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사태 이후 지난 6년간 여러 사태들이 발생했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세계경제가 공조했다. 이제는 웬만한 사건이 일어나도 증시가 흔들리지 않는다. 그 만큼 문제를 해결해 본 경험이 쌓였고, 내성이 생겼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2017년부터는 잠재되어 있던 변동성이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주식 가격이 비싸다. 미국S&P500의 PER(주가수익비율)은 25배를 넘고 있다. 즉 주식투자수익률이 4%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2.6%에 육박한다. 이러다가는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구분이 모호해질 지경이다. 여기서 주가가 더 오르기 위해서는 기업실적이 극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그래야 주식투자수익률이 상승하고 채권금리도 끌어올릴 수 있다.
기업실적이 개선될 수 있을까? 투자자들은 트럼프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엄청난 재정지출이 적어도 `반짝`효과를 보여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들은 1월 12일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실망할 것이다. 트럼프가 용을 써도 소비가 원하는 만큼 늘어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투자와 고용이 차례로 실망스러워질 것이다.
미국의 소비가 늘지 못하는 이유는 첫째, 부의 불균형에 있다. 즉 돈이 너무 부자들에게 쏠려 있다. 둘째, 그 부자들이 늙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소비보다 저축을 좋아한다. 셋째, 금리가 상승하면 가계부채 부담이 큰 미국의 소비자들이 직격탄을 맞는다는 것이다. 이 세가지 문제에 대해 트럼프는 아무런 대안을 갖고 있지 않다.
원하는 만큼 소비가 늘지 않을 때 트럼프는 어떻게 나올까? 그는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가들의 직업을 빼앗겠다고 했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첫째, 이미 오바마 집권 당시부터 미국은 중국의 일자리를 빼앗아 왔다. 즉 로보틱스 등 생산자동화를 통해 중국의 낮은 인건비를 극복할 수 있는 만큼, 다시 말해 미국의 자본생산성이 중국의 노동생산성을 이겨 낼 수 있는 만큼 가져 온 것이다. 결국 고용의 이동은 기본적으로 경제적인 논리에 의해 설명된다. 미국의 자본생산성이 갑자기 극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까?
둘째, 관세장벽 등 규제를 통한 일자리 뺏기도 어려울 것이다. 중국의 보복이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예전의 중국이 아니다. 즉 득실을 따져 봐야 한다. 이미 중국은 여러 부분에서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경우 Ford, GM이 세계최대시장인 중국에서 규제를 받아 주춤거리면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 셋째, 미국이 이기적으로 돈을 중국으로 끌어 오는 만큼 위안화가 절하되고 중국의 생산요소는 경쟁력이 생길 것이다.
일자리 뺏기마저 여의치 않으면 트럼프는 무엇을 생각할까? 다른 나라를 흔들 가능성이 있다. 그가 약속한 것만큼 미국의 성장을 만들지 못하면 미국인들에게 다른 국가들보다 낫다는 상대적인 우월감을 주면서 자신의 오류를 덮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주도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돈이 더 일을 할 수 있는 상대적인 매력도도 있기 때문에 금리를 올리며 자금을 더욱 미국으로 쏠리게 만들 수 있다. 이 경우 중국, 남유럽을 포함해 흔들리는 경제가 나타날 것이고, 그동안 간신히 유지해온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
미국이 재정지출을 공격적으로 했음에도 경기가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으면 그 후유증으로 경착륙(hard landing)이 올 것이다. 이런 비난을 피하기 위해 시스템을 흔들만한 성향을 트럼프는 갖고 있다. 그동안은 증시가 조용했지만 새해에는 변동성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또한 달러자산 구입을 통해 한국에 대한 투자위험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제부터는 북핵문제가 원화가치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졌고, 미국이 금리를 높여갈 때 부실이 먼저 드러날 곳이 미국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