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에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보조금을 늘리며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주도해 갔다. 그러나 리만 사태 이후 유럽국가들의 재정난과 유가의 폭락으로 인해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됐었다. “먹고 살 것도 없는데 무슨 신재생에너지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의 무대가 미국, 중국으로 넘어오며 투자가 한층 더 강화되었다. 중국은 산업화 이후 대기오염과의 전쟁을 선언할 정도로 심각하다. 1997년 12월 채택된 교토의정서에 중국은 비준하지 않았었다. “선진국들은 이미 다 개발해 놓고 이제 와서 왜 우리에게만 연료소모적인 개발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는 불만이었다. 하지만 오는 11월부터 발효되는 파리기후협약에는 자발적으로 참여하였다. 이대로 가다가는 중국 내 폭동이 일어날 지경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헤게모니(hegemony)를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를 장악해야 한다고 믿는다. 석유를 사고 팔 때 반드시 달러로 거래를 시키고, 그 결과 모든 국가가 외환보유고에 달러를 쌓아 놓아야 한다. 그래야 달러 수요가 유지되고, 미국인들이 구매력을 갖게 된다. 미국은 신재생에너지에도 욕심을 낸다.
미국과 중국이 이렇게 신재생에너지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배경에는 그들만의 당위성도 있지만 기술혁신에 따른 발전단가의 하락이 큰 부분이다. 1MWH당 석탄 발전단가는 70~80달러에 이른다. 태양광의 경우 효율이 좋은 지역은 이 수준에 근접했다. 태양광 패널의 조합을 효율적으로 한 모듈(module) 기술의 혁신이 발전 단가를 끌어 내렸다.
풍력의 발전단가는 30~40달러 수준으로 이미 경제적이다. 바람개비의 소재는 화학 수지(resin)인데 합성(compounding) 기술의 발달로 경량화되었고, 그 만큼 크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당연히 한 바퀴 돌릴 때마다 커다란 전력이 생산된다. 또한 태양광, 풍력에 인공지능이 도입되어 바람과 태양광이 어느 시간 때 어느 지역을 지나가는지를 예측하여 발전을 효율화 하는 기술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최근 BP(British Petroleum)는 미국에서 풍력 관련 대규모 투자를 선언했다. 보조금 때문이다. 미국은 매년 풍력관련 보조금을 갱신했었는데 작년 말에는 2020년까지 주겠다고 선언했다. 보조금 규모는 1KWH당 2.2센트부터 시작해서 1년 지날 때마다 20%씩 감소한다. 즉 서둘러 투자하라는 것이다. 지금 투자 분위기는 매우 좋다.
문제는 배터리에 있다. 현재 2차전지의 양극은 코발트와 니켈, 음극은 리튬을 사용한다. 지난 수년간 배터리의 수요가 늘면서 리튬의 가격은 5배나 올랐다. 재고가 소진될수록 원가 상승 압박이 커질 것이다. 리튬 가격이 올라 칠레, 호주에서 채굴을 위한 투자가 시작되어 다소 숨통이 트일 수는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코발트와 니켈이다. 희귀 금속이기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이런 희귀 금속을 대체할 소재나 단위당 사용량을 줄일 방법을 찾았다. 그러나 지금 나오는 이야기는 배터리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서 니켈을 더 써야 한다는 것뿐이다.
즉 전기차가 한번 충전해서 더 먼 거리를 달리기 위해서는 희귀 금속을 더 사용하는 것 외에는 해법이 없다는 말이다.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학계에서는 리튬을 나트륨으로 대체하려 하지만 원하는 성능이 나오지 않는다. 코발트, 니켈과 비슷한 금속을 찾아내려는 노력도 한다. 그러나 답이 나오기 전에 그런 약속을 믿고 싶지 않다.
배터리에 문제가 있다면 신재생에너지를 만든 곳에서 필요한 곳까지 송전하는 시스템이 발달해야 한다. 오히려 가치가 이런 곳에서 더 생길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송전 도중 전기가 누출되는 부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초고압을 사용하거나, 초전도체를 이용한 방법도 모색 중이다. 또한 자동차의 경우 차체를 경량화하는 것이 배터리 규모를 줄여 그 안의 희귀 금속 필요량을 줄일 수도 있다. 문제를 보며 고민하지 말고, 돌아가는 지혜도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