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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부각될 북핵 리스크

▲ 김학주 한동대 교수한국의 주가지수인 코스피는 2011년 2천 수준에서 아직도 횡보하고 있다. 누군가가 물었다. “이것이 말이 됩니까? 주식의 가치란 본질적으로 자기자본이익률에서 배당성향을 제외한 만큼 상승하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코스피는 연간 6%이상 증가하여 지금은 2천600이상 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럴듯한 지적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2011년 주가에 거품이 있었다는 것이고, 이것이 해소되는 과정이 5년이 아니라 20년이 걸릴 수도 있다.그러나 주가가 무너지지는 않을 것 같다. 주식을 팔아봤자 높은 수익률의 다른 자산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구조적인 저성장 속에서 수익률이 낮을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인위적으로 만든 버블도 쉽게 깨지지 않는다. 트럼프는 이를 부정하고 고성장을 약속한다. 그는 인플레 기대감을 만들어 금리를 높이고 있다. 그가 정책을 통해 일시적으로 금리를 높일 수는 있으나 높아진 금리를 유지할 수는 없을 것으로 믿는다. 만일 그가 그럴 수 있다면 그를 존경할 만 하다. 그러나 차라리 그가 임기를 못 채우고 하야하는 편에 한 표 걸겠다.단, 증시는 가끔씩 군사외교적 갈등으로 인해 흔들릴 수 있다. 저성장 속에서 불만과 갈등이 많아지고, 그럴 때마다 개혁을 외치는 독재적인 지도자가 나타나서 전쟁을 일으키고, 사람들이 죽고, 생산시설이 파괴되면 세계경제가 재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이것이 큰 그림에서의 경제순환 사이클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지금 불만과 갈등이 커지는 분위기다.그 대표적 예를 북한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북한은 UN으로부터 경제적 제재를 받았다. 지난 9월 핵실험의 대가이다. 그 결과 북한의 석탄 수출액의 60%가 축소될 전망이다. 이는 북한 전체 수출액의 25%에 해당한다. 물론 그 실효성은 여기에 중국이 얼마나 협조할지에 달려 있다.미국 정권이 그 동안 북한의 도발에 대해 인내심이 많았던 이유는 두가지로 풀이된다. 첫째, 흔들리는 세계 경제 및 금융 시스템 안정을 위해 중국의 공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둘째, 북한의 위협이 과거에는 가시적이지 않았다. 또한 미국이 북한을 공격해도 얻을 것이 없다. 중동을 두들기면 석유에 대한 통제력을 얻을 수 있지만 북한 공격은 비용만 소모된다. 그러나 이제는 북한의 위협을 좌시할 수 없는 단계이다.역사적으로 미국이 그들의 안보에 심각한 도전을 해오는 국가들에 대해 인자했던 경우를 찾아볼 수 없다. 미국의 대통령이 의사결정시 의회 등 주변 기구로부터 간섭(check balance) 받지 않는 유일한 영역이 007가방 안에 들어 있는 핵미사일의 단추를 누르는 것이다. 트럼프의 급한 성격과 낮은 배려심을 감안할 때 단추를 누르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 또한 트럼프의 안보 보좌관인 마이클 플린도 돌출행동으로 인해 미국 전 국무장관인 콜린 파월에게 해고된 경력을 갖고 있다. 즉 트럼프를 말려 줄 사람이 없다.이란은 얼마 전 OPEC 감산 합의에 동참했다. 트럼프의 경제 제재(sanction) 재개 위협 앞에 일단 꼬리를 내린 셈이다. 북한도 이란처럼 참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 보여 준 북한의 무모함을 감안할 때 그럴 것 같지 않다. 그리고 그 싸움에 한국을 끌어들일 가능성이 있다. 이제부터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는 원화가치 할인 요인으로 등장할 수 있다. 한국 투자자들은 달러자산 매수를 통해 북핵 리스크를 헤지(hedge)할 필요가 있다.최근 한국의 방위관련주 주가가 폭락했다. 차기 정권이 민생을 위해 국방예산을 대폭 삭감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 조차 그러지 못했다. 한국의 대통령이 국방예산을 자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면 행복한 시나리오일 것이다.미군철수를 외치는 트럼프를 상대로 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저성장 속에 국가간 분쟁이 잦아지고, 국지전이 늘어나 재래식 무기가 많이 팔리면 한국의 방위관련 업체의 수출이 늘어난다. 또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미국의 방위산업체에도 투자해 볼만하다.

2016-12-12

무분별한 증시

▲ 김학주 한동대 교수현재 옵션 가격에 반영되어 있는 주가의 변동성은 매우 낮다. 정말 증시에 잠복된 위험이 작은 것일까? 이번 달 미국 연준(FRB)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확률은 거의 100%에 가깝다. 투자자들은 이 경우에도 주가가 하락할 위험보다는 그 이후 안도 랠리에 참여하지 못할까 봐 조바심을 내는 분위기다.요즘 투자자들은 증시의 다다음 페이지는 보지 않는다. 어차피 예측할 수 없음을 지난 수년간 경험해 왔기 때문이다. 오직 다음 페이지에 무슨 내용이 있을지 확인할 뿐이다. 그만큼 단기 쏠림 현상이 강하다. 최근 불어 닥친 트럼프 열풍이 뜨겁다. 그는 채권에서 주식으로 자금을 옮겨 놓았고, 유가도 춤추게 했다.OPEC은 최근 석유 감산 합의에 성공했다. 만일 미국 대통령으로 힐러리가 당선됐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우선 견원지간인 사우디와 이란이 얌전하게 합의를 본 배경을 살펴보자. 사우디는 내년 국영석유기업인 아람코(Aramco) 상장을 앞두고 유가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한편 이란은 오바마가 풀어준 경제적 제재를 트럼프가 뒤엎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미국 눈치를 봐야 했다.트럼프는 유가를 끌어올리고 싶을까? 그는 대선 전에 미국인들이 에너지를 낮은 가격에 안정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유세했다. 그러나 유가 상승이 그에게 불편하지 않아 보인다. 고유가는 그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또 실물경제를 표방하는 트럼피즘(Trumpism)의 상징으로 보일 수도 있다. 어쨌든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점차 석유 사용을 줄여 가겠다는 힐러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유가를 원하는 것은 분명하다.그런데 트럼프가 유가를 끌어올릴 수는 있나? 그가 전기자동차 보급을 억제해도 석유 수요가 줄어드는 속도를 완화할 수 있을 뿐 늘릴 수는 없다. 더욱이 그는 세계교역 억제를 표방하고 있는데 석유 수요의 대부분은 운송수단의 연료이므로 오히려 석유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 특히 그동안 미국의 소비 및 투자를 부양해 온 두 축은 저금리와 낮은 에너지 비용인데 이미 금리가 오른 상황에서 유가까지 뛰어 오르면 소비가 급작스럽게 무너질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가 유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여력이 얼마나 될까?결국 트럼프의 뜻대로 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다. 고용 측면에서도 그는 힘든 싸움을 하게 될 것이다. 미국도 인구노령화로 인해 소비가 감소했다. 그 결과 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됐고, 이를 상쇄할 수 있는 방법은 비용절감 밖에 없다. 비용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생산 자동화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못 배우고, 손기술에만 의존했던 사람들은 고용의 기회를 구조적으로 잃었다. 이것이 미국 노동자들의 경제활동참여율이 계속 떨어지는 이유이고, 이런 가운데 실업률 하락의 의미는 퇴색될 수 있다. 트럼프가 중국에서 일자리를 뺏어 와도 기계만 늘어날 뿐 고용이 의미있게 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한편 중국의 금융기관이 흔들리고 있다. 달러강세와 함께 중국에서 자금이탈이 심화되고 있다. 문제는 중국 은행들이 2010년대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금을 급하게 다른 금융기관에서 조달했다는 것이다. 만일 개인 및 기업들의 예금을 통해 자금조달 했다면 훨씬 안정적이었을텐데 욕심이 화를 불렀다. 또한 성장을 위해 가져 온 돈이므로 위험자산에 투자했다. 형태는 대출이지만 목적물은 주식, 부동산이다. 이들 가격이 하락하며 은행들 자산도 부실화되고 있다.이런 가운데 증시는 너무 맹목적으로 트럼프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트럼프는 내년 1월 12일 취임하는데 투자자들은 그 후 100일은 지켜볼 것이다. 만일 컸던 기대에 못 미치면 지금과 반대로 자금의 방향이 바뀔 것이다. 트럼프 열풍에 아직 편승하지 못한 투자자라면 이런 쏠림 현상을 따라가기 보다는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편이 낫다.

