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음식료 업체들의 주가가 좋았다. 과거 성장기에는 돈을 버는데 모든 관심이 쏠렸지만 은퇴인구가 많아지며 저성장기로 접어들자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로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 음식료 업체들은 이익이 안정적이므로 저성장기에 주가 프리미엄이 더해지는데 이제는 성장관련 이야기조차 여기서 발생하며 주가를 자극하고 있다. 사실 성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선진국에서는 관심사가 먹고 사는데 있어 음식료 업체들의 주가가 높은 편인데 한국도 그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1~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편의점에서 팔리는 간편식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 제품은 이미 흥행에 성공한 요리나 유명 백화점의 조리법을 그대로 적용했기 때문에 맛도 보증된 상태이다. 최근에는 가계의 소득이 줄면서 외식보다는 가정에서 편의점 간편식을 즐기는 경우도 많아졌다. 즉 음식료 업체들의 새로운 수익원이 강화되고 있다. 이런 제품들이 중국에서도 통할 수 있을까? 중국도 산업화로 인해 간편식 수요가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단, 맛에 대한 취향은 민족의 문화처럼 차이가 있으므로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중국인들의 해외여행이 많아지면서 한국의 입맛에 익숙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여행객들의 가방 속에서 한국 간편식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음식료업체들의 주가에 부정적인 요인은 곡물 가격이 오르더라도 정부가 서민을 위해 판매가격 인상을 억제하여 수익성이 떨어지는 경우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유가 하락 등으로 인해 인플레 압력이 최소화되자 판매가격 인상이 수월해졌다. 특히 정부가 세수부족으로 인해 술, 담배 가격 인상에 후한 편이다. 술, 담배의 경우 판매가격의 대부분이 세금이다. 작년에 담배 가격 인상을 통해 수 조원의 세수를 보충했던 정부는 최근 소주 가격 인상을 허용했고, 4월 총선 이후 맥주가격도 올려주지 않을까 주목된다.
반면 지난 수년간 곡물가격은 우려와 달리 하향 안정되어 음식료 업체들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 곡물가격이 바닥을 기고 있는 이유는 2010년경부터 휴경지가 경작지로 대거 전환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 당시 곡물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컸었다.
그 배경을 살펴보면 첫째, 중국인들의 식성 변화이다. 중국인들은 볶아 먹는 문화를 가졌으므로 돼지고기를 즐겼다. 소고기는 볶을 경우 질겨지므로 싫어했었다. 그런데 중국인들이 해외여행을 하는 과정에서 부자들은 소고기를 즐긴다는 것을 알고 소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소는 돼지보다 곡물을 2배 이상 먹는다. 또한 중국인들이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며 커피 재배를 늘렸던 남미 농가도 많았다. 중국에서 산업화가 진행되고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중독성 있는 음료를 찾는다는 분석이 있다. 물론 중국인들은 차를 즐기고, 그 안에 카페인이 있지만 중독성이 커피만큼 강하지는 않다.
둘째, 엘리뇨·라니냐 등 기상이변이 만성적일 것이라는 예측이 난무했다. 경작지에 가뭄이, 비경작지에 홍수가 생기며 곡물 생산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이다. 셋째, 대기오염 때문에 바이오 에탄올 생산이 증가하며 곡물이 더욱 부족해 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이러한 생각들이 모두 맞는 판단이지만 곡물부족이 너무 급격히 진행될 것으로 알고 휴경지를 경작지로 빠르게 바꾸면서 곡물의 공급과잉이 야기되었다. 곡물의 수요는 큰 변화가 없음에도 곡물재고가 29년 내 최고 수준인 것은 이러한 공급과잉 구조를 잘 말해주고 있다. 한편 곡물은 달러로 거래되는데 달러 강세로 인해 곡물 수입국가들은 가격을 덜 지불해도 동일한 양의 곡물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곡물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자산의 가격은 인구 구조의 변화에 의해 좌우된다. 인구 노령화로 인해 음식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더 많은 사업기회가 여기서 생기고, 관련 자산의 가격도 상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