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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클라우드의 시대가 도래하는가

▲ 김학주 한동대 교수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이란 모든 정보 및 데이터를 인터넷 서버에 모아 놓고 이를 가공하여 소비자들이 맞춤형 정보를 필요할 때 내려받아 사용하도록 하는 서비스다. 음원, 드라마 등 콘텐츠를 굳이 살 필요가 없으므로 싸고, 또 소비자들의 취향을 인공지능이 분석해서 좋아할만한 콘텐츠를 거꾸로 추천해 주기도 한다.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이런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소비자들의 가려운 데를 긁어주며 새로운 수요를 불러 일으킬 준비를 해 왔지만 반응은 시큰둥했었다.그런데 올 들어 미국 증시를 견인한 기업들이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들이다. 왜 여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것일까? 그동안 이들은 온갖 투자를 하며 가입자를 늘려왔다. 일단 가입자만 모으면 나중에 이들을 통해 얼마든지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믿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가입자뿐 아니라 이들의 매출액이 증가하고 있다. 수익성이 아직 낮지만 막대한 초기 투자 때문에 그런 것이지 이제 시장이 열리기 시작한다는 점에 투자자들은 주목한다.최근 워렌 버펫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IBM지분의 삼분의 일을 팔았다. 그 이유로 클라우드 컴퓨팅 경쟁자들이 너무 많아졌다는 점을 들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확산될수록 IBM의 주력 제품인 정보통신장비 수요는 줄어든다. IBM도 이를 간파하고 클라우드 컴퓨팅 및 인공지능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워렌 버펫이 IBM 주식을 파는 행위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가 그만큼 다가왔음을 읽을 수 있다.한국의 주가지수가 신고가를 갱신했다. 삼성전자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지주회사 전환을 포기했다. 즉 일반 투자자를 더이상 기만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이다. 이런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도 주가 상승에 한몫했지만 세계경제가 저성장의 굴레에서 탈피하려면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잠들어 있는 소비 수요를 깨워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먼저 그 인프라인 반도체가 필요하다.삼성전자의 실적은 반도체 덕분에 극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주가는 그만큼 상승하지 않는다. 반도체 같은 경기 순환 (cyclical) 업종은 호황일 때 주식을 팔아야 한다는 교훈을 투자자들은 역사적으로 배웠다. 그러나 신경제가 오는 길목에서 기계가 뇌(腦)를 가져야 하므로 기억장치인 반도체의 수요는 구조적으로 늘 수 있다. 즉 지금 차익실현하는 것은 너무 이를 수 있다.기계가 더 세련된 로봇으로 진화하려면 뇌뿐 아니라 눈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인간에게 더 사랑받을 수 있는 맞춤형 정보를 줄 수 있다. 즉 카메라의 기능이 더 중요할 것이고, 이런 맥락에서 카메라 센서를 개발하는 일본의 소니(Sony)도 그동안의 부진을 털고 회복할 수 있다.통신업체들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한 서비스 제공을 하려면 더 빠른 5세대 통신이 필요하다. 소비자들의 데이터 소모량이 많아질수록 통신업체들의 수익원은 늘 수 있다. 그러나 4세대 통신에서 통신업체들은 비슷한 기대를 걸었지만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예상했던 대로 데이터 판매는 늘었지만 가계의 통신비용 부담을 우려한 정부가 통신요금을 규제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5세대 통신도 비슷한 규제를 예상할 수 있다.그런데 5세대 통신을 이용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에서는 소비자뿐 아니라 기계도 데이터를 이용한다. 그 기계는 기업들이 소유하고 있어 정부는 여기서 굳이 규제할 필요는 없다. 특히 5세대 통신망을 처음 설치할 때 통신업체들에게 투자 자금을 마련해 줘야 하므로 통신사들의 이익이 개선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경우 오바마 대통령은 소비자의 데이터 사용 비용을 낮추기 위해 망(網) 중립성을 주장했지만 최근에는 통신사의 투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를 없애려는 분위기다.

2017-05-09

Stein`s law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면 결국 멈추게 된다)

▲ 김학주 한동대 교수Stein`s law란 `어떤 것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면 결국 멈추게 된다`는 원리다. 미국의 경우 리만사태 이후 대대적인 통화정책을 펼쳤고, 트럼프는 집권 이후 인플레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지만 오히려 물가지수는 꺾이고 소비도 위축되었다.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도 1%에 그칠 전망이다. 장기 금리도 하락하고 있다. 당황한 트럼프는 집권 100일 즈음 서둘러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을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없고, 민주당원들을 설득할만한 전략도 준비하지 못했다.미국의 가계부채는 주택담보대출에서 학자금 대출로 모양만 바뀌었다. 부모들이 주택담보를 통해 자녀들의 학자금을 조달했었지만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그 길이 막혀 학자금 대출이 급증했다. 젊은이들은 취업을 해도 월급에서 대출 원금이 차감돼 받는다. 즉 소비할 돈이 부족하다. 가장 소비성향이 높은 젊은 층에서 가처분 소득이 줄고 있으니 소비가 좋을 리 없다. 내구성 소비재인 자동차 판매가 줄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트럼프가 감세를 하면 회복될 수 있을까?중국의 경우 경제성장률이 6.5% 수준으로 한 단계 내려 앉았다. 그럼에도 부채는 급증하고 있다. 즉 이 정도의 성장을 유지하는 것도 버겁다는 이야기다. 수출감소를 내수소비 확대를 통해 상쇄하려 하지만 불가능하다. 중국의 소득불균형이 주요 요인이다. 경제성장의 열매가 주로 고위 공산당원들의 몫이고, 소비성향이 높은 중산층으로 전달되는 부분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경제성장을 위해 정부는 빚을 내어 투자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의 성장이 어디까지 진행될 수 있을까?이런 걱정에도 불구하고 주식과 채권가격은 동반 상승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이런 경우는 드물었는데 리만사태 이후 자주 발생하고 있다. 그 원인은 투자자들이 위험에 대해 덜 걱정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각국의 중앙은행이 물가만 관리하는 기관이 아니라 정책기관으로 변모했다. 어떤 경우가 발생해도 정부와 중앙은행이 협력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내는 장면을 세계의 투자자들이 보아 왔기 때문에 정책의 힘을 신뢰하고 있다. 공포지수라고 불리는 VIX지수가 사상최저를 경신하고 있음이 그 증거다. 무모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유럽, 아시아 경기 회복이 의미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난해 원자재 가격 반등에 따른 후속 효과일 뿐이라고 판단된다. 세계 소비의 원동력을 미국과 젊은 중산층이라고 볼 때 전혀 개선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원자재 가격이 계속 상승하며 세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지난해 원자재 가격 반등에는 주요 생산국인 중국, 중동의 희생이 있었다. 중국은 대기오염과의 전쟁이라는 측면에서 석탄광산을 폐쇄했다. 또 디플레 압력을 잠재우기 위해 은행의 대출을 늘려가며 경기를 부양했고, 그 결과 원자재인 석탄, 철광석 수요가 증가했었다. 중국이 폐쇄된 석탄광산을 재가동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기존 광산의 가동률은 얼마든지 높일 수 있고, 이것만으로도 가격에 부담을 줄 수 있다.한편, 중국정부는 최근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을 통한 투기가 우려되자 대출의 고삐를 조이기 시작했다.유가는 사우디의 희생으로 버티고 있다. 사우디는 국영기업 아람코의 내년 상장을 앞두고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해 감산의 고통을 참고 있다. 미국의 쉐일 업체나 다른 중동국가들이 얄밉게 증산해도 지금은 참는다. 그러나 계속 유지되지는 못할 것이다. 저성장의 굴레가 중력처럼 세계 경제를 무겁게 붙잡고 있고, 이를 뿌리치려 각국 정부는 파격적인 처방을 쓰고 있다. 그 과정에서 금융자산 가격거품이 생긴다. 향후 `어쩔 수 없는 저성장`을 인정하게 될 때 투자자들은 그 동안의 무모함을 깨닫고 자산가격의 거품을 터뜨릴까? 아니면 저성장 저수익률, 즉 가격거품을 겸허히 받아들일까? 모른다면 시장의 무모함에 취해있기 보다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17-05-02

증강현실(AR) 세상이 열릴 것인가?

▲ 김학주 한동대 교수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이란 현실 세계에 가상의 화면을 결합해 현실을 좀 더 편하고 윤택하게 즐길 수 있는 기술이다. 그래서 MR(Mixed Reality)이라는 말을 쓰기도 하며, 우리에게는 `포켓몬고`로 잘 알려져 있다.그 동안은 증강현실의 보급이 더뎠다. 그 이유로 첫째, 인구의 고령화를 들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기존의 습관을 고치고 싶어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마트에서 스마트 안경을 쓰면 전시된 제품의 바코드를 읽어 관련된 유용한 정보를 안경에 구체적으로 띄워줄 수 있다고 하자. 그러나 어르신들은 굳이 그렇게 복잡하게 살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다. 둘째, 기술 및 인프라도 미흡했다. 증강현실 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면 도중에 끊긴다. 통신속도가 콘텐츠를 소화하기에 느리다는 것이다. 헤드셋도 무겁다. 또 현실에 가상 콘텐츠를 사실감있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서툰 것들이 많다.그런데 최근 5세대 통신의 보급이 시작되고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엡손 등이 헤드셋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바야흐로 증강현실이 우리 생활 속으로 파고들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기대가 생긴다.애플의 CEO인 팀쿡은 “증강현실이 결국 스마트폰처럼 어디서나 사용되는 기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고,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는 안경 수준의 헤드셋을 만들 계획을 밝히면서 증강현실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 렌즈(Holo Lens)`,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매직 리프(Magic Leap)`도 증강현실 디스플레이 기기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증강현실의 적용 범위는 실로 무궁무진할 것이다. 진정한 스마트는 `직접 가지 않고 해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우리는 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환경을 더럽히며 사람을 만나러 이동해야 하는가? 화상통화에 증강현실 기능이 더해지면 원격처리가 가능해져 굳이 가야 하는 불편함을 피할 수 있다.간단한 예로 스타트업(Start-up)들이 자신의 멘토기업들에게 지도를 받을 때 작업한 물건을 현장까지 가져갈 필요 없이 화상으로 연결해서 멘토가 화면에 해법을 표시하면 스타트업들의 화면에도 그 내용이 나타난다. 그 화상통화에 참여한 누구라도 화면을 편집할 수 있고, 모든 참여자들의 화면에 공유된다. 좀 더 자세한 콘텐츠는 파일로 보내 공유할 수 있고, 온라인 콘텐츠의 경우 멘토가 직접 조작하며 설명할 수도 있다. 이러한 유용성이 가상현실(VR)보다 증강현실(AR)이 더 빨리 상업화될 수 있는 이유다.한편 미국, 중국같이 격오지가 많은 곳에서는 자동차 수리를 직접 해야 하는데 화상통화를 이용한 증강현실은 좋은 도구가 될 것이다. 의료비 절감을 위해 원격진료가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 해법을 얻을 수 있다. 한편 자동차 등 복잡한 기계의 매뉴얼도 일일이 외울 필요 없이 스마트 안경을 쓰면 3차원 그래픽을 통해 사용법 설명이 나타난다.앞서 노인들은 변화를 귀찮아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들은 고민을 갖고 있다. 은퇴 이후 근로소득이 없어 비용을 절감해야 하는 것이다. 즉 그럴 수 있는 스마트 솔루션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 시간이 갈수록 인터넷에 익숙한 스마트 실버(smart silver)가 증가할 것이고, 노화와 싸우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다. 이제 통신속도가 빨라지고 증강현실 인터페이스(interface)가 노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계된다면 증강현실의 보급은 본격화될 것이다.이스라엘은 증강현실과 같은 선행기술의 천국이다. 그 배경에는 정부의 헌신적인 지원이 있다. 미래 기술에 역량이 있는 업체들을 선발해 마케팅, 핵심자원 조달 등은 정부가 해결해 주고 기업은 기술개발에 전념할 수 있게 해준다. 한국은 그 반대편, 즉 빠른 모방에 익숙하다. 우리에게는 이스라엘과의 제휴가 가장 큰 시너지가 될 것이다.

