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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당선 배경과 파장

등록일 2016-11-14 02:01 게재일 2016-11-1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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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주<br /><br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

트럼프의 당선은 모두에게 의외였을 것이다. 트럼프 자신도 놀랐을 것이다. 그 만큼 현재의 경제상황에 불만을 갖고 있던 미국인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민주당은 미국 고용상태가 좋다고 선전했지만 노동자들은 이를 피부로 느끼지 못했고, 그럴수록 배신감이 커졌을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10월 미국의 시간당 임금상승률은 2.8%로 2009년 이래 최고 수준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미국 노동자의 82%를 차지하는 생산직, 일반직 근로자 임금 상승률은 2.4%였고, 그것도 최저임금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에서 온 부분이 컸다. 여기서 물가상승률(Core CPI) 2.2%를 빼면 실제 임금상승은 체감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머지 18% 상위 관리직의 임금 상승률은 4.7%였고, 이로 인해 위화감이 커졌다. 저성장의 고통 속에서 사람들은 원망, 불평하고 싶어진다. 그런데 트럼프가 그것을 대신 해 주었다. 그는 “세상이 미국을 조롱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자들은 다른 나라들 로비스트(lobbyist)들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다. 내가 개혁을 통해 미국다운 미국을 재건하겠다”고 주장했다.

난세에는 개혁을 주장하는 강성 지도자들이 나타난다. 사실 트럼프 당선 이전에 이미 세상은 독재 스타일이 유행하고 있었다. 푸틴(러시아), 시진핑 (중국), 아베(일본), 에르도안 (터키), 안다나르 (필리핀), 소욤 (헝가리), 모디(인도) 등이 모두 강성지도자들이다. 트럼프는 이런 추세를 타고 날았다.

그러나 트럼프의 개혁은 성공 가능성이 없어 보이며, 인류에게 잃어버린 시간이 될 것이다. 트럼프는 재정정책을 강조한다. 수도꼭지를 튼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세금부담을 줄이고, 정부투자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의 아베의 전략과 비슷해 보인다. 아베는 세 차례 화살을 쏘았지만 모두 실패로 판명되었다.

강성지도자들의 부양책이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세금을 줄여주고, 월급을 좀 더 올려줘도 노인들은 소비지출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젊은이들도 만성적 저금리를 인식하고 노후를 위해 더 저축해야 함을 인식하고 있다. 저금리의 역기능이다. 결국 트럼프는 구경제를 살리겠다고 주장하지만 실패할 것이다. 인류의 근본적인 문제는 2000년대부터 진행된 노령화이며 기존 방식의 성장 전략은 이 문제를 치료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미국 정부의 부채도 걸림돌이 된다. 이미 20조 달러에 육박했고 빠르게 늘고 있다. 트럼프는 재정지출을 위한 자금을 어디서 가져 올 것인가? 그는 중국, 일본, 중동국가 등 기존 미국 국채를 갖고 있는 채권국들에게 빚을 못 갚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 동안 미국이 그 만큼 물건을 팔아줬으면 족하지 않느냐는 눈치다. 또 오바마케어에 반대한다. 가난하면 배고프고, 아픈 것이 당연할 수 있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왜 약자들을 돌봐야 하는가?”라고 반문한다. 지극히 미국스러운 생각이다.

이렇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원을 모아 그가 원하는 것들을 했다고 치자. 이 경우 재정지출 효과보다 비용상승 인플레가 훨씬 빨리 오고, 그 결과 채권가격이 폭락하여 금융기관 도산 위험이 현실화될 것이다. 결국 트럼프는 자기 생각을 하나씩 포기하게 될 것이다. 그럴 때마다 화를 낼 것이고 독단적인 결정을 내릴 것이다.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독재스타일의 지도자는 타협보다 담판을 좋아한다. 그가 초기에 내세우는 재정정책, 통화정책이 효과적이지 못하면 갑작스럽게 금리를 인상해서 돈을 미국으로 끌어들이려고도 할 수 있다. 물론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트럼프의 시행착오가 반복될 때마다 시장은 충격을 받을 것이고, 투자자들은 헤지(hedge)를 해야 한다. 헤지 비용이 커질 것임을 감안할 때 안전자산이 그 만큼 매력적으로 보인다. 한편 트럼프의 시도가 실패로 끝난 후 `구경제는 더 이상 안된다`는 것이 확실해질 것이므로 그 실패가 계기가 되어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플랫폼, 공유경제, 신재생에너지, 유전자 등 신경제가 급물살을 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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