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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칼날

등록일 2016-01-18 02:01 게재일 2016-01-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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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주<br /><br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

증시 격언 가운데 “떨어지는 칼날을 잡지 말라”는 말이 있다. 자산가격이 하락세로 접어 들었을 때 섣불리 저점 매수에 가담하지 말라는 것이다. 새해 벽두부터 증시가 주저 앉고 있다. 투자자들은 지금이라도 자산을 처분해야 할지, 아니면 기다려야 할지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

투자자는 두 부류로 나뉜다. 추세를 좇는 측(trend follower)과 자산 가격이 평균으로 회귀되기를 기다리며 시장과 반대로 매매하는 측(Contrarian)이 있다. 서로의 전략은 반대지만 공통으로 인정하는 것은 추세가 짧지 않게 진행된다는 점이다. 즉 추세 추종자는 추세가 길게 진행되기 때문에 나중에 올라타도 차익 실현할 기회가 있다고 믿으며, 반대매매자는 추세가 반전되기까지 오래 기다려야 하지만 한번 바뀌면 크게 먹겠다는 입장이다.

과연 자산가격 하락 추세가 형성되었을까?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 즉 떨어지는 칼날을 지금 잡기는 시기상조일 수 있다. 왜냐하면 미국이 중국을 의도적으로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현 정권이 승리하려면 경제를 좋은 분위기로 유지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돈을 풀어 간신히 부양시킨 미국 경제를 드라마틱하게 개선시키기는 어렵다. 차라리 금리를 올릴 경우 돈은 미국으로 오기 때문에 미국이 받는 타격은 미미한 반면 중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은 크게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이 경우 미국인들은 상대적 풍요를 느낄 수 있다. “중국이 패권에 도전하지만 아직 멀었다”는 안도감을 줄 수도 있다.

지금 중국 금융시장에서 인민은행보다 미국 연준의 영향력이 더 크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정책에 따라 중국 내 단기 유동자금(hot money) 이탈 속도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 속도가 너무 빠르면 중국의 금융시스템이 무너질 수도 있다. 그 만큼 미국이 중국을 통제하고 있다. 지금 중국은 2~3년전 hot money 유입을 방어하지 못했던 것을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다. 최근 북한 핵실험에 대해 중국은 불편해 하면서도 미국을 더 견제하는 반응을 보였다.

2~3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당시 중국인들은 미국에서 풀린 저금리의 달러 자금을 조달해서 가격 상승 일로에 있었던 중국 부동산에 투자하는데 혈안이 됐었다.기업들도 달러 빚을 늘렸다. 심지어는 정부의 규제를 피해 역외에 지사(paper company)를 세우고 달러자금을 조달했다. 홍콩으로의 수출은 3배로 증가했다. 무늬만 수출이었다. 빈 트럭이 홍콩으로 달리고, 수출대금만 중국으로 유입됐었다.

한편 하락한 주가는 매력적인 수준에 도달했을까? 그렇다면 반대매매자들은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조금씩 저점매집을 할 수 있다. 코스피기업들의 올해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 추정치는 6.5%다. 주식시장에서의 자금 조달 비용도 그 수준이므로 코스피 지수는 청산가치 수준인 1980정도가 적정하다고 이론적으로 설명된다 (PBR 1배). 그렇다면 주가가 싼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보일 수 있다. 문제는 한국 주력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으며 자기자본이익률이 떨어지고 있어 주가가 싸다고 쉽게 단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에 가하는 압박을 풀 수 있을까? 위안화 절하로 인해 중국인들의 구매력이 떨어져 미국의 건자재와 독일의 자동차수입이 줄었다. 또한 미국 금융기관들이 원자재 및 아시아 이머징 마켓 자산에 투자한 부분은 손실로 드러날 것이다. 이런 부작용이 커지면 미국도 어쩔 수 없이 금리 인상 의지를 꺾을 수 밖에 없다.그 때 위안화 가치가 안정되고 증시도 반등할 것이다. 그러나 지켜 보아야 한다.

부작용이 없는 한 미국은 중국을 흔들고 싶을 것이다. 그러므로 성급히 떨어지는 칼날을 잡지 말아야 한다. 만일 코스피가 1700을 하회하는 등 저평가 국면에 진입했다고 판단되면 반대매매자들은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조금씩 꾸준히 매집할 수 있다. 단, 저점매집했다가 두려워서 다시 하락 추세에 굴복하는 등 전략을 바꿔 쓰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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