2016-12-05

배당주에 투자하라

▲ 김학주 한동대 교수트럼프 당선 이후 증시에서 채권기피현상이 뚜렷하다. 트럼프는 노골적으로 자금을 채권에서 실물 또는 주식시장으로 옮기려 한다. 주식시장에서도 “채권 같은 주식은 일단 피해야 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이 나돌고 있다. 그 채권 같은 주식이 배당주이다.그러나 배당주는 대세가 될 수밖에 없다. 인구의 노령화가 그렇게 만든다. 노인들은 안전자산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재산을 한 번 잃으면 회복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진입장벽이 높고, 경쟁력이 강해 이익이 안정적인 기업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 또한 그들은 근로소득이 없으므로 정기적인 배당이 필요하다. 이렇게 안정적으로 배당 가능한 이익을 만들 수 있고, 또한 높은 배당성향(배당액/이익)을 유지하는 것이 노인들이 원하는 배당주의 조건이다.그런데 노인들의 배당주 매수는 이제 시작이다. 세계적으로 베이비부머(baby boomer) 세대의 상징을 1960년생으로 본다. 그들의 나이가 57세 전후이다. 이제 늙기 시작하는 셈이고 향후 20~30년간 줄기차게 배당주를 사게 될 것이다.단, 세계적으로 배당이 감소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특별배당이 줄어들며 작년보다 배당이 7% 감소했다. 기업들의 이익이 줄어드는 부분도 있지만 배당성향도 하락한다. 먼저 세계공조가 깨지는 분위기에서 무슨 위험이 생길지 모르는 불안감이 있다. 또한 그동안 초저금리로 인해 싼 자금, 즉 부채를 통한 자금조달을 늘려 왔다. 반면 자사주를 매입 소각하고, 배당금을 늘리며 자기자본 규모를 줄이는 것이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편이었는데 이제 금리 상승 기대 속에 그 흐름이 바뀌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배당을 꾸준히 줄 수만 있다면 주가 프리미엄은 크게 확대될 것이다. 한국전력을 예로 들어보자. 최근 한국전력의 주가는 급락했다. 야권이 차기정권을 차지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기대 속에 민생을 중시하는 그들이 가정용 전기요금을 낮출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한국전력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현재 12.5%에 이른다. 이 정도면 주가가 주당순자산의 2배는 되어야 적당하다. 그러나 0.4배에 불과하다. 즉 이익이 감소할 것이라는 기대가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다. 오히려 주가가 과도하게 할인(discount)되어 있다고 판단된다.그동안 한국전력의 이익이 개선된 이유는 첫째, 천연가스를 비롯한 발전연료의 가격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둘째, 한국의 산업이 침체되어 전기가 부족하지 않게 되고, 비싼 첨두 발전(extra generation)의 부담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익개선 요인은 훼손되지 않았다.그동안 국가 자원이 부족해 전기를 아껴왔던 가계의 전기료 누진제를 완화하고, 그들의 전기료를 인하해 주는 것은 마땅하다. 그런데 국내 전기료 사용량 중 가정용은 15%에 불과하다. 나머지 85%는 산업용이다. 즉 가정용 전기료를 인하해도 한국전력의 이익 감소는 시장이 우려하는 만큼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다. 산업용 전기료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낮다. 특히 이는 재벌을 위한 것이다. 차기 정권이 재벌에게 우호적일 것 같지는 않다.한국의 정부 재정은 악화되고 있다. 기업들로부터 법인세 수입은 줄고 있는 반면 인구노령화 추세가 빨라지며 민생을 위한 지출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정부지분이 50%이상인 공기업이다. 따라서 정부가 재벌에게 전기료를 인하해 주기보다는 공기업인 한국전력에 이익을 몰아주고, 배당성향을 높여 부족한 정부재정을 확충하려 할 것이다. 이런 정부와 이해를 함께 하는 것은 나쁜 선택이 아닐 것이다.결국 한국전력은 시장의 우려와 달리 장기적으로, 그리고 안정적으로 배당을 줄 수 있는 이익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독점사업을 영위한다. 이런 기업에 대한 노인들의 투자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인기를 잃은 말기 정권이 대선 전에 국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하여 전기료를 깎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우려가 지나쳐 보인다.

2016-11-28

트럼프가 신경 쓰이는 이유

▲ 김학주 한동대 교수트럼프가 당선된 후 자금이 채권시장에서 탈출해서 주식시장으로 왔다. 채권의 가격구조를 보면 지금처럼 극도의 저금리에서는 금리가 약간만 올라도 채권가격이 급락하는 상황이므로 일단 피신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채권시장 이탈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순조롭게 넘어오며 주가를 밀어 올리는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이론적으로 보면 쉽지 않다. 현재 SP500의 PER은 20배 수준이다. 주식 투자수익률이 1/20, 즉 5%라는 이야기다. 반면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최근 급등하여 2.2%를 넘어섰다. 그 결과 주식과 채권간 수익률 차이(yield gap)가 2.8%p밖에 안된다. 이는 역사적 평균 5~6%p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그 만큼 주식투자 수익률이 낮다는 것, 즉 주가가 비싸다는 것이다. 결국 본질가치로 평가하면 주가는 하락해야 한다.그럼에도 투자자들이 고민하는 것은 트럼프 스타일 때문이다. 처음에 저돌적으로 밀어부친 후 나중에 협상하는 독특한 전략이다. 그는 1조달러의 재정지출을 선언했다. 이는 중국이 2011년~2012년경 수퍼싸이클(super cycle)을 만들 때와 비슷한 규모이다. 그 당시 세계 기업들이 중국에서 깜짝 실적(earning surprise)을 냈던 기억이 있다. 물론 나중에 부실로 드러났지만 말이다. 이번에도 일단 기업실적 개선과 함께 주식투자수익률이 높아지며 채권수익률을 끌어 올리지 않을까 투자자들은 의아해 한다.또한 트럼프는 2018년 2월에 임기 만료되는 옐런 미국 연준(FRB) 의장을 해임하고, 의원들도 순종적인 사람들로 채우려 한다. 그는 통화정책을 싫어한다. 그렇다면 FRB가 지금보다 매파적인 성향을 띨 것이고,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 그 만큼 채권시장에서 돈을 끄집어 내어 주식시장, 실물시장으로 이동시키겠다는 노골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그러나 공화당 의원들조차 트럼프의 재정지출이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또 무모한 재정지출로 인한 정부부채의 급증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자신도 재정지출로 인한 실물경제의 회복 속도보다 비용상승 인플레가 훨씬 빨리 나타남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는 고립경제에 따른 생산성 하락도 한 몫 할 것이다.결국 그는 채권가격을 낮추는 대신 주식시장을 부양하려고 시도하지만 주가까지 끌어내릴 가능성이 높다. 그런 부작용과 고통을 경험한 후 어쩔 수 없이 금리를 다시 내리며 자산가격을 원위치 시킬 것이다. 그 때는 트럼프도 인구 노령화로 인한 구조적인 저성장을 인정할 것이다. 그 때 트럼프는 하야할까?그렇다면 미국인들이 이토록 무모해 보이는 트럼프를 지지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단면을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찾아보자. 과거 C형 간염의 치사율이 높았을 때 길리어드는 `소발디`라는 치료제를 개발하여 완치율 99%를 기록했다. 이는 혁신이었다. 그런데 이 약의 가격은 1억원이다. 폭리였다. 그러나 미국은 이런 폭리를 인정한다. 혁신을 만들어 낸 업체는 그런 횡재를 할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그 자금이 RD에 재투자되고, 횡재를 꿈꾸는 탐욕이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 미국의 탁월함(excellence)이 유지될 수 있다는 논리이다. 반면 1억원이 없는 사람은 죽을 수 있다. 이는 미국의 혁신을 위한 비용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미국이고, 트럼프는 거기에 호소했다.한편 힐러리와 트럼프 중 누가 더 급진적이라고 생각하는가? 정답은 힐러리다. 왜냐하면 그녀는 지금부터 신경제로 가자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반면 트럼프는 구경제의 체력을 더 키운 후 신경제를 도모해보자는 속 마음일 것이다. 만일 신경제가 빠르게 도래한다면 구경제 일색인 한국은 쇼크에 빠질 것이다. 트럼프의 당선이 어쩌면 우리에게 다행인지도 모른다.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의 구조조정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2016-11-21

트럼프의 당선 배경과 파장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트럼프의 당선은 모두에게 의외였을 것이다. 트럼프 자신도 놀랐을 것이다. 그 만큼 현재의 경제상황에 불만을 갖고 있던 미국인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민주당은 미국 고용상태가 좋다고 선전했지만 노동자들은 이를 피부로 느끼지 못했고, 그럴수록 배신감이 커졌을 것이다.예를 들어 지난 10월 미국의 시간당 임금상승률은 2.8%로 2009년 이래 최고 수준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미국 노동자의 82%를 차지하는 생산직, 일반직 근로자 임금 상승률은 2.4%였고, 그것도 최저임금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에서 온 부분이 컸다. 여기서 물가상승률(Core CPI) 2.2%를 빼면 실제 임금상승은 체감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머지 18% 상위 관리직의 임금 상승률은 4.7%였고, 이로 인해 위화감이 커졌다. 저성장의 고통 속에서 사람들은 원망, 불평하고 싶어진다. 그런데 트럼프가 그것을 대신 해 주었다. 그는 “세상이 미국을 조롱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자들은 다른 나라들 로비스트(lobbyist)들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다. 내가 개혁을 통해 미국다운 미국을 재건하겠다”고 주장했다.난세에는 개혁을 주장하는 강성 지도자들이 나타난다. 사실 트럼프 당선 이전에 이미 세상은 독재 스타일이 유행하고 있었다. 푸틴(러시아), 시진핑 (중국), 아베(일본), 에르도안 (터키), 안다나르 (필리핀), 소욤 (헝가리), 모디(인도) 등이 모두 강성지도자들이다. 트럼프는 이런 추세를 타고 날았다.그러나 트럼프의 개혁은 성공 가능성이 없어 보이며, 인류에게 잃어버린 시간이 될 것이다. 트럼프는 재정정책을 강조한다. 수도꼭지를 튼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세금부담을 줄이고, 정부투자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의 아베의 전략과 비슷해 보인다. 아베는 세 차례 화살을 쏘았지만 모두 실패로 판명되었다.강성지도자들의 부양책이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세금을 줄여주고, 월급을 좀 더 올려줘도 노인들은 소비지출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젊은이들도 만성적 저금리를 인식하고 노후를 위해 더 저축해야 함을 인식하고 있다. 저금리의 역기능이다. 결국 트럼프는 구경제를 살리겠다고 주장하지만 실패할 것이다. 인류의 근본적인 문제는 2000년대부터 진행된 노령화이며 기존 방식의 성장 전략은 이 문제를 치료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또한 미국 정부의 부채도 걸림돌이 된다. 이미 20조 달러에 육박했고 빠르게 늘고 있다. 트럼프는 재정지출을 위한 자금을 어디서 가져 올 것인가? 그는 중국, 일본, 중동국가 등 기존 미국 국채를 갖고 있는 채권국들에게 빚을 못 갚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 동안 미국이 그 만큼 물건을 팔아줬으면 족하지 않느냐는 눈치다. 또 오바마케어에 반대한다. 가난하면 배고프고, 아픈 것이 당연할 수 있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왜 약자들을 돌봐야 하는가?”라고 반문한다. 지극히 미국스러운 생각이다.이렇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원을 모아 그가 원하는 것들을 했다고 치자. 이 경우 재정지출 효과보다 비용상승 인플레가 훨씬 빨리 오고, 그 결과 채권가격이 폭락하여 금융기관 도산 위험이 현실화될 것이다. 결국 트럼프는 자기 생각을 하나씩 포기하게 될 것이다. 그럴 때마다 화를 낼 것이고 독단적인 결정을 내릴 것이다.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독재스타일의 지도자는 타협보다 담판을 좋아한다. 그가 초기에 내세우는 재정정책, 통화정책이 효과적이지 못하면 갑작스럽게 금리를 인상해서 돈을 미국으로 끌어들이려고도 할 수 있다. 물론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트럼프의 시행착오가 반복될 때마다 시장은 충격을 받을 것이고, 투자자들은 헤지(hedge)를 해야 한다. 헤지 비용이 커질 것임을 감안할 때 안전자산이 그 만큼 매력적으로 보인다. 한편 트럼프의 시도가 실패로 끝난 후 `구경제는 더 이상 안된다`는 것이 확실해질 것이므로 그 실패가 계기가 되어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플랫폼, 공유경제, 신재생에너지, 유전자 등 신경제가 급물살을 탈 것이다.

