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통령 탄핵과 차기 대권에 대한 이야기들로 어지럽다. 그런데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될지는 모르지만 유쾌하지 않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들이 한국 경제에 너무 많기 때문이다.
작년 말 5년 간격으로 하는 인구 통계조사 결과가 발표됐었다. 2010년 정부가 추계했던 2015년말 한국의 인구는 예측치와 거의 비슷했다. 그러나 이유는 달랐다. 즉 2010년 예측 당시 인구증가 요인으로 출산율 회복을 꼽았지만 정작 출산율은 하락했고, 노인의 생존율이 높아진 것이 인구증가 요인으로 분석됐다. 그만큼 한국의 인구 노령화가 심화됨을 의미한다. 만15세부터 64세까지의 생산가능 인구는 지난해 이미 정점을 지나 줄기 시작했다. 그 만큼 디플레 압력이 커진다.
특히 2017년부터는 우리나라 주택가격 하락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들이 평생 저축하고 빚내서 집 한 채 샀는데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금리를 내려야 한다. 반면 미국은 금리를 올리고 있다. 10년물 국채 금리의 경우 지난해부터 미국이 한국보다 높아졌다. 앞으로는 더 짧은 만기의 채권 수익률도 미국이 한국을 추월할 것이다. 그만큼 한국에 대한 투자매력도는 떨어진다.
사실 외국인들은 투자처로서 한국에 대한 미련을 버린지 오래다. 외국인들의 한국기업에 대한 직접투자(FDI)는 2013년에 14조원에서 2014년 10조원, 2015년 5조원으로 급락했다. 반면 한국 증시에서는 돈이 덜 빠져나갔다. 그 이유는 삼성전자, 현대차처럼 해외에서 돈을 벌어주는 경쟁력 있는 수출기업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계 각국이 각자도생하는 반세계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즉 성장의 시대에는 각국이 비교우위가 있는 곳에 집중하는 분업을 통해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지만 세계경제가 저성장의 길로 접어들며 각국 정부는 고용의 안정이라도 얻기 위해 교역의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이는 한국 수출업체들에게 부담이 되는 환경이다. 결국 한국에 대한 투자매력도는 더 떨어질 수 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달러가치가 지나칠정도로 급하게 절상되었기 때문에 당분간 되돌림 현상이 나타날 수는 있겠지만 원화의 절하추세가 단기적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한국경제에 있어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반도체 가격의 상승이다. 문제는 중국이 이 시장에 탐을 낸다는 것이다. 중국은 올 9월 공산당 집행부를 교체한다. 이와 동시에 해야 할 과제는 미국으로부터의 독립이다. 먼저 에너지 측면에서 독립해야 한다. 트럼프가 석유를 바탕으로 한 구 경제로 돌아가는 실수를 하고 있을 때 중국은 신재생에너지 투자에서 진도를 빼고 미국과의 격차를 줄이려 할 것이다.
또 하나의 독립은 반도체 기술을 확보하여 중국의 국가보안을 확보하는 것이다. 최근 중국은 향후 10년간 170조원을 투자하여 반도체의 디자인과 제조에서 주도권을 얻는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 의외로 미국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중국으로 반도체 기술이 넘어가면 미국의 보안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시장 진입을 방해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에게 단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엄청난 규모의 내수시장을 감안할 때 중국의 반도체 시장 진입은 시간문제로 판단된다.
한편 바이오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생존율이 높아지고 인구가 늘어나면 두가지 문제가 생긴다. 먼저 자원이 부족해지는데 그것은 인류가 덜 먹고 덜 쓰면 해결된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 즉 지구가 더러워지는 문제는 해결이 어렵다. 결국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투자는 트럼프의 훼방에도 불구하고 대세가 될 수 밖에 없는 바, 관심을 가질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