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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을 살만한 시기인가?

등록일 2016-02-22 02:01 게재일 2016-02-2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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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주<br /><br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
사람들은 금을 좋아한다. 희소성 때문에 믿을 수 있는 가치저장 수단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금 가격은 고공행진을 벌였다. 새로운 태양으로 떠오르는 중국이 자국 화폐의 가치를 보증하기 위해 금을 더 살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특히 중국인들은 금을 좋아하므로 그들의 부가 쌓일수록 금에 대한 저축이 늘어날 것이라는 희망도 함께 있었다.

그러던 금 가격이 2011년 온스당 1천700불을 정점으로 급락했다.그 이유는 첫째, 미국발 통화의 양적완화(QE)였다. 리만사태 이후 미국 연준(Fed)은 3차례에 걸쳐 3조달러의 돈을 풀었다. 윤전기를 돌려 달러를 찍어 낸 것이다. 그 때부터 달러가 그냥 종이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역사적으로 금의 최대 수요자는 유럽 중앙은행들이었다. 이들 통화의 가치를 보증하기 위해 금을 샀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 이어 유럽과 일본 등 주요국들이 양적완화에 가세하며 그럴 필요가 없음을 알게 되었다. 즉 화폐는 국가의 신용으로 발행되는 무이자 국채 정도로 인식되었다. 금의 가장 큰 수요에 대해 의심이 생기기 시작했던 것이다. 심지어는 헤게머니를 얻기 위해 위안화의 위상을 높여야 했던 중국조차도 외환보유고에서 금의 비중을 줄였다. 이는 충격적이었다.

둘째, 금가격에 붙어 있던 조작된 거품이 제거되기도 했다. 금속은 주로 런던금속거래소(LME)를 통해 거래되는데 LME가 금의 출고시 인도기간을 늘리면서 매도를 방해하여 2011년경 가격 거품을 키웠던 부분이 있었다. 금속의 소비자였던 중국은 여기에 불만이 있었다. LME는 2012년 홍콩거래소에 인수되며 이런 관행을 멈췄다.

추락하던 금 가격이 올 들어 반등의 움직임을 보인다. 다시 찾아 온 디플레 공포 때문이다. 1973년 이후 금 가격 상승률을 보면 금리가 하락하는 경기침체기에 월평균 1.4%로 평상시 월 0.4%보다 월등히 높았다.

얼마전 미국 연준은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검토했다. 도대체 각국 정부가 얼마나 금리를 더 내리고, 돈을 풀어야 경기가 살아난다는 말인가. 이렇게 낮은 금리 하에서 금융기관들은 부실해질 수 밖에 없다. 비즈니스 모델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금융기관의 부실까지 떠 안겠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미국의 재정에 대해 의심이 생길 수 밖에 없고 달러가치가 흔들릴 수 있다. 이렇게 비관적인 경우 자금이 갈 곳은 금이다.

또한 금융기관이 부실해질수록 예금보호가 잘 될지 의문이다. 저성장 속에서 부의 재분배가 중요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즉 정부가 부자들의 돈을 빼앗아야 하는데 그 일환으로 예금보호를 하지 않는 경우가 세계적으로 많아지고 있다. 결국 부자들은 부를 보호하기 위해 예금보다 금을 선택하게 될 수 있다.

지금은 금 투자에 괜찮은 시기라고 판단된다. 적어도 투기가 아닌 헤지(hedge)차원에서 바람직하다. 그 이유는 첫째, 신경제가 얼마나 빨리 구경제를 대체하며 회복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만일 가까운 장래에 디플레를 해소하지 못해 달러예금이 마이너스 금리로 빠지고 달러가치가 의심받을 경우 금가격만 오를 것이다. 이 때 세계 경제는 비참할 것이다. 그 확률이 높다고 단언할 수는 없으나 일단 발생하면 금 가격은 폭등한다는 점에 유의하라. 둘째, 금 가격이 생산원가 근방이라는 점도 가격 하락 위험을 제한하고 있다. 석유처럼 얕은 층의 금은 고갈되고, 심층에서 채굴된 금에 의해 원가가 상승한 것이다. 셋째, 한국인의 경우 앞으로 닥칠 원화약세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즉 금은 달러로 거래되는데 달러가 설령 약세로 가더라도 원화보다는 강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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