데 있어 음식료 업체들의 주가가 높은 편인데 한국도 그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1~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편의점에서 팔리는 간편식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 제품은 이미 흥행에 성공한 요리나 유명 백화점의 조리법을 그대로 적용했기 때문에 맛도 보증된 상태이다. 최근에는 가계의 소득이 줄면서 외식보다는 가정에서 편의점 간편식을 즐기는 경우도 많아졌다. 즉 음식료 업체들의 새로운 수익원이 강화되고 있다. 이런 제품들이 중국에서도 통할 수 있을까? 중국도 산업화로 인해 간편식 수요가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단, 맛에 대한 취향은 민족의 문화처럼 차이가 있으므로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중국인들의 해외여행이 많아지면서 한국의 입맛에 익숙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여행객들의 가방 속에서 한국 간편식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전통적으로 음식료업체들의 주가에 부정적인 요인은 곡물 가격이 오르더라도 정부가 서민을 위해 판매가격 인상을 억제하여 수익성이 떨어지는 경우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유가 하락 등으로 인해 인플레 압력이 최소화되자 판매가격 인상이 수월해졌다. 특히 정부가 세수부족으로 인해 술, 담배 가격 인상에 후한 편이다. 술, 담배의 경우 판매가격의 대부분이 세금이다. 작년에 담배 가격 인상을 통해 수 조원의 세수를 보충했던 정부는 최근 소주 가격 인상을 허용했고, 4월 총선 이후 맥주가격도 올려주지 않을까 주목된다.반면 지난 수년간 곡물가격은 우려와 달리 하향 안정되어 음식료 업체들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 곡물가격이 바닥을 기고 있는 이유는 2010년경부터 휴경지가 경작지로 대거 전환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 당시 곡물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컸었다.그 배경을 살펴보면 첫째, 중국인들의 식성 변화이다. 중국인들은 볶아 먹는 문화를 가졌으므로 돼지고기를 즐겼다. 소고기는 볶을 경우 질겨지므로 싫어했었다. 그런데 중국인들이 해외여행을 하는 과정에서 부자들은 소고기를 즐긴다는 것을 알고 소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소는 돼지보다 곡물을 2배 이상 먹는다. 또한 중국인들이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며 커피 재배를 늘렸던 남미 농가도 많았다. 중국에서 산업화가 진행되고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중독성 있는 음료를 찾는다는 분석이 있다. 물론 중국인들은 차를 즐기고, 그 안에 카페인이 있지만 중독성이 커피만큼 강하지는 않다.둘째, 엘리뇨·라니냐 등 기상이변이 만성적일 것이라는 예측이 난무했다. 경작지에 가뭄이, 비경작지에 홍수가 생기며 곡물 생산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이다. 셋째, 대기오염 때문에 바이오 에탄올 생산이 증가하며 곡물이 더욱 부족해 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이러한 생각들이 모두 맞는 판단이지만 곡물부족이 너무 급격히 진행될 것으로 알고 휴경지를 경작지로 빠르게 바꾸면서 곡물의 공급과잉이 야기되었다. 곡물의 수요는 큰 변화가 없음에도 곡물재고가 29년 내 최고 수준인 것은 이러한 공급과잉 구조를 잘 말해주고 있다. 한편 곡물은 달러로 거래되는데 달러 강세로 인해 곡물 수입국가들은 가격을 덜 지불해도 동일한 양의 곡물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곡물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자산의 가격은 인구 구조의 변화에 의해 좌우된다. 인구 노령화로 인해 음식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더 많은 사업기회가 여기서 생기고, 관련 자산의 가격도 상승할 것이다.