2017-04-25

선제적이지 못한 한국

▲ 김학주 한동대 교수한국은행은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2.5%에서 2.6%로 상향조정했다. 2014년 4월 이후 3년 만이라고 한다. 당분간 기준금리 인하 우려는 크게 줄어들었다고 한국은행 총재는 밝혔다. 과연 한국 경제는 이제 바닥을 찍고 회복국면에 접어든 것일까?내수는 여전히 저조했지만 수출과 투자가 살아나 경기가 예상보다 좋았다고 한국은행은 그 이유를 설명했다. 즉 외부 수출환경이 개선되었고, 삼성전자와 중국업체들간의 반도체 투자 경쟁으로 인해 회복의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따라서 지속될 수 있다고 확신하기 어렵다.2015년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급락했다. 그 당시에는 비용상승 인플레로 인한 부작용을 줄여주는 순기능을 기대했지만 경기가 힘없이 늘어지며 디플레 위험이 불거졌다. 원자재 관련 기업들의 도산 위험이 커지며 정크본드 가격도 추락했다. 그 만큼 세계경제 안에는 원자재와 직결된 부가가치가 컸던 것이다. “신경제도 좋지만 구경제를 너무 빨리 무너뜨리면 안 된다”는 교훈과 함께 2016년 중반부터는 원자재 가격이 반등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원자재 중심의 경제인 아시아 신흥국이 회복되었고, 지금 한국경제에 부는 훈풍은 그 연장선에 있다.구경제에서 신경제로 가는 과도기에는 고통이 따른다. 그래서 진통제가 필요하고, 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한다. 인프라 투자의 특징은 첫째, 투자효과가 빠르고, 둘째, 부작용이 덜해 진통제로 애용된다. 미국과 중국이 산업구조 개편을 위해 과도기에 인프라 투자를 사용할 계획임을 밝혔고, 동남아는 개혁가들이 나타나 뭔가 보여주기 위해 인프라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심지어 독일과 프랑스도 선거 이후 인프라 투자를 벼르고 있다.인프라 투자는 원자재 수요를 불러 일으킨다. 이로 인해 아시아와 한국경제는 계속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세계적으로 인프라 투자에 혈안이 되어 있는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이 경제가 그 만큼 고통스럽기 때문이고, 그 구조적 원인은 인구노령화로 인한 저성장의 굴레다. 그리고 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하려면 빚을 내야 하는데 그 부담을 견뎌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특히 한국의 경우 경제를 짓누르는 다른 요인들도 있다. 수요가 줄어가는 구경제의 표본이며 수출 기업들도 경쟁력을 잃고 있다. 반도체의 좋은 싸이클은 지나갈 수밖에 없다. 또한 집 값 하락 위험도 부담이다. 한국인들이 평생 벌어서 집 한 채 샀는데 집 값이 떨어지면 소비의 핵인 중산층이 무너진다. 현재 지방의 주택가격은 떨어지는 반면 서울 도심위주로만 가격이 오르는 현상은 수요가 안정적인 곳으로 몰리는 것이므로 불안하게 해석된다. 마치 피식자가 포식자를 피해 무리의 중심으로 파고드는 것처럼 보인다.스탠다드 앤 푸어스(SP)나 무디스(Moody`s)가 뒷북을 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신용평가 기관은 현상만 이야기하면 된다. 굳이 미래를 예측하다가 실수를 해서 자신들의 신뢰도에 흠을 낼 필요가 없다. 그러나 한국은행과 같은 정책기관은 선제적이어야 한다. 일시적인 현상과 구조적인 추세를 분간하지 못하고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한국의 재벌들도 선제적이지 못하다. 선행투자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실패를 해 볼 수 있는 여유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이 십여 년 전의 변명이다. 모방위주의 빠른 추격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할 때 쓰던 방법인데 아직도 거기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부 주도의 기술혁신 과제들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었던 것들 뿐이다.한국인들은 왜 역사적으로 도전에 인색했던 것일까? 나라가 작아서 도전의 기반을 마련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일까? 아니면 사람들이 너무 착해서 그럴까? 어떤 것도 답이 될 수 없다. 박정희 대통령이 과거 일본 이름을 가졌던 것에 대해 비난하는 사람들을 가끔 본다. 일본 이름을 가졌지만 선진국과 맞서 싸웠던 그와 도전을 피하는 사람들 중 누가 노예근성을 가진 것일까?

2017-04-17

트럼프는 북한을 공격할 수 있을까?

▲ 김학주 한동대 교수트럼프가 첫 무력시위를 벌였다. 그것도 시진핑을 초대한 자리에서 시리아 정부군에 토마호크 미사일을 날렸다. 중국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지 못하면 북한을 직접 손 볼 수 있다는 의사 전달로 많은 이들이 이 장면을 해석하고 있다.과연 트럼프는 북한을 공격할 수 있을까? 불가능할 것이다. 북한을 직접 타격하려면 단번에 끝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생각하기 싫은 반격이 날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미국이 북한의 핵 시설을 한 번에 파괴할 수 없는 이유는 핵 미사일 기지가 산발적으로 퍼져 있고, 그 위치도 지하, 심지어는 해저에도 깔려 있기 때문이다.미국에게 북한이 첫 핵 미사일 위협은 아니다. 과거 냉전시대에 미국은 소련으로부터 지속적인 핵 공격의 위험에 노출됐었다. 만성질환 환자가 병과 함께 사는 것처럼 핵 위협에 익숙했었다. 단 핵미사일 단추를 누르는 순간 서로가 끝이기 때문에 그럴 수 없을 것이라고 믿으며 살았다.중국은 소련만큼 군사 외교적 힘은 없다. 그러나 경제력은 미국에 도전할 만큼 성장했다.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으로 컸고, 미국의 여러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에서 차별을 받을 경우 도산할 수 있다. 미국이 쉽사리 북한을 두들겨 중국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 없는 이유다.트럼프 자신도 아무 생각 없이 돌출행동을 하는 돈키호테이기 보다는 계산을 할 줄 아는 딜러(dealer)다. 이번 시리아 폭격은 무력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응징이라는 좋은 명분 때문에 칭찬이 많다. 그는 타이밍을 이용할 줄 안다. 또 러시아 지원을 받는 시리아 정부군을 공격함으로써 트럼프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러시아 해킹 단체의 도움을 받았다는 혐의도 불식시키려는 의도도 보인다.북한은 미국을 선제 타격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개를 `무는 개`와 `짖는 개`로 나눠 보자. 무는 개는 잘 짖지 않는다. 그냥 물면 되기 때문이다. 개가 짖는 것은 자신의 취약함에 대한 경계다. 풀어주면 더 이상 짖지 않는다. 북한이 짖는 이유도 자신이 변해가는 세계경제 속에서 점점 고립되어 가기 때문이다. 함께 이념에 사로잡혀 안이하게 살던 중국인들이 변하자 섭섭했을 것이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체제유지다. 만일 김정은이 돌발행동을 감행하려 한다면 그 전에 암살될 확률이 높다. 도발하는 순간 체제유지가 담보되지 않기 때문이다.중국은 북한을 통제하지 못해 한국에 사드(THAAD) 기지 구축의 명분을 주고 말았다. 그런 북한이 괘씸할 것이다. 시진핑은 이번 트럼프와의 회담에서 북한을 어떻게 압박할지 논의할 것이다. 우선 중국은 북한의 주요 수출품목인 석탄의 수입을 올해 말까지 중단키로 했다. 여기에 자금의 이동을 제한하는 등 하나씩 경제적 숨통을 조여 가면 김정은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다. 사람은 힘들어질 때 누군가를 탓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단기적인 대안이다.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북한과 거래(deal)를 해야 한다. 여기서는 트럼프를 배우자. 물질을 퍼주는 것이 아니라 북한 동포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개성공단이 실패했으면 대안을 만들자. 예를 들어 중국은 자신들의 공단 근처에 북한 특구를 만들어 주고, 한국은 기술과 경영을 책임지고, 북한은 인력과 시장을 제공하면 어떨까.필요 자본은 그 기업의 주식을 홍콩에 상장시켜 조달하자. 세계경제가 저성장으로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극적인 성장여력이 남아 있는 북한 주식에 외국인들의 구미가 당길 것이다. 한국과 말이 통하고, 근면하고, 사방에 성장 인프라가 깔린 나라들로 둘러싸인 북한의 성장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이 모델이 성공할수록 북한은 생산기지를 자신들의 땅 안으로 끌어들일 것이다. 남북통일에 가장 큰 걸림돌은 통일비용인데 이런 방법을 택하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2017-04-10

자동차는 이제 사양산업인가?

