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증시는 트럼프가 던져준 기대와 함께 밝게 시작하고 있다. 끝날 때도 표정을 유지할 수 있을까?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투자자들은 어차피 그의 재정정책이 2년 정도는 유지될 테니까 트럼프에 대해 실망을 하더라도 그 뒤일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즉 지금은 아무 고민 없이 그가 베푸는 잔치를 즐기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에 대한 실망 매물은 훨씬 일찍 나올 수 있다. 복싱선수들이 링 위에 올라가서 글러브 터치를 할 때 상대방을 이길 수 있는지 직감적으로 안다고 한다. 트럼프도 의회의 저항을 무릅쓰고 그의 재정정책을 관철시킴에 있어 자신이 얼마나 힘을 쓸 수 있는지 초기에 느낄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투자자들도 눈치를 챌 것이고 그의 취임 후 100일 정도는 기다려 주겠으나 그 이후에는 실망해갈 것이다.
구경제로 돌아가자는 트럼프의 외침은 공허하게 들린다. 새로운 수요를 만들지 않는 한 믿을 수 있는 성장은 오지 않는다. 그래서 최근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가전제품 박람회인 CES 콘퍼런스에 관심이 간다. 여기에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AI(인공지능), 몸에 착용하는 기기(Wearable devices) 등 첨단 기술이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가 소개했던 아이폰처럼 새로운 수요를 만드는데는 모두 실패하고 있다.
결국 지금 소개되는 신기술 제품들이 설익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VR (가상현실) 헤드셋을 착용했을 때 조금 시간이 지나면 얼굴이 뜨끈해진다. 휴대폰 발열 때문이다. 또 무거워서 점차 고개를 가누기 어려워지고, 고개를 돌리면 화면이 늦게 따라온다. 가격도 아직 비싸다.
인구노령화로 인한 저성장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인이 일을 해서 소비가 회복되어야 한다. 만일 신기술로 인해 꼭 사고 싶은 제품이 등장하면 노인들도 일을 하거나 저축을 덜 하더라도 구매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 기술이 이런 신규 수요를 불러올 만큼 발전하지 못했다.
물론 해결책이 조금씩 나오고는 있다. 최근 퀄컴의 모바일 프로세서 (Snapdragon835)는 부피가 기존제품에 비해 35% 줄고, 전력을 25% 덜 소모한다. 그 결과 스마트 기기가 더 얇아질 수 있고, 기기 내 배터리가 차지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져 소비자가 더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즉 앞서 소개된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이런 노력들이 더해질 때 반도체 수요는 늘어난다. 지금 반도체 수요 확대를 의심하지 않는다. 관건은 공급이다. 누구라도 이런 달콤한 시장에 끼어들고 싶을 것이다. 특히 중국업체들이 신기술을 갖고 반도체 시장에 진입하고 싶어한다. 반면 삼성전자는 시장 선점을 통해 반도체 가격을 크게 내릴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여 이들의 진입을 저지하려 하고 있다. 둘 간의 경쟁이 물 밑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승패가 알려지기 전까지 주가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즉 새로운 경쟁자가 신무기를 갖고 나타나기 전에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반도체 덕분에 과도하게 오를 것이다.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는 순간 그 후 폭락하는 과정을 겪을 것이다. 범용제품(commodity)이 되기 때문이다.
한편 신기술 관련 해법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중국도 새로운 태양으로 등장하기 위해서는 산업구조를 이런 쪽으로 바꿔야 한다. 2016년 중국기업들의 미국 신기술 기업 M&A등 직접투자(FDI)가 전년비 3배 증가했다. 결국 자금은 미국으로 쏠리고 있다. 그 결과 달러가치는 위안화 뿐 아니라 세계 전체 통화에 대해 강해지고 있다.
원화도 예외일 수 없다. 특히 한국은 2017년부터 인구고령화가 심화되며 디플레 압력이 가중될 것이다. 미국은 금리를 올려도 한국은 오히려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려야 할지 모른다. 그 결과 한미간 채권금리가 역전되며 외국인들은 한국에 대한 투자매력을 잃고 떠날 것이다. 원화가치 하락이 가속화될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