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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세장에 대처하는 법

등록일 2016-04-11 02:01 게재일 2016-04-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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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주<br /><br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

반짝 반등하던 증시가 다시 힘을 잃었다. 투자자금은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지금은 시장의 변동성만 클 뿐 상승의 방향성을 가질 수 없다. 세계 도처에 부실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결국 증시는 강세장과 약세장을 반복하는데 한국의 투자자들은 유난히 약세장에 취약해 보인다.

미국의 채권투자자들은 3개월만에 금리 인상 기조를 바꾼 연준(Fed)에 불만의 목소리를 높인다. 납득할 논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미국 정부에게는 물가 이외에도 신경 써야 할 여러 골칫거리가 있다. 중국 부실, 금융권 부실, 그리스에 대한 IMF 지원설, 5월 영국의 탈 EU에 대한 찬반투표 등은 도미노가 되어 미국의 뒤통수를 칠 수 있다. 미국 연준마저 이런 위협 아래 종속적일 수 밖에 없다면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이런 환경에서 위험자산에 베팅(betting)하는 것은 무리이므로 일단 안전자산으로 피해 있겠다는 태도다.

미국의 헤지펀드들은 백악관에 대해 화를 낸다. 글로벌 제약업체인 화이자와 엘러간은 합병을 시도했지만 무산될 위기이다.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엘러간은 미국에 본사를 둔 화이자를 흡수합병할 계획이었다. 이 경우 화이자의 본사를 아일랜드로 옮겨 절세가 가능하다. 미국 법인세율은 35%인 반면 아일랜드 세율은 12.5%에 불과하다. 미국 정부는 이를 탈세로 간주하고 합병시 미국 내 사업장의 세제혜택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Paulson & Co. Third Point 등 헤지펀드들은 이 거래가 성사될 줄 알고 투자했다가 손실을 볼 위기에 처했다. 이 거래를 주선하던 금융기관들도 M&A무산시 수천억원에 달하는 수수료 수입을 포기해야 한다. 그들은 “이런 거래가 편법이지만 불법은 아니지 않은가. 이렇게 예측 불가능한 규제를 하면 어떻게 안심하고 경제활동, 투자활동을 할 수 있겠냐”며 항변한다. 그러나 저성장, 그리고 소득불균형에 골머리를 앓는 미국 정부에게 투자기관이나 기업을 돌봐 줄 여유는 없다. 앞으로도 예측할 수 없는 규제 위험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고, 이는 증시 상승에 부담이 될 것이다.

약세장으로 반전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소극적으로는 단기적으로 대처하지 않아도 되는 주식을 고르면 된다. 뚜렷한 성장동력을 갖고 있는 종목을 통해 장기적으로 의도된 수익률을 얻는 것이다. 대체투자가 꾸준히 높은 수익률을 내는 이유도 단기 모멘텀 트레이딩을 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의도된 수익률을 추구하기 때문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시장지수를 공매도(short) 할 수 있다. 즉 증시가 하락하면 보유 주식이 악영향을 받겠지만 시장지수 공매도 포지션에서 시장지수 하락만큼 이득을 얻기 때문에 보유주식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을 상쇄할 수 있게 된다(Short hedge). 결국 투자자가 선택한 주식이 시장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시장수익률을 초과하는 부분만큼 수익을 얻게 되는 구조이다. 시장지수를 공매도할 때는 지수 선물을 사용한다. 작은 포지션으로도 큰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시장이 상승세로 돌아서면 지수선물 공매도 포지션을 제거하면 된다.

단, 보유 종목이 코스닥에 속했더라도 코스닥 지수 선물을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코스닥 지수 선물을 공매도의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늘 저평가되어 있고, 지수 선물의 만기 때도 저평가된 상태로 이월되기 때문에 2~3%의 손실을 안고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수 선물을 공매도할 때는 코스닥보다 코스피 지수 선물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약세장이 될 때마다 마음에 드는 주식을 팔았다 다시 채워 넣는 일은 매우 부담스럽다. 자칫 실수로 인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투자자라면 약세장을 노련하게 피해갈 수 있는 방법들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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