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국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는 2030년경 태어날 신생아 기준으로 세계에서 최장수 국가를 한국으로 꼽았다. 그 때가 되면 한국 여성의 평균 연령을 91세, 남성 84세로 추정했다. 한국인의 장수 근거로 첫째, 정부가 40세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2년에 한 번 꼴로 정기검진을 하여 질병을 조기 진단하는 점을 들었다. 둘째, 건강에 대한 염려가 크다는 것이다. 한국인 가운데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35%에 불과했으며 이는 OECD국가 가운데 가장 낮았다. 그래서 자주 병원을 방문하고, 그 결과 동네 병원도 많이 생겼을 것이다.
셋째, 김치 같은 발효음식을 상시 복용한다는 점이다. 김치에는 비타민 A, B뿐 아니라 장(臟) 건강에 좋은 유산균이 풍부해 면역기능이 활발해 진다는 것이다. 사람의 면역세포 가운데 60% 가량이 장(臟) 주변에 밀집해 있다. 장(臟)은 몸 밖에서 들어온 음식물들이 몸 안으로 흡수되는 곳이므로 유해 병원균을 차단하는 면역의 기능이 가장 집중해야 할 곳임에 틀림없다.
이런 한국인의 건강비결은 지금도 존재한다. 그런데 2030년이 되면 한국의 산업화가 완화되고, 사람들도 스트레스를 덜 받아 음주, 흡연을 덜 할 것이라는 분석이 깔려 있다. 올리브 오일을 먹는 중동 사람들과 생선회를 즐기는 일본인들을 제치고 김치를 먹는 한국인이 최장수 국민이 된다는 것은 흥미롭다.
지금 바이오 업계의 대세는 면역과 유전자이다. 먼저 면역의 기능을 활성화시켜 암(癌)을 비롯한 치명적인 질환들과 싸운다. 면역세포는 평소에 기능을 100% 발휘하지 않는다. 즉 항원을 죽일 때 신중하다. 만일 면역세포가 정상세포를 암세포로 오인하여 공격하면 사람은 3시간 안에 사망한다. 이것을 자가면역질환이라고 한다. 그래서 면역세포는 공격에 앞서 상대를 점검하는데 암세포는 교활하게 그 시간 동안 자신이 정상세포인 것처럼 신호를 보내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한다. 따라서 암 환자에게는 면역세포가 망설이지 않고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조치하는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다.
한편 유전자 치료는 질병의 예방에 해법을 제공한다. 점점 유전자의 기능들이 생물학적으로 밝혀지고 있고, 여기에 통계적 기법을 활용해 유전자 기능을 설명하는 방편(bioinformatics)까지 더해지고 있다. 유전자 지도를 그리는 비용도 파격적으로 떨어졌다. 이제는 인간의 유전자를 보고 어떤 질환에 언제 노출될 확률이 얼마라고 신뢰도 있게 이야기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질환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있을 때 제거하거나 편집하는 도구들도 개발되고 있다.
그런데 바이오 업계에 새로운 대세로 떠오르는 것이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다. 장(臟) 내 미생물(microbiome)의 균형을 맞춰 질병을 예방, 치료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일란성 쌍둥이 가운데 하나는 비만이고, 다른 하나는 말랐다. 유전적 정보가 똑같은데 이것이 웬 말인가? 즉 유전자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비만아의 대장 내 미생물을 쥐에게 주입했더니 쥐가 비만이 되었고, 마른 아이의 미생물을 받은 쥐는 말랐다.
우리가 잘못된 식습관 또는 환경적 오염으로 인해 대장 내 미생물의 균형이 무너지면 면역의 기능이 약해져 대사질환, 피부질환, 심지어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환자마다 어떤 장내 미생물이 결핍되거나 이상이 생겨 질환으로 발전됐음을 입증하고 그 치료제인 미생물을 개발하려는 분야가 새롭게 뜨고 있다. 여기에는 환자 및 미생물의 유전자 분석이 동반된다.
얼마 전 백수오 사태를 기억할 것이다. 부정행위로 끝났지만 그 당시 갱년기로 시달리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뚜렷한 처방약은 없었다. 백수오는 어차피 음식이므로 부작용이 없어 사람들이 편하게 접근했고, 많은 이들이 효과를 봤다. 프로바이오틱스도 몸에 이로운 미생물이므로 그렇게 접근이 편하며 심지어 새로운 질병의 치료수단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특히 다른 치료제와 함께 병용할 수 있어 수많은 노인 환자들의 관심을 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