▲ 김학주 한동대 교수한 사람이 이동하기 위해 1t에 달하는 기계를 움직이는 것이 사치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저성장 시대로 들어서며 인류는 이런 사실을 점점 더 깨닫게 될 것이고, 대중 교통을 찾을 것이다. 특히 장거리 이동의 경우 대중교통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예를 들어 서울에서 부산으로 갈 때 서울 안에서 고속전철역까지는 택시로, 서울-부산간은 전철로, 부산 내에서는 다시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여기서 택시는 자율주행 전기차로 대체될 것이다. 소비자가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택시를 부르면 빠른 시간 안에 인근지역 전기차가 스스로 운전하며 달려올 것이다. 전기차이어야 하는 이유는 자율주행을 위해서 보다 정밀한 제어가 필요하고, 여기서 디지털 신호가 요구되기 때문이다.수 만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기계산업의 총아인 자동차가 이제는 가전제품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하이브리드 단계를 거치고 있지만 예상보다 일찍 기계 자동차는 박물관에 전시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인텔은 모빌아이 인수를 통해 차가 스스로 외부 사물을 감지하는 능력에 관심을 보였으며 텐센트는 테슬라 지분 5%를 인수하며 자동차에 자신들이 갖고 있는 소셜 미디어, 전자결제, 이-커머스(e-commerce) 사업을 연결시키려 하고 있다.자동차의 부가가치에 전자업체들이 눈독을 들이는 사례는 한국에서도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얼마전 자동차 센서 및 네비게이션 소프트웨어(connected car solution)를 개발하는 글로벌 업체 하만 (Harman International) 인수를 선언했다.과거 자동차를 좋아했던 이건희 회장은 르노와 합작해 자동차 산업 진입을 시도했지만 쓴 맛을 봤다. 그 때는 자동차가 너무 기계스러웠기 때문에 시기상조였지만 점차 그들의 비즈니스로 접어들고 있다. 특히 자동차에는 하드웨어 성격이 남이 있기 때문에 구글보다 애플이나 삼성전자가 강할 수 있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 상승에 이런 기대가 조금은 녹아 있어 보인다.그렇다면 기존 기계 자동차 주식은 무조건 팔아야 하는가? 꼭 그럴 필요는 없다. 그들의 성장이 사라진 만큼 시설 및 연구개발 투자가 줄어들 것이고 주주들에게 나눠 줄 자금은 많아진다.쇠퇴기에 접어들었다고 나쁜 주식은 아니다. 그 동안 쌓아 놓았던 돈을 빠르게 배당으로 돌려줄 수 있고, 주가도 저성장을 반영하여 충분히 낮아져 있다면 사 볼만 하다. Ford, GM의 배당수익률이 5%에 달한다. 반면 현대차의 배당수익률은 2.7%에 그치고 있다. 원화가치가 달러에 비해 약해질 가능성도 우려된다. 현대차가 현실을 받아들이고 배당성향을 높일지는 의문이다.트럼프의 등장이 기존 자동차 업계에는 구세주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공약들을 하나씩 포기해 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도 당분간 자취를 감출 것 같았지만 천하의 미국 대통령도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자동차가 동력을 전기에 의존해 갈수록 신재생에너지 개발도 속도를 더해갈 것이다. 세계적으로 발전 솔루션을 제공하던 업체들의 주가도 트럼프 위협에 따른 낙폭을 만회하고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문제는 배터리다. 충전시간, 대체 소재 개발 등 숙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 해법이 나타나며 전기를 사용하는 도구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앞서 소개한 서울~부산 이동에서 전기차를 도시 내에서만 이동한다면, 그것도 더 세분화하여 권역별로만 운행한다면 배터리의 크기는 더욱 작아질 수 있다. 도시정책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다른 해법도 있다. 애플 아이폰은 삼성전자 갤럭시보다 반도체를 덜 썼음에도 불구하고 별 문제가 없었다. 운영체계가 가볍고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전기차에서도 소프트웨어가 발전할수록 필요 전력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한편 차체가 가벼워질수록 에너지가 덜 소모된다. 경량화 소재 개발에는 진전이 있다. 3D 프린터도 여기에 한 몫 한다. 이런 해법을 제공할 수 있는 업체들에 주목해 보자.

2017-04-03

블랙먼데이의 추억

▲ 김학주 한동대 교수1982년부터 1987년까지 주가는 고공행진했다. 그러나 1987년 8월 들어 주가가 흔들리는 이상한 조짐을 보이더니 10월 19일 월요일 하루 만에 22%가 주저앉았다. 이를 블랙먼데이로 불렀다. 트럼프 당선 이후 증시는 생기를 되찾았지만 석연치 않은 불안감이 남아 있다.블랙먼데이의 주가 폭락은 기계가 만들었다. 그 당시 유행하던 상품은 `포트폴리오 보험`이었는데 성격을 간략히 설명하면 주가 하락 손실을 제한하고, 주가 상승 시 일정 부분 참여하는 것이다. 누구라도 반할 수 있는 매력적인 상품으로 보였다. 그런데 그 구조는 주가가 올라 평가이익이 쌓일수록 더 주식을 사는 것이고, 이를 사람이 일일이 계산하기 보다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심어 놓고 돌렸다. 주가가 오를수록 기계는 아무 생각 없이 상승하는 주가를 따라 잡았고, 그만큼 증시의 쏠림 현상이 극대화되었다.그러던 가운데 위험에 대한 인내력이 약한 연금 펀드에서 수익률을 이 정도에서 확정시키고 싶다는 판단을 했고, 이를 위해 주식 선물을 매도하기 시작하자 주가의 방향이 갑자기 바뀌었다. 그 이후 매도 쪽으로 쏠림이 심해졌고, 투자자들은 증시에서 이탈하고 싶어 했지만 모두가 같은 판단을 해 왔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지금은 CTA(Computer Trading Algorithm)에 의존하는 헤지펀드들이 크게 늘어났다. 주가도 기업의 실적보다는 주식을 따라다니는 돈의 양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이 많아져 사람이 주가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졌다. 따라서 투자자들도 기계에게 추세가 읽혀지면 빨리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고 기계에 프로그램을 심어 그 추세를 따르게 했다. 트럼프가 시장에 장밋빛 기대를 심은 이후 기계는 그 빛을 따라 달리고 있고, 그럴수록 쏠림 현상은 심해진 상태이다.투자자들은 추세가 꺾일 때 남들보다 먼저 탈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잘못된 판단이다. 모두가 똑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때 탈출구는 좁다. 주식 매도시 그것을 받아 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한국의 주가지수인 코스피는 오랜 기간 1900~2100 박스권에 머물다가 최근 상향돌파했다. 많은 이들이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빼면 여전히 횡보하고 있다. 16세부터 64세까지 경제에서 활발히 일할 수 있는 인구수의 경우 한국은 2015년 정점을 찍고 감소추세에 있다. 즉 내수가 좋을 수 없다. 수출산업 가운데 반도체와 화학이 선전하고 있지만 이번이 마지막 사이클로 보인다. 삼성전자도 중국이 반도체 산업에 진입할 경우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시장 진입을 견제하고 있어 당장은 반도체 모멘텀이 꺾이지는 않겠지만 말이다.주가는 사상최고를 갱신하고 있지만 확신은 떨어진다. 한국의 수출기업들이 달러강세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경쟁력과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추세임을 부인할 수 없다. 트럼프의 구경제 회복 운동이 우리 경제에 진통제처럼 작용하고 있지만 트럼프는 이제 서서히 자신의 공약에 대한 도전을 받고 있다. 이것이 증시의 방향을 돌려놓는다면 쏠림이 심해져 있는 상황에서 주가의 하락 폭은 예상보다 클 수 있다.많은 이들이 주가지수가 얼마까지 오를 수 있냐고 묻곤 한다. 투자기간이나 변동성 등은 묻지 않는다. 그것은 주가의 최고점에서 자신이 팔 수 있음을 의미한다. 터무니 없는 가정이다. 우선 최고점 근방에서는 탈출구가 좁다. 또한 증시에서 진정한 실력자는 주식을 팔 줄 아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그만큼 기업가치에 대해 충분한 이해력을 갖추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주식은 아무나 살 수 있다. 그러나 잘 팔 줄 아는 사람은 제한되어 있다. 주가의 거품이 얼마나 더 생길지는 모른다. 그러나 하락폭이 클 수 있다면 지금부터는 시장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2017-03-27

안도 랠리 (Relief rally)

