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금리가 제로수준을 넘어 마이너스 영역을 넘보고 있다. 이제는 돈을 맡겨도 이자 대신 보관료를 받을 태세이다. 이런 가운데 자연스럽게 배당에 관심이 간다.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이나 현금을 사내에 많이 쌓아 놓은 기업들은 어려운 저성장 국면에도 연 2~4%의 후한 배당수익률을 안겨줄 수 있다.
기업들은 투자기회가 많지 않아 잉여현금이 남는 편이다. 이 돈으로 주주들에게 배당지급을 늘리거나 자사주를 매입 소각하여 주주들의 부를 높여 줄 수도 있다. 지난해 배당은 세계적으로 9.9% 늘어난 것으로 보고된다. 그러나 배당주 펀드 성과는 좋지 못했다. 왜냐하면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 소각 펀드가 훨씬 더 인기 있었기 때문이다. 즉 자산가격 거품이 생길 때 자사주를 사면 그에 상응하는 매도세가 제한되어 주가 상승효과가 증폭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올 들어 자사주 매입소각 펀드에서 배당주 펀드로 관심이 이동되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미국이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는 시늉을 했기 때문이다. 사실이라면 기업들은 오히려 주식을 발행해서 이자부담이 커질 부채를 갚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둘째, 배당주는 기본적으로 영업과 현금흐름이 안정적인 방어주다. 그렇지 못해 주가가 하락하면 배당수익률이 의미 없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완연한 저성장이 확인된 상태에서 이런 안전 주식에 대한 선호도가 커졌다.
배당은 기업의 미래를 가늠하는 신호로도 쓰인다. 즉 웬만하면 배당을 줄이지 않기 때문에 배당을 올릴 경우 미래에 대한 자신감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반면 최근 미국 정유회사들의 배당수익률이 주가급락으로 인해 9%에 이르는 경우도 있는데 지속되기보다는 배당이 급락할 가능성이 높은 바, 조심해야 한다.
한편 정부는 기업이 잉여현금을 종업원 임금 인상, 주주 배당, 국내 투자에 쓰지 않고 사내에 쌓아 두면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했다. 이런 기업소득 환류세제의 성과를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측정하여 2017년에 부과한다. 올해가 측정 마지막 해이므로 배당성향이 높아질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소극적이다.
한국은 배당에 인색하기로 유명하다. 이익에서 배당지급이 차지하는 비중인 배당성향이 20% 미만이다. 선진국의 40% 수준에 비해 턱없이 낮다. 한국의 상장 기업들은 그동안 창업주 또는 2세에 의해 운영되어 왔다. 많은 대주주들이 기업이 자신들 것이고, 그 안의 현금이 필요하면 배당보다 비자금을 만들어 빼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관행을 막기 위해 정부가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고육지책으로 들고 나왔을 때 그 반응을 얻으려고 사내유보 현금이 많은 몇몇 기업을 인터뷰했다. 대답은 충격적이었다.“회계상 이익을 줄이면 되지 않겠습니까? 한국 회계사들은 보수적이라면 다 좋아합니다. 또 현 정권이 2017년이면 물러나는데 그 이후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 않습니까?”
정부의 시책에 신경을 쓴 쪽은 상속 때문에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재벌들 뿐이었다. 이런 기업지배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한국의 주가는 본질가치에 비해 할인되어 왔다. 그러나 경영진이 창업 3세 이후로 넘어가면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가 비자금 수사를 철저히 하는 한 상속세 50%가 지배력을 크게 약화시키고, 순환출자도 점차 끊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성장이 두드러진 기업은 배당을 늘릴 필요 없다. 오히려 그것이 독이 된다. 성장을 위해 재투자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한국의 기업들이 성숙기에 접어든 지금 기업가치를 올릴 수 있는 길은 합리적이고 투명한 배당원칙이다. 한국에서는 KT&G, SKT, 한국전력이 대표적인 배당주로 꼽혀왔다. 이제는 음식료를 포함한 안정적 내수주들이 가세하여 배당성향을 높이고 좋은 투자기회를 제공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