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까지 사용하는 이유는 `인플레`를 만들기 위함이다. 이렇게까지 해서 인플레를 만들려는 이유는 디플레가 그 만큼 무섭기 때문이다. 디플레로 인해 자산가격이 하락하면 소비가 줄고 이는 또 다른 자산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드는 것이다(deflationary spiral). 즉 어떤 모습의 인플레가 와도 디플레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다.
각국 정부가 금리를 내리다가 마이너스 수준으로 접어들자 장기금리가 더 빠른 속도로 떨어지며 장단기 금리차가 급격히 줄었다. 이는 단기로 자금을 조달하여 장기로 운용하는, 즉 장단기금리차를 먹고 사는 은행들의 수익원을 빠르게 잠식했다. 또한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해야 하는 연금이나 보험사들도 저금리로 인해 고객과 약속한 수익률을 드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유럽의 일부 연금들의 경우 현 수준의 저금리가 지속되면 수 년 내 도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부작용 속에 마이너스 금리가 지속 가능한 모델일까? 스위스를 생각해 보자. 유럽중앙은행이 금리를 공격적으로 내려 스위스 프랑이 빠르게 절상됐었고, 스위스 정부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했었다. 그러나 결국 포기하고, 대신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렸다. 그 당시 스위스 은행들이 견딜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아직 스위스 은행들은 이익을 잘 내고 있다. 그러나 본업인 예대마진은 위축됐고, 대신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모기지 대출로 돈을 벌고 있지만 부동산 가격이 더 이상 오르기는 어렵다. 결국 마이너스 금리는 지속가능하기 어렵다
소비자들도 저금리가 미래의 소득을 현재로 당기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눈치 챘다. 젊은 날의 부채 부담은 경감되겠지만 그들의 노후를 위해 더 많이 저축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의 고용지표는 좋다. 그럼에도 소비는 실망스럽다. 기업 들의 심리(ISM지수)도 저조하다. 그 결과 중국의 미국수출도 둔화되고 있다.
이처럼 초저금리의 기능은 점차 소멸되고 있다. 더욱이 금융기관들의 수익원을 갉아 먹는 부작용까지 안고 있다. 그렇다고 시중 유동성을 당장 회수할 수 있는 형편은 못 된다. 지금은 금융기관들에게 장단기 금리차라도 만들어 줘야 한다. 이를 위한 특효약은 재정정책을 통해 강제적으로 인플레를 만드는 것이다. 이 경우 장기채권이 가장 큰 타격을 받으므로 장기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장기금리가 상승하게 되는 원리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채권시장은 뒤숭숭하다. 특히 아직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단기금리가 상승했다. 다음 달부터 단기펀드인 MMF에 대한 규제가 시작된다. 이제는 단기금융에 의존하는 부실기업들이 기업어음(CP)을 MMF에 편입시키며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게 되었고, 그 결과 3개월 달러 리보(Libor ) 금리가 0.6%에서 0.85%로 급등했다.
주식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은 채권 같은 배당가치주에서 발길을 돌린다. 그 동안 저금리로 인해 주가 프리미엄이 많이 붙었는데 이제 차익실현하는 분위기다. 반면 그 동안 장기금리 하락으로 인해 고생했던 은행주, 생명보험주들의 재정정책에 힘입은 반등(turnaround)에 관심을 갖는다.
사실 배당가치주는 진입장벽이 높고, 영업관련 변수가 적어 이익의 안정성이 높다. 그래서 높은 배당을 꾸준히 줄 수 있는 우량주라고 볼 수 있다. 각국 정부가 여러 정책을 쓰지만 소용 없음이 확인될 뿐이다. 재정정책도 은행을 돕는 대신 투자기관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부자세를 거두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증권거래세 징수를 검토하고 있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장기간 걱정 없이 묻어둘 수 있는 주식을 찾을 것이다. 이것이 배당가치주이다. 지금은 주가 버블을 떨어 버리는 과정에 있지만 배당가치주의 시대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