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미국의 실리를 얻기 위해 주변국들과 각을 세우고 있다. 그는 사업가이다. 유리한 협상 조건을 만들기 위해 주변국들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멕시코처럼 만만한 곳을 시범케이스로 골라 겁을 주기도 하고, 유럽연합(EU)을 붕괴시켜 미국이 유리한 일대일 협상의 발판을 만들려고 한다.
멕시코 다음으로 화살은 일본으로 갈 듯하다. 최근 트럼프는 미국 차가 일본에서 안 팔리는 것에 대해 불평했다. 그 이유는 트럼프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덩치가 크고 기름을 많이 먹는 미국차를 일본인들이 좋아할 리 없다. 그러나 그는 그런 것을 따지기보다 알아서 기라는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 입장일 것이다.
트럼프가 정조준 한 곳은 중국이다. 마치 미국이 중국을 위해 큰 희생을 한 것처럼 떠들고 있어 중국인들이 분노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젊은이들은 취업난, 생활고로 인한 불만을 인터넷 포털에 쏟아내며 국수주의(nationalism)를 강화하는 주요 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애꿎게도 사드(THAAD) 배치 이후 미국의 끄나풀로 간주된 한국도 뭇매를 맞고 있다. 여기에 한국의 어린 계층이 자극적으로 댓글을 달며 중국인들을 자극하고 분위기를 험하게 만들고 있다. 시진핑도 이런 여론을 무시할 수 없다. 드라마, 화장품, 의류 등 한류에 심하게 의존하는 중국관련 소비재는 당분간 반한감정의 굴레를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 중국이 트럼프가 건드릴 수 있는 만만한 상대인가? 그렇지 않다. 미국기업들이 중국에서 생존하지 못하면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업가인 트럼프가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 미국에게 중국은 헤게머니를 놓고 견제해야 하는 경쟁자이나 현실적으로는 협박이 아니라 타협을 할 수 밖에 없는 파트너가 돼 버렸다.
중국의 가장 큰 고민은 대기오염이다. 지난해 석탄광산을 폐광하고, 석탄을 많이 쓰는 철강설비 중 경쟁력 없는 것들을 해체시켰다. 그 과정에서 철강가격도 반등했었다. 최근에는 석탄발전소를 없애고 있는데 흥미로운 것은 건설중인 석탄발전소조차 해체한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석탄과의 전쟁이 절박함을 의미한다. 지난해 SK가스는 중국에 LPG를 팔아 많은 이득을 남겼다. 액화천연가스(LNG)가 아니라 LPG라도 중국은 환영한다. 즉 석탄만 아니면 반갑다는 태도이고, 그만큼 청정에너지에 목말라 있다.
트럼프는 재정지출을 위해 무역적자를 줄이겠다고 한다. 그러나 보호무역을 통해 얼마나 돈을 거둘 수 있을까? 결국 미국도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수출해야 한다. 오바마는 지구온난화를 우려해 오일 샌드(oil sand) 개발을 억제했지만 최근 트럼프는 과감하게 개발을 허용하고 있다. 결국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미국이 청정에너지인 LNG를 중국 등 아시아로 수출하며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LNG관련 산업이 수혜를 받을 수 있다. 먼저 천연가스를 액화시키려면 섭씨 영하 163도까지 냉각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기체를 압축시켜야 한다. 여기에 쓰이는 부품을 만드는 기자재 업체들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LNG를 선박으로 운송하는 동안 낮은 기온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한 보냉재인 멤브레인을 생산하는 업체들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한편 LNG 운송 선박은 조선업체들이 만든다. 그러나 한국의 조선업체들은 석유시추 및 생산설비에서의 부실로 인해 도산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올해는 조선업체들의 수주잔고가 바닥나며 추가 수주가 없는 한 부실의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자산매각과 구조조정을 통해 망하지 않고 견딜 수 있는 조선업체들은 훗날 LNG선 수주 확대를 경험하며 회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장 투자를 하기에는 너무 커다란 모험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