2016-11-14

한국을 떠나라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2000년을 정점으로 세계경제는 성장동력을 잃었다. 그 전까지의 성장기에는 물건을 만드는 대로 다 팔 수 있었다. 그 때는 누가 큰 설비를 갖고 많이, 그리고 싸게 만들 수 있느냐가 중요했다. 즉 규모의 경제가 위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이제는 사람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줘야 수요가 생긴다. 즉 한국처럼 설비를 잔뜩 갖고 있는 경제는 매우 취약해졌다.설상가상으로 중국이 한국의 산업을 예상보다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중국이 새로운 산업에 침투하는 과정을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관련 기업을 인수(MA)한다. 상하이자동차(SAIC)가 쌍용차를 인수했을 때 경영에 관심이 있다기 보다는 도면과 사람을 빼내는데 주력했다. 둘째, MA를 통해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오면 핵심기술을 가르쳐달라고 요구한다. “중국이 가장 큰 시장이고 너희들도 중국에서 물건을 팔 수 밖에 없으니 중국 기업은 거저 배울 자격이 있다”라는 입장이다. 조공을 받던 습관이 있어서 그런지 별 죄책감 없이 예민한 부분을 보여 달라고 요구한다.셋째, 그렇게 중국 내에서 산업화가 시작되면 자국 기업들끼리 치열하게 경쟁하고, 공급과잉을 만든다. 그 때 중국정부가 나서서 업체들을 통폐합하고 해외로 내 보낸다. 나가서 싸우라는 이야기다. 중국이 산업화를 마친 후, 다시 말해서 중국이 순수입국에서 순수출국으로 전환된 산업 가운데 망가지지 않은 것을 본 적이 없다. 산업기계가 그랬고, 이어서 철강, 정유화학, 조선이 그랬다. 지금 자동차가 그 과정을 겪고 있고, 하나 남은 것이 반도체다.사드(THAAD) 배치 이후 한중관계가 냉랭해졌다. 군사외교적 갈등과는 별개로 중국이 아시아를 경제적으로 통합하려면 한국을 끌어안을 것이라고 기대했었는데 오산이었다. 중화사상 때문인지 “아니면 말고….”식의 태도이다. 중국인들 덕분에 한류를 타던 산업들도 썰렁해진 기분이다.수출주도형 제조업이 위축되니 경제의 성장동력을 내수소비로 옮길 수 있을까? 그럴 수 없음을 일본이 답해 준다. 일본은 인구노령화에 따른 버블 붕괴가 가장 먼저 시작된 곳이다. 니케이 주가지수의 경우 고점인 1991년부터 저점인 2011년까지 3만9천선에서 9천근방으로 하락했다.이 기간 일본의 제조업체들이 위축되었고, 이를 대신해 노인들을 위한 헬스케어를 비롯해 내수소비 산업이 크게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 기업들의 이익은 별로 늘지 못했다. 노인들은 마음 놓고 돈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계효용 이상으로 지불하지 않는다. 노인들이 필요한 서비스인데 돈이 없으면 정부가 보조를 하고, 정부가 재정이 부족하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분담해야 한다.지금 한국은 인구절벽을 앞두었고, 산업의 구조를 바꾸지 못해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영란법은 한국경제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수 있다. 김영란법에 대한 반응은 좋다. “기강을 잡으려면 그렇게 세게 해야지”, “미국에도 그런 법이 있지 않은가” 등이다. 노무현 정권을 많은 사람들이 추억한다. 사회의 `정의`차원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한국경제에 관한 한 그 때가 `잃어버린 5년`이다. 한국의 산업과 기업들은 바로 그 때 재편을 시작했어야 했다.인도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는 논쟁이 많다는 것 아닐까? 인도는 어릴 적부터 변론하는 법을 가르친다. 인도인들은 말을 잘한다. 그러나 그것이 발목을 잡는다. 예를 들어 정부가 도로를 건설할 때 인근 주민이 소송을 걸면 공사는 2~3년간 중단된다. 한국기업들은 아직 공정하게 마케팅하는 체제를 갖추지 못했다. 그 질서가 확립될 때까지 서로간 소모적인 견제가 심해질 수 있고 이는 경제활동을 방해할 것이다. 경제가 건강할 때는 이 정도 충격이 별 것 아니지만 저성장 속에서는 크게 느껴질 것이다.한국은 분위기를 돌리기에는 늦은 것 같다. 투자자들이 한국 내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내수소비주들을 찾는 것은 별 도움이 못 될 것이다. 그것 보다는 해외 자산이라도 희망이 보이는 부문으로 투자의 방향을 돌리는 편이 낫다.

2016-11-07

병(病) 예방의 첩경은 진단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인구의 노령화가 세계 전역에서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 각국 정부는 병의 예방에 필사적이다. 늘어나는 노인들이 이미 병에 노출돼 치료를 해야 할 경우 정부 재정으로 충당하기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예방을 위해 주력하는 두 가지는 유전자 분석과 원격진료이다. 스마트 기기가 발달하며 신체정보를 쉽게 모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건강보험관리공단은 이런 개개인의 신체 빅 데이터(big data)를 슈퍼컴퓨터에 저장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개인별로 병을 예방할 수 있는 조언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고혈압 환자의 상태를 지켜보다가 특별히 위험해지는 상황을 분석해서 이를 피하라고 알려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원격진료보다 병의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관심은 유전자 분석에 있다. 왜냐하면 유전자 안에 인간의 건강정보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유전자의 기능이 알려지며 사람마다 미래 어느 시기에 어떤 질환에 노출될 확률이 얼마만큼 되는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안젤리나 졸리처럼 브라카1(BRCA1) 유전자를 가지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90% 이상이므로 유방을 제거해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유전자의 기능이 확실하게 알려진 경우는 많지 않다. 또 알려졌더라도 암과의 상관성이 높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BRCA1 유전자가 난소암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발병 확률은 50%에 그친다. 결국 조기에 진단해 치료를 최소화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적의 예방인 셈이다.인류가 늙어 갈수록 치명적인 병들에 노출된다. 대표적인 것이 암(癌)이다. 나이 들어 신체가 세포분열을 정확히 못하면 유전자 변이가 나타나고 그것이 암으로 발전한다. 면역세포는 그 전에 변이가 나타난 세포를 죽이는데 나이가 들수록 그 능력도 떨어진다. 치명적인 병일수록 오진을 해서 시기를 놓치면 대안이 줄어들고, 비용이 급증하게 된다. 따라서 진단의 정확성이 중요해지는 국면이다. 또한 고기능 진단이 필요해진다. 예를 들어 같은 백혈병이라 하더라도 급성인지, 만성인지 구분해야 하고 그 발생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를 정확히 진단해 내는 능력이 중요하다.전통적인 진단 방법은 면역진단이다. 얇은 유리기판 위에 항체를 발라 놓고 환자의 혈액을 떨어뜨렸을 때 항원항체반응이 나타나면 혈액에 항원이 있다는 것이므로 그가 병에 감염됐다고 판단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암의 경우 암세포는 면역세포가 자신을 공격하기 전 잠시 망설일 때 정상세포인 것처럼 위장해 항체를 피할 수도 있다. 즉 이 방법은 정확도가 떨어지고 병의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없다.가장 직접적인 진단 방법은 내시경 및 조직검사이다. 그러나 빈번한 검사는 어렵다. 적어도 검사 후 6개월은 기다려야 한다. 불행하게도 6개월이면 암이 재발해서 전이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또한 내시경으로 보거나 조직을 떼어내기 어려운 신체부위도 있다. 그래서 진단을 위해 유전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인체가 병에 감염되면 유전자에 미세한 변이가 나타나는데 이를 증폭시켜 분자단위에서 관찰하기 시작했다. 이를 PCR(Polymerase Chain Reaction)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정확한 진단에 한 걸음 다가갔다.차세대 진단방법으로는 환자의 혈액에서 미량의 암세포를 골라내고 이를 순도 높게 분리해 암세포의 유전체를 직접 분석하는 기법을 들 수 있다. 또한 환자의 유전자도 함께 분석해 통계학적으로, 심지어는 인공지능 기법까지 활용해 암세포와 환자의 유전체 사이에 상관관계를 규명한다. 이 방법의 장점은 첫째, 환부가 아니라 혈액이 돌아다니는 몸 전체에서의 암의 진행 정도를 파악할 수 있고 둘째, 암세포 유전체를 직접 분석해 해당 암과 관련된 정확하고 풍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치료를 쉽게 하고 셋째, 인간의 유전자 분석까지 접목시켜 진단의 정확도를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2016-10-31

