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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病) 예방의 첩경은 진단

등록일 2016-10-31 02:01 게재일 2016-10-3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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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주<br /><br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

인구의 노령화가 세계 전역에서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 각국 정부는 병의 예방에 필사적이다. 늘어나는 노인들이 이미 병에 노출돼 치료를 해야 할 경우 정부 재정으로 충당하기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예방을 위해 주력하는 두 가지는 유전자 분석과 원격진료이다.

스마트 기기가 발달하며 신체정보를 쉽게 모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건강보험관리공단은 이런 개개인의 신체 빅 데이터(big data)를 슈퍼컴퓨터에 저장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개인별로 병을 예방할 수 있는 조언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고혈압 환자의 상태를 지켜보다가 특별히 위험해지는 상황을 분석해서 이를 피하라고 알려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원격진료보다 병의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관심은 유전자 분석에 있다. 왜냐하면 유전자 안에 인간의 건강정보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의 기능이 알려지며 사람마다 미래 어느 시기에 어떤 질환에 노출될 확률이 얼마만큼 되는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안젤리나 졸리처럼 브라카1(BRCA1) 유전자를 가지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90% 이상이므로 유방을 제거해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유전자의 기능이 확실하게 알려진 경우는 많지 않다. 또 알려졌더라도 암과의 상관성이 높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BRCA1 유전자가 난소암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발병 확률은 50%에 그친다. 결국 조기에 진단해 치료를 최소화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적의 예방인 셈이다.

인류가 늙어 갈수록 치명적인 병들에 노출된다. 대표적인 것이 암(癌)이다. 나이 들어 신체가 세포분열을 정확히 못하면 유전자 변이가 나타나고 그것이 암으로 발전한다. 면역세포는 그 전에 변이가 나타난 세포를 죽이는데 나이가 들수록 그 능력도 떨어진다. 치명적인 병일수록 오진을 해서 시기를 놓치면 대안이 줄어들고, 비용이 급증하게 된다. 따라서 진단의 정확성이 중요해지는 국면이다. 또한 고기능 진단이 필요해진다. 예를 들어 같은 백혈병이라 하더라도 급성인지, 만성인지 구분해야 하고 그 발생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를 정확히 진단해 내는 능력이 중요하다.

전통적인 진단 방법은 면역진단이다. 얇은 유리기판 위에 항체를 발라 놓고 환자의 혈액을 떨어뜨렸을 때 항원항체반응이 나타나면 혈액에 항원이 있다는 것이므로 그가 병에 감염됐다고 판단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암의 경우 암세포는 면역세포가 자신을 공격하기 전 잠시 망설일 때 정상세포인 것처럼 위장해 항체를 피할 수도 있다. 즉 이 방법은 정확도가 떨어지고 병의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없다.

가장 직접적인 진단 방법은 내시경 및 조직검사이다. 그러나 빈번한 검사는 어렵다. 적어도 검사 후 6개월은 기다려야 한다. 불행하게도 6개월이면 암이 재발해서 전이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또한 내시경으로 보거나 조직을 떼어내기 어려운 신체부위도 있다. 그래서 진단을 위해 유전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인체가 병에 감염되면 유전자에 미세한 변이가 나타나는데 이를 증폭시켜 분자단위에서 관찰하기 시작했다. 이를 PCR(Polymerase Chain Reaction)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정확한 진단에 한 걸음 다가갔다.

차세대 진단방법으로는 환자의 혈액에서 미량의 암세포를 골라내고 이를 순도 높게 분리해 암세포의 유전체를 직접 분석하는 기법을 들 수 있다. 또한 환자의 유전자도 함께 분석해 통계학적으로, 심지어는 인공지능 기법까지 활용해 암세포와 환자의 유전체 사이에 상관관계를 규명한다. 이 방법의 장점은 첫째, 환부가 아니라 혈액이 돌아다니는 몸 전체에서의 암의 진행 정도를 파악할 수 있고 둘째, 암세포 유전체를 직접 분석해 해당 암과 관련된 정확하고 풍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치료를 쉽게 하고 셋째, 인간의 유전자 분석까지 접목시켜 진단의 정확도를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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