2016-02-01

한국 산업의 위기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얼마 전 무디스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했다. 유동성의 신흥국 이탈에 우려의 시선이 쏠린 지금 한국은 여기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경상수지도 불황형이지만 아직 큰 흑자를 기록 중이다. 그런데 신용평가 기관은 현재의 재무상태 위주로 평가하므로 뒷북치는 경향이 강하다. 무디스도 한국의 주력 제조업이 안고 있는 고민을 돌아 볼 겨를이 없었던 모양이다.제조업의 비극은 2000년대 들어서며 시작됐다. 우리가 IMF사태로 알고 있는 98년 외환위기의 표면적 원인은 달러부족이지만 근본적 원인은 제조업이 제 기능을 못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돈을 버는 설비가 있는데 왜 달러를 빌려주지 않겠는가.90년대말, 그리고 2000년대초 미국과 유럽에 큰 변화가 있었다. 많은 이들이 은퇴를 하고 집으로 돌아간 것이다. 늙는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투자에 실패하거나 어떤 사태가 닥쳤을 때 회복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구 노령화가 진행될수록 소비와 투자가 줄어들고, 경제성장률이 떨어진다.2000년 이전 고성장기에는 만드는 만큼 팔렸다. 누가 대형설비를 갖고 싸게 만드느냐가 경쟁력을 결정했다. 박정희, 정주영, 이병철 등 한국의 거인들의 투자 결단이 성공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그 후 인구 노령화가 진행될수록 수요는 점점 실종됐다. 사람의 가려운 곳을 긁어 줘야 수요가 생겼다. 더 이상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지 않고, 수요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창조가 필요해졌다.그러나 세상은 변화보다 안주를 선호했다. 극치를 보여준 것이 2012년경 중국이 만든 슈퍼사이클이다. 중국 소비로 인한 제조업 부흥이 또 한번 시작된다는 기대였다. 사실 그 때가 제조업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는데 한국의 조선, 철강산업은 시설을 확장했다. 경영진의 능력이 아쉬운 대목이다. 자원 외교까지 등장했으니 두 말할 필요도 없겠다.한국이 자랑하는 IT, 자동차도 기술의 패러다임이 바뀌며 위협에 직면했다. 반도체는 미세화 기술 발전이 한계에 도달해 지난 몇 년간 경쟁 없이 평온했다. 그러나 D-ram에서 R-ram 또는 M-ram 등 새로운 형태의 반도체가 등장할 예정이다. 경쟁은 재개될 것이다. 더욱이 이 때를 기회 삼아 중국업체들이 진입할 기세이다. 그들도 수 많은 가전제품을 만드는데 그 안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수입에 의존하기 싫을 것이다. 과거 엘피다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일본 정부가 은행들을 불러 기간산업인 반도체가 힘들게 됐으니 도와달라고 하면 아무 말없이 순응했다고 한다. 삼성전자는 분명히 엘피다를 파괴시켰다고 생각했는데 죽지 않았다. 이제 중국정부와 싸워야 하나?세계 자동차 산업은 수요 위축에 직면할 것이다. 인류가 저성장으로 인해 가난해짐에 따라 자동차 운영비를 절감해야 한다. 자동차를 공유해야 하는 것이다. 무인자동차의 개발은 이를 수월하게 한다. 즉 차 안의 소프트웨어에 서비스할 대상과 행선지를 입력하면 스스로 돌아 다니며 여러 이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부분의 자동차 업체들이 수요 위축을 우려하며 자동차 공유를 반대하고 로비해 왔지만 이제는 하나 둘씩 대세에 투항하는 국면이다.2000년대초 김대중 대통령이 벤처투자 붐을 조성했다. 사실 그 때가 산업의 구조를 바꾸기 시작해야 하는 적기였다. 당시 바이오, 게임 등 소프트 산업 쪽 병역특례도 많았는데 그 곳에 몸 담았던 명문대생들이 IMF사태 이후 취업이 되지 않아 눌러 앉게 된 것이 오늘날 한국의 바이오, 게임산업의 부흥을 일으켰다는 재미있는 후일담도 있었다. 불행하게도 대다수의 벤처들은 사라졌다.정부는 창조경제를 위해 벤처를 다시 일으키려 한다. 그러나 규제가 쉽게 풀리지 않는다. 기득권의 로비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그러나 쓰러져 가는 기득권을 지켜볼 것인가? 그들을 대체할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6-01-25