신재생에너지의 혁신과 한계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초기에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보조금을 늘리며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주도해 갔다. 그러나 리만 사태 이후 유럽국가들의 재정난과 유가의 폭락으로 인해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됐었다. “먹고 살 것도 없는데 무슨 신재생에너지냐”는 것이었다.그러나 신재생에너지의 무대가 미국, 중국으로 넘어오며 투자가 한층 더 강화되었다. 중국은 산업화 이후 대기오염과의 전쟁을 선언할 정도로 심각하다. 1997년 12월 채택된 교토의정서에 중국은 비준하지 않았었다. “선진국들은 이미 다 개발해 놓고 이제 와서 왜 우리에게만 연료소모적인 개발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는 불만이었다. 하지만 오는 11월부터 발효되는 파리기후협약에는 자발적으로 참여하였다. 이대로 가다가는 중국 내 폭동이 일어날 지경이기 때문이다.미국은 헤게모니(hegemony)를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를 장악해야 한다고 믿는다. 석유를 사고 팔 때 반드시 달러로 거래를 시키고, 그 결과 모든 국가가 외환보유고에 달러를 쌓아 놓아야 한다. 그래야 달러 수요가 유지되고, 미국인들이 구매력을 갖게 된다. 미국은 신재생에너지에도 욕심을 낸다.미국과 중국이 이렇게 신재생에너지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배경에는 그들만의 당위성도 있지만 기술혁신에 따른 발전단가의 하락이 큰 부분이다. 1MWH당 석탄 발전단가는 70~80달러에 이른다. 태양광의 경우 효율이 좋은 지역은 이 수준에 근접했다. 태양광 패널의 조합을 효율적으로 한 모듈(module) 기술의 혁신이 발전 단가를 끌어 내렸다.풍력의 발전단가는 30~40달러 수준으로 이미 경제적이다. 바람개비의 소재는 화학 수지(resin)인데 합성(compounding) 기술의 발달로 경량화되었고, 그 만큼 크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당연히 한 바퀴 돌릴 때마다 커다란 전력이 생산된다. 또한 태양광, 풍력에 인공지능이 도입되어 바람과 태양광이 어느 시간 때 어느 지역을 지나가는지를 예측하여 발전을 효율화 하는 기술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최근 BP(British Petroleum)는 미국에서 풍력 관련 대규모 투자를 선언했다. 보조금 때문이다. 미국은 매년 풍력관련 보조금을 갱신했었는데 작년 말에는 2020년까지 주겠다고 선언했다. 보조금 규모는 1KWH당 2.2센트부터 시작해서 1년 지날 때마다 20%씩 감소한다. 즉 서둘러 투자하라는 것이다. 지금 투자 분위기는 매우 좋다.문제는 배터리에 있다. 현재 2차전지의 양극은 코발트와 니켈, 음극은 리튬을 사용한다. 지난 수년간 배터리의 수요가 늘면서 리튬의 가격은 5배나 올랐다. 재고가 소진될수록 원가 상승 압박이 커질 것이다. 리튬 가격이 올라 칠레, 호주에서 채굴을 위한 투자가 시작되어 다소 숨통이 트일 수는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코발트와 니켈이다. 희귀 금속이기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이런 희귀 금속을 대체할 소재나 단위당 사용량을 줄일 방법을 찾았다. 그러나 지금 나오는 이야기는 배터리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서 니켈을 더 써야 한다는 것뿐이다.즉 전기차가 한번 충전해서 더 먼 거리를 달리기 위해서는 희귀 금속을 더 사용하는 것 외에는 해법이 없다는 말이다.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학계에서는 리튬을 나트륨으로 대체하려 하지만 원하는 성능이 나오지 않는다. 코발트, 니켈과 비슷한 금속을 찾아내려는 노력도 한다. 그러나 답이 나오기 전에 그런 약속을 믿고 싶지 않다.배터리에 문제가 있다면 신재생에너지를 만든 곳에서 필요한 곳까지 송전하는 시스템이 발달해야 한다. 오히려 가치가 이런 곳에서 더 생길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송전 도중 전기가 누출되는 부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초고압을 사용하거나, 초전도체를 이용한 방법도 모색 중이다. 또한 자동차의 경우 차체를 경량화하는 것이 배터리 규모를 줄여 그 안의 희귀 금속 필요량을 줄일 수도 있다. 문제를 보며 고민하지 말고, 돌아가는 지혜도 생각해 보자.

2016-10-24

버릴 줄 아는 지혜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삼성전자는 결국 갤럭시 노트7을 포기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로 인해 연간 영업이익이 3조원 감소하고, 이는 기업가치를 10%가량 파괴하는 것이므로 최근의 주가 하락은 충격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삼성전자는 고기능 하드웨어 업체이나 애플과 같은 소프트웨어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빨리 하드웨어의 차별적 기능을 개발해 그들보다 먼저 시장을 장악해야 한다. 그 만큼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에 비해 제품을 차별화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번에도 삼성전자는 서둘러서 홍체인식을 포함한 차별적 기능을 욕심스럽게 담아 애플이 신제품을 내기 전 서둘러 갤럭시 노트7을 출시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견됐다. 충분한 조사 없이 배터리 업체를 비난했다. 삼성전자가 신제품 보급에 얼마나 급했는지 말해주는 대목이다.결국 문제를 찾지 못했고, 신제품을 접었다. 여기서 소비자들은 삼성전자에게 질문할 것이다. “어떻게 해법을 모르면서 제품을 디자인했는가? 다음 신제품을 내 놓는다 해도 우리가 어떻게 믿을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역시 소프트웨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한계가 있어. 이번 문제의 해법을 못 찾은 것도 하드웨어만을 갖고 있는 업체의 한계일 수 있어”.스마트 기기는 점점 진화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가려운 데를 긁어주기 위한 새로운 기능들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만일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해 새로운 차별적 기능 개발에 장애를 겪는다면 치명적인 문제가 될 것이다.어쩌면 하드웨어 그 자체가 이제부터는 어려워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급속충전을 할 수는 있지만 배터리의 수명이 급격히 감소한다. 결국 해법이 못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에서 다양한 기능을 신속히 처리하게 할 때 기계가 갖는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어찌되었건 하드웨어가 갖는 장벽들이다.삼성전자는 왜 하드웨어에서 불리한 싸움을 계속하는 것일까? “처자식을 빼고는 모두 바꾸라”는 이건희 회장의 주문은 옛말이 된 것인가. 손에 쥔 것을 버리는 것은 힘든 결정이다. 그러나 버려야 새 것을 잡을 수 있다.지금 유럽이 휘청거리고 있다. 맹주인 독일도 폭스바겐, 도이치 증권 사태로 신음하고 있다. 독일과 일본은 2차 세계대전에서 졌지만 전쟁 중에 소재, 정밀기계 등의 기술을 얻었다. 목숨을 내 놓은 전쟁 속에서 갈고 닦은 기술은 그 깊이가 대단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전쟁 후 제조업의 꽃을 피웠다. 문제는 아직도 그것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1인당 GDP가 3만불을 훌쩍 뛰어 넘는 나라가 제조업에 매달린다. 마치 어른이 아이들의 막대사탕을 빨고 있는 모습이다.2000년대초 이후 인류가 저성장으로 접어 들면서 제조업은 위력을 잃었고, 이제는 서비스업의 시녀가 되어 간다. 독일, 일본은 선진국답게 인류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하고, 그 쪽으로 부가가치의 중심을 옮겼어야 했다. 그러나 전쟁의 유산을 버리지 못하고, 마른 수건을 짜듯 그 안에서 생존을 도모하다가 패퇴해 가고 있다.금융도 마찬가지다. 유럽은 아직도 은행 중심이다. 제조업에 어울리는 금융이다. 그러나 저성장으로 인해 장단기금리차가 소멸되면서 은행들의 수익원이 사라졌다. 반면 미국은 신성장동력이 되는 지식산업에서 많은 창조를 만들었고, 금융도 유연하다. 부가가치가 미국으로 갈 것이다. 달러를 사야 하는 이유이다.삼성전자 사태를 보며 한국의 젊은이들은 느껴야 한다. 되는 싸움을 해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는 더 이상 도움이 안 되는 것을 과감히 버릴 줄 알아야 한다. 조국을 하드웨어의 굴레에서 구출해야 하는 사명이 그들 어깨에 달려 있다.

2016-10-17

유가는 담합으로 오를 수 있을까?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사우디와 이란이 마침내 손을 잡았다. 곤궁한 살림은 원수도 화해를 시켰다. 사우디의 재정 적자는 GDP의 15%에 육박한다. 석유 판매 외 자국 내 부가가치 할만한 산업을 갖지 못한 이들에게 유가 하락은 치명적이다. 어쩌면 미국, 유럽, 일본이 세계 실물경제 회복을 위해 집단적으로 돈을 풀었고, 이로 인한 인플레 압력을 삭감하기 위해 이들 석유자원 보유국들이 희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더 참지 못하겠다는 몸짓이다.이란은 경제적 제재에서 벗어난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그 동안의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석유 증산이 절실하다. 그런 이란을 설득했다는 것은 의미있는 변화이다. 그러나 유가 상승을 억제하는 요인들은 너무 많다. 그 가운데 시장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것들을 몇 가지 소개한다.첫째, 러시아 유전의 수익성이 시장에서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좋다. 정부가 그 이익을 대부분 세금으로 가져가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은 것 뿐이다. 러시아 유전은 전통식 설비인데 이들은 채굴 인프라 설치 시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그 후 운영비(operating cost)는 적게 소요된다. 그 결과 배럴당 20달러 밑에서도 수익성을 보이는 유전이 허다하다. 2014년 이후 유가가 반 토막난 상황에서 북미, 남미, 심지어 중동까지 산유능력이 줄었지만 러시아는 계속 늘렸다. 견딜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증설 추세는 적어도 2020년까지 계속된다.둘째, 북미 쉐일(shale) 유전의 원가 구조를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쉐브론(Chevron)은 “북미에서 유가가 배럴당 40불 수준에 있다면 수익성 있는 유전(well)을 1천300개 정도 팔 수 있다. 그런데 배럴당 50불로 올라가면 4천개로 증가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발파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손익분기 유가가 낮아지고 있다. 이는 분명히 유가상승을 제한할 것이다.셋째, 자율주행차 시대가 의외로 빨리 도래할 수도 있다. 자율주행차는 석유소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고, 심지어는 석유 대신 전기로 구동될 공산이 크다. 자율주행 승용차의 경우 보행자의 안전과 관련된 규제를 마련하는데 많은 시간을 소모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볼보(Volvo)는 광산에서 사용하는 자율주행트럭을 개발해 시장에 투입했다. 어차피 사람이 드문 작업환경이므로 규제도 덜 심할 것이다.또 트럭을 운영하는 사업자 입장에서 가장 큰 비용인 인건비와 유류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왜냐하면 자율주행차는 서로 교신하며 달릴 수 있기 때문에 차 간격을 최소화할 수 있어 교통체증도 없고, 브레이크도 덜 밟을 수 있다. 그 만큼 연비가 개선된다. 또 바람의 저항도 앞차가 막아줄 수 있어 연비개선에 도움이 된다.이런 추세가 석유를 정제해서 파는 정유업계에게는 불운한 이야기지만 한국의 석유화학산업에게는 기쁜 소식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첫째, 석유화학 원료(feedstock)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가솔린, 디젤 대신 전기로 달릴수록 정유시설은 수요 부족으로 인해 공급 과잉이 심화될 것이며 여기서 함께 생산되는 나프타(naphtha) 가격도 폭락할 것이다. 한국의 석유화학 설비가 대부분 나프타 크래커(naphtha cracker)들이므로 원료 가격 하락의 수혜를 볼 수 있다.둘째, 철강제품 수요가 석유화학 산업으로 넘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연비규제가 심해짐에 따라 차량경량화가 가속화 되며 철강이 플라스틱으로 대체된다는 것이다. 그 동안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 자동차 경량화 소재로 채택되기 어려웠던 이유는 내열성이 약했기 때문인데 전기차는 가솔린, 디젤차처럼 불을 지르며 달리지 않기 때문에 플라스틱의 적용범위가 확대될 것이다.반면 북미 쉐일가스를 쪼개 화학제품을 만드는 설비(ethane cracker)들이 2017년말부터 대거 유입될 것이다. 이것이 세계 석유화학 산업의 커다란 위협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두 가지 기회가 이런 위협을 얼마나 상쇄할 수 있을지 시장은 기대하기 시작했다.