▲ 김학주 한동대 교수트럼프는 보호무역을 외쳤고, 그가 미국의 금리를 올리며 아시아를 압박할 것으로 생각했었다. 최근 미국은 금리를 다시 올렸다. 그러나 아시아 자금이 빠져나가기는커녕 오히려 자금은 아시아로 넘쳐 흘러들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는 것은 인플레 압력이 생길 만큼 미국 경제가 지쳤음을 의미하므로 돈은 덜 지친 곳으로의 탈출을 모색하기 마련이다. 또한 미국이 금리를 올려 달러가 강세로 갈수록 미국인들의 구매력이 커져 이웃나라로부터 더 많은 물건을 사 줄 수 있게 된다. 이는 과거 미국이 `큰 형님` 노릇을 하며 세계 경제가 선순환을 보이던 바로 그 장면이다. 트럼프가 이런 모습을 보이려고 쇼(show)를 했던 것일까?미국 연준(Fed)이 금리 인상 속도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감안하는 요소는 장기 실질 수익률(long term real rate)인데 이는 제로 또는 약간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 즉 금리를 급하게 올릴 형편이 되지 못한다는 이야기고, 옐런 미국 연준의장도 최근 금리를 올리면서 점진적인 속도가 될 것임을 밝혔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다시 안도하는 분위기다. 금융자산 가격의 거품이 당분간 더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자산가격 거품이 계속될 수 있는 근거들을 살펴보자.첫째, 뒤를 봐주는 확실한 세력들이 있다는 것이다.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미국 연준은 시중에 돈을 퍼부었다. 그 후 유럽과 일본의 중앙은행들이 뒤를 따랐다. 이들은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의 부도를 결코 허락하지 않을 것이며, 자산가격 부양을 약속해왔다. 모든 투자자들이 미국 연준의 금리 정책만 지켜봤으며 자산가격은 그 결정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이들은 아직도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그런데 후견인이 하나 더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다. 통화정책이 끝나지 않은 가운데 그는 재정정책을 약속했다. 이렇게 확실한 조치는 2000년대 초반 닷컴(.com) 버블의 붕괴에서 교훈을 얻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당시 IT기술의 진보가 기대를 따라가지 못함이 확인되었을 때 자산가격 거품은 터졌다. 리먼 사태 이후 풀린 돈 가운데 상당 부분이 4차 산업혁명 관련 자산으로 유입되었는데 기술은 사람들의 기대를 따라갈 수 없고, 이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거품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트럼프는 어떤 상황이 와도 경기를 치켜올릴 수 있는 재정지출을 약속하며 투자자들을 안심시킨 것이다.둘째, 터널의 끝이 보인다는 기대이다. 세계경제가 그동안의 긴축에서 벗어나서 정상화될 수 있다는 생각이고, 그 결과 기업들의 이익이 한 단계 증가하면 지금의 자산가격이 비싸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셋째, 세계경제에 재난(crisis)이 와서 자산가격이 무너지는 경우 금융기관의 부실이 도화선이 되는데 그동안 금융기관들이 위험요소를 줄여 왔기 때문에 경제 시스템에 이상이 생길 우려는 적다는 판단도 거품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넷째, 냉정함을 유지하기 어려운 펀드 매니저들의 입장도 있다. 지금은 세계경제가 선순환으로 이어지며 건강한 인플레가 올 것이라는 측과 그런 기대를 버리고 재산을 지키는 것에 만족한다는 측이 상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여기서 정치인들이 정책을 통해 긍정적인 기대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 놓아 자산가격이 오를수록 그 추세에 따라붙지 못한 투자자들은 분리 불안을 느끼게 된다. 즉 고집을 부리며 추세를 따르지 않았을 때 혼자 바보가 되는 경우를 극도로 두려워하여 무리를 짓는 효과(herd effect)가 나타나는 것이다.그러나 이제 금리를 인상한다는 것은 경제가 얼마나 건강해졌는지를 측정하는 것일 뿐 그것이 증명된 것은 아니다.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부담과 그로 인한 소비 위축이 어떤 새로운 충격으로 다가올지는 모른다. 투자는 실수를 줄이는 게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17-03-20

버펫이 애플을 이제서야 사는 이유

▲ 김학주 한동대 교수워렌 버펫이 운영하는 투자회사 `버크셔 헤서웨이`는 최근 보유 주식을 공개했는데 주요 종목 상단에 애플이 위치했다. IT기업을 싫어하는 버펫의 투자성향을 감안하면 의외였다. 그의 입맛이 바뀐 것일까? 투자대상을 충분히 분석하고 투자 후 20년을 기다리는 그도 증시의 방향성이 실종된 지금 현실에 적응하는 과정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사람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다.버펫의 투자방법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실수를 줄이는 연습`이다. 신중하지 못한 투자는 자주 매매를 하게 되는데 그만큼 거래비용이 늘어나고, 그 가운데 빚어진 실수가 열심히 모았던 수익률을 훼손한다. 그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 자신만의 투자원칙을 고집스럽게 지킨다. 그리고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은 철저히 배제한다. 결국 투자란 `자신이 확실히 아는 영역에서 실수를 줄여가는 게임`이란 것만 알아도 여러분은 투자에 대해 50%는 배운 셈이다.버펫의 주식 선택 원칙을 보면 첫째, 진입장벽이 높은 것을 선호한다. 기술이든, 규제가 됐든 진입장벽이 있어 경쟁을 막아줘야 한다. 둘째, 확실한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 어떤 투자환경이 도래해도 견뎌서 주주들에게 안정적인 배당을 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셋째,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적어야 한다. 변수가 많아질수록 그가 실수할 수 있는 확률이 커지기 때문이다.버펫이 IT를 싫어하는 이유는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이 너무 많고, 기술의 진부화도 빨라 진입장벽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는 애플이 늙을 때까지 기다렸다. 이제는 애플의 사업이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형화되었다고 생각한다. 그가 애플로 인해 실수할 확률이 낮아진 셈이다. 스티브 잡스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아이폰이 마법의 램프처럼 여겨질 때 버펫도 관심이 컸을 것이다. 그러나 인내하고 애플이 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정해진 지금 그는 주머니를 열었다.과거 애널리스트였던 시절이 있었다. 어떤 펀드매니저는 호기심 가는 이야기 몇 마디만 던져도 금세 관심을 보이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끝까지 의심한다. 더 이상 의심할 수 없을 때까지 의심한다. 그리고 추천한 투자대상을 비난한다. 그리고 그 다음날 산다. 사람에게 까다롭게 굴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투자는 까칠한 사람들이 믿을만한 성과를 보인다. 그가 애플 매수를 지금까지 망설인 또 하나의 이유는 애플이 배당을 높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이다. 이익의 질(quality)을 언급할 때 주로 이익의 안정성을 들지만 이익이 주주들의 손에 돌아갈 수 있을지 여부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버펫은 전자는 물론 후자를 강조한다.애플이 그동안 IT기업답지 않게 많은 돈을 해외에 쌓아두었는데 트럼프의 감세정책에 동조하여 해외 이익을 본국으로 송환한다면 투자보다는 배당 또는 자사주 매입에 쓸 것이라고 그는 기대한다. 성장하는 기업은 이익을 배당보다는 재투자에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버펫이 좋아하는 성숙기에 접어든 기업은 그동안 쌓아두었던 주주들의 부를 빨리 나눠줄수록 가치가 올라간다.삼성전자는 지금 반도체에서 이익을 긁어 모으며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버펫은 삼성전자 주식 매입을 거론한 적이 없다. 그 이유는 버펫이 변동성이 큰 이익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 전 중국의 샤오미가 휴대폰의 뇌라고 할 수 있는 프로세서(Application Processor)를 세계 네번째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물론 그 수준을 의심해봐야겠지만 적어도 샤오미는 자신들이 원하는 때 신제품을 출시할 수 있게 되었다. 언젠가는 삼성전자를 압박할 것이다. 버펫은 이런 가능성을 싫어한다. 적어도 애플은 이런 고민은 덜어준다. 특히 삼성전자처럼 대주주를 위해 돈을 쌓아두는 일을 버펫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한국에도 버펫이 즐겨 투자하는 기업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7-03-13

프로바이오틱스

▲ 김학주 한동대 교수얼마 전 영국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는 2030년경 태어날 신생아 기준으로 세계에서 최장수 국가를 한국으로 꼽았다. 그 때가 되면 한국 여성의 평균 연령을 91세, 남성 84세로 추정했다. 한국인의 장수 근거로 첫째, 정부가 40세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2년에 한 번 꼴로 정기검진을 하여 질병을 조기 진단하는 점을 들었다. 둘째, 건강에 대한 염려가 크다는 것이다. 한국인 가운데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35%에 불과했으며 이는 OECD국가 가운데 가장 낮았다. 그래서 자주 병원을 방문하고, 그 결과 동네 병원도 많이 생겼을 것이다.셋째, 김치 같은 발효음식을 상시 복용한다는 점이다. 김치에는 비타민 A, B뿐 아니라 장(臟) 건강에 좋은 유산균이 풍부해 면역기능이 활발해 진다는 것이다. 사람의 면역세포 가운데 60% 가량이 장(臟) 주변에 밀집해 있다. 장(臟)은 몸 밖에서 들어온 음식물들이 몸 안으로 흡수되는 곳이므로 유해 병원균을 차단하는 면역의 기능이 가장 집중해야 할 곳임에 틀림없다.이런 한국인의 건강비결은 지금도 존재한다. 그런데 2030년이 되면 한국의 산업화가 완화되고, 사람들도 스트레스를 덜 받아 음주, 흡연을 덜 할 것이라는 분석이 깔려 있다. 올리브 오일을 먹는 중동 사람들과 생선회를 즐기는 일본인들을 제치고 김치를 먹는 한국인이 최장수 국민이 된다는 것은 흥미롭다.지금 바이오 업계의 대세는 면역과 유전자이다. 먼저 면역의 기능을 활성화시켜 암(癌)을 비롯한 치명적인 질환들과 싸운다. 면역세포는 평소에 기능을 100% 발휘하지 않는다. 즉 항원을 죽일 때 신중하다. 만일 면역세포가 정상세포를 암세포로 오인하여 공격하면 사람은 3시간 안에 사망한다. 이것을 자가면역질환이라고 한다. 그래서 면역세포는 공격에 앞서 상대를 점검하는데 암세포는 교활하게 그 시간 동안 자신이 정상세포인 것처럼 신호를 보내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한다. 따라서 암 환자에게는 면역세포가 망설이지 않고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조치하는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다.한편 유전자 치료는 질병의 예방에 해법을 제공한다. 점점 유전자의 기능들이 생물학적으로 밝혀지고 있고, 여기에 통계적 기법을 활용해 유전자 기능을 설명하는 방편(bioinformatics)까지 더해지고 있다. 유전자 지도를 그리는 비용도 파격적으로 떨어졌다. 이제는 인간의 유전자를 보고 어떤 질환에 언제 노출될 확률이 얼마라고 신뢰도 있게 이야기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질환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있을 때 제거하거나 편집하는 도구들도 개발되고 있다.그런데 바이오 업계에 새로운 대세로 떠오르는 것이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다. 장(臟) 내 미생물(microbiome)의 균형을 맞춰 질병을 예방, 치료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일란성 쌍둥이 가운데 하나는 비만이고, 다른 하나는 말랐다. 유전적 정보가 똑같은데 이것이 웬 말인가? 즉 유전자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비만아의 대장 내 미생물을 쥐에게 주입했더니 쥐가 비만이 되었고, 마른 아이의 미생물을 받은 쥐는 말랐다.우리가 잘못된 식습관 또는 환경적 오염으로 인해 대장 내 미생물의 균형이 무너지면 면역의 기능이 약해져 대사질환, 피부질환, 심지어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환자마다 어떤 장내 미생물이 결핍되거나 이상이 생겨 질환으로 발전됐음을 입증하고 그 치료제인 미생물을 개발하려는 분야가 새롭게 뜨고 있다. 여기에는 환자 및 미생물의 유전자 분석이 동반된다.얼마 전 백수오 사태를 기억할 것이다. 부정행위로 끝났지만 그 당시 갱년기로 시달리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뚜렷한 처방약은 없었다. 백수오는 어차피 음식이므로 부작용이 없어 사람들이 편하게 접근했고, 많은 이들이 효과를 봤다. 프로바이오틱스도 몸에 이로운 미생물이므로 그렇게 접근이 편하며 심지어 새로운 질병의 치료수단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특히 다른 치료제와 함께 병용할 수 있어 수많은 노인 환자들의 관심을 끌게 될 것이다.

