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역 역세권 핵심 주거지로 기대를 모았던 포항 북구 이인지구 도시개발사업이 입주 2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미완의 도시’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행정의 늦장 대응, 기반시설 지연이 겹치면서 주민들의 생활 안전과 정주 여건이 심각한 수준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이인지구의 가장 큰 문제는 기반시설과 입주 시기의 심각한 ‘엇박자’다. 2026년 3월 현재 이 일대에는 3천 세대가 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입주가 이미 진행됐지만, 도로·교통·생활 인프라는 여전히 완전하게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특히 최근 발생한 초등학생 교통사고 사망 사건은 이인지구의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수천 대의 차량이 매일 통행하는 해당 구간이 사고 발생 이후 26일이 지나서야 법적 ‘도로’로 공용개시 공고가 이뤄졌다. 그전까지 이 도로는 형식적으로 ‘정식 도로’가 아닌 상태였기 때문에 어린이 보호구역 지정이나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조차 불가능한 행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결국 아이의 희생 이후에야 행정 절차가 뒤따른 셈이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사람이 먼저 살고 있는데 도로는 아직 서류 속에만 있었다”는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다. 도시개발사업에서 기반시설 준공 이전에 입주를 허용하는 관행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다.
부동산 시장 상황 역시 이인지구의 미래를 낙관하기 어렵게 만든다. 포항은 여전히 미분양 관리지역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인지구 내부에서도 가격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단지 내부 동 배치나 저층 세대, 조망이 제한된 가구의 경우 이른바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이나 ‘무피’ 매물이 등장하는 반면, 역세권 조망이 확보된 일부 세대는 여전히 수천만 원의 웃돈이 붙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동일한 단지 안에서도 가격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실수요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인근 개발사업까지 겹치면서 공급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인근 펜타시티와 기업혁신파크 등에서 추가 주거단지 공급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향후 수요 흡수 능력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은 “포항 전체 아파트 시장이 공급 과잉 구조에 가까운 상황에서 이인지구 역시 시장 침체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교육 환경도 여전히 ‘진행형 문제’다. 이인지구 학생들이 다니는 달전초등학교는 2026년 3월 신설 대체 이전이 이뤄졌지만 학교 운동장과 조경 공사가 계속 진행 중이다. 학생들은 공사 장비와 소음, 먼지가 이어지는 환경 속에서 등교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역시 도시개발사업 지연의 후유증이라는 지적이 많다. 조합의 자금난, 시공사 교체, 사업 지연 등 10년 넘게 이어진 개발 과정의 부담이 결국 학생들의 학습권과 교육 환경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인지구 개발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추진 중인 이인2지구는 토지 ‘지분 쪼개기’ 투기 후유증으로 이미 복잡한 소유 구조를 안고 있다. 공동주택 용지의 소유자가 수백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주택 건설 추진 과정에서 또 다른 갈등과 지연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도시개발 전문가들은 “이런 구조에서는 사업 추진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고, 결국 미분양 증가와 기반시설 지연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문제의 핵심은 행정의 관리 방식에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도시가 완전히 갖춰지기 전에 입주부터 진행되는 ‘준공 전 공공시설 사용’ 관행이 반복되면서 생활 안전과 도시 기능이 뒤늦게 따라오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입주가 시작된 지 2년이 지났음에도 도로의 법적 지위조차 뒤늦게 정리되는 도시에서 ‘역세권 프리미엄’이라는 말은 사실상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기반시설의 조기 준공, 교통안전 대책, 교육환경 안정, 그리고 이인2지구 개발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까지 지금 필요한 것은 개발 속도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인 도시’라는 원칙을 되찾는 일이다.
/임창희 선임기자 lch860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