2016-10-10

아직 성장하는 산업들(1)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증시는 정치에 흔들리고 있다. 모든 위험들을 인위적인 정책으로 누르고 있어 투자자들은 정책 변화에 민감해 있다. 아무리 증시에서 기업의 펀드멘털이 빛을 잃었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성장하는 산업들이 있다.먼저 최근에는 신발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 하청업체개발 생산 방식) 업체들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예전 의류 ODM 브랜드의 주가가 장기 성장했던 적이 있었는데 동일한 이유다. 즉 빠른 패션 변화를 선도하는 업체(SPA)들이 주도권을 장악했고, 이들의 다양한 요구를 싸고 빠르게 대응해줄 수 있는 ODM업체들로 구조조정(consolidation)되는 과정에서 한국업체들이 살아남아 수혜를 받게 되었다.사실 구조조정 전에는 OEM업체들이 너무 많아 SPA와 ODM 사이에 LiFung 같은 중개업체가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ODM 업계가 구조조정되면서 중개업체가 사라지고 ODM업체들이 SPA들을 직접 만나게 되면서 협상력을 갖게 되었다. 9:1정도에서 6:4정도까지 개선되었고, 그 과정에서 납품가격을 계속 올리며 ODM업체들의 실적이 드라마틱하게 증가하게 됐던 것이다.지금 신발업계에서도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소비자들의 기호를 자극하는데 성공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나타나고 있다. 아디다스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1년간 2배 이상으로 상승했다. `물 들어 올 때 노 저어야 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아디다스는 자신들이 요구하는 품질의 제품을 빨리 받기 원하고, 그것이 가능한 한국 ODM업체에게 의존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 ODM업체의 생산시설이 있는 베트남 공장 안에 RD센터를 입점시킬 정도이다. 그 결과 한국 ODM업체의 수익성이 개선되는 것은 당연하다.반면 의류 ODM업체들은 퇴색되는 분위기다. 아마존도 옷을 만든다고 달려들 정도로 글로벌 SPA들 사이에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레드 오션`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들 가운데 GAP처럼 경쟁에서 밀려나는 SPA들이 나타나고, 이런 곳에 납품하는 ODM업체들은 함께 힘들어 지고 있다.또 다른 성장 산업은 재교육 및 리쿠르팅 업계이다. 한국의 산업구조 재편이 절실한 상황이다. 40대 가장이 실직해서 집에 앉아있는 경우가 늘고 있고, 이는 정말 민망한 모습이다. 또 평균 수명이 증가하며 은퇴 후에도 일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직업이 있어야 희망이 생기고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 이들은 보수와 관계 없이 과거의 경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약간의 재교육이 필요하다.고용자 입장에서도 산업의 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 종업원을 시간제로 융통성 있게 쓰고 싶고, 신규 사업의 경우 원하는 조건의 인재는 정확히 찾고 싶다. 구직자도 하나의 직업(full time job)에 매달리기 보다 다양한 시간제 직업(part time job)을 찾는 것이 유리한 경우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고용자와 구직자의 필요를 맞춰줄 수 있는 플랫폼(platform)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이런 가운데 산업 내 경쟁이 마무리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만하다. 최근 주요 업체였던 한 미국업체가 철수하려는 움직임이다. 지분을 사모펀드(PEF)에 판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점유율이 기존 한국업체들로 넘어 와 지배력이 더욱 강화되었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경쟁이 마무리된다면 새로운 서비스를 내 놓을 때마다 수익원을 다각화할 수 있게 될 것이다.진입장벽도 높게 형성될 것이다. 지금은 다양한 채널의 구인구직 사이트가 있지만 이미 집객력을 확보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하는 곳으로 몰려가고 있다. 편리성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결국 산업내 구조조정이 더욱 진행되며 플랫폼의 가치가 극대화될 전망이다.

2016-10-04

채권투자에 대한 고민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마이너스 금리까지 사용하는 이유는 `인플레`를 만들기 위함이다. 이렇게까지 해서 인플레를 만들려는 이유는 디플레가 그 만큼 무섭기 때문이다. 디플레로 인해 자산가격이 하락하면 소비가 줄고 이는 또 다른 자산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드는 것이다(deflationary spiral). 즉 어떤 모습의 인플레가 와도 디플레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다.각국 정부가 금리를 내리다가 마이너스 수준으로 접어들자 장기금리가 더 빠른 속도로 떨어지며 장단기 금리차가 급격히 줄었다. 이는 단기로 자금을 조달하여 장기로 운용하는, 즉 장단기금리차를 먹고 사는 은행들의 수익원을 빠르게 잠식했다. 또한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해야 하는 연금이나 보험사들도 저금리로 인해 고객과 약속한 수익률을 드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유럽의 일부 연금들의 경우 현 수준의 저금리가 지속되면 수 년 내 도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이런 부작용 속에 마이너스 금리가 지속 가능한 모델일까? 스위스를 생각해 보자. 유럽중앙은행이 금리를 공격적으로 내려 스위스 프랑이 빠르게 절상됐었고, 스위스 정부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했었다. 그러나 결국 포기하고, 대신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렸다. 그 당시 스위스 은행들이 견딜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아직 스위스 은행들은 이익을 잘 내고 있다. 그러나 본업인 예대마진은 위축됐고, 대신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모기지 대출로 돈을 벌고 있지만 부동산 가격이 더 이상 오르기는 어렵다. 결국 마이너스 금리는 지속가능하기 어렵다소비자들도 저금리가 미래의 소득을 현재로 당기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눈치 챘다. 젊은 날의 부채 부담은 경감되겠지만 그들의 노후를 위해 더 많이 저축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의 고용지표는 좋다. 그럼에도 소비는 실망스럽다. 기업 들의 심리(ISM지수)도 저조하다. 그 결과 중국의 미국수출도 둔화되고 있다.이처럼 초저금리의 기능은 점차 소멸되고 있다. 더욱이 금융기관들의 수익원을 갉아 먹는 부작용까지 안고 있다. 그렇다고 시중 유동성을 당장 회수할 수 있는 형편은 못 된다. 지금은 금융기관들에게 장단기 금리차라도 만들어 줘야 한다. 이를 위한 특효약은 재정정책을 통해 강제적으로 인플레를 만드는 것이다. 이 경우 장기채권이 가장 큰 타격을 받으므로 장기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장기금리가 상승하게 되는 원리이다.이런 분위기 속에서 채권시장은 뒤숭숭하다. 특히 아직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단기금리가 상승했다. 다음 달부터 단기펀드인 MMF에 대한 규제가 시작된다. 이제는 단기금융에 의존하는 부실기업들이 기업어음(CP)을 MMF에 편입시키며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게 되었고, 그 결과 3개월 달러 리보(Libor ) 금리가 0.6%에서 0.85%로 급등했다.주식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은 채권 같은 배당가치주에서 발길을 돌린다. 그 동안 저금리로 인해 주가 프리미엄이 많이 붙었는데 이제 차익실현하는 분위기다. 반면 그 동안 장기금리 하락으로 인해 고생했던 은행주, 생명보험주들의 재정정책에 힘입은 반등(turnaround)에 관심을 갖는다.사실 배당가치주는 진입장벽이 높고, 영업관련 변수가 적어 이익의 안정성이 높다. 그래서 높은 배당을 꾸준히 줄 수 있는 우량주라고 볼 수 있다. 각국 정부가 여러 정책을 쓰지만 소용 없음이 확인될 뿐이다. 재정정책도 은행을 돕는 대신 투자기관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부자세를 거두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증권거래세 징수를 검토하고 있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장기간 걱정 없이 묻어둘 수 있는 주식을 찾을 것이다. 이것이 배당가치주이다. 지금은 주가 버블을 떨어 버리는 과정에 있지만 배당가치주의 시대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2016-09-26