2017-03-06

동물적 본능에 의한 투자

▲ 김학주 한동대 교수미국의 주가가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사실 성장하는 경제라면 `사상최고`라는 말은 살아있음을 의미할 뿐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지금의 경제형편에 비해 주가가 너무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과열에 대한 우려가 있다. 시장에서는 주가 신고가 행진의 배경을 다가올 트럼프의 감세 및 규제완화에 대한 경제 부양 효과로 보고 있다. 즉 리만 사태 이후 눌려만 있던 경제가 얼마나 팽창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이다.그런데 이러한 위험자산 가격 상승의 배경을 좀 더 정확히 진단해 보자. 먼저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상을 언급해도 주가가 오른다는 것이 예전과 달라 보인다. 즉 미국의 금리는 더 이상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swing factor)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지적이다. 과거 미국 중앙은행은 윤전기를 돌려 달러를 찍었다. 그렇게 발행된 돈 가운데 상당량을 미국 국채와 주택담보증권(MBS)을 사는데 썼다. 그 결과 미국의 가계부채 부담이 줄어들고, 주택가격이 오를 수 있었다.만일 미국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이들 증권을 팔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금리가 폭등하고, 채권 및 주택가격이 폭락할 것이다. 주가도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런데 미국 금리는 이를 경계하여 오르는 듯 싶더니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즉 미국 중앙은행이 그런 자살행위는 하지 않을 것임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고, 이로 인해 안도 랠리(relief rally)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신흥시장 자금 유입으로 이어지고 있다.이를 `터지지 않는 거품`이라고 부른다. 돈을 풀어 자산 가격을 끌어올렸으니 거품은 거품이다. 그러나 경제는 살기 위해 적응해 나가는 유기체이므로 거품을 터뜨려 스스로 감당 못할 지경으로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또 투자자들도 저성장이 만성화되는 가운데 낮은 수익률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리만 사태 당시 자산가격 거품이 터졌을 때 투자자들은 “이 자산을 팔아서 높은 수익률의 다른 자산으로 옮겨 갈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럴 수 없음을 깨닫고 낮은 수익률에 익숙해지고 있다. 이렇게 보면 리만 사태 당시 자산 가격 거품 붕괴는 투자자들의 착각이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저수익률의 공감대가 확산될수록 자산가격 거품은 유지될 수 있다.반면 최근 주가 상승의 또 다른 요인은 트럼프의 금융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이다. 도드-프랭크 법(Dodd-Frank Rule) 또는 볼커 룰(Volcker rule)은 과거 투자은행들이 자신들의 고유 자금으로 레버리지(leverage)를 일으켜 파생상품,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했다가 실패할 경우 선량한 예금자들에까지 피해가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제정되었다. 트럼프는 이렇게 금융기관의 손과 발을 묶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은행도 투자해서 돈을 벌 수 있으면 벌라는 것이다.미국의 중앙은행은 리만 사태 이후 3조달러의 돈을 풀었다. 이 자금들이 실물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금융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이 정도 규모라면 금융자산 가격 거품이 지금보다 훨씬 커졌어야 한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양적완화 효과를 상쇄하는 다른 요인이 있었고, 그것은 거품을 예방하기 위한 규제로 인해 투자은행들이 금융자산을 매도한 것이다.글로벌 투자자들은 미국 중앙은행이 풀었던 시중 자금을 회수하지 않는 가운데 투자은행들이 공격적으로 금융자산 투자에 나선다면 가격 거품이 얼마나 더 커질 수 있을까를 상상하며 웃음짓고 있다. 이것이 동물적 본능(animal spirit)에 의한 투자이고, 이는 `터질 수 있는 거품`이다.오바마의 투자은행 규제 및 친환경 투자는 미래의 재앙을 예방하기 위한 비용으로 여겨졌는데 트럼프는 미래보다 현실에 집중하고 있다. 그를 이렇게 무모하게 만든 것은 너무도 현실적이 되어 버린 미국의 밀레니엄 세대가 아닌지 모르겠다.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세대 말이다.

2017-02-27

부(富)를 재분배하는 법

▲ 김학주 한동대 교수부의 재분배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 버렸다. 인류가 저성장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성장을 위한 의욕(appetite)을 자극하기 보다는 가진 자의 것을 나눠서 없는 자에게 주는 기능이 정부에게 시급해졌다. 세계 각국에서 소득의 재분배를 외치는 개혁가들이 득세하는 것도 이런 상황과 같은 맥락이다. 또 한국도 이런 흐름 속에 있다. 오직 뱃속이 편한 트럼프만이 자본주의의 본능을 깨우려 한다.중요한 것은 이런 소득의 재분배에도 원칙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의 대선 후보들 가운데 소득의 재분배를 강조하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그 방법이 잘못되었다. 그들은 가진 자를 죄인 취급하고 빼앗으려 한다. 부정한 방법으로 축재(蓄財)했다고 간주하는 것이다.예전에 한 토론회에 참여한 적이 있다. 대부분 경제정의실천 단체에서 참여했다. 그들도 한국 재벌의 부정을 성토했다. 그런데 그 기준이 너무 엄격했다. 그렇게 외치는 그들을 보며 천사가 내려온 줄 알았다. 불행하게도 인간은 그렇게 깨끗할 수 없다. 지금 청렴하게 살아도 충분히 더러워질 수 있는 잠재성을 갖고 있다. 인간을 비난할 수 있는 자격은 신(God)에게만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누구의 허물을 지적할 때 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아무 것도 아니다. 똑같은 처지가 되기 때문이다.가진 자가 재산을 모으는 과정에서 역기능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순기능을 칭찬하며 그들 스스로 베풀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만일 강제로 재산을 빼앗으려 한다면 당연히 재산을 숨기려 할 것이다. 그러면 부동산을 포함한 부자들의 재산을 팔아야 하고 자산 가격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가뜩이나 인구의 노령화로 인해 디플레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이런 어리석은 정책은 안 보고 싶다.`빨갱이`라는 말은 과거 보수진영이 남북을 갈라놓고, 기득권을 옹호하는 나쁜 수단으로 쓰였던 적이 있다. 그러나 북한 동포가 빨갱이가 아니라 `비판을 위한 비판`을 일삼는 자가 빨갱이다. 비판할 때 듣는 이의 말초신경을 자극하여 모두를 실패로 이끄는 악마의 목적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정치판에는 빨갱이들이 많다. 씁쓸한 것은 유독 우리나라가 조선시대부터 당쟁을 비롯해 이 부분에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좀 끊었으면 싶다.한편 나눠주는 것도 원칙이 있어야 한다. 청년에게 돈을 주는 것이 맞는 방법인가? 그들이 일을 해서 가져가게 해야 하지 않을까? 기업도 사람처럼 수명을 갖는다. 기업을 늙게 만드는 요인은 그 조직 안에 있는 사람들이 성장과 함께 게을러지기 때문이다. 리더(leader)가 가장 경계하고 관리하는 부분이 이것이다. 청년들이 돈을 받으면 당장은 달콤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공짜 수입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게 되고, 그만큼 게을러질 수 있다. 이것이 그들을 망친다. 그들의 말초신경을 건드리기 보다 더 큰 돈을 벌 수 있는 교육을 시키는 것이 어른의 도리가 아닐까?정부나 지자체는 이런 어마어마한 지출을 계속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정부가 국민들에게 혜택을 줄 때 목적성 예산을 지출한다. 출산장려금, 장애인 및 극빈자 보호 예산 등이다. 그런데 이렇게 광범위한 예산 지출은 본 적이 없다. 한번 지출을 결정한 보조금은 뒤집기 어렵다. 수혜자들이 이미 거기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부나 지자체 예산이 고갈되면 그 부담은 후배들에게 넘어간다. 그리고 우리들은 민폐 끼친 게으른 선배들로 남게 될 것이다.정치인들은 앞서 지적한 문제점들을 알면서도 당장의 승리를 위해 모른척하는 것일까? 아니면 표에 눈이 멀어 이런 역기능들을 못 보는 것일까? 향후 5년이 세계경제 저성장과 이기주의로 인해 물건을 수출해서 먹고 사는 한국에게 가장 힘든 시간이 될텐데 이제는 정치권이 좀 현명해졌으면 싶다.

