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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회복할 두 가지

등록일 2016-08-22 02:01 게재일 2016-08-2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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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주<br /><br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

지난 100년간의 고성장기에 인류는 두 가지를 잃어버렸다. 인간성과 환경이다. 부가가치가 많아지다 보니 남의 것을 뺏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오히려 이런 악한 마음이 열심히 일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뺏기는 자는 상대적 박탈감이 있었지만 전체적인 부가가치가 커지다 보니 부(wealth)의 불균형이 정당화되었다. 한편 환경은 성장을 위해 후순위로 밀려왔다.

2000년대로 들어서며 인류가 급격하게 늙어갔고, 그 결과 저성장기로 들어섰다. 부가가치가 줄다 보니 앞으로는 남에게 빼앗을 것도 별로 없을 것이다. 과거 한국 부모들의 높은 자녀 교육열에 대해 한국인만의 특별한 DNA를 찾으려는 시도도 있었다. 그러나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고성장기에 교육이 자녀들로 하여금 남보다 앞설 수 있는 확실한 보상을 해 주었을 뿐이다. 지금은 서울대 졸업생 가운데서도 취업이 어려운 이들이 늘고 있다. 한국의 학원들은 이제 한국을 떠나 중국, 베트남 등 좀 더 높은 성장 잠재력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저성장은 빈곤을 의미한다. 인구가 노령화되며 여가 시간이 많아졌지만 세계적으로 여행 및 카지노 수요는 기대 이하이다. 사치재 소비도 감소한다. 가난해질 때 가장 먼저 줄어드는 것들이다. 이제는 살기 위해 남들과 나눠 써야 한다. 생계비 절감을 위해 공유경제가 저절로 싹트고 있는 것이다.

물건을 나눠 쓰다 보면 함께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저절로 생기지 않을까? 지금까지 빼앗는 일에만 익숙한 우리들에게 당장은 낯설게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신께서 우리 마음 속에 심어준 선한 본성이, 탐욕으로 가리워졌던 그것이 가난한 사람들이 나눠 쓰는 과정 속에서 회복될 것이다.

또 공유하려면 서로를 잘 알아야 한다. 여성분들이 자동차를 담배 피우는 남성과 공유하기 싫을 것이다. 자신과 어울리는 사람과 공유하려면 자신의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자신의 신상(ID·identification)을 드러낼 필요는 없지만 가상의 ID를 통해서라도 개개인의 빅데이터가 이용가능해질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공유경제 플랫폼(platform)이 활성화될 것이다.

인류가 회복해야 할 다른 하나는 환경이다. 예전에 영국에 출장을 가면 겨울에도 골프를 쳤던 것으로 기억한다. 영국의 위도는 시베리아와 비슷하기 때문에 추워야 정상이나 난류가 북상하여 겨울에도 따뜻하다. 그런데 몇 년 전 겨울 영국을 방문했을 때 골프가 불가능했다. 공이 그린을 맞고 튀어나갔기 때문이다. 그린이 언 것이다. 폭설도 내렸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고, 그 담수가 바다로 흘러들어 바닷물이 싱거워진 것이다. 바다의 염도가 낮아지면 해류의 순환 속도가 떨어진다고 한다. 그 결과 난류가 영국까지 밀고 올라오지 못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영국은 에너지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한다. 즉 지구 온난화로 못 쓰는 땅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만큼 환경 복원은 시급하다. 이를 위한 노력도 가속화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에너지의 대세가 석유에서 전기로 넘어오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자동차이다. 배기가스 규제는 자동차 업체들이 현존하는 기술로 충족시킬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엄격해지고 있다. 그동안 돈 많이 벌었으니 그 돈 투자해서 이제는 전기차를 만들라는 이야기다. 폭스바겐 사태도 이런 상황 속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반면 전력 관련 사업의 부가가치(value chain)는 계속 확장될 것이다.

창조주께서 주신 선한 마음과 아름다운 환경을 인류는 회복할 수 있을까? 필요 이상(extra)을 얻고 싶은 마음 때문에 인간은 죄를 짓고, 많은 것들을 잃어버렸다. 이제 영적으로, 그리고 육적으로 가난해진 인류가 세상의 풍요는 포기할지 모르나 잃어버렸던 참된 가치를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가 우리를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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