히딩크가 말하는 정신력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추석 한가위에 친지들이 모여 반가운 인사를 나눴지만 근심 어린 표정들을 감출 수 없다. 자녀들의 취업이 꽉 막혀 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가 늙었고, 한국은 그 단면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국가 중의 하나다. 즉 기다려도 우리 기업들이 회춘할 가능성은 작다.젊은이들은 자신들의 미래가 불투명해서 그런지 꿈이 뭐냐 물으면 명문대생들조차 공무원이라 서슴없이 대답한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이기적인 대답일 것이다. 또한 투자에서도 위험을 지불하지 않고서 수익을 기대할 수 없듯이 젊은이들도 도전 없이 밝은 미래를 약속 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적당히 취직해서 기존의 조직에 묻어가는 시대는 지났다. 더이상 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이제 우리의 젊은이들은 이웃들을 위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조해야 한다. 그들의 부모들이 그들을 위해 했던 것처럼 말이다. 설령 취업을 한다 해도 조직이 그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창조이다. 창조란 여인의 산고처럼 고통스러운 일이다. 이를 위해 젊은이들은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먼저 히딩크는 정신력을 “실패했을 때 정상으로 돌아오는데 걸리는 시간”이라고 정의했다. 청년들이 창업을 할 때 실패는 불가피하다. 단, 그 실패가 성공으로 가는 기간을 얼마나 단축시키느냐가 중요할 뿐이다.2002년 한일 월드컵을 얼마 남기지 않고 히딩크가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5대0으로 졌다. 그래서 히딩크에게 “오대영”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 패배 직후 그는 오히려 “우리는 5월을 기다려왔다. 우리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것이다”라고 외쳤다. 도대체 이 자신감은 어디서 나왔던 것일까? 히딩크는 뚜렷한 해법(solution)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도전하는 젊은이에게 필요한 첫째 조건이다.히딩크가 대표팀을 맡고 몇 개월 지켜본 이후 “국가대표 선수들이 패스를 할 줄 모른다”고 언급했다. 기본이 안됐다는 이야기다. 축구에서 공격의 기본은 공간으로 빠져드는 동료에게 알맞은 곳에 알맞은 속도로 공을 투입하여 상대방 수비수를 벗겨내는 것인데 한국 선수들은 어렸을 때 흙에서 축구를 해서 그런 볼 컨트롤을 갖지 못했다. 바꿔 말하면 축구를 잔디에서 배워 그런 능력을 갖고 있는 상대방을 떨어뜨려 놓으면 우리의 수비가 쉽게 뚫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그래서 히딩크는 해법으로 압박을 선택했다. 축구장 중간 라인부터 상대방 공격수가 돌아설 수 없을 정도로 밀착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체력이었다. 프랑스에게 5대0으로 진 것도 한계를 넘어선 체력훈련 때문에 선수들이 몸이 극도로 피로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선수들을 그렇게 훈련시켰던 풍부한 경험이 있었고, 5월 월드컵이 열릴 때까지 선수들의 몸이 얼마나 강해질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젊은이들이 창조를 위해 필요한 둘째 조건은 신념이다. 한국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유도 금메달리스트는 안병근 선수다. 그는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하는 도중 간염에 걸려 퇴촌됐었다. 비인기 종목인 유도 선수에게 올림픽은 인생의 목표였을 터인데 얼마나 상심했을까? 그는 대구 칠성시장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의 동생은 “어느 날 형 방문을 열었더니 형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고 인터뷰에서 회고했다. 안병근은 가난한 그의 집 한 편에 누워 병마와 싸우면서도 그의 처지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훈련이라도 계속했던 것이다.사람은 기본적으로 위험 회피자(risk averter)라고 한다. 그러나 그릇을 크게 만들어 놓고 물을 부으면 그릇이 차고 넘치는 것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물 붓는 일을 멈추지 않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시련과 실패가 찾아오겠지만 끊임없이 해법을 찾고, 꾸준한 노력을 더한다면 결실할 것이다. 지금까지 인생을 살면서 그렇지 않은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다.

2016-09-19

혼자 사는 사람들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드디어 우리나라도 1인가구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1천956만 가구 중 1인가구 비중이 27.2%를 차지하며 처음으로 가장 주된 가구 유형으로 등장했다. 인구 노령화와 싱글족의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노부부가 사별하면 재혼이 어렵다. 그 한가지 이유는 자녀들이 부모들의 유산에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젊은 이들이 노력해도 처지를 바꿀 수 없는 현실이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지 모른다. 한편 젊은 이들은 아이를 양육할 재정적 자신이 없어 결혼을 망설이고 있다.1인가구가 늘수록 그 경제적 여파는 어떨까? 사람이 혼자 살면 첫째, 바빠진다. 혼자서 집안일을 다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연히 외부로부터 배달이 늘어나기 마련이고, 택배의 수요는 구조적으로 증가한다. 또 포장재 수요도 함께 늘어남을 쉽게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1000mg 우유가 1인가구 증가로 인해 500mg 우유 두 개로 소비될 때 포장재는 20% 더 소모된다.둘째, 외롭다. 반려동물의 수요가 빠르게 늘어난다.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반려동물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가족이 됐다. 동물의 수명은 사람보다 훨씬 짧다. 그들도 늙을수록 치명적인 병에 걸리게 되어 있다. 지금 인간을 위한 유전자 치료제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아직 임상과정을 마치지 못했다. 그러나 반려동물에게는 먼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한편 게임에 빠지는 젊은이들도 있다. 예전에는 젊은이들이 흥미(fun)를 위해서는 몇 시간 구부리고 앉아 있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겼지만 휴대폰에 익숙해지면서 그 생각이 바뀌었고, 이제 그럴 시간도 없다. 그래서 게임의 대세는 모바일 게임이 됐다. 여기서 한국의 게임업체들은 경쟁력을 잃었다. 과거 PC온라인 게임에서 걸작을 만들던 습관 때문에 모바일 게임도 복잡하고 무겁게 만들었다. 이런 게임들이 삼성이나 애플이 만든 휴대폰에서는 돌아가지만 중국이나 동남아 저급 사양 휴대폰에서는 작동되지 않는다. 문제는 게임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지역이 그곳이라는 점이다.셋째, 나쁜 생각을 하게 된다. 신독(愼獨)이라는 옛말이 있다. “혼자 있을 때 삼가라”는 뜻이다. 2014년말 정부는 담배가격을 두 배로 올렸고, 그 당시 담배 판매량이 20%이상 감소했다. 그러나 최근 그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혼자 있으면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쉽게 담배를 피울 수 있을 것이다.또한 젊은 이들은 작은 화면에 빠져든다. TV도 휴대폰으로 본다. 휴대폰이 공간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다는 이유도 있지만 쉽게 숨을 수 있다는 측면도 작용할 것이다. OLED는 아직 대면적 화면에서 기술적 한계를 갖고 있지만 수요가 소면적 화면으로 넘어오면서 예상보다 이른 수요 회복을 즐기고 있다.넷째, 가난해진다. 가계의 고정비를 혼자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유경제에 관심을 갖는다. 같은 맥락에서 라면의 수요가 증가한다. 최근 프리미엄 라면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저가 라면에서 수요가 상향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음식 수요가 하향이동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라면 시장은 완전 포화되어 판매증가율이 정체됐었는데 지난해 라면 수요가 7~8% 증가한 것이 그 증거다.끝으로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치매는 공포이다. 힐러리 클린턴은 대선 공약으로 치매 극복을 들고 나왔다. 인간 수명이 늘어나며 치매 환자가 빠르게 증가한다. 우리나라도 65세 이상 노령인구 가운데 치매환자가 10%를 넘어서고 있다. 치매에 관련된 논문이 2000년대 초반부터 나오기 시작했고, 지금의 치료제는 그 초기 논문들을 바탕으로 한 것이므로 약효가 좋지 못하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연구가 지속될수록 드라마틱하게 치매가 정복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AIDS나 C형 간염도 불치병처럼 여겨졌지만 지금은 약만 잘 먹으면 큰 고민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2016-09-12

무언가 오고 있는 것일까?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한국 정부는 일본과의 통화스왑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왜 지금일까?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인해 일본과의 통화스왑은 중단됐었다. 또한 일본은 경제적으로 미국의 시녀이다.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런 일본과의 통화스왑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문제로 인해 예민해져 있는 중국의 신경을 건드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통화스왑을 추진하는데는 긴장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국가간 통화스왑은 달러와 같은 국제적 통화의 일시적 부족 현상이 발생했을 때 이를 조달할 창구를 마련하는 조치다. 지금이 위험한 상황인가? 공포지수라고 불려지는 Vix지수가 24를 넘어가면 위험한 국면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현재 Vix는 14수준에 머물러 있다.그러나 Vix는 SP500 선물의 1개월 변동성을 의미할 뿐이다. 즉 숫자에 불과하다. 과거에는 중국은행들이 부실해지면 Vix가 상승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그동안 그런 사태들이 무수히 발생했지만 미국 연준(Fed)이 모두 잠재웠기 때문이다. 이제는 모든 것이 미국 연준에 의존하고 있으며, 증시 참여자들이 점차 위험에 둔감해지고 있다. 뒤집어서 이야기하면 미국 연준이 통화정책을 바꾸면 그 파장은 상상을 초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 정부는 이를 의식했을 것이다.특히 미국이 금리를 올려 아시아 자금이 미국으로 이동할 경우 한국은 취약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첫째, 한국은 역외 외환 시장이 작다. 정부가 환율에 개입한다고 외국인들이 생각하기 때문에 투자매력이 떨어진다. 둘째, 한국의 수출기업들은 환율 변동시 쏠리는 경향이 있다. 즉 원화 절하 추세가 진행되면 달러 사재기에 나선다. 그래서 글로벌 매크로 펀드들 가운데는 분위기만 잡아주면 원화가치를 쉽게 조작할 수 있다고 믿는 측도 있다.최근 미국이 통화정책의 방향을 바꿀만한 사건들이 생겼나? 특별한 이유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미국이 양적완화를 지속할 수 없는 두가지 경우가 있다. 먼저 인플레가 발생하는 경우이다. 미국의 서민들이 저성장의 직격탄을 맞아 피폐해진 상태에서 이제는 저금리, 저유가의 도움도 마무리되었다. 여기서 인플레까지 발생하면 폭동이 일어나지 않을까? 그런데 미국의 인플레는 목표수준에 근접했지만 최근 정체 상태이다.결국 다른 요인에 신경이 쓰인다. 실물자산의 공급과잉 가능성이다. 그동안 저금리로 인한 부동산 가격 거품이 생기는 과정에서 부동산에 투자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거품임에도 무분별한 투자가 증가하는 저금리의 역기능이다. 이로 인해 부동산 시장에 공급과잉이 생기고 가격이 하락하면 미국 연준도 못 막는다. 이런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미국은 금리를 올리는 시늉을 하거나 약간 금리를 올릴 수 있다. 이렇게 작은 자극에도 증시는 휘청거릴 수 있다.최근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공급이 내년 늘어날 것이라는 보도가 있다. 아직 그 정도를 가늠할 수 없다. 만일 공급과잉이 생겨 가격 하락 조짐을 보이면 미국 정부는 참지 못하고 재정지출을 통해서라도 자금을 그 쪽으로 쏠 것이다. 또한 미국 GDP성장률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정부는 재정지출 이외의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재정정책을 시작할 경우 `돈이 일 할 수 있는 곳은 미국`이라는 기대가 생기며 아시아 신흥시장 자금이 미국으로 빠져 나갈 수도 있다.사실 미국의 정책을 어떻게 예단하겠는가? 지금까지처럼 공생을 추구할 수도 있지만 참을 수 없는 환경이 오면 힘든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따라서 증시 환경이 불안해질 때 극단적인 판단(bet)보다는 위험을 중립화(hedge)하는 전략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 늑대가 나타나면 잠시 자리를 피하는 것도 현명한 판단일 것이다.

