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보호무역을 외쳤고, 그가 미국의 금리를 올리며 아시아를 압박할 것으로 생각했었다. 최근 미국은 금리를 다시 올렸다. 그러나 아시아 자금이 빠져나가기는커녕 오히려 자금은 아시아로 넘쳐 흘러들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는 것은 인플레 압력이 생길 만큼 미국 경제가 지쳤음을 의미하므로 돈은 덜 지친 곳으로의 탈출을 모색하기 마련이다. 또한 미국이 금리를 올려 달러가 강세로 갈수록 미국인들의 구매력이 커져 이웃나라로부터 더 많은 물건을 사 줄 수 있게 된다. 이는 과거 미국이 `큰 형님` 노릇을 하며 세계 경제가 선순환을 보이던 바로 그 장면이다. 트럼프가 이런 모습을 보이려고 쇼(show)를 했던 것일까?
미국 연준(Fed)이 금리 인상 속도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감안하는 요소는 장기 실질 수익률(long term real rate)인데 이는 제로 또는 약간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 즉 금리를 급하게 올릴 형편이 되지 못한다는 이야기고, 옐런 미국 연준의장도 최근 금리를 올리면서 점진적인 속도가 될 것임을 밝혔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다시 안도하는 분위기다. 금융자산 가격의 거품이 당분간 더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산가격 거품이 계속될 수 있는 근거들을 살펴보자.
첫째, 뒤를 봐주는 확실한 세력들이 있다는 것이다.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미국 연준은 시중에 돈을 퍼부었다. 그 후 유럽과 일본의 중앙은행들이 뒤를 따랐다. 이들은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의 부도를 결코 허락하지 않을 것이며, 자산가격 부양을 약속해왔다. 모든 투자자들이 미국 연준의 금리 정책만 지켜봤으며 자산가격은 그 결정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이들은 아직도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
그런데 후견인이 하나 더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다. 통화정책이 끝나지 않은 가운데 그는 재정정책을 약속했다. 이렇게 확실한 조치는 2000년대 초반 닷컴(.com) 버블의 붕괴에서 교훈을 얻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당시 IT기술의 진보가 기대를 따라가지 못함이 확인되었을 때 자산가격 거품은 터졌다. 리먼 사태 이후 풀린 돈 가운데 상당 부분이 4차 산업혁명 관련 자산으로 유입되었는데 기술은 사람들의 기대를 따라갈 수 없고, 이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거품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트럼프는 어떤 상황이 와도 경기를 치켜올릴 수 있는 재정지출을 약속하며 투자자들을 안심시킨 것이다.
둘째, 터널의 끝이 보인다는 기대이다. 세계경제가 그동안의 긴축에서 벗어나서 정상화될 수 있다는 생각이고, 그 결과 기업들의 이익이 한 단계 증가하면 지금의 자산가격이 비싸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세계경제에 재난(crisis)이 와서 자산가격이 무너지는 경우 금융기관의 부실이 도화선이 되는데 그동안 금융기관들이 위험요소를 줄여 왔기 때문에 경제 시스템에 이상이 생길 우려는 적다는 판단도 거품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넷째, 냉정함을 유지하기 어려운 펀드 매니저들의 입장도 있다. 지금은 세계경제가 선순환으로 이어지며 건강한 인플레가 올 것이라는 측과 그런 기대를 버리고 재산을 지키는 것에 만족한다는 측이 상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여기서 정치인들이 정책을 통해 긍정적인 기대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 놓아 자산가격이 오를수록 그 추세에 따라붙지 못한 투자자들은 분리 불안을 느끼게 된다. 즉 고집을 부리며 추세를 따르지 않았을 때 혼자 바보가 되는 경우를 극도로 두려워하여 무리를 짓는 효과(herd effect)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금리를 인상한다는 것은 경제가 얼마나 건강해졌는지를 측정하는 것일 뿐 그것이 증명된 것은 아니다.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부담과 그로 인한 소비 위축이 어떤 새로운 충격으로 다가올지는 모른다. 투자는 실수를 줄이는 게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