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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리는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해석

등록일 2016-01-04 02:01 게재일 2016-01-0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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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

어느 한 자산운용사의 사장은 자녀 둘을 중학교 시절부터 미국에 보내어 교육 시키느라 수십억원을 썼다. 미국에서 명문 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한 자녀들은 지금 취업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아버지의 기대에 훨씬 못 미친다. 세계적인 저성장 때문이다. 그는 어렵게 교육시키느니 차라리 수십억원의 현금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이 나을 뻔했다고 이야기했다.

저성장기에는 생산 도구가 가치를 잃는다. 명문 대학교라는 타이틀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앞으로 만들 수 있는 부가가치가 제한적이라면 과거에 쌓았던 부가가치가 커 보일 것이다. 그래서 생산설비의 가치는 떨어지고 시중에 풀린 돈은 금융자산으로 쏠린다. 이런 식의 금융자산 가격 상승을 저성장기의 금융자산 프리미엄이라고 부르며, 어떤 이들은 자산가격 거품이라고도 칭한다.

2000년대로 들어서며 세계 인구가 급격히 노령화됐고, 그로 인한 경제 저성장이 만성화되고 있다. 각국 정부는 이를 타개하려 금리를 낮추고 돈을 푼다. 그러나 풀린 돈은 생산시설에 투자돼 고용을 일으키기 보다는 금융자산 가격 거품만 키운다. 또는 투자되지 말아야 할 곳에 투자됐다가 부실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미국 연준이 금리를 인상한 것은 이러한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연준위원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겉으로는 미국 경기가 그 만큼 건강해졌기 때문이라고 밝히지만 오히려 제로금리로 인한 불확실성이 그 만큼 두려웠던 것은 아닐까? 만일 저금리로 인한 부작용이 임박했거나 그 충격이 크다면 연준 위원들은 일단 금리인상에 찬성해서 면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반면 증권시장에서는 2016년을 낙관적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과반수로 보인다. 그들은 미국의 금리인상 의도를 “미국이 맏형 노릇을 해 줄 것”이라고 해석한다. 즉 세계적으로 풀린 돈이 미국으로 돌아 와 일을 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미국장기채권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달러는 강세로 간다. 또 기준금리는 올라가도 서민금융에 적용되는 장기금리는 안정된다. 장기채권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인들의 구매력은 달러강세, 저금리를 바탕으로 강화되고 소비가 확대된다는 논리이다. 한편 유럽, 일본, 신흥국에게는 양적완화를 통한 통화약세를 허용해서 미국으로의 수출을 받아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이좋은 정책 공조는 증시에 큰 호재일 것이라는 판단이다. 또한 세계경제가 저성장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면 금융자산 가격 거품도 유지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비용상승 인플레 가능성은 우려로 남는다. 미국의 고용 개선과 함께 인건비가 증가해 왔다. 특히 필립스 곡선 상 이제부터 인건비는 더 가파르게 오를 수도 있다. 그동안 이런 인건비 상승 부담을 에너지 비용 하락으로 상쇄시켜 왔다. 물론 사회가 에너지 효율적으로 바뀌어 감에 따라 에너지 수요는 감소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수요, 공급으로 설명될 수 없는 지정학적 위험이 작용한다. 최근 이슬람권의 테러는 심상치 않다. 아랍인들이 유럽 고용에서 소외되고, 그들의 유일한 자산이었던 석유의 가격 폭락에 대한 불만도 있었을 것이다. 러시아, 남미 등 원자재 생산국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만일 이들의 반발로 인해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경우 비용상승 인플레가 발생하고, 미국 연준은 어쩔 수 없이 금리를 급히 올리며 시중 유동성을 회수해야 한다. 이 경우 모든 자산의 가격은 하락한다. 폭락할 수도 있다. 피난처는 없다. 이것이 돈으로 만든 자산가격 거품의 특징이다.

이러한 재앙이 발생할 확률이 높지는 않다. 그러나 발생시 타격은 엄청날 것이다. 따라서 대비하는 것이 좋다. 신용등급이 낮거나 환금성이 낮은 자산은 수익률이 높게 제시되더라도 자제해야 한다. 한편 사태가 발생하여 자산가격이 급락할 경우 미래 신성장동력이 되는 자산 중 핵심경쟁력을 가진 것들은 싸게 매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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