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재분배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 버렸다. 인류가 저성장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성장을 위한 의욕(appetite)을 자극하기 보다는 가진 자의 것을 나눠서 없는 자에게 주는 기능이 정부에게 시급해졌다. 세계 각국에서 소득의 재분배를 외치는 개혁가들이 득세하는 것도 이런 상황과 같은 맥락이다. 또 한국도 이런 흐름 속에 있다. 오직 뱃속이 편한 트럼프만이 자본주의의 본능을 깨우려 한다.
중요한 것은 이런 소득의 재분배에도 원칙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의 대선 후보들 가운데 소득의 재분배를 강조하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그 방법이 잘못되었다. 그들은 가진 자를 죄인 취급하고 빼앗으려 한다. 부정한 방법으로 축재(蓄財)했다고 간주하는 것이다.
예전에 한 토론회에 참여한 적이 있다. 대부분 경제정의실천 단체에서 참여했다. 그들도 한국 재벌의 부정을 성토했다. 그런데 그 기준이 너무 엄격했다. 그렇게 외치는 그들을 보며 천사가 내려온 줄 알았다. 불행하게도 인간은 그렇게 깨끗할 수 없다. 지금 청렴하게 살아도 충분히 더러워질 수 있는 잠재성을 갖고 있다. 인간을 비난할 수 있는 자격은 신(God)에게만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누구의 허물을 지적할 때 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아무 것도 아니다. 똑같은 처지가 되기 때문이다.
가진 자가 재산을 모으는 과정에서 역기능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순기능을 칭찬하며 그들 스스로 베풀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만일 강제로 재산을 빼앗으려 한다면 당연히 재산을 숨기려 할 것이다. 그러면 부동산을 포함한 부자들의 재산을 팔아야 하고 자산 가격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가뜩이나 인구의 노령화로 인해 디플레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이런 어리석은 정책은 안 보고 싶다.
`빨갱이`라는 말은 과거 보수진영이 남북을 갈라놓고, 기득권을 옹호하는 나쁜 수단으로 쓰였던 적이 있다. 그러나 북한 동포가 빨갱이가 아니라 `비판을 위한 비판`을 일삼는 자가 빨갱이다. 비판할 때 듣는 이의 말초신경을 자극하여 모두를 실패로 이끄는 악마의 목적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정치판에는 빨갱이들이 많다. 씁쓸한 것은 유독 우리나라가 조선시대부터 당쟁을 비롯해 이 부분에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좀 끊었으면 싶다.
한편 나눠주는 것도 원칙이 있어야 한다. 청년에게 돈을 주는 것이 맞는 방법인가? 그들이 일을 해서 가져가게 해야 하지 않을까? 기업도 사람처럼 수명을 갖는다. 기업을 늙게 만드는 요인은 그 조직 안에 있는 사람들이 성장과 함께 게을러지기 때문이다. 리더(leader)가 가장 경계하고 관리하는 부분이 이것이다. 청년들이 돈을 받으면 당장은 달콤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공짜 수입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게 되고, 그만큼 게을러질 수 있다. 이것이 그들을 망친다. 그들의 말초신경을 건드리기 보다 더 큰 돈을 벌 수 있는 교육을 시키는 것이 어른의 도리가 아닐까?
정부나 지자체는 이런 어마어마한 지출을 계속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정부가 국민들에게 혜택을 줄 때 목적성 예산을 지출한다. 출산장려금, 장애인 및 극빈자 보호 예산 등이다. 그런데 이렇게 광범위한 예산 지출은 본 적이 없다. 한번 지출을 결정한 보조금은 뒤집기 어렵다. 수혜자들이 이미 거기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부나 지자체 예산이 고갈되면 그 부담은 후배들에게 넘어간다. 그리고 우리들은 민폐 끼친 게으른 선배들로 남게 될 것이다.
정치인들은 앞서 지적한 문제점들을 알면서도 당장의 승리를 위해 모른척하는 것일까? 아니면 표에 눈이 멀어 이런 역기능들을 못 보는 것일까? 향후 5년이 세계경제 저성장과 이기주의로 인해 물건을 수출해서 먹고 사는 한국에게 가장 힘든 시간이 될텐데 이제는 정치권이 좀 현명해졌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