2016-09-05

삼성전자, 애플 그리고 현대차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최근 애플을 팔고 삼성전자를 사겠다는 투자자들이 늘었다. 애플은 휴대폰을 만들지만 하드웨어보다는 앱(application) 등 소프트웨어를 통해 차별화한다. 장래에도 빅데이터에 인공지능을 결합하여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지향한다. 반면 삼성전자는 철저한 하드웨어 업체이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부가가치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옮겨 가는 것이 대세라고 여겼다. 그래서 애플을 사고, 삼성전자를 팔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가도 그렇게 움직였다.그러나 소프트웨어에 기반을 둔 신경제는 기다려도 오지 않고 있다. 우리가 간과했던 것은 신경제가 바람직한 것이나 구경제를 잠식하며 대체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가 `공유경제`라는 선물을 줄 수 있지만 당장 고용유발효과가 가장 큰 기존의 화석연료 자동차 산업을 잠식할 것이다. 또 온라인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과 편의성을 제공하지만 아직 스스로의 돈벌이를 찾지 못한 채 기존 오프라인을 잠식하고 있다.문제는 지금 세계경제가 취약하다는 것이다. 환자가 수술 받을만한 체력이 없는 것처럼 과감히 구경제를 파괴하며 신경제를 도입할만한 형편이 되지 못한다. 그 결과 신경제 도입을 위한 규제 완화가 따라오지 않고 있다.기다리다 지친 투자자들은 IT분야에서 당장 차별화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구부러질 수 있는 화면(flexible OLED) 등 하드웨어 뿐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며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결국 장기적(또는 전략적)으로는 애플을 사고 삼성전자를 파는 거래가 적절하나 세계경제가 회복의 실마리를 찾아 신경제를 받아들일 때까지 단기적(또는 전술적)으로는 그 반대의 흐름일 수 있다는 것이다.어떤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사고, 현대차를 팔겠다고 한다. 삼성전자에게 성장잠재력을 볼 수 있다면 자동차 전장(electronics)부문일 것이다. 현재 자동차에서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부분은 파워트레인(엔진과 변속기 부문)이다. 한편 자동차가 점점 스마트해지면서 전장부문의 부가가치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전장부문이 파워트레인과 연결이 되어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들이 보안 때문에 전장부문을 내재화시키거나 보쉬(Bosch)같은 지배적인 사업자에게 보안을 약속 받고 기술을 의뢰한다. 즉 삼성전자가 끼어들기 어려웠다.그러나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 엔진이 없어진다. 또 미래 전기차 사업의 주도권은 애플, 구글, 테슬라 같은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가져갈 것이다. 이들은 하드웨어가 없어 삼성전자 같은 파트너가 필요할 것이고, 또 이미 삼성전자의 고객이다.반면 자동차 산업은 배기가스 규제에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중국정부는 2020년부터 중국에서조차 자동차 연비를 1리터당 20km까지 끌어올릴 계획임을 밝혔다. 현재 유럽 평균 연비는 리터당 14.5km이다. 도요타의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카프리우스의 연비가 21km이다. 결국 전기차를 만들라는 이야기다.2020년까지 4년 남았는데 그 안에 획기적으로 연비를 개선시킬 기술이 아직 없다. 즉 돈으로 때워야 한다. 이를 위해 자동차 1대당 1,000달러 정도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자동차 업체들의 평균 판매원가를 2만달러 정도로 가정하면 5%에 달하는 추가비용이다. 그런데 현재 자동차 업계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5% 수준이다. 즉 수익원이 모두 소멸될 수 있다는 것이다.일각에서는 연비 규제가 강화됐을 때 가장 타격을 받을 업체는 기술력이 취약한 중국 현지 업체들이므로 폭스바겐, BMW, 현대차 등 해외 선진브랜드의 중국 점유율이 상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넓은 소비 시장을 제공하는 대신 선진업체들로부터 기술을 빼앗고 있다. 중국 현지업체들은 정부를 등에 업고, 빼앗는 속도를 높이면 된다.삼성전자의 하드웨어가 지금처럼 상대적으로 예뻐 보였던 때가 드물었다. 하드웨어가 다시 지저분해지기 전에 삼성전자는 스스로를 차별화할 수 있을까?

2016-08-29

인류가 회복할 두 가지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지난 100년간의 고성장기에 인류는 두 가지를 잃어버렸다. 인간성과 환경이다. 부가가치가 많아지다 보니 남의 것을 뺏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오히려 이런 악한 마음이 열심히 일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뺏기는 자는 상대적 박탈감이 있었지만 전체적인 부가가치가 커지다 보니 부(wealth)의 불균형이 정당화되었다. 한편 환경은 성장을 위해 후순위로 밀려왔다.2000년대로 들어서며 인류가 급격하게 늙어갔고, 그 결과 저성장기로 들어섰다. 부가가치가 줄다 보니 앞으로는 남에게 빼앗을 것도 별로 없을 것이다. 과거 한국 부모들의 높은 자녀 교육열에 대해 한국인만의 특별한 DNA를 찾으려는 시도도 있었다. 그러나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고성장기에 교육이 자녀들로 하여금 남보다 앞설 수 있는 확실한 보상을 해 주었을 뿐이다. 지금은 서울대 졸업생 가운데서도 취업이 어려운 이들이 늘고 있다. 한국의 학원들은 이제 한국을 떠나 중국, 베트남 등 좀 더 높은 성장 잠재력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저성장은 빈곤을 의미한다. 인구가 노령화되며 여가 시간이 많아졌지만 세계적으로 여행 및 카지노 수요는 기대 이하이다. 사치재 소비도 감소한다. 가난해질 때 가장 먼저 줄어드는 것들이다. 이제는 살기 위해 남들과 나눠 써야 한다. 생계비 절감을 위해 공유경제가 저절로 싹트고 있는 것이다.물건을 나눠 쓰다 보면 함께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저절로 생기지 않을까? 지금까지 빼앗는 일에만 익숙한 우리들에게 당장은 낯설게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신께서 우리 마음 속에 심어준 선한 본성이, 탐욕으로 가리워졌던 그것이 가난한 사람들이 나눠 쓰는 과정 속에서 회복될 것이다.또 공유하려면 서로를 잘 알아야 한다. 여성분들이 자동차를 담배 피우는 남성과 공유하기 싫을 것이다. 자신과 어울리는 사람과 공유하려면 자신의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자신의 신상(ID·identification)을 드러낼 필요는 없지만 가상의 ID를 통해서라도 개개인의 빅데이터가 이용가능해질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공유경제 플랫폼(platform)이 활성화될 것이다.인류가 회복해야 할 다른 하나는 환경이다. 예전에 영국에 출장을 가면 겨울에도 골프를 쳤던 것으로 기억한다. 영국의 위도는 시베리아와 비슷하기 때문에 추워야 정상이나 난류가 북상하여 겨울에도 따뜻하다. 그런데 몇 년 전 겨울 영국을 방문했을 때 골프가 불가능했다. 공이 그린을 맞고 튀어나갔기 때문이다. 그린이 언 것이다. 폭설도 내렸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고, 그 담수가 바다로 흘러들어 바닷물이 싱거워진 것이다. 바다의 염도가 낮아지면 해류의 순환 속도가 떨어진다고 한다. 그 결과 난류가 영국까지 밀고 올라오지 못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영국은 에너지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한다. 즉 지구 온난화로 못 쓰는 땅이 늘어난다는 것이다.그만큼 환경 복원은 시급하다. 이를 위한 노력도 가속화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에너지의 대세가 석유에서 전기로 넘어오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자동차이다. 배기가스 규제는 자동차 업체들이 현존하는 기술로 충족시킬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엄격해지고 있다. 그동안 돈 많이 벌었으니 그 돈 투자해서 이제는 전기차를 만들라는 이야기다. 폭스바겐 사태도 이런 상황 속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반면 전력 관련 사업의 부가가치(value chain)는 계속 확장될 것이다.창조주께서 주신 선한 마음과 아름다운 환경을 인류는 회복할 수 있을까? 필요 이상(extra)을 얻고 싶은 마음 때문에 인간은 죄를 짓고, 많은 것들을 잃어버렸다. 이제 영적으로, 그리고 육적으로 가난해진 인류가 세상의 풍요는 포기할지 모르나 잃어버렸던 참된 가치를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가 우리를 설레게 한다.

