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이동하기 위해 1t에 달하는 기계를 움직이는 것이 사치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저성장 시대로 들어서며 인류는 이런 사실을 점점 더 깨닫게 될 것이고, 대중 교통을 찾을 것이다. 특히 장거리 이동의 경우 대중교통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부산으로 갈 때 서울 안에서 고속전철역까지는 택시로, 서울-부산간은 전철로, 부산 내에서는 다시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여기서 택시는 자율주행 전기차로 대체될 것이다. 소비자가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택시를 부르면 빠른 시간 안에 인근지역 전기차가 스스로 운전하며 달려올 것이다. 전기차이어야 하는 이유는 자율주행을 위해서 보다 정밀한 제어가 필요하고, 여기서 디지털 신호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수 만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기계산업의 총아인 자동차가 이제는 가전제품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하이브리드 단계를 거치고 있지만 예상보다 일찍 기계 자동차는 박물관에 전시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인텔은 모빌아이 인수를 통해 차가 스스로 외부 사물을 감지하는 능력에 관심을 보였으며 텐센트는 테슬라 지분 5%를 인수하며 자동차에 자신들이 갖고 있는 소셜 미디어, 전자결제, 이-커머스(e-commerce) 사업을 연결시키려 하고 있다.
자동차의 부가가치에 전자업체들이 눈독을 들이는 사례는 한국에서도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얼마전 자동차 센서 및 네비게이션 소프트웨어(connected car solution)를 개발하는 글로벌 업체 하만 (Harman International) 인수를 선언했다.
과거 자동차를 좋아했던 이건희 회장은 르노와 합작해 자동차 산업 진입을 시도했지만 쓴 맛을 봤다. 그 때는 자동차가 너무 기계스러웠기 때문에 시기상조였지만 점차 그들의 비즈니스로 접어들고 있다. 특히 자동차에는 하드웨어 성격이 남이 있기 때문에 구글보다 애플이나 삼성전자가 강할 수 있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 상승에 이런 기대가 조금은 녹아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기존 기계 자동차 주식은 무조건 팔아야 하는가? 꼭 그럴 필요는 없다. 그들의 성장이 사라진 만큼 시설 및 연구개발 투자가 줄어들 것이고 주주들에게 나눠 줄 자금은 많아진다.
쇠퇴기에 접어들었다고 나쁜 주식은 아니다. 그 동안 쌓아 놓았던 돈을 빠르게 배당으로 돌려줄 수 있고, 주가도 저성장을 반영하여 충분히 낮아져 있다면 사 볼만 하다. Ford, GM의 배당수익률이 5%에 달한다. 반면 현대차의 배당수익률은 2.7%에 그치고 있다. 원화가치가 달러에 비해 약해질 가능성도 우려된다. 현대차가 현실을 받아들이고 배당성향을 높일지는 의문이다.
트럼프의 등장이 기존 자동차 업계에는 구세주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공약들을 하나씩 포기해 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도 당분간 자취를 감출 것 같았지만 천하의 미국 대통령도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자동차가 동력을 전기에 의존해 갈수록 신재생에너지 개발도 속도를 더해갈 것이다. 세계적으로 발전 솔루션을 제공하던 업체들의 주가도 트럼프 위협에 따른 낙폭을 만회하고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문제는 배터리다. 충전시간, 대체 소재 개발 등 숙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 해법이 나타나며 전기를 사용하는 도구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앞서 소개한 서울~부산 이동에서 전기차를 도시 내에서만 이동한다면, 그것도 더 세분화하여 권역별로만 운행한다면 배터리의 크기는 더욱 작아질 수 있다. 도시정책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해법도 있다. 애플 아이폰은 삼성전자 갤럭시보다 반도체를 덜 썼음에도 불구하고 별 문제가 없었다. 운영체계가 가볍고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전기차에서도 소프트웨어가 발전할수록 필요 전력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차체가 가벼워질수록 에너지가 덜 소모된다. 경량화 소재 개발에는 진전이 있다. 3D 프린터도 여기에 한 몫 한다. 이런 해법을 제공할 수 있는 업체들에 주목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