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한국 원화와 대만 달러의 가치가 미국 달러에 대해 가장 큰 반등 폭을 보였다. 물론 그 전의 가치 하락이 그 만큼 컸던 탓도 있지만 추세를 바꿔 놓은 것은 역시 트럼프 입김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무역적자 상대국을 관찰하는 중이다. 2016년 대만, 한국의 미국에 대한 무역흑자 폭은 GDP대비 각각 14%, 7%였다. 그는 이런 나라들의 환율 조작을 허용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고, 이런 기대로 인해 한국의 원화도 달러당 1천212원까지 절하된 후 1천150원 수준으로 반등했다.
원화의 강세행진이 이어질 수 있을까? 물론 아니라고 본다. 원화의 가치 하락의 근본적 원인은 한국의 인구 노령화로 인한 저성장, 그리고 디플레 압력에 있다. 쉽게 말해서 한국에는 돈이 투자될만한 사업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금리가 낮고, 돈은 높은 수익률을 찾아 한국을 떠나야 하므로 원화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다.
과거 이명박 정권 시절에는 수출기업들을 돕기 위해 인위적으로 원화의 가치를 떨어뜨린 때도 있었다. 외환보유고 이외에 해외 선물환시장에서의 원화 매도, 달러 매수 포지션이 그것을 말해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서민들이 어려운 시기이므로 정부가 억지로 원화가치를 떨어뜨려 수입물가를 올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무역적자를 줄이라고 한다. 미국으로 생산시설을 들여 오라는 것이다.
이런 이기적인 태도는 도미노처럼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 물건에 대해 호의적이었던 중국도 많이 인색해졌다. 사드(THAAD) 배치로 인한 정치외교적 갈등도 있지만 그것으로 모두 설명할 수 없다. 트럼프의 법인세 감면 선언 이후 중국 정부도 생산기지의 매력도를 잃지 않기 위해 세금 감면을 고민 중이다. 이렇게 세계 경제가 이기적으로 변해 갈 때 남의 나라에 물건을 팔아야 하는 한국은 어려울 수 밖에 없고, 향후 무역흑자 감소로 인한 원화가치 하락은 명약관화하다.
그렇다면 달러가치는 어떨까? 사실 달러가 강세로 가는 구조적인 이유들이 있다.
첫째, 신경제가 열리는 상황에서 미국이 그 스마트 솔루션(solution)을 선도하고 있다. 그런 신생기업들이 공룡처럼 커지고 있고 여기에 세계 자금들의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둘째, 세계경제가 분열되는 과정에서 어떤 사태가 발생할지 모른다. 가장 안전한 나라인 미국으로의 피신은 당연하다.
셋째, 미국은 리만사태 이후 3조달러 가량의 통화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즉 중앙은행(Fed)이 달러를 발행해 미국의 국채 또는 주택저당증권(MBS)을 샀다. 그 결과 미국의 금리가 하락했고, 이것이 미국 서민들의 부채 부담은 줄여줬지만 달러가치를 떨어뜨렸다. 만일 미국이 풀렸던 통화를 빠르게 거둬들이면 채권 가격이 폭락하고 가계부채 부담이 급증할 것이다. 물론 그런 무모한 짓은 하지 않겠지만 이제는 달러를 푸는 것이 아니라 거둬 들이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으므로 달러가치 상승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한편 트럼프 당선 이후 금 가격은 폭락했다. 금은 달러채권과 경쟁한다. 둘의 공통점은 안전자산이라는 것이고, 차이점은 금의 경우 채권과 달리 이자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 금은 인플레 발생 시 투자자산의 실질가치를 지켜줄 수 있다. 이는 채권이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아직까지는 안전자산 가운데 금리가 있는 채권을 금보다 선호하는 모습이다.
또한 경제가 성장하는 경우 금보다는 주식이 정답이 된다. 트럼프는 반짝 성장을 약속하고 있고, 투자자들은 일단 주식 쪽으로 몰려가고 있다. 투자자들은 불확실한 경우 무리에 섞여 있으려 한다. 돌출행동을 했다가 틀리면 먹이가 되기 때문이며 이를 `무리 효과`(herd effect)라고 한다.
그러나 최근 골드만삭스는 트럼프 효과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무리에서 이탈하는 투자자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금 값도 반등했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에 대한 우려가 다시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