떨어지는 칼날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증시 격언 가운데 “떨어지는 칼날을 잡지 말라”는 말이 있다. 자산가격이 하락세로 접어 들었을 때 섣불리 저점 매수에 가담하지 말라는 것이다. 새해 벽두부터 증시가 주저 앉고 있다. 투자자들은 지금이라도 자산을 처분해야 할지, 아니면 기다려야 할지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투자자는 두 부류로 나뉜다. 추세를 좇는 측(trend follower)과 자산 가격이 평균으로 회귀되기를 기다리며 시장과 반대로 매매하는 측(Contrarian)이 있다. 서로의 전략은 반대지만 공통으로 인정하는 것은 추세가 짧지 않게 진행된다는 점이다. 즉 추세 추종자는 추세가 길게 진행되기 때문에 나중에 올라타도 차익 실현할 기회가 있다고 믿으며, 반대매매자는 추세가 반전되기까지 오래 기다려야 하지만 한번 바뀌면 크게 먹겠다는 입장이다.과연 자산가격 하락 추세가 형성되었을까?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 즉 떨어지는 칼날을 지금 잡기는 시기상조일 수 있다. 왜냐하면 미국이 중국을 의도적으로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현 정권이 승리하려면 경제를 좋은 분위기로 유지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돈을 풀어 간신히 부양시킨 미국 경제를 드라마틱하게 개선시키기는 어렵다. 차라리 금리를 올릴 경우 돈은 미국으로 오기 때문에 미국이 받는 타격은 미미한 반면 중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은 크게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이 경우 미국인들은 상대적 풍요를 느낄 수 있다. “중국이 패권에 도전하지만 아직 멀었다”는 안도감을 줄 수도 있다.지금 중국 금융시장에서 인민은행보다 미국 연준의 영향력이 더 크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정책에 따라 중국 내 단기 유동자금(hot money) 이탈 속도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 속도가 너무 빠르면 중국의 금융시스템이 무너질 수도 있다. 그 만큼 미국이 중국을 통제하고 있다. 지금 중국은 2~3년전 hot money 유입을 방어하지 못했던 것을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다. 최근 북한 핵실험에 대해 중국은 불편해 하면서도 미국을 더 견제하는 반응을 보였다.2~3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당시 중국인들은 미국에서 풀린 저금리의 달러 자금을 조달해서 가격 상승 일로에 있었던 중국 부동산에 투자하는데 혈안이 됐었다.기업들도 달러 빚을 늘렸다. 심지어는 정부의 규제를 피해 역외에 지사(paper company)를 세우고 달러자금을 조달했다. 홍콩으로의 수출은 3배로 증가했다. 무늬만 수출이었다. 빈 트럭이 홍콩으로 달리고, 수출대금만 중국으로 유입됐었다.한편 하락한 주가는 매력적인 수준에 도달했을까? 그렇다면 반대매매자들은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조금씩 저점매집을 할 수 있다. 코스피기업들의 올해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 추정치는 6.5%다. 주식시장에서의 자금 조달 비용도 그 수준이므로 코스피 지수는 청산가치 수준인 1980정도가 적정하다고 이론적으로 설명된다 (PBR 1배). 그렇다면 주가가 싼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보일 수 있다. 문제는 한국 주력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으며 자기자본이익률이 떨어지고 있어 주가가 싸다고 쉽게 단언할 수 없다는 것이다.미국이 중국에 가하는 압박을 풀 수 있을까? 위안화 절하로 인해 중국인들의 구매력이 떨어져 미국의 건자재와 독일의 자동차수입이 줄었다. 또한 미국 금융기관들이 원자재 및 아시아 이머징 마켓 자산에 투자한 부분은 손실로 드러날 것이다. 이런 부작용이 커지면 미국도 어쩔 수 없이 금리 인상 의지를 꺾을 수 밖에 없다.그 때 위안화 가치가 안정되고 증시도 반등할 것이다. 그러나 지켜 보아야 한다.부작용이 없는 한 미국은 중국을 흔들고 싶을 것이다. 그러므로 성급히 떨어지는 칼날을 잡지 말아야 한다. 만일 코스피가 1700을 하회하는 등 저평가 국면에 진입했다고 판단되면 반대매매자들은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조금씩 꾸준히 매집할 수 있다. 단, 저점매집했다가 두려워서 다시 하락 추세에 굴복하는 등 전략을 바꿔 쓰면 안 된다.

