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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신경 쓰이는 이유

등록일 2016-11-21 02:01 게재일 2016-11-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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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주한동대 교수
▲ 김학주 한동대 교수

트럼프가 당선된 후 자금이 채권시장에서 탈출해서 주식시장으로 왔다. 채권의 가격구조를 보면 지금처럼 극도의 저금리에서는 금리가 약간만 올라도 채권가격이 급락하는 상황이므로 일단 피신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채권시장 이탈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순조롭게 넘어오며 주가를 밀어 올리는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이론적으로 보면 쉽지 않다. 현재 S&P500의 PER은 20배 수준이다. 주식 투자수익률이 1/20, 즉 5%라는 이야기다. 반면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최근 급등하여 2.2%를 넘어섰다. 그 결과 주식과 채권간 수익률 차이(yield gap)가 2.8%p밖에 안된다. 이는 역사적 평균 5~6%p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그 만큼 주식투자 수익률이 낮다는 것, 즉 주가가 비싸다는 것이다. 결국 본질가치로 평가하면 주가는 하락해야 한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고민하는 것은 트럼프 스타일 때문이다. 처음에 저돌적으로 밀어부친 후 나중에 협상하는 독특한 전략이다. 그는 1조달러의 재정지출을 선언했다. 이는 중국이 2011년~2012년경 수퍼싸이클(super cycle)을 만들 때와 비슷한 규모이다. 그 당시 세계 기업들이 중국에서 깜짝 실적(earning surprise)을 냈던 기억이 있다. 물론 나중에 부실로 드러났지만 말이다. 이번에도 일단 기업실적 개선과 함께 주식투자수익률이 높아지며 채권수익률을 끌어 올리지 않을까 투자자들은 의아해 한다.

또한 트럼프는 2018년 2월에 임기 만료되는 옐런 미국 연준(FRB) 의장을 해임하고, 의원들도 순종적인 사람들로 채우려 한다. 그는 통화정책을 싫어한다. 그렇다면 FRB가 지금보다 매파적인 성향을 띨 것이고,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 그 만큼 채권시장에서 돈을 끄집어 내어 주식시장, 실물시장으로 이동시키겠다는 노골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 의원들조차 트럼프의 재정지출이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또 무모한 재정지출로 인한 정부부채의 급증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자신도 재정지출로 인한 실물경제의 회복 속도보다 비용상승 인플레가 훨씬 빨리 나타남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는 고립경제에 따른 생산성 하락도 한 몫 할 것이다.

결국 그는 채권가격을 낮추는 대신 주식시장을 부양하려고 시도하지만 주가까지 끌어내릴 가능성이 높다. 그런 부작용과 고통을 경험한 후 어쩔 수 없이 금리를 다시 내리며 자산가격을 원위치 시킬 것이다. 그 때는 트럼프도 인구 노령화로 인한 구조적인 저성장을 인정할 것이다. 그 때 트럼프는 하야할까?

그렇다면 미국인들이 이토록 무모해 보이는 트럼프를 지지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단면을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찾아보자. 과거 C형 간염의 치사율이 높았을 때 길리어드는 `소발디`라는 치료제를 개발하여 완치율 99%를 기록했다. 이는 혁신이었다. 그런데 이 약의 가격은 1억원이다. 폭리였다. 그러나 미국은 이런 폭리를 인정한다. 혁신을 만들어 낸 업체는 그런 횡재를 할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그 자금이 R&D에 재투자되고, 횡재를 꿈꾸는 탐욕이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 미국의 탁월함(excellence)이 유지될 수 있다는 논리이다. 반면 1억원이 없는 사람은 죽을 수 있다. 이는 미국의 혁신을 위한 비용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미국이고, 트럼프는 거기에 호소했다.

한편 힐러리와 트럼프 중 누가 더 급진적이라고 생각하는가? 정답은 힐러리다. 왜냐하면 그녀는 지금부터 신경제로 가자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반면 트럼프는 구경제의 체력을 더 키운 후 신경제를 도모해보자는 속 마음일 것이다. 만일 신경제가 빠르게 도래한다면 구경제 일색인 한국은 쇼크에 빠질 것이다. 트럼프의 당선이 어쩌면 우리에게 다행인지도 모른다.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의 구조조정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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