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주가지수인 코스피는 2011년 2천 수준에서 아직도 횡보하고 있다. 누군가가 물었다. “이것이 말이 됩니까? 주식의 가치란 본질적으로 자기자본이익률에서 배당성향을 제외한 만큼 상승하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코스피는 연간 6%이상 증가하여 지금은 2천600이상 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럴듯한 지적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2011년 주가에 거품이 있었다는 것이고, 이것이 해소되는 과정이 5년이 아니라 20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주가가 무너지지는 않을 것 같다. 주식을 팔아봤자 높은 수익률의 다른 자산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구조적인 저성장 속에서 수익률이 낮을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인위적으로 만든 버블도 쉽게 깨지지 않는다. 트럼프는 이를 부정하고 고성장을 약속한다. 그는 인플레 기대감을 만들어 금리를 높이고 있다. 그가 정책을 통해 일시적으로 금리를 높일 수는 있으나 높아진 금리를 유지할 수는 없을 것으로 믿는다. 만일 그가 그럴 수 있다면 그를 존경할 만 하다. 그러나 차라리 그가 임기를 못 채우고 하야하는 편에 한 표 걸겠다.
단, 증시는 가끔씩 군사외교적 갈등으로 인해 흔들릴 수 있다. 저성장 속에서 불만과 갈등이 많아지고, 그럴 때마다 개혁을 외치는 독재적인 지도자가 나타나서 전쟁을 일으키고, 사람들이 죽고, 생산시설이 파괴되면 세계경제가 재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이것이 큰 그림에서의 경제순환 사이클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지금 불만과 갈등이 커지는 분위기다.
그 대표적 예를 북한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북한은 UN으로부터 경제적 제재를 받았다. 지난 9월 핵실험의 대가이다. 그 결과 북한의 석탄 수출액의 60%가 축소될 전망이다. 이는 북한 전체 수출액의 25%에 해당한다. 물론 그 실효성은 여기에 중국이 얼마나 협조할지에 달려 있다.
미국 정권이 그 동안 북한의 도발에 대해 인내심이 많았던 이유는 두가지로 풀이된다. 첫째, 흔들리는 세계 경제 및 금융 시스템 안정을 위해 중국의 공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둘째, 북한의 위협이 과거에는 가시적이지 않았다. 또한 미국이 북한을 공격해도 얻을 것이 없다. 중동을 두들기면 석유에 대한 통제력을 얻을 수 있지만 북한 공격은 비용만 소모된다. 그러나 이제는 북한의 위협을 좌시할 수 없는 단계이다.
역사적으로 미국이 그들의 안보에 심각한 도전을 해오는 국가들에 대해 인자했던 경우를 찾아볼 수 없다. 미국의 대통령이 의사결정시 의회 등 주변 기구로부터 간섭(check & balance) 받지 않는 유일한 영역이 007가방 안에 들어 있는 핵미사일의 단추를 누르는 것이다. 트럼프의 급한 성격과 낮은 배려심을 감안할 때 단추를 누르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 또한 트럼프의 안보 보좌관인 마이클 플린도 돌출행동으로 인해 미국 전 국무장관인 콜린 파월에게 해고된 경력을 갖고 있다. 즉 트럼프를 말려 줄 사람이 없다.
이란은 얼마 전 OPEC 감산 합의에 동참했다. 트럼프의 경제 제재(sanction) 재개 위협 앞에 일단 꼬리를 내린 셈이다. 북한도 이란처럼 참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 보여 준 북한의 무모함을 감안할 때 그럴 것 같지 않다. 그리고 그 싸움에 한국을 끌어들일 가능성이 있다. 이제부터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는 원화가치 할인 요인으로 등장할 수 있다. 한국 투자자들은 달러자산 매수를 통해 북핵 리스크를 헤지(hedge)할 필요가 있다.
최근 한국의 방위관련주 주가가 폭락했다. 차기 정권이 민생을 위해 국방예산을 대폭 삭감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 조차 그러지 못했다. 한국의 대통령이 국방예산을 자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면 행복한 시나리오일 것이다.
미군철수를 외치는 트럼프를 상대로 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저성장 속에 국가간 분쟁이 잦아지고, 국지전이 늘어나 재래식 무기가 많이 팔리면 한국의 방위관련 업체의 수출이 늘어난다. 또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미국의 방위산업체에도 투자해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