2017-02-20

달러와 금

▲ 김학주 한동대 교수올해 들어 한국 원화와 대만 달러의 가치가 미국 달러에 대해 가장 큰 반등 폭을 보였다. 물론 그 전의 가치 하락이 그 만큼 컸던 탓도 있지만 추세를 바꿔 놓은 것은 역시 트럼프 입김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무역적자 상대국을 관찰하는 중이다. 2016년 대만, 한국의 미국에 대한 무역흑자 폭은 GDP대비 각각 14%, 7%였다. 그는 이런 나라들의 환율 조작을 허용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고, 이런 기대로 인해 한국의 원화도 달러당 1천212원까지 절하된 후 1천150원 수준으로 반등했다.원화의 강세행진이 이어질 수 있을까? 물론 아니라고 본다. 원화의 가치 하락의 근본적 원인은 한국의 인구 노령화로 인한 저성장, 그리고 디플레 압력에 있다. 쉽게 말해서 한국에는 돈이 투자될만한 사업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금리가 낮고, 돈은 높은 수익률을 찾아 한국을 떠나야 하므로 원화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다.과거 이명박 정권 시절에는 수출기업들을 돕기 위해 인위적으로 원화의 가치를 떨어뜨린 때도 있었다. 외환보유고 이외에 해외 선물환시장에서의 원화 매도, 달러 매수 포지션이 그것을 말해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서민들이 어려운 시기이므로 정부가 억지로 원화가치를 떨어뜨려 수입물가를 올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무역적자를 줄이라고 한다. 미국으로 생산시설을 들여 오라는 것이다.이런 이기적인 태도는 도미노처럼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 물건에 대해 호의적이었던 중국도 많이 인색해졌다. 사드(THAAD) 배치로 인한 정치외교적 갈등도 있지만 그것으로 모두 설명할 수 없다. 트럼프의 법인세 감면 선언 이후 중국 정부도 생산기지의 매력도를 잃지 않기 위해 세금 감면을 고민 중이다. 이렇게 세계 경제가 이기적으로 변해 갈 때 남의 나라에 물건을 팔아야 하는 한국은 어려울 수 밖에 없고, 향후 무역흑자 감소로 인한 원화가치 하락은 명약관화하다.그렇다면 달러가치는 어떨까? 사실 달러가 강세로 가는 구조적인 이유들이 있다.첫째, 신경제가 열리는 상황에서 미국이 그 스마트 솔루션(solution)을 선도하고 있다. 그런 신생기업들이 공룡처럼 커지고 있고 여기에 세계 자금들의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둘째, 세계경제가 분열되는 과정에서 어떤 사태가 발생할지 모른다. 가장 안전한 나라인 미국으로의 피신은 당연하다.셋째, 미국은 리만사태 이후 3조달러 가량의 통화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즉 중앙은행(Fed)이 달러를 발행해 미국의 국채 또는 주택저당증권(MBS)을 샀다. 그 결과 미국의 금리가 하락했고, 이것이 미국 서민들의 부채 부담은 줄여줬지만 달러가치를 떨어뜨렸다. 만일 미국이 풀렸던 통화를 빠르게 거둬들이면 채권 가격이 폭락하고 가계부채 부담이 급증할 것이다. 물론 그런 무모한 짓은 하지 않겠지만 이제는 달러를 푸는 것이 아니라 거둬 들이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으므로 달러가치 상승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한편 트럼프 당선 이후 금 가격은 폭락했다. 금은 달러채권과 경쟁한다. 둘의 공통점은 안전자산이라는 것이고, 차이점은 금의 경우 채권과 달리 이자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 금은 인플레 발생 시 투자자산의 실질가치를 지켜줄 수 있다. 이는 채권이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아직까지는 안전자산 가운데 금리가 있는 채권을 금보다 선호하는 모습이다.또한 경제가 성장하는 경우 금보다는 주식이 정답이 된다. 트럼프는 반짝 성장을 약속하고 있고, 투자자들은 일단 주식 쪽으로 몰려가고 있다. 투자자들은 불확실한 경우 무리에 섞여 있으려 한다. 돌출행동을 했다가 틀리면 먹이가 되기 때문이며 이를 `무리 효과`(herd effect)라고 한다.그러나 최근 골드만삭스는 트럼프 효과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무리에서 이탈하는 투자자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금 값도 반등했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에 대한 우려가 다시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2017-02-13

미국과 중국간 갈등과 타협

▲ 김학주 한동대 교수예상했던 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미국의 실리를 얻기 위해 주변국들과 각을 세우고 있다. 그는 사업가이다. 유리한 협상 조건을 만들기 위해 주변국들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멕시코처럼 만만한 곳을 시범케이스로 골라 겁을 주기도 하고, 유럽연합(EU)을 붕괴시켜 미국이 유리한 일대일 협상의 발판을 만들려고 한다.멕시코 다음으로 화살은 일본으로 갈 듯하다. 최근 트럼프는 미국 차가 일본에서 안 팔리는 것에 대해 불평했다. 그 이유는 트럼프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덩치가 크고 기름을 많이 먹는 미국차를 일본인들이 좋아할 리 없다. 그러나 그는 그런 것을 따지기보다 알아서 기라는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 입장일 것이다.트럼프가 정조준 한 곳은 중국이다. 마치 미국이 중국을 위해 큰 희생을 한 것처럼 떠들고 있어 중국인들이 분노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젊은이들은 취업난, 생활고로 인한 불만을 인터넷 포털에 쏟아내며 국수주의(nationalism)를 강화하는 주요 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애꿎게도 사드(THAAD) 배치 이후 미국의 끄나풀로 간주된 한국도 뭇매를 맞고 있다. 여기에 한국의 어린 계층이 자극적으로 댓글을 달며 중국인들을 자극하고 분위기를 험하게 만들고 있다. 시진핑도 이런 여론을 무시할 수 없다. 드라마, 화장품, 의류 등 한류에 심하게 의존하는 중국관련 소비재는 당분간 반한감정의 굴레를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그런데 중국이 트럼프가 건드릴 수 있는 만만한 상대인가? 그렇지 않다. 미국기업들이 중국에서 생존하지 못하면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업가인 트럼프가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 미국에게 중국은 헤게머니를 놓고 견제해야 하는 경쟁자이나 현실적으로는 협박이 아니라 타협을 할 수 밖에 없는 파트너가 돼 버렸다.중국의 가장 큰 고민은 대기오염이다. 지난해 석탄광산을 폐광하고, 석탄을 많이 쓰는 철강설비 중 경쟁력 없는 것들을 해체시켰다. 그 과정에서 철강가격도 반등했었다. 최근에는 석탄발전소를 없애고 있는데 흥미로운 것은 건설중인 석탄발전소조차 해체한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석탄과의 전쟁이 절박함을 의미한다. 지난해 SK가스는 중국에 LPG를 팔아 많은 이득을 남겼다. 액화천연가스(LNG)가 아니라 LPG라도 중국은 환영한다. 즉 석탄만 아니면 반갑다는 태도이고, 그만큼 청정에너지에 목말라 있다.트럼프는 재정지출을 위해 무역적자를 줄이겠다고 한다. 그러나 보호무역을 통해 얼마나 돈을 거둘 수 있을까? 결국 미국도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수출해야 한다. 오바마는 지구온난화를 우려해 오일 샌드(oil sand) 개발을 억제했지만 최근 트럼프는 과감하게 개발을 허용하고 있다. 결국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미국이 청정에너지인 LNG를 중국 등 아시아로 수출하며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그렇다면 LNG관련 산업이 수혜를 받을 수 있다. 먼저 천연가스를 액화시키려면 섭씨 영하 163도까지 냉각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기체를 압축시켜야 한다. 여기에 쓰이는 부품을 만드는 기자재 업체들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LNG를 선박으로 운송하는 동안 낮은 기온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한 보냉재인 멤브레인을 생산하는 업체들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한편 LNG 운송 선박은 조선업체들이 만든다. 그러나 한국의 조선업체들은 석유시추 및 생산설비에서의 부실로 인해 도산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올해는 조선업체들의 수주잔고가 바닥나며 추가 수주가 없는 한 부실의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자산매각과 구조조정을 통해 망하지 않고 견딜 수 있는 조선업체들은 훗날 LNG선 수주 확대를 경험하며 회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장 투자를 하기에는 너무 커다란 모험으로 판단된다.

2017-02-06

트럼프 취임 이후의 증시는?

▲ 김학주 한동대 교수말 많았던 트럼프가 드디어 미국 45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악의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조차 그들이 민주당 의원들을 싫어하는 만큼 트럼프를 거북해 하고 있다. 즉 그의 공약들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진다.먼저 그의 정책은 모순된 것이 많다. 대대적인 재정지출 및 세금감면의 재원을 대외 무역적자 축소로 충당하겠다는 생각이지만 미국이 경기를 부양하면 달러강세가 불가피한데 어떻게 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겠는가.트럼프의 주장 중 설득력 있는 부분은 세계가 한데 뒤엉킨 것(too big to fail)에서 오는 게으름에서 벗어나 각자도생의 길로 가면 살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거기서 생산성과 경쟁력이 생성된다는 주장이다. 그것이 가장 미국스러운 모델일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그는 브렉시트(Brexit)를 지지한다.그러나 그의 정책은 이러한 그의 주장과 배치된다. 현재 미국은 실업률이 5%를 밑도는 등 완전고용 상태이고, 아웃풋 갭(output gap)도 거의 없다. 즉 미국 내 모든 생산자원이 거의 완전 가동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가운데 왜 재정지출을 공격적으로 해야 하는지 설득력이 없다. 과도한 재정지출은 민간의 투자를 대체(crowd-out)하거나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미국이 가장 경계하는 부분일 것이다.현대차의 예를 들어보자. 현대차의 품질은 2005년부터 크게 개선됐다. 그 전에도 현대차의 실력이 좋아졌지만 차의 하부구조(platform)가 남의 것이었기 때문에 개선 내용을 반영시키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2005년 출시된 `NF소나타`부터 현대차가 처음부터 끝까지 디자인했기 때문에 품질이 점프했다. 그 당시 정몽구 회장은 “이제 품질이 좋아졌으니 제 값을 받자”고 했다. 옳은 판단이었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라도 그래야 했다. 그 결과 5~6%정도였던 영업이익률은 13%까지 치솟았다. 그런데 그 이후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생산원가가 함께 따라 올라오는 것이었다. 현대차도, 그리고 부품생산업체들도 느슨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영업이익률은 7%대로 되돌아 왔다.트럼프의 공약이 수포로 돌아가면 증시는 어떻게 될까? 그의 당선 이전 상황을 회고해 보자. 첫째, 저성장으로 인해 금리가 낮았었다. 물론 금리가 예전처럼 과도하게 하락하지는 않겠지만 하향안정화 될 것이다. 둘째, 위험 프리미엄이 낮아졌다. 위험이 감소한 것이 아니라 투자자들이 위험에 대해 관대해 졌다는 것이다. 길게 보면 위험자산 가격에 거품이 생겼다고도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먼저 각국 중앙은행이 자산의 규모를 줄이지 않았다. 즉 돈이 여전히 많이 풀려있고, 그 돈들이 실물자산에 투자되지 못해 금융자산을 따라 다닌다. 반면 은퇴한 사람들은 여생을 위해 금융자산을 살 수밖에 없다. 특히 채권금리가 너무 낮아져 그들이 원하는 수준의 수익률을 얻기 위해서는 일정수준의 위험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기 때문이다.여기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첫째, 주가가 폭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금리가 하향 안정화되고, 투자자들이 위험에 대해 관대해지는 것이 주식에 우호적인 환경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트럼프가 만들어 놓은 거품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일정 부분은 제거될 것이다.둘째, 모든 주식에 가격 거품이 일괄적으로 붙지는 않을 것이고, 투자자들이 원하는 꾸준한 배당과 이익이 안정적으로 확보된 주식의 선호도가 더욱 상승할 것이다(clientele effect). 이제 가치주의 개념도 변할 것이다. 예전에는 주가 하락 폭이 크거나 청산가치 대비 주가가 낮아 보이는 주식을 가치주로 여겼는데 이는 주가가 정상수준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 그래야 비로소 싸다는 것이 입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많은 상황에서 그렇게 보증할 수 없다. 따라서 진입장벽이 높고,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적은 주식이 진정한 가치주이고, 앞으로 선호될 것이다.