2016-01-18

워렌버핏이 틀렸는가?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사람의 투자수익률이 원숭이보다 못하다는 말이 가끔 인용된다. 원숭이는 투자 대상을 모르지만 사람은 그것은 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확실히 알지 못하면 모르는 부분만큼 실수하게 되어 있고, 그로 인한 손실은 아예 몰랐던 원숭이보다 수익률을 저조하게 만든다. 지속적으로 좋은 투자수익률을 얻기 위해서는 투자대상에 대해 90%이상 알아야 한다.워렌버핏은 “만일 당신이 40명의 첩을 두었을 경우 단 한 명도 제대로 알지 못할 것이다”고 말한다. 그의 투자는 구조적인 위험이 있어 통제하기 어려운 자산을 철저히 피한다. 진입장벽이 높고 구조조정이 끝나 경쟁이 덜하거나 수요가 안정적인 자산을 선호한다. 그 가운데 일시적으로 가격이 하락한 것을 사서 가격이 회복되기를 오랜 기간 기다리는 전략을 취한다.그런데 워렌버핏은 작년에 2009년 이후 최악의 투자성과를 기록했다. 그가 운영하는 버크셔 헤서웨이의 투자수익률은 -11.5%를 기록했다. 그의 투자방법이 틀린 것일까? 그것은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실수의 가능성을 줄이는 그의 투자철학을 배워야 한다. 그러나 그가 몰랐던 위험이 등장했다. 예를 들어 그는 유가를 예측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므로 석유 자산에 투자하지 않았다. 반면 석유를 생산하거나 운반하는 수요는 안정적이라고 판단하여 석유 시추설비 및 운송 수단에 투자했다. 그러나 사회가 석유를 덜 쓰는 쪽으로 바뀌어 가면서 그의 가정이 틀리게 되었다. 이런 현상이 구조적이라면 워렌버핏의 투자수익률은 계속 실망스러울 것이다. 과거 텔레비전이 보급되었을 당시 `비디오 스타가 라디오 스타를 죽인다`는 제목의 노래가 유행이었던 것처럼 지금 세상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가운데 가치투자가 능사가 아니므로 신성장동력을 파악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지금 싹트고 있는 신성장동력 관련 주식들은 당분간 주가가 출렁일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며 쓸데 없이 생긴 자산가격 거품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주가도 동반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옥석을 가려 핵심경쟁력을 가진 신성장동력을 찾아낼 수 있다면 워렌버핏이 얻지 못한 수익률을 얻게 될 것이다. 그의 투자방법을 응용해서 말이다.앞으로 경제 저성장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이 떨어진다면 오히려 돈은 성공시투자수익이 극대화될 수 있는 쪽으로 몰릴 것이다. 따라서 가능성 있는 젊은 기업들에 대한 주가 프레미엄도 더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그런데 미국의 Uber, Air bnb처럼 성공적인 신성장 기업들은 거래소에 상장하기를 꺼린다. 왜냐하면 상장과 동시에 여러가지 간섭이 들어오고, 보고의무가 생긴다. 신생기업으로서 공개하기 싫은 사업비밀도 있을 것이다. 상장회사를 매각할 때 상장폐지를 시키면 매각가격에 프레미엄이 생길 정도이다. 따라서 이러한 신성장기업들(Start-up)이 초기 자금조달만 충분하다면 굳이 상장할 필요가 없다. 과거 은행들은 이들에게 돈을 빌려 주는데 인색했다. 은행에게 이들은 큰 손님도 아니고, 또 이들의 사업을 일일이 파악하는 것도 어렵고 귀찮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은행 금리가 낮아지며 돈이 은행에서 이탈하고 있고, 이 자금들은 신성장 기업들을 소개하는 핀테크 플랫폼으로 흘러들고 있다.사람들은 미래도 과거와 비슷할 것이라는 습관(Continuity bias)을 갖고 있다. 그래서 변혁기에 큰 곤란을 겪는다. 전 세계 인구가 노령화되며 과거에 발생했던 수요는 포화됐다. 이제는 새로운 형태의 수요가 탄생해야 한다. `확실히 알고 하는` 워렌버핏의 투자철학은 여전히 배울 만하지만 투자대상을 신성장동력으로 옮겨 공부해야 한다.

