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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떠나라

김학주 한동대 교수
등록일 2016-11-07 02:01 게재일 2016-11-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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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주<br /><br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

2000년을 정점으로 세계경제는 성장동력을 잃었다. 그 전까지의 성장기에는 물건을 만드는 대로 다 팔 수 있었다. 그 때는 누가 큰 설비를 갖고 많이, 그리고 싸게 만들 수 있느냐가 중요했다. 즉 규모의 경제가 위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이제는 사람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줘야 수요가 생긴다. 즉 한국처럼 설비를 잔뜩 갖고 있는 경제는 매우 취약해졌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이 한국의 산업을 예상보다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중국이 새로운 산업에 침투하는 과정을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관련 기업을 인수(M&A)한다. 상하이자동차(SAIC)가 쌍용차를 인수했을 때 경영에 관심이 있다기 보다는 도면과 사람을 빼내는데 주력했다. 둘째, M&A를 통해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오면 핵심기술을 가르쳐달라고 요구한다. “중국이 가장 큰 시장이고 너희들도 중국에서 물건을 팔 수 밖에 없으니 중국 기업은 거저 배울 자격이 있다”라는 입장이다. 조공을 받던 습관이 있어서 그런지 별 죄책감 없이 예민한 부분을 보여 달라고 요구한다.

셋째, 그렇게 중국 내에서 산업화가 시작되면 자국 기업들끼리 치열하게 경쟁하고, 공급과잉을 만든다. 그 때 중국정부가 나서서 업체들을 통폐합하고 해외로 내 보낸다. 나가서 싸우라는 이야기다. 중국이 산업화를 마친 후, 다시 말해서 중국이 순수입국에서 순수출국으로 전환된 산업 가운데 망가지지 않은 것을 본 적이 없다. 산업기계가 그랬고, 이어서 철강, 정유화학, 조선이 그랬다. 지금 자동차가 그 과정을 겪고 있고, 하나 남은 것이 반도체다.

사드(THAAD) 배치 이후 한중관계가 냉랭해졌다. 군사외교적 갈등과는 별개로 중국이 아시아를 경제적으로 통합하려면 한국을 끌어안을 것이라고 기대했었는데 오산이었다. 중화사상 때문인지 “아니면 말고….”식의 태도이다. 중국인들 덕분에 한류를 타던 산업들도 썰렁해진 기분이다.

수출주도형 제조업이 위축되니 경제의 성장동력을 내수소비로 옮길 수 있을까? 그럴 수 없음을 일본이 답해 준다. 일본은 인구노령화에 따른 버블 붕괴가 가장 먼저 시작된 곳이다. 니케이 주가지수의 경우 고점인 1991년부터 저점인 2011년까지 3만9천선에서 9천근방으로 하락했다.

이 기간 일본의 제조업체들이 위축되었고, 이를 대신해 노인들을 위한 헬스케어를 비롯해 내수소비 산업이 크게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 기업들의 이익은 별로 늘지 못했다. 노인들은 마음 놓고 돈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계효용 이상으로 지불하지 않는다. 노인들이 필요한 서비스인데 돈이 없으면 정부가 보조를 하고, 정부가 재정이 부족하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분담해야 한다.

지금 한국은 인구절벽을 앞두었고, 산업의 구조를 바꾸지 못해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영란법은 한국경제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수 있다. 김영란법에 대한 반응은 좋다. “기강을 잡으려면 그렇게 세게 해야지”, “미국에도 그런 법이 있지 않은가” 등이다. 노무현 정권을 많은 사람들이 추억한다. 사회의 `정의`차원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한국경제에 관한 한 그 때가 `잃어버린 5년`이다. 한국의 산업과 기업들은 바로 그 때 재편을 시작했어야 했다.

인도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는 논쟁이 많다는 것 아닐까? 인도는 어릴 적부터 변론하는 법을 가르친다. 인도인들은 말을 잘한다. 그러나 그것이 발목을 잡는다. 예를 들어 정부가 도로를 건설할 때 인근 주민이 소송을 걸면 공사는 2~3년간 중단된다. 한국기업들은 아직 공정하게 마케팅하는 체제를 갖추지 못했다. 그 질서가 확립될 때까지 서로간 소모적인 견제가 심해질 수 있고 이는 경제활동을 방해할 것이다. 경제가 건강할 때는 이 정도 충격이 별 것 아니지만 저성장 속에서는 크게 느껴질 것이다.

한국은 분위기를 돌리기에는 늦은 것 같다. 투자자들이 한국 내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내수소비주들을 찾는 것은 별 도움이 못 될 것이다. 그것 보다는 해외 자산이라도 희망이 보이는 부문으로 투자의 방향을 돌리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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