2017-01-23

한국에 대한 투자매력도 저하

▲ 김학주 한동대 교수최근 대통령 탄핵과 차기 대권에 대한 이야기들로 어지럽다. 그런데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될지는 모르지만 유쾌하지 않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들이 한국 경제에 너무 많기 때문이다.작년 말 5년 간격으로 하는 인구 통계조사 결과가 발표됐었다. 2010년 정부가 추계했던 2015년말 한국의 인구는 예측치와 거의 비슷했다. 그러나 이유는 달랐다. 즉 2010년 예측 당시 인구증가 요인으로 출산율 회복을 꼽았지만 정작 출산율은 하락했고, 노인의 생존율이 높아진 것이 인구증가 요인으로 분석됐다. 그만큼 한국의 인구 노령화가 심화됨을 의미한다. 만15세부터 64세까지의 생산가능 인구는 지난해 이미 정점을 지나 줄기 시작했다. 그 만큼 디플레 압력이 커진다.특히 2017년부터는 우리나라 주택가격 하락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들이 평생 저축하고 빚내서 집 한 채 샀는데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금리를 내려야 한다. 반면 미국은 금리를 올리고 있다. 10년물 국채 금리의 경우 지난해부터 미국이 한국보다 높아졌다. 앞으로는 더 짧은 만기의 채권 수익률도 미국이 한국을 추월할 것이다. 그만큼 한국에 대한 투자매력도는 떨어진다.사실 외국인들은 투자처로서 한국에 대한 미련을 버린지 오래다. 외국인들의 한국기업에 대한 직접투자(FDI)는 2013년에 14조원에서 2014년 10조원, 2015년 5조원으로 급락했다. 반면 한국 증시에서는 돈이 덜 빠져나갔다. 그 이유는 삼성전자, 현대차처럼 해외에서 돈을 벌어주는 경쟁력 있는 수출기업들이 있기 때문이다.그런데 세계 각국이 각자도생하는 반세계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즉 성장의 시대에는 각국이 비교우위가 있는 곳에 집중하는 분업을 통해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지만 세계경제가 저성장의 길로 접어들며 각국 정부는 고용의 안정이라도 얻기 위해 교역의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이는 한국 수출업체들에게 부담이 되는 환경이다. 결국 한국에 대한 투자매력도는 더 떨어질 수 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달러가치가 지나칠정도로 급하게 절상되었기 때문에 당분간 되돌림 현상이 나타날 수는 있겠지만 원화의 절하추세가 단기적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한국경제에 있어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반도체 가격의 상승이다. 문제는 중국이 이 시장에 탐을 낸다는 것이다. 중국은 올 9월 공산당 집행부를 교체한다. 이와 동시에 해야 할 과제는 미국으로부터의 독립이다. 먼저 에너지 측면에서 독립해야 한다. 트럼프가 석유를 바탕으로 한 구 경제로 돌아가는 실수를 하고 있을 때 중국은 신재생에너지 투자에서 진도를 빼고 미국과의 격차를 줄이려 할 것이다.또 하나의 독립은 반도체 기술을 확보하여 중국의 국가보안을 확보하는 것이다. 최근 중국은 향후 10년간 170조원을 투자하여 반도체의 디자인과 제조에서 주도권을 얻는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 의외로 미국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중국으로 반도체 기술이 넘어가면 미국의 보안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시장 진입을 방해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에게 단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엄청난 규모의 내수시장을 감안할 때 중국의 반도체 시장 진입은 시간문제로 판단된다.한편 바이오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생존율이 높아지고 인구가 늘어나면 두가지 문제가 생긴다. 먼저 자원이 부족해지는데 그것은 인류가 덜 먹고 덜 쓰면 해결된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 즉 지구가 더러워지는 문제는 해결이 어렵다. 결국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투자는 트럼프의 훼방에도 불구하고 대세가 될 수 밖에 없는 바, 관심을 가질 만 하다.

2017-01-16

새로운 수요를 기다리며…

▲ 김학주 한동대 교수2017년 증시는 트럼프가 던져준 기대와 함께 밝게 시작하고 있다. 끝날 때도 표정을 유지할 수 있을까?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투자자들은 어차피 그의 재정정책이 2년 정도는 유지될 테니까 트럼프에 대해 실망을 하더라도 그 뒤일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즉 지금은 아무 고민 없이 그가 베푸는 잔치를 즐기자는 입장이다.그러나 그에 대한 실망 매물은 훨씬 일찍 나올 수 있다. 복싱선수들이 링 위에 올라가서 글러브 터치를 할 때 상대방을 이길 수 있는지 직감적으로 안다고 한다. 트럼프도 의회의 저항을 무릅쓰고 그의 재정정책을 관철시킴에 있어 자신이 얼마나 힘을 쓸 수 있는지 초기에 느낄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투자자들도 눈치를 챌 것이고 그의 취임 후 100일 정도는 기다려 주겠으나 그 이후에는 실망해갈 것이다.구경제로 돌아가자는 트럼프의 외침은 공허하게 들린다. 새로운 수요를 만들지 않는 한 믿을 수 있는 성장은 오지 않는다. 그래서 최근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가전제품 박람회인 CES 콘퍼런스에 관심이 간다. 여기에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AI(인공지능), 몸에 착용하는 기기(Wearable devices) 등 첨단 기술이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가 소개했던 아이폰처럼 새로운 수요를 만드는데는 모두 실패하고 있다.결국 지금 소개되는 신기술 제품들이 설익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VR (가상현실) 헤드셋을 착용했을 때 조금 시간이 지나면 얼굴이 뜨끈해진다. 휴대폰 발열 때문이다. 또 무거워서 점차 고개를 가누기 어려워지고, 고개를 돌리면 화면이 늦게 따라온다. 가격도 아직 비싸다.인구노령화로 인한 저성장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인이 일을 해서 소비가 회복되어야 한다. 만일 신기술로 인해 꼭 사고 싶은 제품이 등장하면 노인들도 일을 하거나 저축을 덜 하더라도 구매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 기술이 이런 신규 수요를 불러올 만큼 발전하지 못했다.물론 해결책이 조금씩 나오고는 있다. 최근 퀄컴의 모바일 프로세서 (Snapdragon835)는 부피가 기존제품에 비해 35% 줄고, 전력을 25% 덜 소모한다. 그 결과 스마트 기기가 더 얇아질 수 있고, 기기 내 배터리가 차지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져 소비자가 더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즉 앞서 소개된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이런 노력들이 더해질 때 반도체 수요는 늘어난다. 지금 반도체 수요 확대를 의심하지 않는다. 관건은 공급이다. 누구라도 이런 달콤한 시장에 끼어들고 싶을 것이다. 특히 중국업체들이 신기술을 갖고 반도체 시장에 진입하고 싶어한다. 반면 삼성전자는 시장 선점을 통해 반도체 가격을 크게 내릴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여 이들의 진입을 저지하려 하고 있다. 둘 간의 경쟁이 물 밑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승패가 알려지기 전까지 주가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즉 새로운 경쟁자가 신무기를 갖고 나타나기 전에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반도체 덕분에 과도하게 오를 것이다.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는 순간 그 후 폭락하는 과정을 겪을 것이다. 범용제품(commodity)이 되기 때문이다.한편 신기술 관련 해법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중국도 새로운 태양으로 등장하기 위해서는 산업구조를 이런 쪽으로 바꿔야 한다. 2016년 중국기업들의 미국 신기술 기업 MA등 직접투자(FDI)가 전년비 3배 증가했다. 결국 자금은 미국으로 쏠리고 있다. 그 결과 달러가치는 위안화 뿐 아니라 세계 전체 통화에 대해 강해지고 있다.원화도 예외일 수 없다. 특히 한국은 2017년부터 인구고령화가 심화되며 디플레 압력이 가중될 것이다. 미국은 금리를 올려도 한국은 오히려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려야 할지 모른다. 그 결과 한미간 채권금리가 역전되며 외국인들은 한국에 대한 투자매력을 잃고 떠날 것이다. 원화가치 하락이 가속화될 수 있는 대목이다.

2017-01-09

2017년, 증시의 변동성에 대비하자

▲ 김학주 한동대 교수리먼사태 이후 지난 6년간 여러 사태들이 발생했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세계경제가 공조했다. 이제는 웬만한 사건이 일어나도 증시가 흔들리지 않는다. 그 만큼 문제를 해결해 본 경험이 쌓였고, 내성이 생겼다는 이야기다.그러나 2017년부터는 잠재되어 있던 변동성이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주식 가격이 비싸다. 미국SP500의 PER(주가수익비율)은 25배를 넘고 있다. 즉 주식투자수익률이 4%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2.6%에 육박한다. 이러다가는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구분이 모호해질 지경이다. 여기서 주가가 더 오르기 위해서는 기업실적이 극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그래야 주식투자수익률이 상승하고 채권금리도 끌어올릴 수 있다.기업실적이 개선될 수 있을까? 투자자들은 트럼프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엄청난 재정지출이 적어도 `반짝`효과를 보여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들은 1월 12일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실망할 것이다. 트럼프가 용을 써도 소비가 원하는 만큼 늘어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투자와 고용이 차례로 실망스러워질 것이다.미국의 소비가 늘지 못하는 이유는 첫째, 부의 불균형에 있다. 즉 돈이 너무 부자들에게 쏠려 있다. 둘째, 그 부자들이 늙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소비보다 저축을 좋아한다. 셋째, 금리가 상승하면 가계부채 부담이 큰 미국의 소비자들이 직격탄을 맞는다는 것이다. 이 세가지 문제에 대해 트럼프는 아무런 대안을 갖고 있지 않다.원하는 만큼 소비가 늘지 않을 때 트럼프는 어떻게 나올까? 그는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가들의 직업을 빼앗겠다고 했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첫째, 이미 오바마 집권 당시부터 미국은 중국의 일자리를 빼앗아 왔다. 즉 로보틱스 등 생산자동화를 통해 중국의 낮은 인건비를 극복할 수 있는 만큼, 다시 말해 미국의 자본생산성이 중국의 노동생산성을 이겨 낼 수 있는 만큼 가져 온 것이다. 결국 고용의 이동은 기본적으로 경제적인 논리에 의해 설명된다. 미국의 자본생산성이 갑자기 극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까?둘째, 관세장벽 등 규제를 통한 일자리 뺏기도 어려울 것이다. 중국의 보복이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예전의 중국이 아니다. 즉 득실을 따져 봐야 한다. 이미 중국은 여러 부분에서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경우 Ford, GM이 세계최대시장인 중국에서 규제를 받아 주춤거리면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 셋째, 미국이 이기적으로 돈을 중국으로 끌어 오는 만큼 위안화가 절하되고 중국의 생산요소는 경쟁력이 생길 것이다.일자리 뺏기마저 여의치 않으면 트럼프는 무엇을 생각할까? 다른 나라를 흔들 가능성이 있다. 그가 약속한 것만큼 미국의 성장을 만들지 못하면 미국인들에게 다른 국가들보다 낫다는 상대적인 우월감을 주면서 자신의 오류를 덮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주도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돈이 더 일을 할 수 있는 상대적인 매력도도 있기 때문에 금리를 올리며 자금을 더욱 미국으로 쏠리게 만들 수 있다. 이 경우 중국, 남유럽을 포함해 흔들리는 경제가 나타날 것이고, 그동안 간신히 유지해온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미국이 재정지출을 공격적으로 했음에도 경기가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으면 그 후유증으로 경착륙(hard landing)이 올 것이다. 이런 비난을 피하기 위해 시스템을 흔들만한 성향을 트럼프는 갖고 있다. 그동안은 증시가 조용했지만 새해에는 변동성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또한 달러자산 구입을 통해 한국에 대한 투자위험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제부터는 북핵문제가 원화가치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졌고, 미국이 금리를 높여갈 때 부실이 먼저 드러날 곳이 미국은 아니기 때문이다.

