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in`s law란 `어떤 것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면 결국 멈추게 된다`는 원리다. 미국의 경우 리만사태 이후 대대적인 통화정책을 펼쳤고, 트럼프는 집권 이후 인플레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지만 오히려 물가지수는 꺾이고 소비도 위축되었다.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도 1%에 그칠 전망이다. 장기 금리도 하락하고 있다. 당황한 트럼프는 집권 100일 즈음 서둘러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을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없고, 민주당원들을 설득할만한 전략도 준비하지 못했다.
미국의 가계부채는 주택담보대출에서 학자금 대출로 모양만 바뀌었다. 부모들이 주택담보를 통해 자녀들의 학자금을 조달했었지만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그 길이 막혀 학자금 대출이 급증했다. 젊은이들은 취업을 해도 월급에서 대출 원금이 차감돼 받는다. 즉 소비할 돈이 부족하다. 가장 소비성향이 높은 젊은 층에서 가처분 소득이 줄고 있으니 소비가 좋을 리 없다. 내구성 소비재인 자동차 판매가 줄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트럼프가 감세를 하면 회복될 수 있을까?
중국의 경우 경제성장률이 6.5% 수준으로 한 단계 내려 앉았다. 그럼에도 부채는 급증하고 있다. 즉 이 정도의 성장을 유지하는 것도 버겁다는 이야기다. 수출감소를 내수소비 확대를 통해 상쇄하려 하지만 불가능하다. 중국의 소득불균형이 주요 요인이다. 경제성장의 열매가 주로 고위 공산당원들의 몫이고, 소비성향이 높은 중산층으로 전달되는 부분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경제성장을 위해 정부는 빚을 내어 투자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의 성장이 어디까지 진행될 수 있을까?
이런 걱정에도 불구하고 주식과 채권가격은 동반 상승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이런 경우는 드물었는데 리만사태 이후 자주 발생하고 있다. 그 원인은 투자자들이 위험에 대해 덜 걱정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각국의 중앙은행이 물가만 관리하는 기관이 아니라 정책기관으로 변모했다. 어떤 경우가 발생해도 정부와 중앙은행이 협력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내는 장면을 세계의 투자자들이 보아 왔기 때문에 정책의 힘을 신뢰하고 있다. 공포지수라고 불리는 VIX지수가 사상최저를 경신하고 있음이 그 증거다. 무모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유럽, 아시아 경기 회복이 의미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난해 원자재 가격 반등에 따른 후속 효과일 뿐이라고 판단된다. 세계 소비의 원동력을 미국과 젊은 중산층이라고 볼 때 전혀 개선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원자재 가격이 계속 상승하며 세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지난해 원자재 가격 반등에는 주요 생산국인 중국, 중동의 희생이 있었다. 중국은 대기오염과의 전쟁이라는 측면에서 석탄광산을 폐쇄했다. 또 디플레 압력을 잠재우기 위해 은행의 대출을 늘려가며 경기를 부양했고, 그 결과 원자재인 석탄, 철광석 수요가 증가했었다. 중국이 폐쇄된 석탄광산을 재가동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기존 광산의 가동률은 얼마든지 높일 수 있고, 이것만으로도 가격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한편, 중국정부는 최근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을 통한 투기가 우려되자 대출의 고삐를 조이기 시작했다.
유가는 사우디의 희생으로 버티고 있다. 사우디는 국영기업 아람코의 내년 상장을 앞두고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해 감산의 고통을 참고 있다. 미국의 쉐일 업체나 다른 중동국가들이 얄밉게 증산해도 지금은 참는다. 그러나 계속 유지되지는 못할 것이다. 저성장의 굴레가 중력처럼 세계 경제를 무겁게 붙잡고 있고, 이를 뿌리치려 각국 정부는 파격적인 처방을 쓰고 있다. 그 과정에서 금융자산 가격거품이 생긴다. 향후 `어쩔 수 없는 저성장`을 인정하게 될 때 투자자들은 그 동안의 무모함을 깨닫고 자산가격의 거품을 터뜨릴까? 아니면 저성장 저수익률, 즉 가격거품을 겸허히 받아들일까? 모른다면 시장의 무모함에 취해있기 보다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