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2.5%에서 2.6%로 상향조정했다. 2014년 4월 이후 3년 만이라고 한다. 당분간 기준금리 인하 우려는 크게 줄어들었다고 한국은행 총재는 밝혔다. 과연 한국 경제는 이제 바닥을 찍고 회복국면에 접어든 것일까?
내수는 여전히 저조했지만 수출과 투자가 살아나 경기가 예상보다 좋았다고 한국은행은 그 이유를 설명했다. 즉 외부 수출환경이 개선되었고, 삼성전자와 중국업체들간의 반도체 투자 경쟁으로 인해 회복의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따라서 지속될 수 있다고 확신하기 어렵다.
2015년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급락했다. 그 당시에는 비용상승 인플레로 인한 부작용을 줄여주는 순기능을 기대했지만 경기가 힘없이 늘어지며 디플레 위험이 불거졌다. 원자재 관련 기업들의 도산 위험이 커지며 정크본드 가격도 추락했다. 그 만큼 세계경제 안에는 원자재와 직결된 부가가치가 컸던 것이다. “신경제도 좋지만 구경제를 너무 빨리 무너뜨리면 안 된다”는 교훈과 함께 2016년 중반부터는 원자재 가격이 반등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원자재 중심의 경제인 아시아 신흥국이 회복되었고, 지금 한국경제에 부는 훈풍은 그 연장선에 있다.
구경제에서 신경제로 가는 과도기에는 고통이 따른다. 그래서 진통제가 필요하고, 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한다. 인프라 투자의 특징은 첫째, 투자효과가 빠르고, 둘째, 부작용이 덜해 진통제로 애용된다. 미국과 중국이 산업구조 개편을 위해 과도기에 인프라 투자를 사용할 계획임을 밝혔고, 동남아는 개혁가들이 나타나 뭔가 보여주기 위해 인프라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심지어 독일과 프랑스도 선거 이후 인프라 투자를 벼르고 있다.
인프라 투자는 원자재 수요를 불러 일으킨다. 이로 인해 아시아와 한국경제는 계속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세계적으로 인프라 투자에 혈안이 되어 있는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이 경제가 그 만큼 고통스럽기 때문이고, 그 구조적 원인은 인구노령화로 인한 저성장의 굴레다. 그리고 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하려면 빚을 내야 하는데 그 부담을 견뎌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경제를 짓누르는 다른 요인들도 있다. 수요가 줄어가는 구경제의 표본이며 수출 기업들도 경쟁력을 잃고 있다. 반도체의 좋은 싸이클은 지나갈 수밖에 없다. 또한 집 값 하락 위험도 부담이다. 한국인들이 평생 벌어서 집 한 채 샀는데 집 값이 떨어지면 소비의 핵인 중산층이 무너진다. 현재 지방의 주택가격은 떨어지는 반면 서울 도심위주로만 가격이 오르는 현상은 수요가 안정적인 곳으로 몰리는 것이므로 불안하게 해석된다. 마치 피식자가 포식자를 피해 무리의 중심으로 파고드는 것처럼 보인다.
스탠다드 앤 푸어스(S&P)나 무디스(Moody`s)가 뒷북을 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신용평가 기관은 현상만 이야기하면 된다. 굳이 미래를 예측하다가 실수를 해서 자신들의 신뢰도에 흠을 낼 필요가 없다. 그러나 한국은행과 같은 정책기관은 선제적이어야 한다. 일시적인 현상과 구조적인 추세를 분간하지 못하고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한국의 재벌들도 선제적이지 못하다. 선행투자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실패를 해 볼 수 있는 여유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이 십여 년 전의 변명이다. 모방위주의 빠른 추격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할 때 쓰던 방법인데 아직도 거기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부 주도의 기술혁신 과제들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었던 것들 뿐이다.
한국인들은 왜 역사적으로 도전에 인색했던 것일까? 나라가 작아서 도전의 기반을 마련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일까? 아니면 사람들이 너무 착해서 그럴까? 어떤 것도 답이 될 수 없다. 박정희 대통령이 과거 일본 이름을 가졌던 것에 대해 비난하는 사람들을 가끔 본다. 일본 이름을 가졌지만 선진국과 맞서 싸웠던 그와 도전을 피하는 사람들 중 누가 노예근성을 가진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