2017-01-02

새해 투자 아이디어 두가지

▲ 김학주 한동대 교수2016년도 저물어 간다. 올해는 중국 디플레 우려를 시작으로 브렉시트, 트럼프의 당선 등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았지만 그런 혼동에 비해 증시는 평온했다. 그러나 2017년은 증시의 변동성이 예상보다 클 것 같다. 뒤집어서 이야기하면 옵션 가격이 저평가된 상태라는 의미이므로 새해에는 VIX를 비롯한 옵션들을 사 볼만 하다.지금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이 있다. 첫째, 주식수익률과 채권수익률 간의 차이가 지나치게 좁혀졌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SP500의 PER이 25배에 달한다는 것은 주식투자수익률이 4.0%(=1/25)에 불과함을 의미한다. 반면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2.5%까지 상승해 있다. 즉 위험자산의 안전자산에 대한 프리미엄(risk premium)이 1.5%에 불과하며, 이 상태로 가다가는 위험자산의 수익률이 안전자산을 하회하는 기이한 현상까지 발생할지 모른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둘째, 달러와 원자재 가격이 동반 강세라는 점이다. 원자재는 달러로 결제한다. 달러가 강세라는 것은 원자재가 그 만큼 비싸졌음을 의미하므로 수요가 약해지면서 달러표시가격이 하락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이는 모두 트럼프가 심어 놓은 무분별한 기대에서 비롯된다.트럼프 효과는 악마의 유혹과 같아 보인다. 지금은 짜릿하나 나중에 후회하게 만드는 특징을 갖는다. 무모한 재정정책, 그리고 친환경 정책을 거스르는 것 모두가 그렇다. 사실 재정정책을 무리하게 쓰면 나중에 경제가 경착륙(hard landing)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또 경기순환 사이클이 짧아진다. 즉 우려가 생각보다 일찍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미국이 욕심스럽게 돈과 일자리를 가져가면 신흥국가 및 유럽에서 부실해지는 기업이 튀어나올 수 있다. 또한 금리를 올리다 보면 상업은행은 좋을 수 있지만 투자은행 가운데 실패하는 곳들이 생길 수 있고, 고금리를 감당하지 못하는 서민들이 파산할 수도 있다.한편 오바마도 재정정책을 쓰고 싶어했지만 공화당 의원들이 미국 정부부채를 운운하며 반대했었는데 트럼프에는 얼마나 관대한 위선을 베풀 수 있을까? 만일 트럼프의 재정정책 규모가 기대를 하회할 경우 실망매물이 쏟아지며 증시를 뒤흔들 것이다. 사실 잠재되어 있는 불확실성은 너무도 많고, 이런 것들이 하나씩 튀어나올 때 증시의 변동성이 증폭되고 옵션의 가격이 상승할 것이다.새해 주목할만한 다른 하나는 신재생에너지 부문이다. 트럼프의 당선과 함께 관련주들이 폭락했었다. 트럼프가 스콧 프릿을 미국 환경보호국의 수장으로, 그리고 엑슨모빌의 CEO였던 틸러슨을 국무장관에 앉힌 것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결사항전을 의미한다. 그들은 지구온난화 증거가 뚜렷하지 않고,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사람이 망가뜨린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소수 그룹에 속하는 자들이다.그러나 그들이 틀렸다는 과학적 증거가 너무 많다. 예를 들어 대기의 기온을 나이테로 추정할 수 있는 것처럼 바다의 수온도 대합의 무늬로 짐작할 수 있다. 1800년대 산업혁명 이전에는 대기의 기온을 거의 바다 물 온도가 결정했었는데 그 이후 그 추세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즉 사람이 잘못을 한 것이다.트럼프가 신재생에너지를 억제하기 어려운 몇 가지 이유들이 있다. 첫째, 신재생에너지 생산단가가 기존 화석연료보다 훨씬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즉 신재생을 쓰지 말아야 할 이유가 줄고 있다. 둘째, 모두가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자고 하는데 미국만 지키지 않으면 홀로 비용 지불 없이 거저 먹는 셈이다. 이 경우 미국은 `왕따`를 당할 것이다. 국제결제에서 달러를 쓰지 않는 국가가 늘어나 달러 헤게모니가 무너지면 미국은 금방 붕괴될 수 있다. 셋째, 노령화될수록 폐가 취약해지므로 신재생에너지를 덜 써서 얻는 비용 절감보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헬스케어 비용 증가가 더 클 수 있다. 결국 트럼프가 부리는 고집 가운데 가장 먼저 포기할 수 있는 부분이 의외로 신재생에너지 개발 억제 정책일 수 있다.

2016-12-26

한국경제가 세월호다

▲ 김학주 한동대 교수대통령 탄핵에 대한 이야기들로 시끄럽다. 가끔 탄핵 이후 한국 경제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질문을 받는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한국의 정치가 경제를 주도하거나 영향을 주는 부분은 거의 없다. 그 만큼 한국의 정치는 삼류다. 정치인들이 권모술수에 능하고, 남을 비방하는 능력을 겸비해야 한다고 하지만 이런 능력을 측정하는 올림픽이 있다면 한국의 정치인들은 메달권에 들 것이며 금빛에 욕심을 낼 것이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기 때문이다.많은 정치인들과 국민들이 세월호 7시간을 밝히려는데 골몰하고 있다. 물론 그것도 가슴 아픈 사건이다. 그러나 한국경제가 세월호다. 지금 가라 앉는 중이다. 한국의 산업 중 이익이 의미있게 증가하는 것은 반도체와 석유화학 뿐이다. 그것도 이번이 마지막 사이클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집에서 한숨 짓고 있다. 이것은 가슴 아프지 않은가?한국 경제는 박정희 대통령이 만들어 놓은 구조에서 크게 바뀌지 않았다. 김대중 대통령이 하드웨어(hardware)의 한계를 인식하고 벤처 붐(venture boom)을 조성하려 했으나 생태계를 만드는데 실패했다. 노무현 정권은 산업구조에 대해 관심이 없었으며, 이명박 대통령은 더 박정희스러웠다. 즉 한국기업들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보다 주어진 환경에 빨리 적응해가는데 익숙한 후발업체(technology follower)로 남아 있다. 우리는 이렇게 밖에는 못할까?근본적인 문제는 교육에 있다. 지난 수십년간 “주입식 교육은 안된다”고 외쳤으나 바뀐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사회가 바뀌지 않는데 어떻게 교육이 바뀐단 말인가. 도전보다는 복종을 덕으로 아는 사회에서 대학 졸업생들은 공무원이 되고 싶어한다. 또 너무 많은 돈이 재벌에게 가 있다. 그들은 돈이 되는 현재의 사업(cash cow)이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에 관심을 가질 겨를이 없다. 계열사들에게 사고만 치지 말라는 주문을 하기 일쑤이다. 한국의 재벌은 10여 년 전부터 해체가 시작됐어야 했다. 그 때부터는 역기능만 나타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비난을 받는다면 이 문제 해결에 게을렀던 것이 주 요인이어야 하지 않을까?일본인들이 겸손하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만나 보면 겉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마음 속 깊이 겸손이 배어있다. 90년대 저성장을 경험한 이후 그렇게 되었다. 성경에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는 구절이 나온다. 일본인들이 저성장 이후 조그만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복을 얻게 된 것이다. 이제 한국인들이 그렇게 될 것이다.와타나베 부인이 일본의 저성장 저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해외 채권투자, 그리고 환투기를 했다. 위험에 대해 극도로 보수적인 일본인들이, 그것도 여자들이 환투기를 할 정도면 그 당시 고통이 어떠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제 한국 투자자들도 해외자산을 공부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 같다.최근 미국이 금리를 올리며 세계 자금은 미국으로 쏠리고 있다. 과거 저금리를 유지한 이유는 금융기관, 기업, 가계의 부실을 막기 위함이었다. 사실 그 동안 부실이 얼만큼 치유됐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제부터 금리를 조금씩 올리며 어디서 부실이 튀어나올지 보자는 것이다. 확실한 것은 금리가 올라갈 때 먼저 항복하게 될 희생양은 미국이 아니라 신흥국 또는 유럽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미국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 지금까지 글로벌 증시는 함께 움직이는 동질성이 강했지만 이제는 미국 투자 수익률이 차별적으로 높을 수 있다. 적어도 달러환산 수익률로는 그러할 것이다.한국의 개인 투자자가 미국의 개별주식에 투자하는 데는 정보의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미국 펀드나 인덱스(index)에 투자하라. 한편 개별주식 중에서도 미국 아니면 할 수 없는 사업에 투자하라. 이들은 독점적이고, 수요도 매우 안정적인 사업이다. 미국의 군수나 콘텐츠 업체들을 예로 들 수 있다.

2016-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