2016-01-11

엇갈리는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해석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어느 한 자산운용사의 사장은 자녀 둘을 중학교 시절부터 미국에 보내어 교육 시키느라 수십억원을 썼다. 미국에서 명문 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한 자녀들은 지금 취업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아버지의 기대에 훨씬 못 미친다. 세계적인 저성장 때문이다. 그는 어렵게 교육시키느니 차라리 수십억원의 현금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이 나을 뻔했다고 이야기했다. 저성장기에는 생산 도구가 가치를 잃는다. 명문 대학교라는 타이틀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앞으로 만들 수 있는 부가가치가 제한적이라면 과거에 쌓았던 부가가치가 커 보일 것이다. 그래서 생산설비의 가치는 떨어지고 시중에 풀린 돈은 금융자산으로 쏠린다. 이런 식의 금융자산 가격 상승을 저성장기의 금융자산 프리미엄이라고 부르며, 어떤 이들은 자산가격 거품이라고도 칭한다.2000년대로 들어서며 세계 인구가 급격히 노령화됐고, 그로 인한 경제 저성장이 만성화되고 있다. 각국 정부는 이를 타개하려 금리를 낮추고 돈을 푼다. 그러나 풀린 돈은 생산시설에 투자돼 고용을 일으키기 보다는 금융자산 가격 거품만 키운다. 또는 투자되지 말아야 할 곳에 투자됐다가 부실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미국 연준이 금리를 인상한 것은 이러한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연준위원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겉으로는 미국 경기가 그 만큼 건강해졌기 때문이라고 밝히지만 오히려 제로금리로 인한 불확실성이 그 만큼 두려웠던 것은 아닐까? 만일 저금리로 인한 부작용이 임박했거나 그 충격이 크다면 연준 위원들은 일단 금리인상에 찬성해서 면피하고 싶었을 것이다.반면 증권시장에서는 2016년을 낙관적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과반수로 보인다. 그들은 미국의 금리인상 의도를 “미국이 맏형 노릇을 해 줄 것”이라고 해석한다. 즉 세계적으로 풀린 돈이 미국으로 돌아 와 일을 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미국장기채권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달러는 강세로 간다. 또 기준금리는 올라가도 서민금융에 적용되는 장기금리는 안정된다. 장기채권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인들의 구매력은 달러강세, 저금리를 바탕으로 강화되고 소비가 확대된다는 논리이다. 한편 유럽, 일본, 신흥국에게는 양적완화를 통한 통화약세를 허용해서 미국으로의 수출을 받아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이좋은 정책 공조는 증시에 큰 호재일 것이라는 판단이다. 또한 세계경제가 저성장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면 금융자산 가격 거품도 유지될 것이라고 믿는다.그러나 비용상승 인플레 가능성은 우려로 남는다. 미국의 고용 개선과 함께 인건비가 증가해 왔다. 특히 필립스 곡선 상 이제부터 인건비는 더 가파르게 오를 수도 있다. 그동안 이런 인건비 상승 부담을 에너지 비용 하락으로 상쇄시켜 왔다. 물론 사회가 에너지 효율적으로 바뀌어 감에 따라 에너지 수요는 감소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수요, 공급으로 설명될 수 없는 지정학적 위험이 작용한다. 최근 이슬람권의 테러는 심상치 않다. 아랍인들이 유럽 고용에서 소외되고, 그들의 유일한 자산이었던 석유의 가격 폭락에 대한 불만도 있었을 것이다. 러시아, 남미 등 원자재 생산국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만일 이들의 반발로 인해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경우 비용상승 인플레가 발생하고, 미국 연준은 어쩔 수 없이 금리를 급히 올리며 시중 유동성을 회수해야 한다. 이 경우 모든 자산의 가격은 하락한다. 폭락할 수도 있다. 피난처는 없다. 이것이 돈으로 만든 자산가격 거품의 특징이다.이러한 재앙이 발생할 확률이 높지는 않다. 그러나 발생시 타격은 엄청날 것이다. 따라서 대비하는 것이 좋다. 신용등급이 낮거나 환금성이 낮은 자산은 수익률이 높게 제시되더라도 자제해야 한다. 한편 사태가 발생하여 자산가격이 급락할 경우 미래 신성장동력이 되는 자산 중 핵심경쟁력을 가진 것들은 싸게 매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2016-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