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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로테이션이 오나?

등록일 2016-08-16 02:01 게재일 2016-08-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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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주<br /><br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이란 투자자금이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에서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대거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 회복국면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즉 경기회복 과정에서 인플레가 생기면 채권 수익률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만큼 실질 수익률이 하락하는 바, 인플레를 크게 상회할 수 있는 성장 자산 쪽으로 자금이 이탈하는 것이다.

최근 그레이트 로테이션이 언급되는 이유는 미국 집권당인 민주당의 태도 때문이다. 특히 차기 대선에서 당선이 유력한 힐러리 클린턴이 재정정책을 언급하고 있다. 지금까지 양적완화 중심의 통화정책은 중앙은행이 화폐를 발행하여 금융기관들에게 저리에 공급해서 투자를 유도해 달라고 부탁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총수요가 부진하여 투자로 연결되지 못했다. 즉 자금이 회전되지 못한 것이다.

미국 정부가 통화정책에서 재정정책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강제로 자금을 회전시킬 것임을 의미한다. 즉 중앙은행은 윤전기를 돌려 만든 화폐로 정부가 발행한 신규 국채를 매입한다. 돈이 정부로 가면 정부는 사회간접시설 등 실물자산에 직접 투자하고, 그 결과 인플레가 발생한다.

관건은 기업들이 이런 비용상승 인플레, 즉 금리 상승을 견딜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럴 수 있을 만큼 수요가 충분하면 건강한 인플레가 된다. 미국의 7월 비농업 신규고용은 25만5천건을 기록하며 예상치 18만5천건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는 미국의 소비가 건강하게 살아있음을 보여 준다.

그러나 소비의 질이 의심스럽다. 그동안 통화정책이 미국소비에 도움을 주었다. 즉 첫째, 빚이 많은 미국인들이 저금리로 인해 숨통이 트였다. 둘째, 에너지 소비가 많은 그들에게 저유가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셋째, 자산가격 거품이 생기며 자신이 정말 부자가 된 듯 착각하여 소비를 늘린 부분도 있다. 이를 부의 효과(wealth effect)라고 한다.

이런 효과들이 마무리되는 조짐을 보이자 미국에서는 신용 버블이 생기기 시작했다. 금융기관들은 장단기 금리차가 줄어들며 수익원이 없어지자 적극적으로 서브 프라임(sub-prime)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즉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줘 소비하게 하고 높은 이자를 받는다. 대표적인 예가 자동차 할부 대출(auto loan)이다. 큰 차를 타고 싶어하는 미국인들에게 신용등급이 나빠도 적극적으로 대출했고, 그 결과 연체율이 급증했다. 그 뒤를 따르고 있는 것이 카드 대출(card loan)이다. 즉 신용불량자들에게 고리대금업이 빠르게 증가했는데 이제 은행들의 충당금이 늘어나고 있다.

아직은 자산가격 버블에 이어 신용버블이 가세하며 소비가 유지되고 있지만 언제까지 지속될지 의문스럽다. 정치인들은 소비 위축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선거에서 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힐러리는 재정정책의 카드를 만지고 있다.

재정정책으로 인해 인플레는 생겼는데 총수요가 회복되지 못하면 스테그플레이션(stagflation)으로 빠져든다. 경기는 침체 중인데 물가가 상승하는 이중고를 의미한다. 세계는 이미 늙었다. 인류의 성장은 중국이 마지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은 체제 때문에 개발이 지체된 것이며, 나머지 동남아, 남미, 아프리카, 러시아 등은 열악한 기후 때문에 투자가 비효율적이며 성장에 한계가 있다.

투자자들은 재정정책을 의식하며 채권투자를 걱정하고 있다. 일단 스테그플레이션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희망적으로 그레이트 로테이션을 외치며 주식으로의 이동을 모색하는 중이다. 그러나 근거없는 투기적인 생각이다. 스테그플레이션에 대비하려면 경기에 덜 민감한 실물자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금, 인구유입이 안정적인 도심 위주의 부동산, 정부의 지원이 있는 인프라 자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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