2016-08-22

그레이트 로테이션이 오나?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이란 투자자금이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에서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대거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 회복국면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즉 경기회복 과정에서 인플레가 생기면 채권 수익률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만큼 실질 수익률이 하락하는 바, 인플레를 크게 상회할 수 있는 성장 자산 쪽으로 자금이 이탈하는 것이다.최근 그레이트 로테이션이 언급되는 이유는 미국 집권당인 민주당의 태도 때문이다. 특히 차기 대선에서 당선이 유력한 힐러리 클린턴이 재정정책을 언급하고 있다. 지금까지 양적완화 중심의 통화정책은 중앙은행이 화폐를 발행하여 금융기관들에게 저리에 공급해서 투자를 유도해 달라고 부탁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총수요가 부진하여 투자로 연결되지 못했다. 즉 자금이 회전되지 못한 것이다.미국 정부가 통화정책에서 재정정책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강제로 자금을 회전시킬 것임을 의미한다. 즉 중앙은행은 윤전기를 돌려 만든 화폐로 정부가 발행한 신규 국채를 매입한다. 돈이 정부로 가면 정부는 사회간접시설 등 실물자산에 직접 투자하고, 그 결과 인플레가 발생한다.관건은 기업들이 이런 비용상승 인플레, 즉 금리 상승을 견딜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럴 수 있을 만큼 수요가 충분하면 건강한 인플레가 된다. 미국의 7월 비농업 신규고용은 25만5천건을 기록하며 예상치 18만5천건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는 미국의 소비가 건강하게 살아있음을 보여 준다.그러나 소비의 질이 의심스럽다. 그동안 통화정책이 미국소비에 도움을 주었다. 즉 첫째, 빚이 많은 미국인들이 저금리로 인해 숨통이 트였다. 둘째, 에너지 소비가 많은 그들에게 저유가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셋째, 자산가격 거품이 생기며 자신이 정말 부자가 된 듯 착각하여 소비를 늘린 부분도 있다. 이를 부의 효과(wealth effect)라고 한다.이런 효과들이 마무리되는 조짐을 보이자 미국에서는 신용 버블이 생기기 시작했다. 금융기관들은 장단기 금리차가 줄어들며 수익원이 없어지자 적극적으로 서브 프라임(sub-prime)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즉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줘 소비하게 하고 높은 이자를 받는다. 대표적인 예가 자동차 할부 대출(auto loan)이다. 큰 차를 타고 싶어하는 미국인들에게 신용등급이 나빠도 적극적으로 대출했고, 그 결과 연체율이 급증했다. 그 뒤를 따르고 있는 것이 카드 대출(card loan)이다. 즉 신용불량자들에게 고리대금업이 빠르게 증가했는데 이제 은행들의 충당금이 늘어나고 있다.아직은 자산가격 버블에 이어 신용버블이 가세하며 소비가 유지되고 있지만 언제까지 지속될지 의문스럽다. 정치인들은 소비 위축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선거에서 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힐러리는 재정정책의 카드를 만지고 있다.재정정책으로 인해 인플레는 생겼는데 총수요가 회복되지 못하면 스테그플레이션(stagflation)으로 빠져든다. 경기는 침체 중인데 물가가 상승하는 이중고를 의미한다. 세계는 이미 늙었다. 인류의 성장은 중국이 마지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은 체제 때문에 개발이 지체된 것이며, 나머지 동남아, 남미, 아프리카, 러시아 등은 열악한 기후 때문에 투자가 비효율적이며 성장에 한계가 있다.투자자들은 재정정책을 의식하며 채권투자를 걱정하고 있다. 일단 스테그플레이션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희망적으로 그레이트 로테이션을 외치며 주식으로의 이동을 모색하는 중이다. 그러나 근거없는 투기적인 생각이다. 스테그플레이션에 대비하려면 경기에 덜 민감한 실물자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금, 인구유입이 안정적인 도심 위주의 부동산, 정부의 지원이 있는 인프라 자산 등이다.

2016-08-16

스포츠도 기본을 지킨다

▲ 김학주 한동대 교수 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리우 올림픽이 시작되었다. 훌륭한 선수들은 저마다의 차별적인 기량을 뽐내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기본기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모든 구기(ball game)의 기본은 공의 컨트롤(control)에 있다. 컨트롤은 `선수가 공을 원하는 곳에 원하는 속도로 보낼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된다. 축구는 한국 국민이 좋아하는 전통적 구기이나 히딩크의 기적을 제외하면 인상적인 결과를 얻어본 적이 없다. 공을 컨트롤하는 능력 부족 때문이다. 축구는 잔디 위에서 하는 경기다. 한국의 축구선수들은 어린 시절 잔디에서 뛰어 본 경험이 부족해 공을 원하는 곳에 원하는 속도로 보낼 수 있는 능력을 얻지 못했다.축구에서 아름다운 부분은 공격수가 수비수 없는 공간으로 뛰고 공을 가진 선수가 그곳에 알맞은 속도로 공을 공급해서 수비 라인을 벗겨 내는 장면이다. 그러나 한국 선수들은 어릴 적부터 그런 연습이 되어 있지 않다. 공 컨트롤이라는 기본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우리가 기억하는 대표적인 공격수들이 상대팀 문전에서 서성이는 모습을 보며 많은 국민들이 답답해 했을 것이다. 물이 좁은 곳을 지날 때 물살이 빨라지는 것처럼 수비수들이 많은 좁은 공간을 돌파할 때 더 빨라져야 하는데 그렇게 느린 공격수들이 좋은 기회를 만들리 없다. 그래서 문전 센터링하고 공이 우리 편으로 와 주는 행운을 바라는 모습은 한국 축구의 전통이 된 것 같다. 투기(fight)에서의 기본은 수비다. 상대방 공격을 한번 피하면 두세 번 공격할 수 있는 허점을 찾아낼 수 있다. 그런데 어린 선수들이 공격부터 배운다. 그래서 눈이 느리다. 투기의 생명은 상대방의 몸짓에 대한 빠른 반응인데 수비보다 공격을 하고픈 욕심이 그것을 방해한다. 야구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볼 수 있다. 시속 145㎞를 던질 수 있는 투수가 150㎞를 욕심 낸다. 몸에 힘이 들어가서 투수의 생명인 컨트롤을 잃어버리게 마련이다. 또 초속은 150㎞가 나올지 모르나 타자 근처를 통과하는 종속은 기대 이하로 떨어져 타자에게 더 치기 좋은 공이 되고 만다.끝으로 모든 스포츠의 기본은 지구력과 몸에 익은 훈련이다. 축구선수들이 후반 30분경을 지날 때 자신이 생각해도 어처구니 없는 일을 하고 만다. 몸이 말을 안 듣기 때문이다. 권투선수가 7라운드를 지나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는 상황에서 상대방의 플레이를 이해하고 생각하며 대응하기 보다는 평소에 연습했던 대로 펀치를 뻗는다. 어느 경기든 경기 후반 기초 체력이 승부를 가르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투자(investment)에도 기본이 중요하다. 투자의 결과를 컨트롤 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자신이 정한 기간 내 의도된 수익률을 얻어야 한다.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투자에서의 요행을 바라는 것이 투기(speculation)이다. 많은 이들이 투자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그대로 투자한다. 이 또한 투자가 아니라 투기다. 해당 투자대상을 자신이 공부해서 충분히 소화하지 못하면 그 자산에 어떤 변화가 생겼을 때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조언은 이해를 돕기 위한 조언으로 끝나야 한다.또한 투자에서도 수비가 중요하다. 즉 성과의 안정성, 지속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이가 한해 50%의 투자이익을, 그 다음해는 30%의 투자손실을 반복했을 때 10년후 수익률은 28%에 불과하다. 반면 다른 이가 매년 5%의 투자이익을 꾸준히 10년간 얻었다면 수익률이 63%에 달한다. 이런 안정적인 수익률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이 평소에 확실히 이해하고, 쉽게 정보를 업데이트(update) 할 수 있는 투자대상에 집중해야 한다.펀드 매니저들도 그들이 완벽하게 이해하는 종목군(Universe)안에서 투자할 때 성공적인 결과를 얻는다.

2016-08-08

전환사채로의 관심

▲ 김학주 한동대 교수 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한국 코스피(KOSPI) 기업들의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7% 안팎이다. 한편 우리나라 국채수익률 1.3%에 역사적 위험 프레미엄 5.5%-6.0%를 더한 주주들의 요구수익률 또한 7% 수준이다. 그렇다면 적정 코스피 수준은 청산가치 근방인 1.900-2.140의 범위에 있다. 최근 코스피는 그 상단으로 근접했다. 과연 상향 돌파할 수 있을까?그러나 불행하게도 세계 기업들의 이익은 실망스럽다. 한국도 그 흐름 속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지금 발표되고 있는 SP500기업들의 지난 2분기이익(earning)은 7분기 연속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매출이 체감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수요가 그만큼 좋지 않음을 시사한다. 또한 세계적으로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포지수인 VIX는 안정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고, 위험자산 가격도 반등했다. 이렇게 혼동스러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아직 기업이 버틸 수 있는 것은 현금 부족으로 몰리지 않기 때문이다. 즉 매출이 줄면 운전자본이 감소한다. 또한 기업들은 불황기에 시설투자(CAPEX)를 최소화하고 있다. 기업의 현금흐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시설투자와 운전자본이 감소하여 영업이 악화됨에도 불구하고 내부현금흐름(free cash flow)은 양호한 것이다.이로 인해 전반적으로 기업도산 위험이 번지지 않고 있다. 일부 에너지 기업 등 신용위험이 구체화되는 곳도 있으나 아직은 찻잔 속의 태풍이다.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에 세계 중앙은행들의 저금리 정책이 아직은 실효를 거두고 있다. 그 결과 자산 가격이 하락할 때마다 중앙은행들의 구출작전이 성공하고, 지금까지 박스권 트레이딩(box trading)이 유효했다.그러나 이는 한국의 무역수지가 일시적인 불황형 흑자인 것처럼 지속될 수 없고 언젠가 한계를 드러낼 것이다. 최근 세계 기업들이 운전자본을 줄이느라 골몰하고 있다는 보도를 보면서 막바지로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영업부진이 누적되어 기업들이 현금에 쪼들리기 시작하면 신용 스프레드(credit spread) 상승 폭이 커지기 시작할 것이다. 이 때는 중앙은행들도 감당할 수 없다. 이런 우려로 인해 안전자산인 엔화의 강세 추세도 유지되고 있다.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가격이 동반 강세를 보이는 것은 자산가격 버블 극대화를 의미한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증시 환경 속에서 투자자들에게 우선 필요한 것은 투자원금의 보호일 것이다. 그런 가운데 시세차익의 기회를 바랄 것이다. 이런 형태의 투자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상품으로 전환사채가 있다.만기까지 갖고 있으면 회사가 도산하지 않는 한 국채수익률보다 4%p가량 높은 보장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즉 연 5%-6%의 만족할만한 수익률이다. 주가가 전환행사가격 이상으로 상승할 경우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여 채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높은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주가가 하락하여 전환을 통한 시세차익의 기회가 줄어들면 전환행사가격도 일정 수준까지 함께 낮아져 전환기회를 유지해 주는 장치(sliding rule)도 있다.이렇게 안전한 보장수익률 위에 콜옵션(call option)을 더한 상품이 바로 지금 투자자들이 원하는 상품 아니겠는가? 그런데 너그러운 전환사채의 발행 조건을 허락하는 기업은 대체로 문제가 있는 곳들이므로 도산위험에 대한 분석능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노력 없이 어떻게 실과를 얻겠는가? 충분히 공부해 볼만한 영역이다.또한 핵심경쟁력 있는 신생기업들 가운데 아직 실적(track record)이 없어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도 한다. 이런 유망한 기업들은 누구라도 투자하고 싶어 할 것이므로 도산확률이 낮고, 주가상승 잠재력도 커 이들의 전환사채는 매력적인 투자대상으로 보인다.

2016-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